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57 156.제단을 부수고
전지전능하고 영원불멸한 신.
그 본신은 아니어도 그의 분신을 상대하는 것을 앞두고 있는데도 내 몸뚱어리는 마신의 몸을 보자마자 발기 해버렸다.
발기 멈춰!
마음을 어떻게든 제어해서 바지를 뚫을 듯 튀어나온 발기를 천천히 억제하고는 다시 마신에게 모든 집중을 가했다.
저 탐스러운 몸매에 흥분하는 것은 나중에라도 좋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서 저 마신을 쓰러트린다.
싸움은 누가 신호를 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마신이 살짝 손짓을 해 손끝이 살짝 움직이는 것을 본 키리아가 곧바로 아까 날렸던 날을 순식간에 여러 개로 만들어 마신에게 던진다.
푸부부부북-
마신의 몸에 키리아의 날이 수십 개가 박혀서 뭉개진 모습이 되었지만, 마신은 그저 웃으면서 우리에게 달려든다.
마신이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주변에 그저 평범한 땅이나 벽이라고 했던 것들의 모습이 변하며 검은 가시가 되어서 나를 함께 덮쳐온다.
콰앙-!
“으윽..”
“피조물 주제에 몸놀림은 꽤나 빠른 것 같구나.”
마신의 공격을 피하긴 했지만 다리부근이 살짝 스쳤다.
스쳐서 아주 살짝 상처가 났을 뿐인데, 그 주변은 마치 괴사한 듯 검은 반점으로 얼룩덜룩 해져있었다.
감각은... 있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정말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괴사한 것은 아니다.
“괜찮나 용사?”
“어, 너는 괜찮고?”
“나는 멀쩡하다. 용사, 그대가 먼저 쓰러져서는 안 된다. 마신을 쓰러트릴 정도의 큰 피해는 그대만 입힐 수 있을 테니.”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마신의 힘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공격이 크게 상처를 입힐 수 없다고 하는 키리아.
마신의 움직임을 최대한 막을 테니 모든 공격을 다 피하면서 마신에게 일격을 먹여달라고 한다.
그게 말이 쉽냐고..
마신의 장소로 끌려와서 그런지 주변 땅과 벽도 전부 마신이 공격할 수 있는 힘이 담긴 것이다.
그리고 그토록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데.. 제대로 된 공략법이라도 알아야 다 피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그래.”
어차피 못한다고 징징대더라도 남는 것은 죽음뿐이니 그 시간에 발버둥쳐서 마신을 쓰러트릴 생각을 하는 것이 맞다.
“후우..”
잠깐의 심호흡 후 키리아의 신호에 맞춰서 마신에게 달려들었다.
마신은 비이상적인 얼굴이 될 정도로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우리의 공격을 맞받아친다.
***
키리아와 함께 마신과 싸우고 있는 것도 대체 얼마나일까.
체감시간은 일주일은 기본으로 넘도록 싸우고 있는 것 같지만, 막상 하루도 안 지났을 수도 있다.
거기다 조금만 스쳐도 죽음에 가까운 공격들을 피하느라 계속해서 정신을 최고로 집중하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니 급속도로 늙어가는 기분이다.
마신의 공격 하나하나에 주마등이 스윽- 스쳐 지나가는 기분.
그래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싸워 마신과의 싸움에 좀 진전이 있는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모든 공격을 피하고 마신에게 키리아와 함께 협동해 지금은 빈사로 만들었다.
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현실은 호락호락 하지 않은 법.
키리아와 나의 몸에는 마신의 공격에 당해 괴사한 듯 검은 반점이 몸에 수없이 많았다.
반점이 생긴 부위가 고통스러웠지만 크게 절망스럽지 않은 부분은 마신도 꽤나 상처가 깊다는 것.
“다음에는 오른팔이야 마신.”
“피조물 놈이... 기고만장하지마라!!!”
처음에는 행복지수 만땅으로 웃던 마신도 점차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키리아의 공격에는 목 잘린 히드라마냥 빠르게 재생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 공격에는 목 잘린 히드라의 목에 불을 지르는 것처럼 재생이 불가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마신의 몸은 나로 인해서 몸의 몇 부위가 잘라져 있었다.
왼팔, 오른쪽 어깨, 오른쪽 발.
움직이거나 방해하는 큰 상처 외에도 자잘하게 마신의 몸은 잘라져 나가있었다.
잘린 부위에서는 피가 흐르거나 하지는 않고 그저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나있을 뿐이다.
하지만 저렇게 상처를 내놨다고 해서 우리가 유리한 것은 아니다.
아마도 이 다음으로..
“키리아.”
“알고 있다.”
