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5 184.갑자기 천마의 아들이 됐다
늦은 새벽 밤공기가 꽤나 차갑다.
아까까지 카르세린과 격정적으로 섹스를 해서 그런지, 뜨겁게 달궈졌던 몸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느낌이다.
내일 또 일어나서 정신 차리면 원래의 카르세린으로 돌아오려나?
지금은 내 여자니 암컷이니 하면서 내 아이를 임신하겠다고 밑에 깔려 앙앙 울어댔지만, 카르세린이라면 또 아무렇지 않게 원래의 모습으로 행동할 것 같다.
섹스 할 때와 평소의 갭이 꼴리니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긴 하지..
“음..?”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
잠시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자신의 숙소로 돌아온 인혁이 인기척을 느끼고 바로 기척을 숨겼다
이 새벽에 인기척이 느껴질 이유는 없는데,.
아무리 제갈수련이라 하더라도 이런 새벽에는 비무를 신청하러 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혁은 몸을 숨긴 채 숙소 앞에서 느껴지는 기척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했다.
“맹주님?”
“누구..! 아, 그대인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 십니까?”
“그대야말로 왜 이런 시간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 그대의 숙소를 사용해도 되는가?”
지금 내 숙소를 사용하기에는 조금 그런데..
깨끗하게 정리는 했지만, 나와 카르세린의 야한 냄새로 가득 찬 방을 환기시키지는 않아서 후끈한 냄새로 가득할 것이다.
“밤공기도 좋은데 잠시 걸으며 얘기하시죠.”
내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 남궁연을 데리고 숙소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는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근데 정말 신기하고 예쁜 사람이네.
가희나 제갈수련, 당소혜도 이쁘지만, 검후한테서만 느껴지는 조금 더 다른 느낌이 있다.
조금씩 내게 풍겨지는 그녀의 향기부터 신기한 느낌.
꼭 안아보고 싶게 만드는 남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외모부터 몸매가 참으로 자극적이다.
조금만 긴장 풀면 발기해버릴 것 같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 건가? 너무 빤히 보는 군..”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그래서 할 얘기가 무엇이죠?”
본론으로 넘어가니 남궁연이 제자리에 멈춰서 서는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 시선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저번 당운과의 싸움을 기억하나?”
당운이라면..
분명 이상한 웃음소리로 웃던 천마신교의 대장로라고 하던 실눈 캐 노인이다.
“당연히 기억하죠. 바로 엊그제 일이잖아요.”
“그러면 당운이 도망치기 전 마지막으로 하고 갔던 말도 기억하겠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라면..?”
“천마가 그대의 목숨을 직접 취하러 온다고 했던 것 말이다.”
그랬던 것 같기도.. 아니었던 것 같기도..
그 노인한테는 별 관심 없었기 때문에 저 말이 맞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검후가 하는 말이니까 맞겠지.
“아, 네. 그랬었죠. 그래서요?”
내 물음에 남궁연이 고개를 내 어깨를 붙잡고서는 무척이나 진지한 어투로 말한다.
“무림맹에서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정말로 천마가 혼자서 무림맹 방향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천마가.. 말입니까?”
내 어깨를 세게 붙잡던 남궁연이 손을 떼어내고는 팔짱을 끼고는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부각하며 말한다.
“천마 그 미친년이 왜 갑자기 움직이는지는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당운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를 않는다.”
“천마가 지금 오는 이유가 저를 죽이기 위해서라고, 맹주님은 확신하고 있는 건가요?”
“확신이라.. 거의 확신에 가까울 정도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검후가 내게 바라는 것은 대체 뭘까.
내가 천마랑 싸우는 것을 원하나?
아니면 내 목숨을 노리는 천마가 무림맹을 위협하니, 순순히 희생하라고 협박하기 위해서 찾아온 건가?
“그런가요.”
사실 무엇을 부탁하든지 못해줄 것은 없다.
