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강은희 : 산제물로 바쳐진 간호사 (1)
강은희 : 산제물로 바쳐진 간호사 (1)
대한서울병원의 어둑한 복도를 흰 가운을 입은 여의사와 백의를 입은 간호사가 나란히 보조를 맞춰 걷고 있다.
간호사의 이름은 강은희.
주간 쉬프트를 끝낸 은희와 어깨를 나란히 해서 걷고 있는 여의사의 이름은 유지혜.
두 사람이 지나치자, 복도에 있던 남자 환자들이 두 여자의 미모에 끌려 곁눈질로 흘깃거렸다.
입가에 미소를 띄운 은희의 모습에선 간호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해 국내 굴지의 유명 병원인 대한서울병원의 간호사로 근무하는 것에 대한 프라이드와 자신감이 넘쳐났다.
27살의 은희는 실력과 밝은 미소로 환자들뿐 아니라 간호사와 의사들에게도 신뢰를 받았다.
명문 간호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은희는 출세가 보장된 엘리트 간호사였다.
미인에 스타일도 좋아서, 남자라면 끌리지 않을 수 없는 매력적인 외모 역시 그녀의 출세를 보장하는 강렬한 무기 중 하나였다.
한마디로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재원이었다.
지혜는 근무가 끝난 은희를 주차장에 세워 놓은 자신의 렉서스로 데려가고 있었다.
"언니, 왜 그렇게 긴장해?"
"응?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지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은희가 알아차릴 정도로 사실은 몹시 긴장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은희를 주인님인 건호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데려갈 생각을 하자, 죄책감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 * *
"은희 너, 아르바이트 안 할래?"
"언니, 무슨 일인데?"
"내가 주치의를 맡고 있는 분의 집을 방문할 때, 옆에서 좀 거들어 줬으면 해서."
"일당 얼마 줄 건데?"
"50 정도면 어떠니?"
"와! 할 게! 할 게! 나 요즘 갖고 싶은 신상백 있어서 돈 모으고 있었거든. 언니, 그 알바, 내 거야. 다른 애한테 말하면 절대 안 돼."
그렇게 지혜가 은희에게 아르바이트 얘기를 꺼낸 게 일주일 전이었다.
* * *
"언니가 주치의한다는 그 남자, 어떤 사람이야?"
"응, 신문사 오너."
"와... 엄청 부자겠네? 몇살이야?"
건호의 자택이 가까워지자, 은희는 호기심에 계속 질문을 던졌다.
"그분에 대한 자세한 건 잘 몰라."
"왜? 주치의면서."
"주치의라고 해도, 한달에 몇번 정도 방문해서 혈압체크 같은 기본적인 건강체크를 하는 게 전부거든."
지혜는 계획을 망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평정을 가장했다.
"언니, 요즘 많이 예뻐졌어."
"뭐?"
"아니, 정확히는 몰라 보게 요염해 졌어. 페로몬이 몸에서 발산되는 느낌?"
"은희 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니?"
"언니, 신문사 오너라는 그 남자랑 응큼한 관계지? 그 남자, 잘생겼어?"
"뭐? 그, 그런 거 없어. 넘겨짚지 마."
"정말? 당황하니까, 점점 더 수상힌대. 혹시 내가 정곡을 찌른 거야?"
"정말.. 그런 거 아니라니까."
지혜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속이려 잡아뗐지만, 은희는 전혀 수긍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화제를 돌려 자신과 건호의 관계를 대충 얼버무렸지만, 은희의 날카로운 추궁은 끝나지 않고 계속 되었다.
자신이 건호의 암캐라는 사실을 알면 은희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리고 전부터 은희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던 주인님의 명령으로 지금 자신을 산제물로 바치기 위해 주인님의 저택으로 찾아가고 있다는 걸 알면, 은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공포?
절망?
아니, 공포와 절망.. 그 두가지를 다 느끼겠지?
* * *
이제 건호의 착한 암캐가 된 여의사 지혜는 주인님이 자신에게 내린 명령을 떠올렸다.
"은희라는 간호사 알지?"
"네? 아.. 네, 알고 있어요."
"친해?"
"네.. 절 잘 따르는 편이예요. 그래서 저도 동생처럼 여기고 있어요."
"내 암캐로 만들 거야."
"네?!"
"유지혜, 내가 책임지고 내 앞으로 데려와."
"주인님..."
"병원에 갔을 때, 몇번 본 적이 있어. 입맛돋는 암캐야. 여의사 주연의 걸작을 하나 찍었더니, 간호사를 주연으로 한 작품을 한편 찍고 싶어졌어."
"....."
"아니, 어차피 병원물이니까, 미모의 여의사와 미인 간호사를 더블 캐스팅해서 3P에 레즈플까지 섞어서 찍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이너서클 멤버들이 후한 점수를 줄 거야. 엘리트 중에는 변태 새끼들이 많아서 여의사랑 간호사 능욕하는 비디오 좋아하는 새끼들 많거든."
지혜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은희는 같은 여자가 봐도 정말 괜찮은 여자라서, 지혜는 은희를 갖고 싶어 하는 주인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은희는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는 밝고 착한 아이였다.