마신의 몸도 크게 망가져있었지만, 키리아의 나의 몸도 망가진 것은 마찬가지.
마신에게 다음은 오른팔이니 뭐니 있는 척은 해봤지만, 딱 거기까지 사실 지금은 서 있는 것도 힘든 상태다.
거기다 정신력도 거의 바닥을 치는 것을 억지로 끌어내는 수준이라 더 시간을 끌며 싸울수록 마신이 유리해질 뿐이다.
이번 턴에 모든 힘을 다 써서 쓰러트려야 한다.
꿀꺽-
없는 힘을 쥐어짜 검을 고쳐 잡고 자세를 취하다 키리아와 함께 마신에게 돌진한다.
파바바박- 콰앙-
달려드는 우리에게 마신이 우리를 찌르는 검은 가시들을 피해내고서 키리아가 만들어낸 칼날로 마신의 움직임을 잠시 봉쇄함과 동시에 내 일격을 먹인다.
억지로 공격을 먹이느라 중심이 무너졌지만 한발로 빠르게 착지하는 순간 몸을 틀어 마신의 가슴부위부터 오른팔까지 검을 휘둘러 오른팔을 베어내는 것에 성공한다.
가슴부위가 베어져 휘청이는 마신.
이대로 밀어붙이기 위해서 마신에게 키리아와 나의 칼날이 함께 박히려는 순간.
“피조물들이!!!!”
마신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그 이후 마신의 몸주변에 검은 가시가 둘러지더니 폭발하듯 우리에게 검은 가시들이 날아온다.
콰아아아아앙-
날아온 검은 가시들을 최대한 막아내고 피해봤지만 중요부위를 최대한 막다보니 앞면의 팔과 다리가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다.
보고 있자면 환 공포증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비주얼,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키리아도 마찬가지였다.
“하아.. 하아... 피조물.. 피조물 따위가!!!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죽어 라는 단어만 대체 몇 번을 외치는 것인지 누가보면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줄 알겠다.
몸에 구멍이 송송 나서 머리가 어지럽고 검의 무게가 무겁다고 느껴질 만큼 팔의 힘이 들어가지 않아 끝났다 생각했는데, 마신이 저 지랄을 하는 것을 보고,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아까 웃던 모습과 달리 지금 모습은 그저 약한 동물이 몸의 부피를 키워 강해 보이려는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숨소리도 거칠어졌고 무엇보다 키리아와 내가 빈사의 상태임에도 전혀 먼저 공격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신도 이제 정말 한계구나.
그 생각이 머리에 꽂히는 순간 몸은 저절로 마신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검을 드는 것만으로 힘을 다 써 검을 드는 오른손 말고는 힘이 빠져서 흐느적거리는 왼팔을 생각할 생각도 없이 무작정 달려들었다.
슈욱-
달려드는 나를 보며 경악한 얼굴을 하고서는 검은 가시를 내게 날린다.
아까 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수의 가시, 그리고 힘.
그런 가시를 검으로 받아내 튕겨낸다.
카아앙-
“크윽....”
“피조물.. 피조물.. 피조물....”
정말 별거 없는 공격을 맞받아친 것뿐인데 몸의 중심이 흔들려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리가 풀린 것인지 힘을 줘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피조물을 연신 중얼거리며 내게 웃으면서 다시 날아오는 검은 가시를 보며 좆 됐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뒤에서 칼날 3개를 만들어 온 키리아가 그대로 칼날을 휘두른다.
처음 수십 개를 만들었을 때보다도 훨씬 위력이 약하고 크기도 우람하지 않고 작은 칼날.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은 칼날을 모든 힘을 끌어내 사용한다.
키잉-
키리아의 칼날이 날아와 검은 가시를 튕겨내고.
“커억...!”
또 하나의 칼날이 날아와 그대로 마신의 입부터 목을 관통한다.
“어걱.. 어거걱....”
아까보다 위력도 크기도 작아진 키리아의 칼날임에도 마신은 칼날을 없애지 못하고 재생하지도 못하고 있다.
입을 통해 목을 관통한 칼날을 보며 허둥지둥하는 사이 마지막 하나의 칼날을 마신의 눈에다 박아버린다.
푸슈슉-
“어극.. 그어어억....”
마지막 칼날을 마신의 눈에 처박아버리는 것과 동시에 키리아의 눈이 풀리더니 그대로 앞으로 쓰러진다.
재생을 못 해서 허둥지둥하는 마신을 쓰러트릴 수 있는 것은 지금 뿐이다.
“후.”
풀린 다리를 정말 억지로 일으켜 세우듯 일어서자 미친 듯이 후들거린다.
눈앞이 흐리고 몸은 비명을 지른다.
