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부 조교해서 타락 시켜버립니다-193화 (193/275)

EP.193 192.북해빙궁주 백설

그냥 밥이나 먹자 싶어 음식을 집어 먹고 있으니, 위에서부터 사람들이 몰려 내려온다.

몰려 내려오는 사람들의 가장 앞에는 아까 그 눈만 빼고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던 그 여자가 있다.

바로 옆을 지나 객잔을 나갈 때는 나와 다른 남성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자신의 주변을 호위하는 듯한 사람들과 함께 그대로 객잔을 나갔다.

“킁.. 킁킁..”

아까 그 여자의 향수 냄새인가?

진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며 좋다기보다는 뭔가 이질적인 향기를 남기고 간다.

덕분에 음식맛도 이상하게 느껴져서 기분이 안 좋아지던 찰나 객잔을 나서는 두 남자를 보니, 아까 그 귀신 같던 여자가 나와 그 얘기하던 남성들을 바라보던 것이 마음에 남는다.

이런 섬뜩한 분위기 이후에는 꼭 사건이 하나 일어난단 말이지..

객잔에서 나와 바로 기척과 모습을 감추고서, 아까까지 하오문이란 곳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던 남성들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것을 뒤따라갔다.

“후우.. 오랜만이라 그런지 너무 달렸구먼..”

“그러게 이 사람아. 나처럼 조절하면서 먹어야.. 어, 잠깐.. 자네 그림자가 꼭 살아움직이는 것 같은..”

“조절하기는 개뿔.. 그림자가 살아 움직이기는 뭘 움직인....!”

아니나 다를까, 그들 뒤에 사람이 붙어 두 남자를 기절시키고 어딘가로 데려 가기 시작했다.

근데 저 복장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몸을 검은 천으로 칭칭 두른 모습을 예전에 봤던 기억이 있다.

흑란의 수하들이 저렇게 생겼었는데 지금 저 납치를 시도하는 일당이 정말 천마신교라면, 아까 객잔에서 저 두 남자가 나눴던 얘기 때문에 납치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 이상한 눈깔을 가진 여자가 시킨 거겠지.

두 남자를 납치해가는 한을 보며 그 뒤를 계속 쫓아가자, 사창가가 나오기 시작했고 더욱 구석진 곳으로 향하더니 지하로 통하는 통로가 나온다.

악당들의 비밀기지 같네.

아무나 막 들어오지 못하도록 설치해 둔 함정들을 차례차례 피하며 나아가는 것이 마치 어지러운 미로를 돌아다니는 것 같다.

생각보다 오랫동안 뒤를 따라가자,

작은 저택 같은 느낌의 건물이 있다.

그 대문 앞에는 역시나 나 뭔가 있어요! 하고 나타내는 듯한 별 모양의 동공을 가진 여자가 서 있었다.

그 여자를 마주한순간 천마신교의 일원이라 생각되는 사람은 곧바로 땅에 납치해온 두 사람을 내동댕이치고서 그녀 앞에 무릎을 꿇는다.

“저와 눈이 마주쳤던 그 사람은 찾지 못했나요?”

“죄송합니다 천마님. 객잔에서 나오자마자 모습을 감추는 바람에..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쯧.. 제 시선을 눈치챈 것을 보니까 꽤 실력 있는 고수 같던데.. 아쉽게 되었네요.”

천마..? 저 여자가 천마라고?

천마는 곤륜파를 궤멸시키고서 천마신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고 하지 않나?

이곳에 있을 수는 없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천마신교의 복장을 한 남자가 저렇게 말하니까 헷갈리기 시작한다.

무슨 워프기계라도 있는 건가? 천마신교와 이곳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짝-

아, 깜짝이야.

무협에는 안 어울리는 이상한 잡 생각을 하고 있자, 여자가 가볍게 박수를 짝! 하고 친다.

“자, 그럼 할 일을 해야죠? 마침 한 분이 일어나주셨네요.”

“으윽.. 여, 여기는 어디.. 히익..!”

내동댕이쳐지자 그 충격으로 기절했던 남자 하나가 깨어났다.

일어나니까 외딴 곳으로 와 있는지라 주변을 살피면서 사태 파악을 하던 그 남자의 앞으로 여자가 걸어간다.

