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78 177.천마가 쳐들어왔다!
“스승님...”
분한 지 계속 고개를 숙이고서 들지 못 하고 있는 가희에게 가서 등을 토닥여준다.
완전히 압도적 패배를 당해서 크게 분한 듯하다.
“괜찮아요. 스승님.”
“정말 괜찮아?”
“네.. 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겠죠.”
벽에 눈을 감고서 기대고 있는 제갈수련을 가희가 한 번 쳐다 보더니 무언가 다짐한 듯 주먹을 꽉 쥐고서 나를 바라본다.
패배했다고 절망하기보다는 오히려 호승심으로 가득 차오른 것 같다.
“상대가 그 팽가의 장녀여도 역시 제갈수련인가?”
“문과 무가 전부 뛰어나 하늘에 선택받았다고 하는 이유가 있었구먼..”
멀리서 구경하는 듯한 무림맹의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니, 여기 있는 인물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저 제갈수련이라고 하는 여자 같다.
당소혜가 아니라 저 여자야말로 냉미녀네..
아까 싸움이 시작되고부터 끝나고까지 계속 무표정을 유지하고서 싸우더니, 숨이 거칠어지는 한 이 있더라도 저 얼굴은 바뀌지 않았다.
다른 이가 말을 거는데도 대답도 안 하고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차가워 보이는 여자다.
비무는 계속되었다.
비무가 계속되며 제갈수련은 당연하게 결승에 올라갔고, 나와 카르세린이 준결승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카르세린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 데.”
“뭐지?”
“왜 힘이 조금이지만 돌아왔는데, 마법을 쓰기보다는 이곳 사람들처럼 싸우는 거야?”
나야 뭐 원래 검을 사용하기도 했고 이곳 시선에 맞춰서 싸우는 것이라 쳐도, 카르세린이 그럴 이유는 없다고 생각 했다.
자존심 더럽게 높은 용왕이 마법도 안 쓰고 무인처럼 싸우는 이유가 뭐야.
“이곳은 원래 세계와 달라 마법을 쓰기 힘들다. 아직 힘이 거의 회복되지 못 한 내 상태로는 마법을 쓰는 것이 몇 배는 힘이 든다.”
아직 힘이 회복되지 않은 이 상태로는 지금처럼 싸우는 것이 효율이 좋아서 이렇게 싸우는 것이라고 한다.
이 세계에서는 마법을 쓰는 것이 몇 배나..?
난 마법을 쓸데 몇 배나 되는 마나를 쓰거나 힘들었던 적이 한 번도 없는 데?
“마법 쓰는 것이 힘들면 나는 왜 아무렇지 않아?”
내 물음에 카르세린이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이냐는 듯한숨을 푹 쉬더니 대답한다.
“원래 네놈 정도의 힘에 이르게 되면 그런 영향은 무시한다.”
원래의 카르세린보다는 부족하지만, 나도 어찌 보면 준신급이라는 건가?
신의 분신이긴 해도 신을 쓰러트리긴 했으니까.. 신에 가까워지기라도 한 걸까.
근데 막상 마신이 전력을 다하니 저항도 못 하고 죽을 뻔해서 가늠이 잘 안간다.
“그런데 카르세린.”
“또 뭐냐.”
“내 호칭이 왜 네놈이야? 주인님이라고 해야지. 자궁 츄츄 안 받을 거야?”
멈칫-
비무를 하면서 주먹을 서로 날 리며 떠들고 있었기에 카르세린의 표정이 굳고 귀가 새빨개지더니 갑자기 살기를 마구 내뿜기 시작한다.
그리고서는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담아서 나를 죽일 생각으로 주먹을 내지른다.
“쓰, 쓰레기 녀석..!”
아까 보지둔덕을 찹찹 손바닥으로 치댈 때는 좋다는 듯 대답했으면서, 지금은 나를 죽일 듯 노려 보며 주먹을 휘두른다.
반응이 재밌어 주먹을 한참을 피하며 계속 놀리다가 적당하게 비무를 끝내 승리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제갈수련과의 결승.
“제갈수련! 송인혁!”
호명 되고 나서 비무장 위로 올라가 제갈수련과 마주 보고 섰다.
내 제자를 혼쭐냈으니.. 너도 혼좀 나야지?
저 무표정인 얼굴이 일그러지게 만들고 싶어졌다.
***
“역시 이번 후기지수들은 무척이나 뛰어나구나.”
자신의 시선에 신경 써 비무를 집중하지 못할까 봐 몰래 숨어서 비무를 구경하고 있는 남궁연이 말했다.
비무를 하면서 꽤나 아쉬운 면은 있더라도 하나 같이 우수하다.
그중에서는 남궁연이 후기지수일 시절에 남궁연의 옆에 있어도 밀리지 않았을 이도 꽤나 있었다.
“벌써 화경을 바라보는 건가.”
비무를 보고 있을 수록 만족한 얼굴로 흐뭇하게 쳐다 보면 남궁연이 카르세린과 인혁의 비무를 보고서는 표정이 굳었다.
평범하게 주먹을 나누던 중 카르세린이 살기를 뿜으며 전력을 다해 인혁을 공격하는 모습에서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화경의 경지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저 나이에 화경을 이루는 것은 엄청난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 일.
하지만 남궁연은 화경의 경지로 보이는 카르세린보다는 그 상대인 인혁을 보고 놀란 모습이다.
화경에 가까운 강자가 전력을 다하는 것인 데도, 아무렇지 않게 주먹을 받아내고 피하며 웃으면서 상대 하는 모습.
“송인혁 승!”
마지막으로 비무를 끝내기 위해 적당히 힘 조절을 해서 때리는 듯한 모습에 남궁연은 소름이 돋았다.
대체 저런 자가 어디서 튀어 나온 것이지..?
