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113.용사들 (1)
용사로 소환된 여자와 남자의 이름은 각각 유시아, 우민건.
부모님들 간에 사이가 좋아 어렸을 때부터 아는 사이였던 둘은 사이가 좋았다.
아니 좋았었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성이지만 단짝친구, 베스트프렌드라고 해도 다름이 없을 정도로 친했는데 중학생이 되고부터 엇갈리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비트코인.
민건의 부모가 예전에 어쩌다 얻어놓고 쓰지 않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며 벼락부자가 되어버린다.
경제적으로 크게 좋지 못했는데 하루아침에 졸부가 되어버리더니. 사람이 변한 듯 똑같이 경제적 형편이 크게 좋지 않던 시아의 부모와 가족을 깔보기 시작했다.
한창 사춘기인 민건도 순식간에 엄청난 부자가 된 사실을 떠벌리고 다니며.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시아에게 자랑과 관심을 표출하듯 시아에게 돈 자랑, 비교를 하며 시아를 알게 모르게 무시하는 모습으로 대했다.
표현방식이 서투른 각 사춘기에 접어든 남학생의 관심표출을 같이 사춘기를 겪고 있던 여자가 이해 해줄리 없다.
시아도 민건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변한 민건을 시아가 상대하지 않으면서 둘의 사이는 자연스럽게 멀어져 갔다.
그리고 고등학생 2학년이 된 지금.
“유시아! 오늘 끝나고 뭐해?”
“끝나고 아마 독서실?”
“이 기지배, 머리에는 공부 밖에 없나? 그렇게 예쁜 얼굴 공부에만 쓸 거면 그냥 나줘라!”
전교1등, 성격 좋고 예쁘기까지 다른 학교에서도 유명한 미녀. 그게 지금의 유시아다.
갈색의 어깨보다 조금 더 길게 내려오는 헤어스타일. 기초화장만 하고 다니는데도 연예인 뺨치는 얼굴을 한 유시아는 지금 다니는 고등학교의 최고 인기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비하면 우민건.
비트코인으로 풍족했던 삶은 고1이 끝날 시기에 부모님이 사업을 말아먹으며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자신은 어차피 평생 놀고먹을 것이라 생각하던 민건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
집안은 평균 적인 다른 집안보다도 못 살게 되었고 아무것도 안하고 펑펑 놀던 민건에게는 시아와 다르게 미래란 것이 없었다.
공부는 해본 적도 없고 하려고도 하지 않고, 키,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다른 것에 특출 나게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이 고등학생에게 재밌는 것이라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유시아와 친했던 과거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거나 학교에서 마주치며 사귀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흐아..! 드디어 끝났네!”
야자시간을 알차게 잠으로 때운 후 기지개를 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지만 아무도 없다. 어둑어둑해진 밖과 교실 안에 혼자 있으니 왠지 으스스해서 빠르게 가방을 챙겨 하교한다.
“좀 깨워주지 버리고 가냐?”
“너무 푹 주무시길래 깨워드릴 수가 없었네요! ㅋㅋ ㅈㅅ!”
개 같은 놈.. 어..? 유시아 아냐?
친구의 장난 가득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하교하던 중. 혼자 횡단보도 앞에서 책을 읽으며 걸어가는 유시아를 발견한다.
진짜 이쁘네..
말이라도 걸어 보고 싶지만 그럴 엄두가 안 나서 그냥 슬쩍 쳐다보다가 가려고 하는데..
-부우우웅!
책을 보며 천천히 횡단보도를 걸어가던 유시아를 향해서 멀리서부터 라이트도 키지 않은 차가 가까워지는데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온다.
“유시아! 피해!”
이대로 가면 부딪칠 것 같아 소리 지르며 피하라 외쳐도 귀에 뭔가를 꽂고 있는 것인지 말을 듣지 못한다.
이런..!
유시아도 차를 못보고 차도 유시아를 못 본건지 차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아 가방도 내던지고 빠르게 횡단보도를 향해 달려간다.
“유시아!”
-끼이이이이익!
뒤 늦게 브레이크를 밟아보지만 차는 멈추지 않았다. 몸을 던져 유시아를 밀쳐내는 순간 그제서야 차를 눈치 채고 놀라던 유시아의 표정을 봄과 동시에 민건의 눈앞이 어두워졌다.
-쾅!
***
“으으...!”
몸을 어디에 얻어맞은 것처럼 아픈 통증을 느끼며 일어나는 민건. 일어나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이 밀쳐냈던 유시아를 찾는다.
“유시아!”
땅바닥에 쓰러져있는 유시아를 확인하며 숨도 쉬는 것을 확인하고 멀쩡해 보이는 유시아를 흔들어 깨운다.
“으....”
흔들어 깨우자 자신과 눈이 마주치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시아.
“우...민건?”
시아가 멀쩡하게 일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자신의 이름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것과 자신이 지금 목숨을 구해준 것을 보고 망상을 펼치기 시작한다.
망상을 펼치던 민건을 이상하게 쳐다보던 시아가 주변을 둘러보지만. 밤이긴 해도 이상할 정도로 어두컴컴한 주변을 이상하게 생각하던 중.
-번쩍
““!!!!!!””
둘의 뒤에서 빛이 번쩍하더니 스포트라이트로 비추는 것처럼 천장에서부터 빛이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를 비추기 시작했다.
도저히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자태. 인자한 얼굴로 미소 짓는 그 모습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두 분은 이세계의 용사로 선택되셨습니다.”
여자의 말에도. 여자의 모습에 넋이 나가있던 두 사람에게. 여자가 정신 차리라고 하듯 박수를 한번 치고서는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저는 당신들이 살던 세계와는 다른 이세계 헤븐의 여신입니다. 부디 용사가 되어 마왕을 물리쳐 주세요.”