그러자 곧바로 뒤로 움직이지만, 검은 천을 두른 남자에게 막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재밌는 소문을 알고 계시더라고요? 하오문과 천마신교가 결탁했다는..”

“누, 누구..! 제, 제발 살려주세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못..”

손을 비비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남자는 말을 더 이어나갈 수 없었다.

여자의 손에 얼굴이 붙잡혀서 파랗게 질린 얼굴로 몸을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근데, 그건 참 잘못된 소문이에요.. 천마신교와 하오문이 왜 결탁해요?”

“끄억.. 꺽..!”

“하오문이 천마신교를 집어삼키는 것인데.”

...!

여자의 동공에 새겨진 별 문양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 동공을 바라보던 남자는 몸을 부들부들 떨던 몸이 갑자기 축 처지듯 힘이 빠지는 듯했고, 눈의 힘이 풀린 듯 멍해진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봤다.

“당신은 저 하오문주 모연화의 충성스러운 수하에요. 그렇죠?”

“나는 하오문주님의 충성스러운 수하..”

“하오문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기꺼이 바치고, 하오문의 의로움을 주변 사람에게 전파할 거죠?”

“네, 네.”

모연화가 눈을 한번 깜빡이자 남자의 동공에도 별이 잠깐 새겨졌다가 사라진다.

“그러면 이제 돌아가도 좋아요.”

짝-

박수를 한번 더 치자 탁해졌던 남자의 눈빛이 돌아온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이곳을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모습이, 마치 이곳을 여러 번 들락날락 한 것처럼 행동한다.

기절해 있던 다른 남자도 깨워서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하더니 앞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행동했다.

최면.. 같은 건가?

남자의 반응을 보니 저 이상한 눈으로 최면을 거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입으로 하오문주라 말하는 것을 보면, 검은 천.. 천마신교의 신도에게 천마라고 불리는 것도 저 눈의 최면 때문인 듯하다.

자신을 천마라고 인식하게 만든 건가..

“후우.. 저들 말고 다른 이들은 아직 인가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더 올 겁니다.”

“흠, 그래요. 언제나 열심히 해 줘서 고마워요.”

아직 데려와서 최면을 걸 사람들이 있는 듯하다.

그것보다 최면이라니.. 너무나 부러운 능력아니야?

무공의 일종인 건가? 나도 배울 수 있는 거라면 좋을 텐데.

마음 같아서는 달려 가서 저 여자한테 최면에 대해서 마구 물어 보거나 하고 싶지만..

혹시나 내가 최면에 걸리면 어떡해.

단순 무력이면 모를까 저런 종류는 참 애매해서 막 들이대기도 좀 그렇다.

일단은 내가 섣부르게 건드는 것보다는, 나중에 하오문을 잘 아는 남궁연한테 말해주는 편이 좋겠다 싶어 자리를 벗어나려는 순간.

“아, 북해빙궁주 백설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북해빙궁주?

모연화의 입에서 예상치 못 한 사람의 이름이 들려와 자리를 벗어나려다가 다시 멈춰 서서 그들의 얘기를 엿들었다.

“꽤나 순조롭습니다. 보고받은 바로는 북해빙궁주와 꽤나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습니다.”

“그거 참 기쁜 소식이네요. 북해빙궁주와 만나는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천마님.”

“무림맹주 남궁연과 함께했던 그녀가 하오문주와 함께한다면.. 저의 비원을 더욱 빠르게 이루겠죠.”

이미 검은 천으로 가린 상태라 입이 보이지도 않는데, 모연화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서는 작게 호호 하고 웃는다.

“하오문이 무림의 주인이 되는 그날. 그날이 곧 인 거 같군요.”

모연화가 비장하게 말하자 옆에 서 있던 검은 천의 남자가 모연화를 향해 무릎을 꿇는다.

사이비가 교주를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잠시 후 또 다른 검은 천의 남자들이 데려온 사람들에게 최면을 계속해서 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계속해서 훔쳐보다가 잠시 후 몰래 그곳을 빠져나와 남해도로 향했다.

***

곧장 남해도로 떠나는 와중에도 그 최면을 쓰던 하오문주 모연화의 말이 귀에 맴돈다.

북해빙궁주 백설과 꽤나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라..

백설한테 최면을 걸기 위해서 부하를 시켜 뭔가 포섭을 시도하고 있는 건가?

