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힘의 각성 : 서지연 (1)
프롤로그 : 악마의 제안
함건호.
한강일보의 사주이자 미디어 업계의 거물인 서른 두살의 재벌2세.
여자를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상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절대 여자를 믿지 않는 마초 플레이보이.
큰 키에 수영과 운동으로 단련된 딴딴한 근육질의 몸, 그리고 핸섬한 마스크와 재력과 권력을 이용해 욕망이 이끄는 대로 여자를 후리고 희롱하고 정복한 여자를 능욕하는데 쾌감을 느끼는 전형적인 가학성벽의 소유자다.
이성에 눈뜨기 시작했을 때부터 시작된 그의 가학적 성벽은 여성편력이 거듭될수록 더 심해져 갔다.
9월 말.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더위도 밤이 되자 한풀 꺾였지만, 바람 한 점 없는 열대야가 사람들의 불쾌감을 자아냈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강일보의 건물 꼭대기층. 함건호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앞으로 당신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난 변화를 즐기지."
"애벌레가 고치를 깨고 나와 나비가 된 것 만큼 큰 변화예요. 감당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감당 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상관 없어. 죽음 따윈 두렵지 않아. 인생은 어차피 변화의 연속이야. 변화가 두려워 허물을 못 벗는 겁쟁이 뱀은 죽지."
"그 말은, 당신은 겁쟁이 뱀이 아니란 소리처럼 들리는 군요."
"인생은 짧아. 애벌레에서 나비로 탈바꿈할 수 있다면, 남은 인생을 판돈으로 걸어도 아까울 거 없어."
키가 큰 근육질의 건호가 가죽 의자에서 일어서자, 여자의 작은 키와 호리호리한 체형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여자의 얼굴은 한국인이라고 하기엔 이목구비가 너무 뚜렷했다. 길게 찢어진 눈은 그녀의 몸 속에 동양인, 아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말해 주고 있었다.
제시카 킴.
그녀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었다.
건호가 제시카의 얼굴을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어. 이제와 겁난다고 머릿속에 박힌 걸 빼려다간 그땐 정말 죽을지도 모르니까."
"앞으로 말씨나 취향은 물론 인격까지 바뀌게 될 거예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우선 내 '힘'을 즐길 생각이야."
"네. 마음껏 즐기세요. 이 세상 어떤 여자도 당신을 거부할 수 없을테니까."
제시카가 요염한 미소를 띠며 달콤하게 속삭였다.
"마음껏 즐겨도 좋지만, 한달에 한번 내가 찾아올 때는 시간을 비워놔야 한다는 사실은 잊지 마세요. 건호 씨 뇌 속에 이식한 칩, 정기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으니까."
"알고 있어."
"그럼, 그때 다시 찾아올게요."
"내가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어머, 내가 너무 겁을 준 것 같네요. 뇌에 심한 충격을 주지 않는 한, 내 발명품은 안전하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혼혈 미인, 제시카는 건호의 집무실에서 나왔다.
집무실에 혼자 남겨진 건호의 입에서 나직한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제시카, 넌 알고 있었어. 내가 너의 제안을 거부하지 못할 거란 걸. 거부하기엔 너무 달콤한 악마의 제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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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응..으응....."
"정신이 드세요?"
"여긴 어디죠? 그리고 당신은....?"
"여긴 제 별장의 지하실입니다."
"누구시죠? 왜 저를 이리로 데려온 거죠? 저를 왜 묶어 놨죠? 어서, 풀어 주세요."
"이런, 전 당신을 아는데, 아름다운 아가씨, 저를 정말 모르시나요?"
"몰라요. 처음 본 남자의 이름을 제가 어떻게 알죠?"
"서지연. 그게 당신의 이름이죠."
건호가 이름을 말하자, 지연은 흠칫 놀라 몸을 떨었다.
"내가 누군지 정말 모르는 것 같군요. 한때 당신의 주인님이었는데도...."
* * *
건호는 흡족한 미소를 입가에 띤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연 씨가 저를 모른다고 하니, 제 소개부터 하죠.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함건호입니다. 작은 신문사를 하나 운영하고 있고, 아직 독신입니다."
수술대처럼 생긴 차가운 스테인레스 테이블 위에 알몸으로 누워 있는 지연의 손목과 발목엔 금속 수갑이 채워져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차츰 의식이 돌아오자, 그녀는 어두침침한 지하실을 두리번거리다 옆에 서 있는 건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기지 바지를 입은 건호가 팔짝을 끼고 지연을 내려다보며 다시 입을 뗐다.
