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73.공작은 두사람의 노예가 된다
필리아와 키스를 하며 아이리스를 슬쩍 바라본다.
자신이 노예를 자처하면서 까지 필리아를 나한테서 벗어난 자유의 몸으로 만들었는데도, 필리아가 내 명령에 따라서 안긴 다음 키스를 하는 모습에, 당혹감과 비슷한 여러 가지 감정이 크게 섞여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느껴진다.
정말이지 지금 아이리스의 얼굴은 쾌락의 울부짖는 노예의 얼굴도 아니고, 베네치아 공작의 위엄 있는 얼굴도 아니다.
지금 필리아의 모습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아이리스를 만나면서 한 번도 볼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런 표정을 지으며 입에서 지금까지 머금고 있던 정액이 뚝 뚝 떨어지는 모습이 꽤나 야하다.
“츄웁..♡ 하읍...♡ 츄릅..♡ 츕..♡”
지금 아이리스의 마음은 생각지도 못하고, 내 혀와 입 안을 할짝거리며 나한테 더욱 밀착하는 필리아.
아이리스가 있는데도 스위치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나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얼굴을 한 암컷의 모습.
“후.. 필리아, 아이리스도 있는데 정신 좀 차려야지?”
“츄우.....!”
나한테 달라붙어 끈적하게 키스하던 필리아가, 아이리스의 이름을 들으니 조금 정신 차린 듯 고개를 천천히 돌려 아이리스를 쳐다봤다.
“어, 어머니...”
“....필리아 결투의 대가를 해제했는데 왜...”
아이리스가 무척이나 슬프고 창백해진 얼굴로 필리아를 보며 말했다.
“그, 그건..”
아이리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런 짓을 하는 게 꽤 죄책감이 들었는지, 선뜻 말을 못하는 필리아.
오해라고는 하지만 필리아의 어린 시절을 망친 장본인 인데..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 않나?
“흐읍...! 츄.. 츄...♡”
나는 다시 필리아한테 강제로 키스한 다음 혀를 섞다가, 입을 뗀 다음 그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리스가 너를 위해서 한 짓이라고는 하지만.. 너한테 했던 짓이 정당화 되지는 않아 필리아.”
“......”
“너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어, 그저 필리아가 지금까지 받은 고통만큼 아이리스한테 돌려주는 거니까.”
“내가 받은 고통만큼 어머니께...”
자신이 아이리스한테 당했던 짓을 눈을 감고서 다시금 생각하는 필리아.
자신을 위하는 모습의 살짝 감화되어서 죄책감을 가졌지만, 아이리스가 자신한테 했던 짓을 상기하니 다시 아이리스의 대한 감정이 다시금 나빠지는 듯하다.
“나를 위한 짓이라..”
필리아가 작게 실소하더니 아이리스를 차갑게 바라본다.
“저한테 했던 짓이 전부 나를 위한 것이었나요 어머니?”
필리아가 묻자 살짝 당황한 얼굴을 한 아이리스.
“그래요 필리아.. 잘못된 건 이제 저도 알지만... 전부 당신을 위한.....”
“잘못되었어도 저를 위한 것이라고 하면 제가 용서해야 하나요?”
“피, 필리아..”
“어머니한테는 별거 아니었겠지만 제가 받은 고통은.. 지금 어머니가 저를 보며 느끼는 감정의 수백 배는 될 것이라 생각해요.”
“......”
아이리스가 할 말이 없는지 그저 슬픈 얼굴로 필리아를 쳐다본다.
필리아는 그런 아이리스의 얼굴에는 별로 신경도 안 쓰고, 내 가슴팍에 손을 올리고서 아이리스를 보며 말을 이어나간다.
“결투의 대가를 해제했는데 제가 이 남자한테서 왜 벗어날 생각을 안 하는지가 궁금하신 거죠 어머니?”
필리아의 물음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아이리스.
그런 아이리스를 비웃듯이 필리아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한다.
“저는 이 남자.. 아니 여보를 사랑하니까..”
