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65 264.엉덩이 겁나 큰 고인물 금발 미녀
시험장으로 향하면서 탑이라고 하는 이 세계를 둘러봤다.
외눈박이 괴물, 리안의 집에 들렸을 때만 해도 평범한 판타지 세계라고 생각했지만.
이걸 무슨 세계라고 불러야 하지?
이런 의문이 생길 정도로 꽤 어지러운 세계였다.
온갖 건축 양식들이 다 섞여져 나온 듯한 건축물들이 빼곡하고,
지나다니면서 본 각기 다른 종족만 거의 수십은 되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 이 세계에 가장 큰 특징이자 좆 같은 점을 꼽자면..
-푸슈슉!
“키에엑..!!”
“이런 씨발.”
바로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 봤던 외눈박이 괴물 같은 놈들이다.
상대하기 까다롭다 라든가 괴물 놈들이 강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피는 왜 분수처럼 뿜으면서 뒤지는 거야!”
클린 마법을 싸움 뒤에 무조건 사용해야 할 정도로 더럽게 뒤지는 점이라던가.
길거리를 나다니는 길고양이들처럼 틈만 나면 툭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외모가 고양이처럼 귀엽기라도 하면 몰라..
징그럽게 생겨 가지고는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니까 정신적으로 죽을 맛이다.
저런 괴물들이 흔하게 다니는데도 멀쩡한 사람들을 보면, 이 세계는 무력적으로 꽤 수준이 높을지도 모른다.
“에휴..”
그건 그거고 저기가 시험장인가?
시험장을 상징한다고 하는 하늘까지 솟은 검은 기둥이 세워져 있는 곳.
그 주변으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저 녀석들이 전부 등반자 지망생이라는 건가..
딱 시작의 섬 같은 곳에서 보이는 초보자들의 무리 같은 느낌.
이제 나도 저 사이에 껴서 시험을 치르기만 하면 된다.
시험장도 찾아냈으니 이제 나도 저들처럼 검은 기둥 근처로 가서 자리를 잡고 대기한다.
무슨 시험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계에 관련한 시험만 안 나오기를 간절히 빌 뿐이다.
그렇게 몇십 분.
“하아아암... 음... 쩝..”
시험이 시작할 생각을 도통 안 해서 하품만 쩍쩍- 나온다.
언제 시작하는지 공지 같은 것도 안 알려 줘?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싶어 언제 시작하는지 물어봤지만, 아무도 언제 시작 하는지는 모른다고 한다.
그냥 한 숨 자고 있을까 싶어 그대로 땅바닥에 벌러덩 누우려고 하니..
“이봐. 거기 너.”
“..응? 나?”
“그럼 거기 너 말고 누가 있는데?”
인상 나쁜 수상한 2인조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아예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번에 처음 등반자를 도전하는 신참인가?”
뭐지 이 녀석들은.
딱 만화에서 초반에 등장해서 시비를 걸어대는 엑스트라 불량배1, 2처럼 생겼다.
생긴 것처럼 행동한다고, 불량배 특유의 건들거림과 함께 은근히 나를 깔보는 말투다.
“그렇다면? 신참이라는 거에 문제라도 있어?”
“푸핫. 형 방금 이 녀석이 하는 말 들었어?”
“그럼, 잘 듣고야 말고. 우리 신참님께서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인데.. 좀 알려 줘야겠는 걸?”
주먹이 간지럽기라도 한 것인지 자신의 주먹을 슬슬 만지면서 다가오는 불량배들.
이 세계에도 역시 불량배 같은 놈들은 있는 건가 싶다.
그래도 일단 공격해 온다면 반격은 해 줄까 해서 몸을 슬쩍 움직이려는 순간.
“그만.”
“감히 누구보고..”
웬 금발의 여자가 불량배들의 앞에 비싸 보이는 검을 내밀며, 불량배들이 내게 다가올 수 없도록 멈춰 서게 한다.
“너, 너는....”
“거기까지 해 불락 형제.”
“그백의 기사가 대체 왜 이 신참 녀석을 감싸는 거지?”
“딱히 감싸는 건 아니야. 그저 너희 둘이 내 눈에 크게 거슬려서 그런 거지. 쓰레기가 폼 잡는 모습을 보기 좋아할 사람은 없잖아?”
아젤이라고 하는 여자가 씨익 웃으며 대답한다.
아젤이 앞을 막아서자, 불락 형제라고 하는 저 불량배 두 놈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크게 당황한 것이 보인다.
