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73 272.반지는 손가락에 끼우는 게 당연하지
“흐으음...”
꽤 단단한 벽이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아무나 부술 수 없을 정도의 단단함.
그리고 단단한 것뿐만이 아니라.
치지직-
“큭..!”
벽이 얼마나 단단한지 두드리고 있자 투명한 벽에서부터, 불길한 검은색의 전류가 나를 노리고 쏟아져 나온다.
빠르게 마나를 둘러 막아 내 멀쩡했지만, 막아 내지 못했다면 크게 감전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아마 벽에 위해를 가하는 것을 저지하려고 걸려 있는 마법..
이런 마법으로 이루어진 벽이 있다는 것은?
이 벽 너머에 보물이 존재한다는 것에 99프로 확신이 들었다.
계속 느껴지던 수상한 마력도 벽 너머에서 강하게 느껴지고 말이야.
보물이 코앞이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도 시간 낭비.
평범한 벽처럼 보이지 않는 이 벽을 부숴 버리기 위해 손에 마력을 모은다.
그러자 곧바로 벽에서부터 튀어나오는 검은 전류들.
“..마력에 반응하는 건가?”
피하더라도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검은 전류들이 내 몸을 덮친다.
파지지직-
“크으.. 저릿저릿하네.”
몸에 마나를 두르고 있지 않았다면 생각보다도 더욱 높은 고압의 전류로 인해 몸이 튀겨졌을 것이다.
내 마나를 뚫고서 들어오려는 듯 검은 전류가 심하게 파직 거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나를 뚫지는 못한다.
온몸을 저릿하게 만드는 기분 나쁜 검은 전류를 몸에 두른 채로.
“흡!”
-쩌저저적! 쩍-!
단숨에 마나를 실은 검격으로 벽을 부숴 버린다.
벽을 부수자 내 몸을 공격하던 검은 전류들의 기세도 약해지더니 이내 사그라졌다.
어우.. 개 단단하네.
마력까지 담았는데도 벽이 시원하게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만약 마력을 담지 않고 때렸다면 안 부서졌을 정도.
그래도 이제 벽은 없어졌으니까..
“보물을 찾으러 가 볼까?”
***
탑에는 수많은 길드가 있다.
탑에서 장사를 하는 장사꾼들의 길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길드, 등반자들의 목적인 탑을 오르기 위해서 협력하기 위해 모인 길드 등.
이곳 탑에는 수많은 목적과 사람들이 모인 길드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중 탑의 대형 길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길드 아스가르드.
“보물이 있는 곳을 발견했다고?”
“네 오딘님.”
그리고 그런 길드의 마스터인 오딘은 거대한 의자에 앉은 채, 길드의 정보원들이 가져온 보물에 대한 정보를 보고 받고 있었다.
“그런데 왜 보물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지? 설마 이 오딘이 노리는 보물을 빼돌렸다거나 하는..”
오딘의 미간이 좁혀지며 팔에 핏줄이 도드라진다.
그와 함께 느껴지는 살벌한 기운.
“으윽....!”
정보원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면서 떨리는 몸을 최대한 진정시키며 외쳤다.
“그,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딘님..!”
“그렇다면 어서 보물을 가져오지 못한 것에 대해서 변명해 보아라.”
오딘의 진노한 목소리에 아스가르드의 정보원이 벌벌 떨면서 설명한다.
“투명한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네. 다른 인원들이 벽을 부수기 위해서 벽에 공격을 가해봤으나.. 벽을 공격한 이들은 벽에서부터 흘러나온 검은 전류로 인해 순식간에 재가 되어 죽어 버렸습니다.”
“흐음..”
오딘이 정보원의 말을 듣고는 가볍게 턱을 쓸어내리며 생각한다.
정보원이라고는 하나 자신의 길드원이 한 번에 재가 되어 죽을 정도의 전류.
그렇다고 해서 탑의 보물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많은 이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존재하지 않던 갑작스레 보물이 갑자기 나타날 경우에는 탑의 층수는 상관이 없다.
그 보물은 탑의 물건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온 물건이기에, 어떤 능력일지 위력일지 알 수가 없다.