"지연 씨, 당신은 내 노예였습니다. 내게 몸으로 봉사하는 암컷 성노예들 중 한 명이었죠."
"거짓말!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전 당신을 본 적도 없어요."
"당신에겐 언니가 있죠. 이름은 서하연. 나이는 24살. 지연 씨가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언니의 왼쪽 유두 밑에는 좁쌀 처럼 작은 점이 있습니다. 아, 항문 위와 오른쪽 엉덩이에도 작은 점이 있죠."
"당신이 어떻게 그걸....?"
"하연 씨도 저의 암컷 성노예들 중 한명이었죠."
"저를 납치하기 전에 가족 뒷조사를 했죠?"
"지연 씨 생일은 10월 28일. 혈핵형은 0형. 스리 사이즈는 바스트 86, 웨스트 58 그리고 힙은 85. 키는 168센치. 나이는 스무살. 여대에 다니고 반포동에 있는 화이트 스완 하이츠에 살고 있죠."
"거짓말! 그 정도는 저의 대한 뒷조사를 하면 알 수 있는 것들이예요!"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아무리 부정해도 당신이 내 성노예였다는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좋을 대로 생각하세요."
"저한테 왜 이러세요?"
지연의 질문에 건호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고 생각에 잠겼다.
"전부 솔직하게 말해 드리죠. 어차피 오늘 여기서 당한 일들은 모두 기억에서 지워져 사라지게 될테니까요."
"말해 주세요. 절 납치한 이유가 뭐죠?"
"제 성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지연 씨를 이곳으로 데려왔습니다."
"네!? 그럼... 저를 강간하기 위해서 납치했다는 말.. 인가요?"
"강간이 될지 화간이 될지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새로 손에 넣은 악마의 힘을 시험해 보기 위해 당신을 데려왔거든요. 제가 지닌 힘은 인간의 뇌를 컨트롤하는 능력입니다. 힘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굳이 강간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슨 소리죠?"
"당신에게 여자의 쾌락을 가르쳐 줄 생각입니다. 내 힘이 진짜라면 당신은 내게 섹스를 조르며 발정난 암캐처럼 매달릴테니까, 강간할 필요가 전혀 없는 거죠."
그렇게 말하며 건호는 지연의 유방 밑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지연의 몸이 움찔 떨렸다.
"사람을 납치해서 강간하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하나요?"
지연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목소리를 쥐어짜내 건호에게 허세를 부렸다. 하지만 마음 속의 공포가 그녀의 목소리를 떨리게 했다.
"목소리를 떠니까 귀여운 목소리가 더 귀엽게 들리는 군요."
"악마.. 당신은 악마예요!"
"지연 씨,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전 지연 씨가 말한 것처럼 악마가 맞지만, 피에 굶주린 악마는 아니니까, 겁먹을 필요 없어요."
"저를 죽일 건가요?"
"아뇨. 전 여자의 수치심과 무력감과 공포를 먹는 악마예요. 한번 더 말하지만, 전 여자의 피와 살을 먹는 뱀파이어나 괴물이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당신이 하는 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알몸으로 금속 탁자 위에 구속되어 있는 지연을 내려다보던 건호가 그녀의 귀에 입술을 바싹 대고 속삭였다.
"서지연, 난 너와 좀 거칠고 변태적인 섹스를 즐기려는 것뿐이야. 난 악마중에서도 여자와의 섹스에서 생겨나는 쾌락을 먹는 색마거든."
희미한 향수 냄새에 섞여 건호의 숨결에서 동물적인 체취가 풍기자, 지연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건호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난 네 마음을 조종할 수 있어.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네 '뇌'를 컨트롤할 수 있지. 인간은 대단해 보이지만, 뇌가 없으면 칩-CPU-가 망가진 노트북이나 휴대폰처럼 아무 쓸모도 없어.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내가 혀를 깨물어 자살하라고 명령하면 넌 주저 없이 혀를 깨물거야. 내가 너한테 이렇게 태연하게 지껄이는 건, 내 욕망을 충족시킨 뒤 나에 대한 기억 부분을 말끔하게 말소시킬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야."
'.......'
'입을 다물어도 소용 없어. 머릿속에 이식된 칩 덕에, 양쪽 관자놀이를 몇 초 동안 누르고 있으면 네 속마음을 엿들을 수 있거든.'
건호가 양쪽 중지로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고 문지르자 지연의 속마음이 머릿속에 직접 들려왔다.