한계에 도달했는지 앞에 보이는 것이 마신인지.. 아니면 죽기 전 꾸는 꿈인지도 분간이 안 갈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눈앞에 보이는 마신에게 검을 휘두른다.
서걱-
“...ㄱ.....억.....”
언뜻보면 마신의 몸이 반으로 잘리는 것처럼 보인다.
마신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지만 목소리도 점점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검을 휘두른다.
서걱-
땅에 쓰러져 있는 마신의 몸을 다시한 번 두 동강 내듯 베어버린다.
그리고 계속해서.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왜 내가 검을 휘두르는 것인지 조차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무아지경의 상태가 되어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다가 한 순간 눈앞이 암전했다.
암전하는 순간 쩌저적- 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그 이후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 기분인데 검을 휘두르고 있던 나는 땅바닥과 앞면을 전부 맞대듯 앞으로 쓰러져있었다.
휘두르던 검은 내 바로 옆에 함께 널 부러져 있었고 마신의 분신은 없어진 상태로 내가 지금 마신이 만든 공간이 아닌 제단으로 이동되어있단 것을 알 수 있었다.
“깨어났나.. 용사.”
“ㅋ........아.....”
제단의 방, 벽에 기대고 앉아 있는 키리아를 확인하고는 키리아의 이름을 말하려고 했지만, 성대라도 다친 건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무리해서 윽.. 말하지 마라, 꼴이 말이 아니니..”
꼴이 말이 아닌 것은 자기도 마찬가지면서.
“내가 쓰러진 뒤로 마신을 쓰러트린 것 같구나.”
내 몸을 부축하며 나를 살짝 일으켜 세워 벽에다 몸을 기댈 수 있게 해준다.
몸이 축 늘어진 채 땅바닥에 손을 대더니 제단이.. 이 방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 제단만 부숴버리면 정말....”
내게 아주 예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한다.
균열이 일어나던 제단은 마치 바스라지 듯 천장부터 사라지기 시작했고 깊디깊은 이곳 천장이 뚫려 마왕성에 우리가 있는 이 제단과 직통되는 싱크홀이 생겼다.
제단은 전부 바스라지고는 내가 기대고 있던 벽도 흙더미가 되어버렸다.
뻥 뚫린 천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키리아.
마신을 쓰러트리고 제단을 부순 것이 꽤나 감격스러운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안심이 된 것일까.
눈꺼풀이 점점 감겨 와서 스르륵 감기는 눈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잠 들었다.
***
“벌써 움직여도 돼요? 좀 더 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멀쩡하니까 걱정 마. 세레스티나가 제대로 치료 해줬거든.”
나를 걱정된다는 듯이 쳐다보는 시아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몸을 가볍게 움직인다.
괜찮다고는 해도 내가 걱정된다는 듯 시아가 내 곁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내가 눈을 뜬 것은 내가 키리아의 눈물을 보며 잠든 그날 이후로 일주일이라고 한다.
일어나자 눈을 뜬 것은 내가 사용하던 용사파티의 쉼터, 그 곳에서 나는 일어났다.
처음에는 마신과의 결전 전에 두려움으로 인한 긴 꿈을 꾼 것이 아닐까 생각 되었지만, 몸에 감긴 붕대와 움직일 때마다의 고통이 꿈이 아니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
“마왕이 데려다 줬다고?”
“네.”
내가 어떻게 여기서 일어났나 싶어 물어보니 키리아가 나를 직접 데려다 줬다고 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큰 부상을 입어 보이는 마왕이 나를 안아서 연합의 사이로 대놓고 걸어와 자신들에게 나를 던져주고 갔다고 한다.
내 부상이 워낙 심해서 내가 기절한 일주일 동안 세레스티나가 24시간 붙어 치료해도 상처가 잘 호전 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일어난 뒤에도 한 주는 더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있었어야 했다.
아직도.. 몸이 완전하지는 않아 서 있는 것도 힘들지만, 빠른 재활을 위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가 일어나 마왕이 나를 왜 데려다준 것인지에 대한 자초지종을 전부 설명하자, 연합도 이제 마왕의 대한 위협이 사라졌다는 것을 이해하고 천천히 경계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대로 나도 아내들의 품으로 돌아가도 되기는 하지만...
이대론 못 돌아가.
하루빨리 재활을 끝내고 마왕성을 찾아가 키리아를 만나야한다.
키리아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다주며 내가 다 낫게 된다면 꼭 마왕성으로 찾아오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 말한 이유가 무엇일까... 왠지 알 것 같았다.
“흐흐흐...”
몸은 아프지만 웃음이 새어나온다.
몸만 다 낫게 되면 키리아와...
기대감으로 불알이 떨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