“그림자. 아직 저 송인혁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조사해나온 것이 없나?”
“죄송하지만. 저자에 대해서 그 어떤 것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림자.
그 누구도 알지 못 하고 무림맹주 외 정말 몇몇만 아는 무림맹의 비밀조직으로 무림의 어두운 부분부터 모든 정보를 꿰차고 있다.
그런 그림자에서 조차 조금의 정보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것인가..”
“무언가 나올지 모르니 조금 더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맹주님.”
“그래. 부탁하지.”
어둠 속으로 스르륵 사라지는 그림자를 보다가 어느새 비무장 위에 올라가 있는 인혁을 다시 주시하기 시작한다.
***
“비무 시작!”
내 제자를 이긴 제갈수련을 혼쭐 내 줄 겸, 검을 뽑다가 눈치챘다.
눈이 안 보이는 건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챌 수 없을 정도, 제갈수련은 눈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슈욱-
제갈수련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게 검을 내지른다.
검을 받아내자 연속해서 내게 초식을 사용하는 듯하다.
오..
확실히 가희보다는 강하다.
눈이 안 보이는데도 가희를 이길 정도라니.. 얼마나 천재인 거야?
괜히 다른 사람들 한테서 하늘에 선택받았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가 있는 걸까.
“너, 눈이 안 보여?”
검을 맞대다가 눈이 안 보이는 건지 확실치가 않아서 가까이 붙었을 때 물어보니, 몸을 흠칫하고 떤다.
“그걸 어찌..”
“그냥 그런 것 같아서.”
눈이 안 보인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던 것일까.
내가 자신의 눈이 안 보인다는 사실을 눈치채자 꽤나 동요하는 모습이다.
괜히 눈이 안 보인다는 것을 아니까 불쌍해진다.
내가 검을 잠깐 내리자 무표정이던 제갈수련이 인상을 팍 찌푸리더니 화난 목소리로 말한다.
“안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해서, 저를 동정하지 마십시오.”
잠깐 검을 내린 것을 느끼고서는 내가 자신을 동정한다고 생각됐나 보다.
“동정 같은 거 안 해.”
“윽..?!”
캉-
제갈수련에게 빠르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손에서 검을 놓치게 한다.
검을 놓쳐도 끝까지 덤벼오는 그녀를 가볍게 땅바닥에 주저앉게 만들고서는 얼굴을 향해 검을 내민다.
“송인혁 승!”
순식간에 아무 것도 못 하고서 패배하자 제갈수련이 크게 놀란 듯싶었다.
“가희를 이길 실력자한테 동정을 할 이유도 할 필요도 없잖아?”
“......”
제갈수련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하고 비무장에서 내려왔다.
비무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지만, 보고 있던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내게 시선을 보내온다.
“스승님 대단해요...!”
가희처럼 선망가득한 시선만 보내주면 참 좋을 텐데.
가희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른다.
“맹주님이 찾으십니다.”
이상한 복장을 한 이가 그리 말 하더니 자신을 따라오라 해, 군소리 없이 그를 따라 검후를 만나러 갔다.
그리고 따라간 뒤 가까이에서 본 검후는.
“오우..”
입밖으로 감탄사가 곧바로 나올 정도로 엄청난 미녀여서 내 좆이 조금씩 반응한다.
비무에서 이긴 나한테 상으로 섹스라도 시켜줄려고 부른 건가?
헛 된 기대를 하며 저 탐스러운 맘마통을 바라보고 있자 검후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대체 정체가 뭐지?”
“정체?”
오옷...!
검후가 갑자기 내게 다가와 내 몸 구석구석을 갑자기 마구 만져댄다.
내 몸을 주무르는 미녀의 부드러운 손길.. 이거 너무 꼴리는 데..
발기할 것 같다.
“환골탈태나 반로환동을 한 것은 아닌 것 같은 데.. 대체 어디서 온 것....!”
내 몸을 만져대다가 발기해서 툭 튀어 나온 내 자지를 보고는 남궁연이 크게 놀란다.
“꺄앗...! 그, 그건..! 갑자기 왜 그러는 거지...?”
“아니, 갑자기 그렇게만져대시니까. 어쩔 수 없이..”
근데 혹시 처녀인가..?
꽤 오래 살아왔을 텐데 발기한 자지 정도로 저런 숫처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꼭 처녀 같다.
“흠.. 흐음.. 방금의 추태는 잊도록.”
그 나이에 꺄앗! 거렸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 하지, 그대는 혹시 사파나 천마신교의 첩자인가?”
“첩자..?”
“아무리 조사해도 그대의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이 무림맹을 치기 위해 몰래 들어 온 첩자인 것이냐?”
“그게 무슨..”
검후가 금방이라도 나를 죽일 수 있다는 듯 기운을 내뿜으며 말한다.
이 세계에서 왔으니까, 조사해도 당연히 아무 것도 안 나오지.
첩자가 아니라고 결백을 증명할 방법은 근데 딱히 없어서 뭐라 말 하기도 애매하다.
갑자기 첩자로 의심하는 것도 괘씸한 데 그냥 강간해 버릴까 생각하고 있으니..
“헉.. 허억.. 맹주님.. 천마가 쳐들어 왔습니다.”
“뭐라..?”
“어서.. 어서 돌아가셔야 합니다.”
갑자기 어떤 사람이 거칠게 숨을 쉬며 뛰어와 천마가 쳐들어 왔다는 소식을 전한다.
첩자로 의심되는 나와 갑자기 무림맹에 쳐들어 온 천마.
두 개의 상황에 혼란스러운지 내 옷깃을 남궁연이 붙잡는다.
“너도 따라와라.”
남궁연의 손에 이끌려서 나도 무림맹으로 갑자기 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