[과대망상증 환자...? 아니면 소시오패스...? 잘 모르겠어. 하지만 정상이 아닌 건 분명해. 다행히 폭력적인 성향은 그다지 강하지 않은 것 같지만...]
지연은 어두운 지하실 안에서 팔다리가 수갑으로 구속된 채 알몸으로 금속 테이블 위에 누워 있는 이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차츰 건호의 말이 미치광이의 헛소리가 아니라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저를 어떻게 할 생각이죠?"
"너에게 여자의 몸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을 선사할 생각이야."
"네?"
그렇게 말하며 건호는 지연의 오른쪽 유방의 유륜을 오른손 검지 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아, 흐으응~"
움찔움찔 몸을 떨며 비음을 흘리는 지연.
건호의 손이 닿을 때마다,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늘게 떨렸다.
"설마... 의식이 없는 사이에 저에게 이상한 걸 먹이거나, 제 몸에 이상한 짓을 한 건 아니죠?"
"이상한 짓? 글쎄.. 너의 뇌를 조금 만지작거려서 감도를 살짝 상승시켜 놨을뿐이야. 평소의 감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감도가 너무 좋다고 느끼겠지만, 곧 새 몸이 주는 쾌감을 즐기게 될 거야."
그렇게 말하며 건호는 오른손에 가죽장갑을 끼고 지연의 늘씬한 다리를 어루만지며 올라가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었다.
"아.. 아아....."
'차갑고 매끄러운 가죽의 감촉.. 왠지 기분이 좋아....'
"어차피 잊게 될 거니까, 내 비밀을 얘기해 주지. 내 머릿속에 어떤 천재 과학자가 이식해 놓은 나노 칩이 박혀 있어. 그 칩이 뇌의 힘을 증폭시켜 타인의 뇌를 조종할 수 있게 해 주지. 인간의 육체를 관장하는 건 어차피 뇌야.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는 모든 감각은 뇌가 만들어낸 환상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뇌를 조종할 수 있다는 건, 마음뿐 아니라 육체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 거든."
"제가 정말 당신의.. 성.. 성노예였나요?"
"내 말이 거짓말처럼 들린다는 거 알아. 나에 대한 모든 기억을 네 머릿속에서 말끔히 지워 버렸으니까, 내가 처음 보는 타인처럼 느껴지겠지."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더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내가 정말 당신의 성노예라면, 굳이 이런 짓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성적인 쾌락을 탐할 수 있잖아요!?"
지연은 금속 수갑이 채워진 팔다리를 흔들며 건호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성노예를 만들고 관리하는 게 바보짓이란 걸 깨달았거든."
"네? 그게 무슨 소리죠?"
지연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성노예를 관리하는 건 양식장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것만큼 시간과 돈이 드는 번거롭고 지루한 일이야. 그리고 양식은 아무래도 자연산보다 맛이 떨어지거든."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인간의 뇌를 지배할 수 있다고 하는 당신 머리에 박힌 칩을 이용해 당신이 원하는 여자와 섹스를 한 뒤, 그 여자의 머릿속에서 당신에 대한 기억을 지워 버리고 새 여자를 사냥해 욕망을 충족하겠다는 말이군요."
"이해가 빠르군. 이 세상의 절반은 여자야. 그리고 내겐 그 여자를 한번에 후릴 수 있는 돈과 재력과 악마의 힘이 있어. 그리고 이렇게 멋진 몸도 갖고 있지. 어차피 남자는 씹선비인척 해 봐야, 아름답고 섹시한 여자를 보면, 갖고 싶어서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동물이야."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저에겐 오히려 잘된 일이군요."
지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뜻밖의 말을 꺼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여자 입장에선, 평생 당신의 성노예로 사는 것보단 당신의 더럽고 동물적인 성욕을 충족시킨 뒤, 아무 것도 기억 못하는 편이 훨씬 행복할테니까."
건호는 지연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긴 앞머리를 좌우로 나누며 흡족하게 중얼거렸다.
"제법 똑똑하군."
지연은 건호를 사납게 노려본 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 * *
"제가 거부하고 저항하면, 저를 어떻게 할 거죠?"
"알몸으로 손발이 묶인 채 누워 있으면서 어떻게 저항할 생각이지? 혀라도 깨물 생각이야?"
건호는 지연를 내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그건...."
"내가 쾌락을 추구하는데 너의 의지 따윈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야."
"무슨 뜻이죠?"
"말 그대로야. 네가 거부하던 순종하던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너의 기분이나 감정 따윈 내 알 바 아니야."
