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54.이 화를 어찌풀리
“평민 주제에 영광은...”
아이리스가 비웃듯이 뒤 돌아섰다.
그냥 평민인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마음에 안 드는거 같으니 가만히 있자.
괜히 신경써주다가는 나만 손해다.. 내 멘탈이 못버티고 폭주할 것 같다.
“씨..발련..”
아이리스가 못 듣도록 아주 작게 욕하고, 내 실력으로 아이리스를 좀 놀라게 해줄 생각이었다.
에리스보다 강한 것같으니 이길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살짝 놀라게, 평민이 꽤 괜찮은 실력을 가졌네요..? 같은 반응을 하게 만들려 했는데...
-빡!
“....커억...........!”
한 대
시작하자마자 봐주는 것 없이 들어온 아이리스가 칼등으로 내 배를 향해 휘두르는 검을 막을 수도 없이 그대로 맞고 멀리 날라 갔다.
아이리스와 대련을 하게 된 나는 그래도 살짝은 비빌 수 있을 줄 알았다.
내 스텟이 낮은 것은 아니니까. 거기다 에리스도 칭찬한 내 전투센스를 믿었다.
그런데 검으로.. 그것도 칼날이 아닌 칼등부분으로 배를 한번 맞은 것으로 이 상태라니...
너무 강해서 오히려 헛웃음이 나올 지경..
그런 나에게 숨 쉴 시간도 줄 생각이 없는지 아이리스는 그대로 검기 같은 것을 나한테 쏘아댄다.
-콰아앙!
두 대
몸도 추스르지 못한 채로 맞은 아이리스의 검기를 맞으니까 온 몸에서 위험 신호를 보낸다.
이대로 더 맞으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다는..
“커흡.. 큭...”
기침을 하니까 입안에서 피도 나온다.
씨발 이게 뭔 가르침이야.. 죽이려는 거지..
그걸로는 성이 안차는지 아이리스는 아까와 다르게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냥 개미를 밟아 죽이는 것과 같이 무표정한 눈으로 말이다.
“으윽... 시파알....”
몸을 추슬러서 아이리스를 막아야하는데 아이리스한테 맞은 겨우 두 대로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를 않는다.
어지러워서 눈을 깜빡 깜빡하고 뜰 때마다 아이리스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아이리스가 내 앞에 온 순간.
-쩌억!
세 대
그대로 내 턱을 향해 날린 발차기를 맞고서, 나는 공중으로 몸이 붕 뜨더니 뒤로 날라가서 쓰러졌다.
씨발.. 진짜 이제는 몸이 안 움직인다.
온몸이 후들거리고 힘을 주고 싶어도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다.
누운상태에서 목에 힘을 어떻게든 줘서 아이리스를 쳐다봤다.
이정도면 만족했을까 하고 아이리스를 보니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또 뚜벅뚜벅 걸어온다.
“......개.....시......ㅍ.....”
욕을 하고 싶은데 목소리도 안 나온다.
“공작님 이제 그만하시죠! 이미 못 일어나는 상태입니다!”
에리스가 아이리스의 앞으로 가서 앞을 가로막는다.
“교수.. 당장 비키는 게 좋을 거 에요.”
아이리스가 내 뿜는 살기를 느끼고 에리스가 주춤하지만 피할 수 없다.
지금 저 여자는 내 주인을 죽이려는 생각 같으니까.
에리스가 아이리스를 적으로 삼을 것을 생각하고 자세를 잡는다.
무엇 때문에 주인님을 죽이려는 지는 모르겠지만 막아야한다..
주인님은 평민이기에 제국의 공작인 저 여자가 주인님을 죽여도 사람들은 아무 상관 안 쓰겠지.
평민이 공작님의 심기를 건드렸겠지 하는.. 그래서 죽어 마땅하다는 개소리를 지껄일테지.
루아네생도가 막으려 달려오는 것을 엘프여왕이 막고 있는 것을 보면 여왕도 주인님을 죽이는 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고..
"후우..."
말도 안되는 상황에 에리스가 한숨을 쉰다.
주인님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에요....
에리스가 한숨을 쉬고나서 살짝 실소하며 인혁을 쳐다본다.
“교수가 그렇게 나오는 게 이해가 되지 않군요.. 저는 그저 가르침을 주려는 것인데...”
“가.....르침은.........지..랄........”
존나 크게 욕 박고 싶은데 도저히 목소리가 안 나온다.
저 년은 끝까지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눈치인데 에리스 까지 같이 죽게 생겼다.
시발 대체 왜 이러는건데....
저 사이코패스년이 갑자기 왜 날뛰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아이리스가 자신의 앞을 막는 에리스한테 칼을 휘두르려는 순간.
-슈우우욱
“그만..!!!!”
“.....!”
-멈칫
필리아가 크게 소리 지르며 달려와서 에리스 앞으로 와 아이리스를 막아선다.
