소설리스트

재벌의 노예 암캐들 (123)화 (123/286)



〈 123화 〉노예 신입사원 (2)

노예 신입사원 (2)


은비는 감색 재킷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감색 스커트 차림이었다. 그녀의 청순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복장이었다. 목덜미 사이로, 하얀 블라우스가 들여다보이고 있었다. 발에는 모스 그린(moss green)의 심플한 펌프스를 신고 있었다.


도심에 우뚝 솟은 헤르메스의 본사빌딩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은비는 이미 정사원이 된 듯한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면접이 시작되면서 그녀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의자에 앉은 은비의 눈앞에는 세 명의 면접관이 앉아 있었지만, 찬호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은 그저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찬호 자네가 면접을 진행해 주게나. 나와 이부장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함께 있는 것 뿐이니까, 자네 마음대로 하게. 단, 이곳이 본사 사무실이라는 걸 잊지 말게나."

중앙에 앉은 김상무는 처음에 은비에게 한 마디 던진 뒤에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검은 뿔테 안경을 낀 신경질적인 인상의 이부장도 노골적으로 관심이 없다는 듯 크게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켰다.

그래도 은비는 한민 교수님의 지인인 찬호가 면접관이라는 사실에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은비가 입사 동기를 말하자, 찬호는 어거지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은비씨..방금, 전부터 무역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무역상사의 엘트트 남자 사원이 목적이라는 말인가요?"

"네에?"


"대기업의 엘리트 남자 사원을 하나 꿰차기 위해 우리 회사에 들어온 게 아닙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 그런 생각 해본  없어요."


"네,네..그건 됐습니다. 그리고 방금 입사 동기를 말하면서, 우리 회사의 사풍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는데, 은비씨는 우리가 신입 여사원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정말 아는겁니까? 여사원은  시중이나 복사, 혹은 엑셀에 주어진 데이터를 입력하는 정도의 일밖에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찬호의 이어지는 폭언에 은비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나올  같았다. 지방에서는 알아 주는 부유한 가정에서 금지옥엽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난 은비는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내며 추궁을 받은 경험이 없었다.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찬호가 손바닥을 뒤집  공격적으로 나오자 은비는 마음 속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성희롱에 가까운 남자 경험에 대한 것까지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은비는 망설이고 있었다. 순순히 대답하면 채용 내정이 확정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의 내밀한 성적 체험까지 대답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상적이고 무례한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어요. 그런 사적인 질문은 물어보지 마세요. 그 외의 다른 것이라면 뭐든지 대답할게요."

상대는 초일류 기업의 정사원이었다. 논리적으로 말하면 말이 통할 거라고 은비는 생각했다. 하지만 찬호는 실망스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갑자기 오른손으로 은비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꺄아아!  이러세요?"

찬호는 대답 대신 움켜진 머리채를 이리저리 마구 뒤흔들었다. 머리카락과 함께 은비의 목이 거칠게 흔들었다.


"꺄아아! 그만!"

은비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넓은 실내에 은비의 비명이 울펴 퍼저도 찬호는 물론, 김상무와 이부장은 히죽거리며 은비의 반응을 쳐다볼 뿐이었다.

찬호는  머리채에서 손을 뗐지만, 은비는 겁에 질려, 흐트러진 머리를 고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곱게 빗어서 윤기가 나던 은비의 머리카락은 꼴 사납게 흐트러져 있었다 그러나 은비의 아름다운 얼굴은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상태에서도 피학에 찬 애처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왜 너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 알아? 뭐 때문에 네가 그런 꼴을 당했는지 아냐고?"


은비는 까닭을  수가 없었다.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찬호를 쳐다볼 뿐이었다.

"꼴값을 떠니까,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응석을 부리니까, 그런 꼴을 당한 거야. 뭐? 그런 질문에는 답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회사에는 들어오고 싶단 말이지? 사회생활을 깔보는 거야? 너 좋을 대로 하고 싶으면, 집에서 얌전히 신부 수업이나 하면서 요리교실이나 다녀. 회사생활 할 생각은 떼려치우고. 알았어?"

"하지만..왜 그런 개인적이고 은밀한 사생활까지 제가 대답해야 하는지..정말 모르겠어요."

"야!  지금 면접관에게 대드는 거야?!"

찬호가 다시 머리채를 잡고 힘껏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꺄아악! 아야!..왜 이러세요?! 아파요!"

은비는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무릎과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바닥에 무릎이 세게 부딪치는 바람에 고통으로 이마를 찡그렸다. 시원시원한 눈매가 일그러지면서, 눈가가 젖어 왔다.

"면접은 끝났어. 툭하면 대드는 조직생활의 룰도 모르는, 이런 되먹지 않은 자격미달의 학생을 추천하다니, 한민 교수님에게 단단히 따질테니까, 그렇게 알아.  같은 학생을 추천하다니..우리 회사를 동네 구멍가게로 취급하는 거야 뭐야?"

