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4 193.너 하오문주의 부하잖아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있던 손부터 차례대로 얼어붙기 시작한다.
뼛속까지 얼리는 듯한 냉기가 한쪽 팔을 전부 얼릴 때쯤 빠르게 손을 떼어 낸다.
힘을 줘 얼어 버린 팔의 얼음을 떼어 내니까, 동상에 걸린 것처럼 간지럽고 따끔따끔하다.
“유성 괜찮니?”
“네, 네 괜찮아요. 백설님.”
“주먹에서 피가 이렇게 흐르는데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왠지 기분이 더럽게 나쁘네.
내가 앞에 있는데 순식간에 자기들 세상에 들어간 백설과 유성을 보고 있으니까 짜증이 난다.
얘기 좀 나누려고 한 건데 다짜고짜 공격한 것들은 자기들이면서 완벽한 피해자 코스프레다.
꼭 부부사기단 같아서 더 빡친다.
“너,”
유성의 손을 만지작거리던 백설이 나를 무섭게 째려보며 말한다.
“유성을 이렇게 만들고서 살아갈 생각은 하지 않겠지?”
“그 녀석이 나를 때린 거.. 하, 됐다.”
어차피 듣지도 않을 거 입 아프게 말해서 뭐 해?
그냥 둘 다 때려눕히고서 어떻게든 말을 듣게 하면 된다.
남궁연의 친구든 뭐든 저쪽이 착하게 나서지 않는데 내가 착하게 대해 줄 필요가 뭐 있어.
쾅-
마력을 둘러 땅을 박차서 백설에게 달려간다.
“.....!”
자신이 예상치 못 한 속도로 내가 다가가자 크게 놀라지만, 곧바로 땅바닥을 손으로 내려치자 내가 가는 길 앞으로 날카로운 얼음벽이 생겨난다.
쿠구구궁-
이게 어떻게 무공이야, 그냥 마법이지.
무공의 틀을 쓴 그냥 얼음 마법 같은 자태에 잠시 멈칫하는가 싶다가 그대로 계속 달려 나간다.
이까짓 얼음벽, 그냥 부수면 그만이다.
곧바로 날카로운 얼음벽을 향해서 강하게 주먹을 내질렀다.
쩌엉- 쩌저적, 쩌저저적-
꽤나 단단하기는 하지만그렇다고 내가 못 부술 리가 없는 정도의 강도.
주먹질 한 번에 커다란 얼음이 잘게잘게 부서져 파편이 튀긴다.
“어떻게..!”
“어떻게 하기는, 다 방법이 있지.”
“.....!”
곧바로 날카로운 얼음벽을 부수며 돌진 해 올 줄은 생각 못했는지, 아까보다 더 놀란 얼굴로 나를 백설이 바라본다.
튀긴 얼음 파편이 유성에게 맞지 않도록 백설이 몸으로 가려 막아주는 사이에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대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뒷목을 세게 쳐 기절 시키는 것을 시도한다.
“윽..!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니?”
“영화는 영화인가..?”
뒷목을 세게 쳤는데 기절하려는 낌새도 보이지 않는다.
힘을 약하게 준 것이라고 하기에는, 이 이상 강하게 뒷목을 후리면 목뼈가 그대로 뽑혀 나갈 것 같다.
“갑자기 무슨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잠시 손날 부분을 만지는 사이 백설이 몸에 있는 내력을 손바닥에 모아 그대로 내 명치에 갈겨 버린다.
이거는 살짝 아프겠는데?
“빙백신장!”
쾅!
백설의 빙백신장이 엄청난 충격과 함께 인혁의 가슴 부분을 전부 얼려 버린다.
인혁의 뒤로 마치 얼음의 창에 꽂힌 듯이 길게 얼음이 이어져 있다.
“요즘에는 보기 힘든 실력자인 것 같지만, 방심한 것 같구나.”
자신의 내력이 대부분 담긴 빙백신장을 정타로 먹이자 멈춰있는 인혁을 보고는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뒤돌아 유성에게 다가간다.
아직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방심하는 것이 대체 누구일까.
“방심은 그쪽이 한 것 같은데요?”
“무슨..?!”
“제 심장이 얼어버릴 뻔했잖아요.”
받은 만큼 돌려준다.
백설의 팔을 붙잡아서 내 쪽으로 당긴 후에 자비 없는 헤드락!