만약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가진 보물이 다른 적대 길드의 손에 들어간다?
그것은 오딘에게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토르를 불러와라.”
“아가씨를 말입니까..?”
“전류라면 번개 마법을 다스리는 토르가 제격이다. 어서 불러오도록.”
오딘의 명령에 정보원이 발 빠르게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러고는 길드아지트에서 토르가 있는 방을 찾아가 심호흡과 함께 곧바로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누구냐.”
“오딘님의 명령을 받고 오게 되었습니다.”
“..들어와라.”
토르의 허락을 받고 정보원이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선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방금까지 훈련을 하고 있던 것인지, 땀을 흘리며 푹 젖은 옷을 입고 있는 토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으로 묶은 생기 있는 검은 머리와.
여신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얼굴, 신이 직접 빚은 것처럼 튀어나올 곳은 튀어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완벽한 몸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강인한 여전사와 같은 카리스마.
꿀꺽.
그런 토르의 자태에 정보원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아버님의 명령이 무엇인지 어서 말해라.”
“아, 아아. 오딘님께서 토르님을 당장 불러오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당장 말이냐?”
“예, 예..!”
“......”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보원의 눈에 토르의 미간이 순간 찡그려지는 것 같았다.
토르는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금방 준비해서 나가도록 하지.”
십 여분도 채 되지 않아서 나온 토르는.
또각또각-
아까의 무방비한 차림과는 다르게 완벽하게 갑옷으로 차려입은 상태였다.
정보원을 물리고서 혼자서 오딘이 머무는 곳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러고는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오딘을 마주하는 순간, 토르는 곧바로 다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이는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
“부르셨습니까. 아버님.”
“그래그래, 나의 딸 토르여. 괜찮으니까 일어서거라.”
오딘의 말에 굽힌 다리를 피며 일어섰다.
그러곤 곧장 오딘을 바라보며.
“어쩐 일로 부르신 것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을 부른 이유를 물었다.
토르의 물음에 오딘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천천히 토르의 앞으로 걸어와 토르의 어깨를 붙잡았다.
오딘의 손길에 순간 움찔한 토르지만, 아무렇지 않게 오딘을 바라보며 말을 기다렸다.
“네가 급하게 이 아비를 위해 해 줄 일이 생겼다.”
그런 토르를 향해 오딘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
벽 너머로 들어와 안쪽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어두워짐과 동시에 느껴지는 수상한 마력은 강해진다.
그리고 그와 함께.
-푹!
“크에에엑.......”
“대체 몇 마리나 있는 거야.”
온몸이 검은, 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틈만 나면 나를 공격해 왔다.
무슨 공포 게임도 아니고.
잠시 주변을 살피기 위해서 두리번거리거나 눈을 깜빡이는 순간 나타나 있다.
대체 안쪽에 뭐가 있기에 이런 괴물들이 나오는 거지?
벽처럼 보물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들인가?
수상한 점이 많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괴물을 무찌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결국엔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또 괴물들이 엄청 덮치는 건가 싶어서 주변을 경계하며 걸어간다.
그런데.
“빛..?”
앞에서부터 흘러나오는 한줄기 빛.
빛이 흘러나오는 방향으로 수상한 마력도 느껴지기에 계속해서 빛을 따라가니, 빛이 새 나오는 문이 떡하니 세워져 있다.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딴 거 무시하고 문을 열어젖혔다.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저게 그 보물인가?”
딱 봐도 보물 상자처럼 보이는 검은색 바탕에 보랏빛 보석들이 박혀져 있는 작은 상자.
단조롭게 생겼는데도 내 시선을 훔치는 상자.
그런 상자를 향해 홀린 듯 걸어가 상자를 손으로 집는 순간.
후웅-
“우오옷..!”
내 등 뒤를 노리는 기척에 뒤돌아본 순간 내 목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검은 창.
곧바로 반응해서 뒤로 구르며 피한 다음, 나를 공격한 것의 정체를 확인한다.
아까 그 괴물이잖아.