“아젤이라면...”
“그 백의 기사 아젤?”
“70층을 넘어 섰다는 그 사람이 대체 왜 여기에...?”
거기다 주변도 아젤이라는 이름 가지고 웅성웅성 하는 것을 봐서는.
내 앞에 있는 이 금발의 미녀가 꽤나 유명 인사인 모양이다.
그런 유명 인사가 왜 나를 도와주는 거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신참인 모양이네. 불락 형제를 모르는 것을 보면.”
“유명한 사람들입니까?
“등반자가 되기 위한 시험을 치르러 오는 사람이라면 불락 형제를 모를 수야 없지. 신참 킬러라고 불리는 녀석들인 걸.”
“신참 킬러..”
그래 소설 같은 걸 보면 꼭 그런 녀석들이 있었지.
훨씬 위로 올라갈 수 있음에도 약자들을 유린하기 위해 초보자들이 있는 곳에서 노는 고인물 녀석들.
아마 불락형제가 그런 고인물들인가 보다.
“그런데저를 도와주신 이유가 뭡니까?”
“응? 그냥 저 불락 형제가 마침 거슬렸을 뿐이야. 딱히 보상을 바라고 도와준 건 아니니까 안심하도록 해.”
눈나..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는 아젤은 뭔가 누나 같은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시야를 흡수하는 찰랑찰랑한 금발 때문에 잘 몰랐지만 이 여자.
엉덩이가 대단하다.
가슴은 갑옷을 입고 있어서 확인할 수 없지만, 레깅스와 비슷해 보이는 달라붙은 바지 덕분에 확인할 수 있는 저 엄청난 빵뎅이..
지금이라도 당장 마음껏 주무르면서 뒤치기 마려운 엉덩이다.
누나라고 부르면서 엉덩이에 매달리기 마렵네..
“그런데 이름이 뭐야 신참?”
“..아, 이름.. 말인가요?”
혼이 빠진 채 엉덩이를 구경하고 있다가 갑자기 아젤이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조금 놀라버렸다.
엉덩이 보는 걸 들킨 건 아니겠지..?
몰래 본다고 몰래 보긴 했는데..
“이름은 갑자기 왜?”
“그냥 이것도 인연이니까 통성명 정도는 해 두면 좋잖아? 엉덩이를 보는 것보다는 그게 더 유익할 거라고 보는데?”
“하하하...”
엉덩이 보는 걸 다 들킨 모양이다.
그래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걸 보면 성격적으로 털털해서 별 상관 안 쓴다던가,
아니면 아직 등반자도 아닌 나를 크게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부터 소개할까? 나는 아젤이야. 조금 부끄럽지만 백의 기사라고도 불려.”
“송인혁이라고 합니다.”
“송인혁이라.. 뭔가 특이한 이름이네.”
“그런가요?”
“아, 별로 이름을 비하하는 뜻에서 말한 게 아니야. 그런 식의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거든.”
사과할 것도 아닌데 먼저 이렇게 사과하는 것을 보면 착한 사람인 것 같다.
뉴비 양학하려는 불락 형제가 나쁜 고인물이면, 이 아젤이라고 하는 여자는 착한 고인물인가?
착한 고인물이라면.. 아는 것도 많고 나 같은 뉴비가 묻는 것도 잘 알려주겠지?
“어, 그럼 아젤..씨?”
“그냥 편하게 아젤이라고 불러.”
“음, 그럼 아젤. 혹시 시험이 어떤 것인지 알려줄 수 있나요?”
“시험? 간단해. 그냥 저 검은 기둥에 다가가서....”
번쩍-
아젤의 말이 끝나기 전 검은 기둥에서부터 갑작스러운 빛이 새 나온다.
새나오는 빛 사이에서 하얀 날개와 머리에는 천사 링이 있는 전형적인 천사를 닮은 사람이 등장한다.
뭔가 노아와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것 같다.
“마침 잘됐네. 저 천사가 알려줄 거니까 잘 경청하도록 해.”
“등반자가 되기 위해서 모인 여러분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평범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꾀꼬리 같이 맑은 목소리가 확성기를 사용 한 것처럼 크게 들려온다.
“등반자가 되기 위한 그 시험. 시험은 정말로 간단합니다. 이 기둥에 손바닥을 대는 것.”
천사가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더니 땅에 가볍게 착지한다.
그리고는 손을 펼쳐서 검은 기둥에 손바닥을 가져다 댄다.