뭔지는 잘 몰라도 나한테는 딱히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아 빠르게 남해도로 이동했다.

배를 탈 필요도 없이 물 위를 날아서 빠르게 도착한 남해도.

남해도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특색 있는 성, 저기가 지도에 적힌 남해검문이라는 곳 같다.

그렇다면 북해빙궁주는.. 남해검문을 중심으로 오른쪽 끝자락, 구석진 곳에서 혼자 은둔해서 사는 듯하다.

저기가, 백설의 집?

지도에 표시된 위치에 있는 집은 저거 하나뿐이다.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새하얀 집.

그리고 집 주변에는 백설.. 이 아닌 웬 남자가 어슬렁거린다.

“백설님. 저에요 유성. 문 좀 열어 주시겠어요?”

남자가 그리 말하며 문을 두드리자,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안에서 북해빙궁주 백설의 모습이 드러난다.

“유성. 오늘도 왔구나.”

유성이라고 하는 듯한 남자를 보자 백설이 옅게 미소 짓는다.

역시 반로환동과 환골탈태를 했는지 말도 안 되게 젊고 이쁘다.

남궁연한테도 밀리지 않는 그런 외모인 건 둘째 치더라도 ..진짜 설녀 아니야?

여기 지역과는 맞지 않는 두꺼운 옷차림과 알비노가 의심될 정도의 새하얀 피부,푸른빛이 살짝 맴도는 새하얀 머릿결부터 온통 새하얗다.

보지털도 새하얗게 되어 있을 것 같네.

안고 있으면 시원해서 기분 좋을 것만 같은 인상의 그녀는 수줍은 미소를 지은 채 유성과 대화를 나눈다.

확인도 안 하고 찾아오는 사람은 다 죽인다는 여자 맞아?

내가 지금 다가가도 저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맞아줄 것만 같은 인상인데.

“오, 오늘도 정말 아름다워요 백설님.”

“그런 인사치례는 됐단다.”

“인사치례가 아니라, 정말 제 감상대로 말할 뿐이에요.”

“정말.. 아, 유성. 오늘도 무공수련이 하고 싶어서 온 것이지?”

“네. 백설님.”

조금 오그라드는 대사를 면전에 대고 막 내뱉는 유성이라는 저 남자가 아마도 하오문주의 부하인 것 같다.

꽤나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지금 백설 그녀와 유성의 사이는 마치 썸타는 사이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그보다 먼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온 것 같구나.”

몸을 숨기고 있던 나를 눈치챘는지 백설이 내 쪽을 살짝 바라보며 나를 향해 손바닥을 내민다.

차가운 냉기가 나를 찢으려는 듯 덮쳤고 빠르게 그 냉기를 피한다.

“한 동안 잠잠하더니.. 또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듣고 나를 찾아오는 모양이구나.”

“잠깐. 잠시 이야기를 조금..”

“문답 무용.”

백설에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유성과 대화할 때와는 다르게 주변 사람을 녹아내리게 만드는 눈웃음 짓는 표정은 마치, 냉기의 화신이라도 된듯 무섭고 날카로운 얼굴이 되어 나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계속된 냉기를 머금은 공격들.

공격들을 전부 막아 내거나 피하다가 백설에게 순식간에 다가가서 그 손목을 낚아챈다.

“.....!”

“이야기 좀 하자고요.”

오.. 진짜 피부가 차가워.

얇은 손목이 아닌 무슨 얼음을 붙잡은 것 같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뭐지?”

자신의 손목을 붙잡은 나를 경계하며 백설이 묻는다.

“남궁...”

“백설님을 놔줘!”

내가 실력자인 것을 알아채고 잠시 경계하며 탐색하는 듯한 백설에게 드디어 이야기를 하나 싶었는데.

유성이 내게 달려들어 공격하기 시작했다.

맨손으로 나를 때려봤자 아프기만 할 텐데.

“으윽!”

별로 무공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유성의 공격은 내력도 별로 실리지 않아서 오히려 나를 때린 유성의 주먹만 다치게 했다.

나를 때린 유성의 주먹에서 피가 흐른다.

“유성..!”

안 그래도 차갑던 백설의 몸이 더욱 차가워지더니 차가운 냉기가 내 손을 얼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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