지연은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분하지만, 건호라는 이 남자가 하는 말이 맞아. 이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겁 먹을 필요 없어. 난 그저 너의 멋진 몸을 구석구석 맛보고 약간의 수치심과 고통을 주려는 것뿐이니까."
건호는 그렇게 말하고 가죽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지연의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이번엔 배꼽 주위와 자궁이 위치한 아랫배를 원을 그리며 천천히 쓰다듬었다.
"아......"
부드럽고 차가운 가죽의 감촉에 지연은 등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과민해진 몸이 멋대로 반응하며 젖꼭지가 차츰 부풀며 응어리졌다.
가죽 장갑을 낀 건호의 손길을 피하려고 몸을 이리저리 뒤틀어도 손목과 발목이 고정되어 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아랫배와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을 뿐인데, 이성이 산산이 부서지며 성적 흥분이 끓어올랐다. 지연은 이성을 추스리려고 안간힘을 쓰며 건호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아..저를..하.. 어떻게 할 거죠?"
건호는 지연의 질문에 짧고 명료하게 대답했다.
"넌 지금부터 인간이 아니야. 내 전용 섹스 인형이야."
"그런...."
지연은 절망했다.
아무리 발버둥처도 어차피 건호에게 강간당할 거라고 생각하며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지만, 건호의 입에서 나온 '섹스 인형'이란 말과 '인간이 아니다'라는 말에 커다란 공포를 느꼈다.
"인간이 아니라니... 무슨 뜻이죠?"
"내 말이 너무 거창해서 놀란 모양이군. 너랑 조금 거친 섹스를 하려는 것 뿐이니까 너무 겁낼 필요 없어."
건호는 흰 와이셔츠와 검은 양복 바지를 자기 손으로 벗은 뒤 곧 근육질의 나신으로 금속 테이블 위에 누워 있는 지연의 옆에 섰다.
"지금부터 너에게 내가 악마라는 증거를 하나 보여 줄거야."
"무슨 소리죠?"
"넌 눈을 감았다 곧장 다시 눈을 뜰 거야. 그리고 눈을 뜨면 팔다리가 구속된 채 벽에 등을 대고 매달려 있을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아....."
건호가 양 손바닥으로 지연의 눈을 덮자, 그녀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의식을 잃었다.
* * *
"눈 떠."
지연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천천히 눈을 뜨자,
"아, 어느새.. 왜 내가...?"
지연은 어느새 자신의 몸이 지하실 한쪽 벽면에 구속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때? 이제 내가 악마라는 걸 조금은 믿을 수 있겠지?"
건호가 지연을 잠들게 한 뒤 10분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지연에겐 그 시간이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처럼 느껴졌다.
건호는 알몸으로 벽에 구속되어 있는 지연의 몸에 자신의 알몸을 밀착시키고 비볐다.
지연은 건호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향수 냄새가 섞인 강렬한 체취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거 알아? 네 몸.. 정말 아름다워.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몸이야."
그렇게 말하며 건호는 지연의 가슴에 자신의 가슴을 비볐다. 지연은 유방에 밀착되어 있는 건호의 몸을 떼어놓으려는 듯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나와 섹스하게 되면 다른 남자와의 섹스는 시시한 소꿉장난처럼 느껴지게 될 거야. 여자의 몸을 지니고 태어난 게 축복이라고 생각하게 될 거야. 네가 원한다면 한동안 버리지 않고 섹스 인형으로 사용해 줄 수도 있어. 하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나에 대한 기억은 물론 여기에서 있었던 모든 기억을 말끔하게 지워 줄테니까, 겁 먹을 필요 전혀 없어."
지연의 귓가에 나직히 속삭이며 아랫배를 쓰다듬던 건호의 오른손이 다리 사이의 부드러운 살점으로 뻗어 왔다. 동시에 왼손은 지연의 젖가슴 위를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사타구니에 손바닥을 대고 있을 뿐인데, 지연은 음란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아랫배에서 발끝까지 천천히 음란한 열기가 퍼져나갔다.
"나랑 내기 하나 할까? 내가 너에게 주는 쾌락을 맛본 뒤, 쿨하게 나를 떠나겠다고 말한다면 너의 승리야. 그땐 두번 다시 너에게 손대지 않는 건 물론, 기억도 말끔하게 지워 주지. 상금도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듬뿍 줄 거고."
건호는 마치 새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처럼 명랑하게 지연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좋아요. 그런데 뭐부터 시작할 거죠?"