그리고 검은 창을 든 아까부터 봐온 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몹시 화난 듯, 계속해서 창을 휘두른다.
후웅- 후우웅-!
빨라..!
저 휘두르는 창의 위력도 만만찮아 보이는데 속도도 다른 검은 괴물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다.
그리고 다른 괴물들과 다르게 거대한 몸집에 갑옷을 입은 모습을 보아하니..
“보물을 지키는 막 보스 같은 건가?”
“크르르륵...”
지성이나 이성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오직 보물을 지키기 위해서 나를 공격하는 듯.
이렇게.
“크르윽!”
휘두르는 창을 향해 보물 상자를 내밀자 바로 공격을 멈춘다.
이곳에 온 것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보물상자를 이용해 이 무지막지한 괴물을 쓰러트렸겠지만..!
-콰직!
검은 괴물이 반응하지도 못 할 속도로 검을 휘둘러 단숨에 머리통을 잘라낸다.
머리가 사라진 검은 괴물.
기능이 정지한 것처럼 창을 든 채 아까처럼 공격하지 않고 우뚝 서 있기만 한다.
괴물이 멈춘 것을 보고서 보물 상자를 확인한다.
열쇠구멍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열쇠가 딱히 필요하지 않은 그런 보물 상자처럼 보이는데, 꽤나 세게 잡아당겨도 보물 상자가 열리지가 않는다.
그냥 부숴 버릴까 싶어서 힘을 주려고 하던 중.
휘익-
“우악!”
머리가 없어진 채 다시 나를 공격해 오는 괴물.
정말 공포 게임을 컨셉으로 잡은 건지 갑작스런 기습으로 내 심장을 벌렁벌렁 뛰게 한다.
“놀랐잖아. 무슨 듀라한이냐.... 고!”
-서걱!
섹스하는 것도 아닌데 내 심장을 이렇게 뛰게 한 저 괴물을 용서할 수 없어, 단숨에 검은 괴물의 사지를 베어버려 산산조각을 내버린다.
듀라한이든 뭐든 이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게 검은 괴물을 이번에는 완전히 토막을 내버렸다.
발로 툭툭 건드리며 토막난 검은 괴물이 완전히 죽은 것을 확인한 뒤,
다시 상자를 열기 위해서 힘을 살짝 주는 순간.
딸깍-
“응?”
아까는 힘을 줘도 열리지 않던 것이 살짝 힘을 주니까 쉽게 열린다.
보스 괴물을 쓰러트려야지 상자가 열리는 구조였던 건가?
이런 건 조금 친절하게 알려주란 말이야.
하마터면 멀쩡한 상자를 부숴 버릴 뻔했잖아.
그래도 일단 열린 상자의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자를 완전히 열었다.
그리고 보이는 건.
반지...?
상자 안에는 수상한 마력의 원인이자 보물인, 검 보랏빛의 단조로운 모양의 반지가 하나 들어 있었다.
흉흉한 느낌.. 예전에 마신과 처음 대면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이 반지에서 느껴진다.
“......”
보기만 해도 수상한 반지.
반지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이 반지를 절대 끼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듯했지만..
스윽-
그런 것은 무시하고 약지에 반지를 끼웠다.
대체 무슨 반지기에 이런 흉흉한 기운을 내뿜는 건가 싶은 내 호기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반지가 내 손가락에 조금 큰 가 싶더니,
“오오..?”
약지 크기에 알맞게 크기가 조정되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네?
반지의 크기가 내 손가락에 맞게 변한 것 빼고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반지를 끼니깐 느껴지던 흉흉한 기운도 사라져 버렸고,
대체 무슨 반지인가 싶어 손에 끼워진 반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그때.
“날 깨운 것은 네 녀석인가.”
머리 전체에 갑자기 울려 퍼지는 소리.
어디서 난 소리인가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다시 살펴보자.
스멀스멀..
반지에서 검은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연기라고 해야 할지 이걸 구름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반지에서 새 나오기 시작한 검은색 연기는 한 데 뭉치기 시작하더니,
“네 녀석이 날 깨웠냐고 물었다.”
연기뭉치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이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