아이리스는 휘두르려던 칼을 멈추고 필리아를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필리아.. 비켜주세요..”
“안돼요. 어머니는 지금 교수님과 인혁이를 죽일 생각이잖아요.”
“......”
딸한테도 가르침을 줄 생각이라고 말하지 그래! 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목소리가 안 나온다.
“어차피.. 죽어도 아무도 신경 안 쓰는 평민을, 교수도 그렇고 필리아까지.. 왜 이렇게 신경 쓰는 거죠..?”
“그건...”
필리아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아이리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제가 저 남자를 사랑하니까요.”
“!!!!!!”
필리아의 말을 듣고 아이리스의 이쁜 얼굴이, 평소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놀란 얼굴을 했다.
“저 남자 송인혁을 사랑하니까 어머니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대체 왜 저딴 평민을.. 루아네공주도 그렇고 당신까지...”
“평민인지 뭔지는 상관없어요. 저는 저 남자를 사랑하니까요.”
진짜 루아네 때문에 갑자기 때린 다음, 평민이 내 손에 맞은 것을 감사하라던 필리아가 맞는 건가?
가슴이 웅장해지려한다.
필리아의 진지한 표정과 말에 아이리스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땅에 놓아버린다.
그리고서는 머리가 아픈지 한 손으로 머리를 지그시 누르며 말한다.
“...모르겠네요.. 필리아, 당신은 제 딸이지만 이해가 가지 않네요..”
“저도 어머님을 영원히 이해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리스는 필리아의 말에 얼굴을 찡그리고서는, 뒤를 돌아서 그대로 루아네를 붙잡고 있는 레일라한테 간다.
“레일라 저는 오늘 먼저 돌아가서 쉬어야 할 것 같네요.. 참관은 죄송하지만 혼자서..”
“괜찮으니 돌아가서 쉬 세요 아이리스.”
아이리스가 레일라한테 옅게 웃어준 다음 힘없이 또각또각 발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산건가...? 씨발 나 산거지....?
“하아아..............”
진짜로 죽을 뻔해서 그런지 안심하니까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눈이 감겨온다.
“서방님!!!”
루아네가 멀리서 날 부르며 달려오고 필리아와 에리스가 나를 위에서 쳐다본다.
그녀들한테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데... 못 버티겠다..
나는 그대로 잠들 듯 기절했다.
***
오랜만에 보는 하얀 천장.. 아카데미 양호실이다.
“나 얼마나 기절해 있었어..?”
일어나서 옆에 앉아있는 에리스한테 물어본다.
“지금 오후 수업까지 전부 끝나가니까.. 반나절 정도 기절해있었네요.”
“필리아랑 루아네는 수업 듣고 있고?”
“그렇죠 뭐.. 학생회장도 찾아 왔었어요. 와서 공작이고 뭐고 죽인다는 거 겨우 말렸어요.”
누나가 그런 모습을 보였다고? 보지 못한 게 좀 아쉬운걸..
“잘 말렸어 고마워 에리스.. 그리고 나를 지켜주려 한 것도 고마워.”
에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에리스가 슬픈 표정을 짓는다.
“필리아가 아니었으면 저도 죽었을걸요.. 도움도 못되고 말이죠..”
하긴.. 아이리스 그년의 비상식적인 강함이라면 정말 에리스도 그대로 죽었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나를 살리기 위해서 안 된다는 걸 알고도 막은 게 참 대견하다.
상을 줘야겠지?
“...츄웁...! 츕....♡”
-츄릅♥ 츕♥ 츄르릅♥
“츄하.... 하아....♡”
“이 다음은 일단 나중에 하자 에리스.”
“네.. 네, 주인님....♡”
에리스가 아쉬워하는 표정이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아이리스한테서 당한 화를 폭발시키고 싶은데.. 에리스한테 그러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마 에리스는 그 화를 자신한테 표출해도 좋아라 할테지만.. 내가 별로 땡기지 않는다.
레일라 이 화를 풀 대상은 레일라 뿐이다.
분명 아이리스가 날 죽이려 하는 걸 루아네까지 막아서면서 방관했지..?
이 화를 풀고 싶은 건 아이리스지만 지금 아이리스는 건들지도 못하니.. 괘씸한 레일라한테..
“에리스 여왕님은 지금 어딨어?”
“수업 참관을 전부 끝냈으면 루아네한테 가지 않았을까요...? 아까 주인님을 죽이려 할 때 루아네를 막았으니.. 루아네가 무척이나 화난 듯 보였거든요”
“그래? 알겠어 고마워 에리스.”
"확실한건 아니에요.. 그냥 그럴 것 같다는.. 흡.."
-츄♥ 츄릅♥
에리스 한테 한 번 더 키스해주고나서 일어난다음 레일라를 찾으러 양호실을 나섰다.
레일라.. 딱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