“끄윽..! 끄으읏...?!”
새하얗던 얼굴이 새빨간 토마토처럼 되어가면서도 내 팔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지만.
어림도 없지!
꽈아아악-
“꺽.......!”
목이 부러질 듯 말 듯 더욱 강하게 조이자, 이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게거품까지 물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몸이 축 늘어지면서 기절한다.
주르륵-
오..?
기절하자 오줌을 참고 있기라도 한 건지 몸을 부르르 떨며 오줌을 싼다.
기절 방뇨플레이를 하는 것 같은 기분.
그녀의 옷이 오줌으로 젖어 들어가고 땅바닥에도 오줌을 마구 흘린다.
근데 섹스 할 때면 몰라도.. 평범하게 옷을 입고 있을 때는 근데 조금 그렇지..
헤드락을 풀고 백설을 놔주자 그대로 땅에 주저앉더니 앞으로 쓰러진다.
“백설님!”
백설이 털썩 쓰러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시끄럽게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부르는 유성이 눈물까지 뚝뚝 흘린다.
그냥 기절한 거 가지고.. 귀 아프게 말이야.
내 눈으로 봤을 때는 유성의 눈에 새겨진 별 모양이 조금씩 보인다.
하오문주의 부하인 것이 분명한데, 꽤나 대단한 연기력이다.
넌 이세계가 아니라 현대에서 태어나 할리우드로 진출해야 했어.
“너도 좀 조용히 있어.”
“꺼억..!”
거침없이 니킥!
가슴에 니킥이 꽂히자 유성의 눈이 뒤집어지면서 비명도 제대로 못 내지른 채 앞으로 고꾸라진다.
“음..”
힘 조절을 좀 잘못했나...?
살살 때린다고 살살 때렸는데 방금 주먹 끝에서 뭔가 뼈가 부러지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뼈좀 부러진다고 안 죽으니까...
“끅.. 끅...”
“......”
죽으면 뭐.. 무협세계에서 무공 수련을 게을리 한 이 녀석의 잘못이 아닐까?
일단 일어나서도 말 안 듣고서 날 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력으로 만든 사슬로 몸을 꽁꽁 싸맨다.
아 손에 오줌 묻었다.
클린 마법을 써 깨끗하게 해 줄 수도 있지만..
저 여자가 일어났을 때 자신이 오줌을 싸질렀다는 사실을 알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됐다.”
몸과 손 발 전부 사슬로 꽁꽁 싸맸으니 이제 기절한 두 사람이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
두 사람에게 물을 뿌려 정신이 들도록 한다.
“쿨럭..! 쿨럭..!”
“쿨륵.. 으윽....”
“이제 정신 좀 차렸나요?”
“.....!”
기절했다가 일어나자마자 나를 본 백설이 곧바로 내력을 운용하며 몸을 움직이려 하지만.
철컹-
사슬에 묶여 손과 발도 쓰지 못하고 그대로 몸을 움찔거리기만 한다.
“큿...”
힘을 아무리 줘도 사슬이 풀리지 않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파악했는지 가만히 나를 째려보기만 한다.
철컹- 철컹-
백설과 한창 눈싸움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유성이 백설을 향해 몸을 움직인다.
“백설니임... 윽..! 크윽...!”
“아, 유성..! 유성 왜 그러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갈비뼈가 부러졌을 텐데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유성.
숨을 고르면서 통증을 가라앉히며 백설의 몸을 살피다가, 옷의 아랫 부분이 푹 젖어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아까 기절하기 전 백설이 오줌을 싸지른 것을 기억하며 백설의 얼굴을 힐끔거린다.
“아..!”
백설도 자신의 아래가 축축한 것이 자신의 오줌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얼굴이 빨개진다.
“유성.. 보지 마렴.”
“아, 네.. 네 백설님..!”
“자, 그러면 이제 얘기 좀 나눠볼까요?”
둘의 대화에 내가 끼어들자, 둘 다 나를 경계하듯이 쳐다본다.
“방심만 안 했어도...”
“방심 안 했어도 칠칠치 못하게 오줌 싸지르는 것은 똑같을 것 같은데.. 시원하게 싸지르시던데요?”
백설의 얼굴이 또 빨개지면서 인상을 팍 쓴다.