“!!!!!!”
나한테 여보라는 호칭과 나를 사랑한다는 말에 아이리스가 아주 놀라서 두 눈이 커진다.
“결투의 대가도.. 아무상관없어요 사실.. 전부 어머니를 속이기 위해 즉석으로 지어낸 거짓말이었는데.”
내 품에 얼굴을 비비면서 나를 치켜뜨듯이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한다.
“너무 잘 속으시더라고요..”
“......”
필리아의 말에 아이리스가 고개를 떨구는 모습, 그리고서는 몸을 조금씩 부들부들 떨더니 천천히 입을 열어 말한다.
“대체 왜.. 저를 속인 것 이죠 필리아...?”
떨리는 목소리로 필리아한테 말해보지만 필리아는 대답하지 않는다.
저 대답에는 내가 직접 대답하라는 듯 내 눈을 바라볼 뿐이다.
“저에게 과거의 대한 속죄를 하라고 그냥 말로만 했어도 저는.....”
“내가 속이자고 했으니까.”
내 말을 듣고 흠칫 놀라더니 떨군 고개를 원래대로 돌려서 나를 무섭게 노려본다.
“노예가 그런 눈빛을 해도 되는 건가..?”
내가 장난스레 한 말에 아이리스가 살기까지 내 뿜는다.
여신의 종이에 의한 계약 때문에 나한테 어떤 피해도 못 끼치다 보니, 저런 살기도 귀엽기만 하다.
“왜.. 대체 왜...?”
“너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거든 아이리스.”
“고작.. 고작 그런 이유로 필리아까지 이용해서....”
“필리아를 이용하다니? 필리아가 스스로 나에게 도움을 준거지..”
필리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터벅터벅.. 발소리를 크게 내며 아이리스한테 싱긋 웃으며 다가가자,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는 아이리스.
뒷걸음질 치는 아이리스의 어깨를 꽈악 붙잡고서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너가 좆같으니까.. 자신을 학대하고 괴롭힌 자신의 엄마 아이리스 베네치아, 너가 너무나 싫으니까 나한테 스스로 도움을 준 거야.”
아이리스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대고 귀를 혀로 살짝 핥아준다.
“흣...!”
“너는 자신을 딸을 위하는 어머니.. 딸을 위해서 노예가 될 수 있는 그런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거지?”
귓속말로 속닥이듯 아이리스한테 말하니, 아이리스가 벗어날려는 듯 나한테 잡힌 어깨를 붙잡아보지만, 내가 행하는 짓을 거부할 수 없기에 아무리 강한 힘을 가졌어도 내 손을 떼어내지 못한다.
“근데 그거 알아? 그거 그저 자위하는 거야, 필리아를 위해서 뭐든 할 수있다.. 나는 좋은 어머니다 라고 생각하며 자위하는 거라고..”
“다, 닥쳐어....!!!”
내 말에 소리 지르는 아이리스. 아니 소리밖에 지를 수 없다고 해야 하나?
“필리아를 자유의 몸으로 풀어주면서 딸과 화해하고, 나의 노예가 되어 쾌락에 젖어서 행복하게 사는 그런 걸 기대했어 아이리스?”
“딸을 학대하고 지금 너의 주인을 죽이려했던 짓을 그렇게 쉽게 용서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거야?”
아이리스를 꽈악 끌어안은 다음 엉덩이를 터질 듯이 세게 쥐어서 잡는다.
“흐읏...!”
“천만에 아이리스.. 너는 용서받을 수 없어.. 너가 한 짓을 정말 그렇게 쉽게.. 좋게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내 말을 들을수록 아이리스가 내뿜던 살기가 사라지고 얼굴에는 점차 절망만 드리워진다.
“나와 필리아의 아래에서.. 노예가 되어 속죄하는 것.. 그것만이 아이리스 너가 우리 둘한테서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이야.”
“......”
내가 아이리스를 안고 있던 팔의 힘을 놓으니까, 다리에 힘이 없는 듯 털썩 주저앉은 아이리스.