"아, 잠깐만요. 죄송해요..대들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찬호의 난폭하고 일방적인 폭력에도 불구하고, 은비는 사과를 하고 말았다. 한민 교수의 이름이 찬호의 입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자신 때문에 교수직을 걸겠다는 말까지 해준 교수님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부옇게 흐려진 눈빛으로 은비는 찬호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몇 명이랑 섹스를 했는지 대답할 마음이 생겼어?"


"...네에..대답할게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양손을 짚은 채, 은비가 말했다.

'교수님 생각을 해서라도,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어..성체험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볍게 얘기하는 사람도 많이 있으니까..'


은비는 이유를 갖다붙이면서, 자신을 타일렀다.

"하,  사람이에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창피한 나머지 은비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아도 참하게 자라온 조신함이 사라질 수는 없었다. 해서는 안 될 말을 해 버린 듯한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은비의 마음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찬호가 매몰차게 쏘아붙였다.

"뭐? 한명? 지금까지 섹스한 남자가 겨우  사람이라고? 지금 나랑 장난해? 그런 거짓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요즘 같은 시대에, 곧 졸업할 여대생이 단 한명의 남자밖에 모른다는 말을 믿으라고? 너 처럼 예쁜 여자를 남자들이 손가락이나 빨면서 그냥 쳐다만 봤다고?"


"아니에요..나는 정말..."

은비는 얼굴을 들어 찬호를 쳐다보면서, 분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얇고 우아한 입술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뭐 좋아. 그렇다고 치지 뭐. 그런데 그 남자는 어떤 녀석이야?"


"그런 것까지 말해야 되나요?"


"뭐야? 또 요조숙녀 코스플레이야?  정말..아, 알았어, 네가 몸을   남자가 어떤 녀석인지 알  같아."


음침하게 웃으며, 진수가 은비에게 끈적이는 시선을 던졌다.


"너랑 관계를 맺은 그 남자가 누구인지 내가 맞춰 볼까?"

"네에?"


"한민 교수! 맞지? 어쩐지 기를 쓰고 너를 추천할 때부터 내가 알아 봤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교수님과 내가 그런 관계일 리가 없잖아요? 말도 안 되요!"

분노로 은비의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뿐아니라 스승까지 모욕하는 찬호의 태도를 참을 수가 없었다.

"화를 내는 걸 보니까 더 수상한데.."


찬호가 위에서 은비의 목덜미를 잡고 바닥 쪽으로 얼굴을 눌렀다.


"꺄아아! 왜 이러세요! 그만!!"

뒤로 쑥 내밀어진 은비의 엉덩이를, 찬호는 손바닥으로 철썩 철썩 때리고, 그대로 볼기살을 힘껏 쥐었다. 곧이어 부드러운 볼기살을 마음껏 주물렀다.

"미, 미쳤어! 그, 그만 해!"


"이걸로 한민 교수를 홀린거야? 그러지? 개처럼 엎드려서 이 훌륭한 엉덩이를 한민 교수에게 쑥 내밀고 살랑살랑 흔들었지?"

은비는 허리를 흔들면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위에서 목덜미를 눌려, 달아날 수가 없었다. 몸부림칠 때마다, 육감적인 엉덩이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이 선정적으로 보였다.

"아니에요. 교수님은 지적이고 자상하신 아버지 같은 분이에요. 자리에 없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쳇, 자꾸 그러니까  수상하네. 솔직히 말하지 못해! 교수랑 잤지?"

찬호가 목덜미를 누르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은비의 뺨이 바닥에 눌려, 반듯한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찬호는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목덜미를 누른 채, 각도를 이리저리 바꾸었다. 그때마다 은비의 얼굴은 일그러지면서 형태가 바뀌었다. 아름다운 얼굴이 추하게 일그러지는 모습은, 기학성애자인 찬호에게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요염하고 아름답게 비췄다.


"꺄아아, 그..그만..그만두세요! 아아..이건 폭력이에요! 상무님, 도와주세요!!"

은비는 괴로운 듯 신음을 흘리며 김상무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이, 찬호..적당히 하라고. 여긴 본사 사무실 안이야. 너무 소란피우지 말게."

쭉 입을 다물고 있던 김상무가 입을 떼면서 한마디 하자, 찬호는 은비의 목덜미를 누르고 있던 손을 떼었다. 찬호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은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폭력? 그래서 경찰에라도 신고하려고? 그럼 한민 교수의 체면이 말이 아닐텐데..자, 어서 진실을 말하는 게 어때? 한민 교수가 연인이 아니라면, 말 못할 것도 없잖아?"

은비는  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찬호가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게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자신 때문에 한민 교수가 애궂은 피해를 받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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