싸움도 못 이기는데 말싸움은 이길 것 같아?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런 모욕을 하는...!”
“북해빙궁주 백설. 무림맹주이자 검후인 남궁연. 아시죠?”
“.....!”
“무림맹주의 부탁으로 왔습니다.”
“남궁연의.. 부탁? 천마신교나 다른 사파가 아닌 건가..?”
어안이 벙벙해진 듯한 얼굴의 백설이 묻자 나는 손을 튕겨 둘의 몸에 있는 사슬을 없앤다.
슈룩-
“사슬이...!”
“처음부터 제 얘기만 들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요.”
나는 품속에서 지도를 꺼내 백설에게 건네줬다.
지도를 확인하고는 남궁연의 부탁으로 내가 온 것이 맞다고 생각했는지, 조금씩 경계를 풀기 시작했다.
“미안.. 하구나.”
“몇 번이나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둘이서 끝까지 이러니까 저도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이해하죠?”
“그래.”
백설은 정말 할말이 없다는 듯 입술을 깨물며 사과했다.
“그래서 연이 무슨 부탁을 한 거니?”
“지금 천마로 인해서 무림맹이 뒤숭숭 한 것은 알고 계신가요?”
“이 구석진 곳에서 지내도 그런 소식쯤은 들려오는 법이지. 그래, 무슨 부탁인지 알겠구나. 나한테 천마신교와 싸우는 데 힘을 보태달라는 부탁이겠지?”
“네, 맞아요.”
백설은 고민하듯이 잠시 고개를 아래로 숙인다.
그러다 어떻게 하기로 결정했는지, 고개를 들고서는 말한다.
“좋아. 오랜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는 법이지. 도와주러 가도록 할게.”
“정말입니까?”
“그래.”
생각보다 설득이 아주 쉽다.
대화하는 과정까지가 어려워서 그렇지..
백설의 흔쾌한 수락에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던 찰나, 옆에 서 있던 유성의 표정이 안 좋아지더니백설의 손을 붙잡고서 외친다.
“안 돼요.”
“유성..?”
“가지 말아요. 백설님.”
저 녀석 좀 봐라?
하오문에 데려가야 하는데 내가 갑자기 끼어들어 백설을 데려가려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말을 내뱉는다.
“천마 같은 괴물과 싸우다가 아무리 백설님이라도 크게 다치면 어떻게 해요. 저랑 그냥 이곳에 있어요.”
“유성.. 하지만 오랜 친구의 부탁이란다..”
“백설님이 방심하셨더라도 백설님을 이긴 저 남자도 있잖아요. 꼭 백설님이 가실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요?”
“그건...”
백설이 고민 되는지 나와 유성을 번갈아 보며 침음한다.
그러다 유성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서는 마음을 굳혀 버렸는지 나를 보며 말한다.
“그.. 이름이 뭐니?”
“송인혁이라고 합니다.”
“그래 인혁. 미안하지만 연에게는 못 간다고 전해 줄 수 없겠니?”
“저 유성이라는 남자 때문인 건가요?”
“..응. 유성은 무공실력이 좋지 않아서 천마신교가 쳐들어오거나 할 때 너무 위험하단다. 그러니까..”
“그런가요.”
나는 천천히 걸어 유성의 앞으로 다가간다.
갑자기 내가 유성한테 다가가자 백설이 다시금 경계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설득하기는 매우 힘들다.
남궁연의 부탁이든 뭐든 저 유성이라는 남자보다 백설과의 유대를 쌓지 않았으니내 말은 믿지 않을 테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성씨? 저는 송인혁이라고 합니다.”
나는 인사하려는 듯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아, 네. 반가워요...”
유성은 못마땅해 하면서 내 손을 붙잡았다.
그 붙잡은 손을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만 세게 잡자 유성이 고통을 호소한다.
“윽..?!”
“유성! 인혁..! 지금 뭐 하는 짓이지?”
백설이 금방이라도 빙백신장을 날릴 듯 내공을 운용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너, 하오문주의 부하 맞지?”
“..그게 무슨 소리시죠..?”
내 말에 순간 움찔하는 듯 싶다가, 곧바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시치미 떼지 마. 하오문으로 백설을 데려가려고 이러는 거 내가 모르고 왔을 것 같아?”
돌려 말할 것 없이 돌직구로, 정문 돌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