이세계가 만약 무협소설이라고 친다면 최종보스 일 것 같은 천마는, 이 정파의 최강인 무림맹주 남궁연보다 조금 더 강하거나 비슷할 텐데, 그 정도면 내가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희생이든 쓰러트려달라는 것이든 그 대가로 남궁연한테 보지를 대주라거나 등의 부탁을 한다면..
오..
생각만 해도 꼴린다.
열심히 보지 대주는 남궁연을 생각하니 발기를 참을 수가 없다.
“어.. 어읏...!”
내게 뭔가를 말하려던 남궁연이 바지를 뚫고 튀어나오려는 내 발기한 자지를 보고서 놀란 듯 말하던 것을 멈추고 어버버 거린다.
저번에도 저런 반응을 보이더니..
틀림없어, 남궁연은 무조건 적으로 처녀야.
저게 만약 연기라면 무림맹주 같은 것을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연기자를 해야 한다.
근데 아무리 무림인, 여걸에다가 나이가 겉모습 보다는 많다고는 하더라도, 저런 외모를 가지고 처녀일 수가 있는 건가?
그리고 원래 이런 세계는 성행위에 조금 개방적이지 않나?
남녀가 섹스해서 하는 수련 같은 것도 있는 것이 무협세계잖아..!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대는 왜 갑자기 그것을...!”
“그것이라뇨?”
“몰라서 묻는 건가?!!”
남궁연이 내게 역정까지 내면서 씩씩 거린다.
그리고서는 모르쇠를 유지하는 나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고서는, 근처에 있던 벽에 기댄 채 내 얼굴도 보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후.. 아무튼 대체 그대는 어디서 온 거지?”
“어디서 오다니요?”
“시치미 떼지 말 게. 모든 수를 써서 조사해도 정말 갑자기 생겨나기라도 한 것처럼, 그대와 그 세린이라 하는 여자의 대한 어떤 정보도 나오지 않았어.”
당연히 나와 카르세린의 정보를 알아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세계에서 갑작스레 찾아왔으니 쌀 한 톨 만큼의 정보도 찾아낼 수 없을 테니까.
남궁연은 맘마통을 계속 부각하는 자세를 취한 채 말을 이어나갔다.
“그대가 나타나고서 갑자기 몇십년간 큰 움직임이 없던 천마신교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천마까지 무림맹으로 찾아와서 까지 그대를 죽이려 한다... 나는 여기서 크게 이상한 점을 느꼈네.”
“이상한 점이란 것이..?”
남궁연이 내게 가까이 다가와서는 날카롭게 치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대와 세린은 혹, 천마의 숨겨둔 아이들이 아닌가?”
“....네?”
대체 왜 나와 카르세린이 갑자기 천마의 아들과 딸이 되는 것이지?
남궁연의 갑작스러운 말에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남궁연이 살짝 미소 지으며 말한다.
“약관의 나이에 현경을 이룬 말도 안 되는 재능을 지닌 그대를 시기한 천마가 그대의 목숨을 노려, 천마신교의 장로 흑란을 쓰러트리고서 세린, 그녀와 함께 이곳으로 도망쳐 온 것이지.. 안 그런가?”
“대체 뭔...”
“그만. 변명할 필요 없네. 자신의 아들까지 죽이려는 천마 그 미친년의 아들인 것을 숨기고 싶었을 테지. 밝혀져서 좋을 것은 없으니..”
남궁연이 위로하듯이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소설을 많이 읽으셨나? 대체 왜 그런 이야기가 되는 거지?
정말 예상치 못한 남궁연의 말과 추리에 잠시 머리가 띵해지다가, 남궁연이 스스로 이렇게 오해 해주는데 한번 써먹어볼까 싶어서 남궁연에게 장단을 맞춰준다.
“대체 어떻게 알아내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무림맹주시네요.”
“역시 그런가..”
남궁연은 자신의 말이 역시 맞았다고 생각했는지, 살짝 의기양양한 얼굴을 지어보이며 나를 쳐다봤다.