친자매처럼 여기던 은희를 주인님에게 산제물로 바칠 생각을 하자, 죄책감에 지혜의 복종심이 흔들렸다.
하지만 하찮은 한 마리 암캐 주제에 주인님의 명령을 거역할 용기는 지혜에겐 없었다.
암캐인 자신에겐 오직 한가지 선택지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혜는 잘 알고 있었다.
'주인님의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어. 은희를 주인님에게 바춰야 해.'
지혜는 건호에게 은희를 주인님 앞에 데려오겠다고 고분고분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도도한 엘리트 여의사는 어느새 주인님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착한 암캐가 되어 있었다.
지혜는 주인님을 모시는 암캐가 반드시 기억하고 따라야할 수칙을 떠올렸다.
하나, 주인님은 부모형제보다 더 소중한 존재다.
*
하나, 주인님이 똥을 된장이라고 하면, 된장으로 생각하고 맛있게 먹을 것
*
하나, 주인님의 행복은 곧 암캐의 행복이다.
*
하나, 개목걸이는 암캐에 대한 주인님의 사랑이다.
*
하나, 주인님의 정액은 착한 암캐에 대한 최고의 칭찬이다.
*
하나, 암캐의 사명은 주인님의 성욕해소다.
*
하나, 암캐의 보지는 주인님 소유로 주인님 전용이다.
'주인님의 말은 절대적이야..'
* * *
주인님의 명령에 거역할 수 없는 한, 철저히 수행하겠다고 결심한 지혜는 여동생 같은 은희를 거짓말로 속여 자신의 렉서스에 태워 주인님이 기다리고 있는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주인님의 저택이 가까워지자, 은희는 뭔가 미심쩍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언니처럼 믿고 의지해온 지혜를 의심하는 게 오히려 미안한 듯 의구심을 떨쳐 버리려고 애썼다.
* * *
지혜는 은희를 데리고 주인님이 기다리고 있는 펜트하우스 층 현관문 앞에 서서, 주저하고 있었다.
'유지혜, 너 정말 은희에게 이런 짓을 해도 괜찮니? 이 안으로 은희를 데리고 들어가는 순간, 은희는 주인님의 성노예가 될 거야. 나처럼 한 마리 암캐가 될 거야. 여기서 한발짝만 나아가면 은희는 출세가 보장된 엘리트 간호사에서 주인님에게 능욕당하고 조교당하는 한 마리 암캐로 타락해 주인님에게 봉사하는 운명이 될 거야.'
지혜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은희야, 언니를 용서하지 마..'
지혜는 주인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님의 명령에 대한 암캐의 유일한 선택지는 '복종'외에는 없었다.
"은희야, 들어가자."
"응, 언니. 언니가 긴장하니까, 왠지 나까지 긴장되네."
지혜는 간호사 유니폼을 입은 은희의 어깨에 손을 얹고 인터폰의 호출 버튼을 눌렀다.
* * *
백의를 걸친 간호사 은희가 거실로 들어오자, 건호의 눈동자에 어두운 욕망의 빛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병원 복도를 지나치다, 곁눈질로 몇번 보았던 강은희.
그때도 그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가까이서 보자, 지금껏 손에 넣었던 그 어떤 여배우나 아이돌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미인이었다.
여자치고는 키가 크다.
게다가 백의에 감싸인 늘씬한 몸매는 거의 모델 클라쓰다.
지혜 말로는 27살이라는데, 나이에 비해 침착하고 기품 있는 인상을 풍겼다.
갸름하고 오똑한 콧날에 큰 눈이 미모에 여성스러운 인상을 부여하고 있었다.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자세와 몸짓 하나하나에 배인 암컷스러움이 건호의 가학충동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언니, 이분이 건호 씨?"
"응. 은희야,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은희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하는 지혜의 목소리가 죄책감에 가늘게 떨렸다.
"암캐, 잘 했어. 유지혜, 넌 정말 순종적이고 착한 암캐야."
"암캐?! 언니, 지금 방금 건호 씨가.. 언니를..."
건호의 입에서 '암캐'란 말이 나오자, 은희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지혜를 쳐다봤다.
가늘고 또렷한 눈썹이 가운데로 모아지고, 미간에 세로주름이 잡혔다.
은희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건호는 태연하게 엘리트 여의사를 '암캐'라고 부른 것이다.
놀란 표정으로 건호와 지혜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 간호사 은희의 귀에 다시 믿을 수 없는 말이 날아들었다.
"지혜, 바지를 벗기고 봉사해도 좋아."
"??"
"네, 주인님. 봉사할게요."
"언니?! 지금..지금 뭐해?"
지혜는 은희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바닥에 네발로 엎드려 한 마리 개처럼 기어서 건호의 발밑으로 기어갔다.
"언니, 지금 뭐 하는 거야? 도대체 지금 무슨짓을... 언니?!"
건호의 발밑에 개처럼 무릎을 꿇고 펫처럼 사타구니에 뺨을 비비고 있는 지혜의 모습을 쳐다보는 은희의 눈동자에 공포와 경악의 빛이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