"우선 너에게 여자의 기쁨을 가르쳐 줄 거야. 내 욕망을 충족시키는 건 그 다음이고."
"당신의 내기, 받아 들이겠어요."
"참지 말고 예쁜 목소리로 마음껏 흐느껴도 좋아."
그렇게 말하며 건호는 사타구니에 오른손을 그대로 둔 채, 지연의 작은 턱을 왼손으로 치켜올리며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가까이 가져 갔다.
* * *
건호는 우선 지연의 입 주위를 구석구석 핥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술을 벌려 혀를 안으로 밀어넣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흘러들어 오는 동물적인 냄새와 숨결이 역겨워 이를 다물고 안으로 침입해 들어오려는 혀를 거부해 보지만, 턱을 꽉 잡고 있어 고개를 돌릴 수는 없었다.
지연이 몸부림 치는 동안에도, 건호는 입술 뒤쪽과 잇몸까지 쭉 핥아댔다.
그렇게 마구 입 속을 핥는 사이, 지연은 차츰 처음에 품었던 혐오감이 희미해져 가는 걸 느꼈다. 건호의 숨결에 익숙해지자, 입 안으로 흘러드는 건호의 침이 고여 이빨을 벌려 뱉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바로 그때, 갑자기 허벅지 안쪽에 대고 있던 건호의 손이 보지를 덮고 가운데손가락이 기어올라와 클리토리스를 할퀴 듯이 강하게 자극했다.
"아, 으응......."
지연이 흠칫 몸을 떨며 입속에서 우물거리는 신음을 흘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건호의 혀가 이빨 사이로 침입해 들어왔다.
건호의 혀가 이빨 뒤쪽을 구석구석 핥고 지연의 혀를 휘감자, 입 안에 고여 있던 침이 단숨에 목구멍 안쪽으로 흘러들어 갔다.
입 안을 구석구석 핥는 감촉과 숨이 막히는 답답함에, 지연은 머릿속이 하애지면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지연은 건호가 하는 대로 몸을 내맡기기 시작했다. 이제 입 안에 고이는 침도 고분고분 삼키고 있다.
건호는 그렇게 몇분 동안 탐욕스럽게 지연의 입 안에서 혀를 날뛰며 딥키스를 퍼붓고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하아.. 하.. 하아.... 하아...."
키스만으로 젖꼭지가 욱신욱신 쑤셨다.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지연에게 건호가 속삭였다.
"악마의 키스라고 해서 엄청 기대했는데, 그저 그래서 실망했지?"
"......."
건호의 말처럼 지연은 건호와의 키스에서 별다른 쾌감을 느낄 수 없었다. 쾌감은 커녕 입 안에 계속 남아 있는 건호의 혀의 감촉이 불쾌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지연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건호는 비릿한 미소를 띠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잘 기억해 둬. 지금 키스는 악마의 힘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평범한 키스였어. 곧 사용할 악마의 키스와 비교해 보라고 일부러 힘을 사용하지 않았지."
그렇게 말하며 건호는 한쌍의 풍만한 유방 끝에 응어리져 뾰족 서 있는 양쪽 젖꼭지를 동시에 손가락 끝으로 쥐었다.
"으응....."
지연의 입에서 무심코 달콤한 콧소리가 새어나왔다.
"젖꼭지가 빨딱 서 있어. 감도가 무척 좋은 젖가슴이야."
건호는 손가락 끝으로 교묘하게 젖꼭지를 자극하며 천천히 유방을 주물렀다.
지연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예민한 감각에 당황했다.
젖꼭지를 자극할 때마다,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연을 보며 건호가 속삭였다.
"지금 네 몸은 평소보다 두배 정도 더 예민한 상태야. 조금씩 감도를 올려줄테니까, 마음껏 즐겨 봐."
그렇게 말하며 건호는 이번엔 지연의 겨드랑이에 머리를 파묻었다.
"지연이 너의 냄새가 나...."
건호가 혀를 내밀어 겨드랑이를 할짝할짝 핥기 시작하자 지연은 등줄기에 오싹오싹 소름이 달리는 걸 느꼈다.
평소와 달리 피부 감각이 과민할 정도로 예민해져 있어 등줄기를 타고 달리는 소름이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더 만져 주세요... 더 주물러 주세요.. 더 비벼.. 더 핥아 주세요...'
자신도 모르게 그런 음란한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이 남자... 이 남자라면 정말로 내가 느껴보지 못한 여자의 기쁨을 내게 가르쳐 줄지도 몰라....'
어쩐지 소연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