검은 기둥에 대고 있는 손이 빛나더니 결국엔 천사 몸 전체가 빛난다.
“자격이 충분한 이들이라면 이렇게 빛이 몸을 감쌀 것이고.”
“그리고 빛으로 감싸진 몸을 이끌고 기둥 안으로 들어가면 합격 입니다.”
천사가 시범을 보여주려는 듯 검은 기둥 안을 통과하더니 사라진다.
그리고서는 다시 빛을 뿜으면서 나온다.
“자 그럼,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준비가 되신 분들은 언제든 이 기둥에 손을 대주시길 바랍니다.”
간단한 천사의 설명을 끝으로 시험이 시작되었다.
천사는 감독관인 듯 설명을 끝내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하늘에서 시험 보는 이들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자격이라는 게 뭐죠 아젤?”
“탑을 올라갈 수 있는 재능, 아니면 힘. 그게 바로 자격이야.”
힘만 충분하면 되는 건가?
생각보다 간단한 시험이다.
다른 세계에서 온 나는 불가능한 그런 시험이 나오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운이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어찌.. 다들 기둥에 달려들지를 않네요?”
천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 기둥을 향해 주변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서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험에 바로 도전하는 이들은 적다.
그리고 도전하더라도 대부분이 검은 기둥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몇몇 들어가기는 하지만.. 50명 중 1명은 될까?
“그야 대부분이 자신의 자격이 충분한지 확신을 못 하니, 당연한 일이지.”
아젤은 팔짱을 낀 채 시험 보는 이들이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며 내 말에 대답했다.
“하지만 가끔 저렇게.”
아젤이 눈짓하는 곳을 바라보자 근육질의 거구의 한 남자가 울면서 기둥을 두드리고 있다.
“크악..! 제발 나도, 나도 들여보내 줘!!!”
세상이 떠나가라 울부짖으며 손에 피가 나도록 기둥을 두드리는 남자.
하지만 그렇게 애원하며 소리쳐도 검은 기둥에서 빛이 나는 일은 없었다.
“불합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날 뛰는 사람들도 있어.”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죠?”
그냥 나중에 다시 재시험을 보면 될 일 아닌가?
“그거야..”
아젤이 내 물음에 답하려는 순간, 근육질 거구의 남자가 천사의 저지로 인하여 기둥에서 튕겨져 나온다.
100키로는 가볍게 넘을 듯한 모습의 남자가 하늘을 날아 멀리 떨어지더니, 땅에 고꾸라진 채하염없이 눈물만을 흘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듯 아젤이 눈을 살짝 찡그리며 말한다.
“시험은 그저 저 기둥에 손을 대서 합격하기만 하면 되는 것. 그리고 365일 언제든 이곳에 와서 치를 수 있지만..”
아젤은 나를 슬쩍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도전한 날로부터 20년이 지나지 않는 한 다시 시험을 치를 수는 없어.”
“...20년?”
“그래, 20년. 장수종족인 엘프에게도 꽤나 긴 시간이지. 우리 같은 인간들한테는 너무나 긴 시간이고.”
이곳에도 엘프는 있는 건가.
그보다도 재시험을 보려면 20년이 걸리는 시험이라니..
그래서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도 섣부르게 검은 기둥으로 가는 사람이 없는 거구나.
자격이 충분치 못할 것을 생각해서, 생각의 생각을 더 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난 이만 가 봐야 할 것 같네. 약속한 시간이 되어가거든.”
아젤이 커다란 빵뎅이를 실룩거리며 뒤돌아선다.
“가시는 건가요?”
“그럼 내가 시험이라도 볼 줄 알았어?”
“그건.. 아니지만.”
아젤이 내 반응에 피식 웃는다.
“애초에 내가 여기 온 것은 불락 형제처럼 신참 킬러짓하러 온 것도 아니고, 볼일이 있어서거든.”
“그렇군요..”
“이번 시험에 합격해서 열심히 탑을 오르면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저 엉덩이와 이렇게 헤어져야 한다니..
저런 미녀와 박음직스러운 엉덩이를 놓친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내가 아쉬워하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아젤이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웃으며 말한다.
“탑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할게 송인혁.”
그 말과 함께 손을 흔들며 어디론가 향하더니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아젤..
잠깐이었지만 그 엉덩이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일단 시험을 합격해서 탑을 오르다 보면 만날 수도 있겠지.
다시 만나는 그때는 절대로 저 엉덩이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