주저앉은 상태로 아무 대꾸 없는 아이리스를 뒤로 하고 필리아를 부른다.
“그렇지 필리아?”
말없이 아이리스와 나를 쳐다보던 필리아가 다가와서 주저앉은 아이리스를 쳐다본다.
자신을 바라보는 필리아를 절망으로 공허해진 눈으로 시선을 마주하는 아이리스.
그런 아이리스의 얼굴에 더한 절망감을 심어주듯 필리아가 내 말에 대답한다.
“응.”
...쿵! 필리아의 확인사살과도 같은 대답에, 심장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 아이리스.
나를 속인 저 남자의 말을 인정하기 싫었는데.. 사랑하는 자신의 딸까지 그의 말에 긍정한다.
노예가 되어서 속죄하라는 말에 말이다..
필리아까지 긍정하는 것을 보니까 저 남자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저 남자의 노예가 돼서 굴욕적이지만, 그 쾌락으로 점점 변해가는 머리로 나는 그저 자기위로 했을 뿐이라고.. 내가 한 짓만큼 고통 받을 생각도 없던 이기적인 년이라고..
“하하.....”
아이리스가 자기도 모르게 실소했다.
뭘까.. 인정하고 나니까 저 남자와 필리아가 나를 속여서 들던 배신감등과 같은 감정이 싹 사라지고, 둘 한테 죄악감, 죄책감 등만 더욱 커진다.
아이리스는 지금 자신의 딸과 평민의 노예가 되는 것의 대한 굴욕, 치욕 같은 감정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저 남자가 말한 대로 노예가 되어서 속죄하고 싶다는 마음만이 커진다.
저 남자와 한 계약 때문에 어차피 거스르지 못하는 노예나 마찬가지인데.. 차라리 잘 된 것일 수도 있다.
아이리스의 공허한 눈과 절망적이던 얼굴은 점차 사라져간다.
그 얼굴은 점점 둘의 노예가 되어 속죄하겠다는 노예의 얼굴이 되어간다.
“표정을 보니 뭔가 마음을 먹었나 보네?”
웃으며 말하는 남자.. 아니 이제 진정한 나의 주인님인 그가 웃으며 말하자 아이리스가 대답한다.
“노예로.. 둘의 노예로서 제가 저지른 짓을 속죄하고 싶습니다.”
아이리스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필리아 그렇다는데.. 노예로 받아줄거야?”
“음... 어머니를 내 노예로 삼는다라..”
고민하는 필리아를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이리스.
그런 아이리스의 얼굴을 보며 필리아가 씨익 웃으며 말한다.
“나쁘지 않네.”
필리아가 아이리스를 보며 웃는 모습.. 순간 지금까지 필리아를 보던 모습 중, 소설 속 묘사되던 필리아의 모습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니지.. 어쩌면 나로 인해 변했던 본성이 나온 건가..?
내가 떠밀긴 했지만 아이리스를 닮아서, 필리아도 역시 만만치 않게 미친년이긴 하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만 말이야.
나는 음흉하게 웃으며 아이리스를 보며 말했다.
“아이리스 노예가 된다고 했으면 저번에 나한테 노예 선언했던 것처럼 해야지?”
내 말에 아이리스가 얼굴을 붉히며, 주저앉은 상태에서 몸을 살짝 꼼지락 거리다가 대답한다.
“...네.”
그리고서 옷을 천천히 벗은 다음, 옷을 다소곳이 접어 자신의 옆에 둔다.
알몸이 된 아이리스가 우리 둘을 무릎꿇은 채 쳐다보다가, 앞으로 두 손을 내민 다음, 그 위에 머리를 올려 그대로 우리 둘한테 절을 한다.
“두 분의... 노예가 되어서 속죄하겠습니다....”
필리아의 어머니이자 제국의 공작 아이리스 베네치아는 그 자리에 더 이상 없었다.
나와 필리아의 순종적인 노예가 한 마리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