“어머니께서는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는 저를 보며 조금씩 이상한 시선을 보내오셨습니다. 그래서 이대로는 큰일 날 것 같아, 세린을 데리고서 천마신교를 빠져나와 도망쳤던 것이죠. 그 과정에서 하북까지 따라온 흑란을 쓰러트리고 서몸을 은신하기 위해 이곳 무림학관으로 왔습니다.”
꽤나 리얼한 연기력을 선보이자 남궁연이 완전히 속은 듯하다.
애초에 자신이 생각하는 나에 대한 뇌피셜이 사실인 듯 내뱉는 것부터 내가 이렇게 연기하지 않아도 그리 생각했을 것 같다.
천마가 갑자기 엄마가 되었다..!
나중에 혹시 천마를 만나면 남궁연의 앞에서 엄마라고 불러볼까.
천마망..!
꽤나 좋은 어감에다 재밌을 것 같다.
***
“흐음..?”
자신의 앞길을 막는 벌레 같은 것들을 손짓 몇 번으로 죽여 버리고서는 무림맹을 향해 걷고 있던 천마의 몸에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
“천마님..!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천마가 갑자기 오한이 들어 멈추지 않던 걸음을 멈추는 모습을 보고서, 주변에 은신하며 천마를 따라다니던 흑란이 곧바로 모습을 드러내고 천마에게 가까이가 몸 상태를 살폈다.
“아무것도 아니다. 본녀에게 문제가 있어 보이는 가 흑란?”
“아니요. 신과 같으신 천마님께 문제가 있으실 리 만무합니다. 그저 잠시 걸음을 멈추셨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천마는 씨익 웃음 지으며 흑란을 바라보고는 흑란의 무척이나 커다랗고 부드러운 젖가슴 하나를 움켜쥐었다.
“아읏... 하앙..!”
“그래 잘 알고 있구나.”
우악스런 손놀림, 가슴을 이대로 쥐어짜 터트려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은 흉폭한 천마의 손놀림에도 흑란은 기분 좋다는 듯 신음소리를 내보였다.
쾌락 따위 일정 줄 수 없는 천마의 손놀림이었지만, 천마신교의 신과 마찬가지인 천마가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는 것에 흑란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쾌락을 얻었었는데...
왜.. 왜 이전과는 다르지..?
예전에는 천마가 이렇게 자신의 가슴을 만져줄 때면 아프긴 하더라도 강한 쾌락을 느꼈는데, 지금은 쾌락보다도 아픔이 더욱 강하게 느껴져오자 흑란이 이상함을 느낀다.
흑란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 때 인혁과의 만남 이후 남자를 제대로 알아버린 흑란의 몸과 마음은 조금 변화해서 천마가 주무를 때 나오는 뇌 내 마약의 양이 현저히 적어졌다.
“하앗...!”
“흑란. 역시 너의 천박한 가슴은, 주무르는 맛이 있구나.”
“감사.. 합니다아..!”
천마가 좀 더 주무르다가 손을 떼고서 다시 무림맹으로 가는 모습을 보며 흑란도 천마가 주무른 가슴의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살살 주무르며 몸을 다시 숨겼다.
무림맹으로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걸어가던 천마는 오랜만에 들리는 장소를 보고서는 추억에 잠겼다.
과거 현 무림맹주, 검후 남궁연과 전력을 다해서 싸웠던 절벽.
몇십년이 지났건만 그때의 싸움 흔적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남궁연..”
그때는 비슷한 실력과 경지였지만 지금 남궁연과 천마의 경지는 아득하게 차이가 났다.
쾅-
천마가 살짝 내력을 모아 절벽을 밀치듯 손으로 밀어내니 천마의 앞길을 막던 절벽이 그대로 사라졌다.
커다란 절벽을 그저 조금의 내력을 모아서 손쉽게 부수는 것은, 폐관수련을 하며 생사경에 이른 현재의 천마한테는 너무나 손쉬운 일이었다.
“만났을 때의 얼굴이 재밌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