뭐, 뭐야... 이거 진짜야?
평소 애니나 만화를 많이 보던 민건은 이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기 시작하더니 자신이 이세계 전이라는 것을 직접 현실로 경험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흥분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시죠?”
하지만 그런 것을 하나도 모르는 유시아에게는 민건과 다르게 너무나도 이해 안 되고 수상한 상황. 그런 유시아를 향해 이해한다는 듯 여신이 미소 지으며 천천히 둘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자신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사의 그릇이란 것과 이세계의 상황. 그리고 두 사람이 여기 오게 된 상황 등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원치 않는다면 거부하고 안식을 취해도 좋다고 하는 여신의 말을 듣고. 이런 기회를 절대 거부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용사가 되는 것을 수락한다.
“으으으...”
거부하면 그대로 죽어버리는 건가..? 다른 세계에서 괴물과 싸우고 물리쳐야 한다는 것을 크게 고민하던 시아도 결국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싫어서 여신의 부탁을 수락한다.
여신이 박수를 치자 주변이 흔한 원룸처럼 변하더니 문을 가리키며 말한다.
“준비가 되시면 함께 이 문 너머로 가시면 됩니다. 두 분을 도와줄 동료도 준비가 되어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서는 시아와 민건 둘이서 얘기를 나누도록 배려해주는 듯 사라졌다.
“......”
“......”
여신이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단 둘이 이런 상황이 되니 무척이나 뻘쭘하다.
“고마워.”
“으, 응?”
“나 구해주려고 했다면서? 고마워.”
“그.. 구하지도 못했는데 뭘..”
시아의 감사인사와 함께 어색했던 분위기가 조금씩 풀어지듯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예전과 같은 관계가 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시아와 대화하는 지금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 민건.
“그.. 이런 내용은 내가 잘 알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마 내가 도와줄게.”
이런 건 분명 완벽한 이세계 치트 클리셰라고.. 멋진 모습 잘 보여서 하렘을 차리거나.. 시아랑도.. 흐흐흐!!!!
민건이 행복한 망상을 하는 동안 시아도 불안한 마음이 많이 가라앉은 듯 민건과 함께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잠깐..!”
문고리를 잡으려 하자 앞에 여신이 뿅하고 나타나 두 사람을 가로막는다.
“이 얘기를 안 해줬네.. 최초로 생긴 두 명의 용사라서 제 힘이 반으로 갈라져 들어갔을 거 에요. 힘을 합치면서 함께 잘 나아가야 합니다.”
“꼭 마왕을 물리치시기를.. 행운을 빌어요!”
그리고서는 다시 사라지는 여신. 처음의 모습과 다르게 허당 끼가 살짝 있는 여신의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하다가. 다시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문을 연다.
와아....
문 안에서 무언가 일렁이는 모습을 보며 천천히 발을 내딛는 민건. 판타지 세계로 간다는 기대감을 품고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문 너머로 사라진다.
“......”
사라진 민건을 보다가 심호흡을 하고 민건을 따라서 시아도 함께 문너머로 사라진다.
***
“야호!!!!!”
뭐가 그리 신나는지 방방 뛰는 민건을 시아가 이상하게 쳐다본다.
대체 왜 신난 거지?
이런 상황에 신날 수가 있는 건가? 지금은 별로 얘기도 하지 않는 사이임에도 자신을 구하려 목숨을 건 민건에게 살짝 호감을 느꼈지만. 갑자기 이상한 얼굴을 하고 멍을 때리거나 이런 상황에서 신나 하는 모습을 보니 이해 할 수가 없다.
민건이 방방뛰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을 때 주변을 살피던 시아가 앞에 서있는 두 사람을 발견한다.
우와...
핑크머리를 해서는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믿을 수 없는 몸매와 미모의 핑크머리의 영화 같은데 나오던 수녀의 복장을 한 여성.
훤칠한 키와 떡 벌어진 어깨 몸매와 비율, 그리고 아주 잘생긴 얼굴을 한 금빛의 눈을 한 검은색 머리의 남성.
자신도 꽤나 뛰어난 외모인 것을 시아도 알고 있지만. 연예인이나 그런 것보다도 비견되지 않는 얼굴을 한 두 사람을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 분이 여신님이 말하신, 저희를 도와 마왕을 물리쳐줄 동료 분이신가요..?”
시아가 두 사람을 쳐다보며 말하자 왠지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남자가 뭔가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시아에게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네 맞습니다.”
그리고서는 흥분해 있던 민건과 자신을 데리고 함께 계단을 오르자 외국에서나 있을 법한 엄청난 궁전이 나온다.
우와아.....
벌써 몇 번이나 놀란 것인지 모르겠다.
자신이 정말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에 온 것인지 아직도 믿을 수 없는 시아. 하지만 여신이 보여준 것과 지금 보는 것들이 절대 거짓이 아니라고 설명해주는 듯하다.
“용사님들을 데려왔습니다.”
무척이나 큰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넒은 공간에 5명의 사람이 서있고 딱 봐도 왕으로 보이는 하얀 수염이 무척이나 기다란 남성이 왕좌에 앉아있었다.
“으핫..! 진짜.. 진짜다..!”
엄중한 분위기도 파악 못하는지 계속해서 흥분해 있는 민건의 모습이 부끄러운 시아. 알현실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민건을 쳐다보지만. 오는 길에 자신의 이름을 인혁이라 소개한 남자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얼굴을 찡그리며 민건을 쳐다봤다.
그냥 저 여자만 데리고 오지. 딱 봐도 분위기 파악 못하는 저 녀석을 왜 용사로 임명한 거야 여신은?
왠지 저 녀석으로 인해서 험난해질 모험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온다.
아내들이 보고 싶다....
머리가 아파서 그런지 더욱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