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21.검성이 냄새를 맡아요 (1)
"네..? 필리아가 왜 그런짓을?"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필리아가 나와 네가 붙어있는걸 원하지않아."
루아네가 이해가 안가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하지만 서방님.."
"나도 루아네와 당분간 함께하지 못하니 아쉽지만 부탁할게 루아네.."
"필리아는 그냥 평소처럼 친한 소꿉친구처럼 잘 대해줘."
루아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루아네를 인혁이 껴안으며 말한다.
"필리아가 진정 내 여자가 될때까지만 기다려줘 미안해 루아네."
"아니에요.. 서방님이 필리아를 원하신다면.. 저는 기다릴게요.."
루아네가 나한테 안겨있음에도 표정이 좋지않다.
그렇게나 내가 좋은건가.. 나와 잠시 모른척 지내는게 그렇게 슬플정도로.
루아네를 보며 인혁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 루아네는 인혁과 떨어지는것도 슬프지만 그것과는 다른 감정 때문에 표정이 좋지않았다.
필리아가 뒤늦게 나타나서는 자신과 인혁을 갈라놓으려 하는 괘씸함에 대한 분노를 숨기느라 표정이 좋지않은것이다.
서방님을 싫어하는척 제 곁에서 계속 서방님을 떨구려던게 그런 이유였나요 필리아?
믿었던 친구가 배신한것같은 기분에 몹시 화나지만 그것을 인혁에게 보여주고싶지는 않기에 마음에만 담아둔다.
필리아 도둑고양이 같은년.. 당신은 친구도 아니에요..!!!
아무에게도 안쓰던 비속어를 필리아한테 처음으로 쓰기 시작했다.
아주 소중한 소꿉친구였던 필리아와 루아네의 사이에 생기던 금이 점점 크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필리아한테 해줬으면 하는게 있는데 루아네?"
"뭐를 해줬으면해요 서방님..?"
"아.. 그건말이지.."
루아네의 귓가에 대고 속닥이며 말을 전한다.
***
오후수업을 끝마치고 루아네한테 가니 그 쓰레기는 저 구석쪽에 있고 루아네는 혼자 앉아있다.
정말로 약속을 지키는건가?
분명 무시하고 또 루아네한테 껄떡이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약속을 지키고있었다.
아니면 혹시 내가 오기 직전에만 안그런척 하는건 아닐까?
"루아네 혹시 저 쓰레기가 나없는동안 뭐.. 했어..?"
"아뇨.. 오늘 인혁님이 아예 말을 안거네요.. 왜 그러시는걸까요..?"
정말로 루아네를 아예 건들지도 않았나보다.
"다행이야 루아네."
"..? 뭐가 다행이에요 필리아?"
"저 쓰레기가 너한테 드디어 관심이 떨어졌나봐."
"...."
뭐지? 순간 루아네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거같았다.
"루.. 루아네?"
"..네? 왜불러요 필리아?"
뭐지.. 잘못본건가.. 루아네를 보고있으니 왠지모를 위화감이 느껴진다.
"왜 그렇게 보세요 필리아..?"
"아, 아니야.. 루아네 하하!..."
"정말 뭐에요.."
피식하고 웃는 루아네, 정말 어릴때부터 봐왔지만 너무 아름답다.
이마음을 전할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이어질수없겠지.. 그저 이렇게 바라보는것밖에 하지 못한다.
"아! 필리아 제가 필리아한테 드릴게있었는데."
"나, 나한테?"
"네! 잠시만요.."
루아네가 몸을 이리저리 뒤적이더니 제복 안쪽 호주머니에서 조그만한 병을 하나꺼낸다.
"그게 뭐야 루아네?"
"이건 인혁님이 주신 향수인데 향이 아주좋아요!"
그 쓰레기가 준 향수라고..?
"흐음.. 그래 그걸 나한테준다고?"
"네.. 향기가 아주좋아서 필리아가 써줬으면 해서요."
루아네가 나한테 향수가 담긴 병을 건넨다.
냄새가 좋으니까 내가 써줬으면 한다고?
루아네의 말을 듣는순간 이 병이 인혁의 것이란것도 중요하지않다.
루아네가 나를 위해서.. 저 쓰레기가 선물한것을 나한테 준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우월감에 입꼬리가 올라가는걸 막을수가없다.
"한번 써보는게 어때요?"
"그, 그럴까 루아네?"
향수를 살짝 뿌리자 달콤한 냄새가 나를 감싼다.
"와.. 이거 냄새가 엄청좋은데..?"
"그쵸! 향기가 엄청좋아요!"
루아네가 자신한테 다가와서 몸에서 나는 냄새를 킁킁하고 맡는다.
"루, 루아네..."
"역시 너무 좋은 향기네요 하아.."
루아네의 표정이 뭔가 엄청 요염하다.. 저런 표정은 처음보는것같다.
-꿀꺽
루아네를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는 필리아.
"루아네.."
"필리아! 향수 자주써주세요! 향기가 너무좋네요!"
"아.. 아 응... 알겠어 루아네."
향기가 그렇게 좋으면 자기한테 뿌리면 되는거 아닌가라고 일순간 생각했지만
필리아는 루아네의 웃는 모습에 그런것따위는 신경안쓰게 된다.
달달한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스읍 하
필리아는 그 달달한 냄새를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신다음 내뱉는다.
냄새좋다.. 근데 어디선가 맡아본 냄새인데..?
또 위화감이 느껴지지만 신경쓰지 않기로했다.
***
"음.. 이제 올때가 됐는데?"
설마 안오지는 않을거다, 오늘 당한것을 생각해보면 안 올수가없다.
야한짓도 안하고 그저 잠만 잔다했는데 이건 안하는게 바보지..
루아네가 잘만해줬다면 아주 순조롭게 계획을 이어갈수있다
-똑 똑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는 말이 있는것처럼 내 기숙사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들렸다.
"누구세요?"
대충 누군지 짐작은 가는데 일부러 물어본다.
-얼른 문이나 열어.
장난도 못치나.. 아주 싸늘하게 대답하는 필리아.
-끼익
"잘왔어 필리아."
문앞에 서있는 필리아를 웃으며 맞이해주자 역겨운걸 봤다는 듯 날 쓸적 쳐다보더니 내 방안으로 들어온다.
씹년..
뭐 어찌보면 저 개같음이 필리아의 매력인거니까 넘어가기로했다.
그리고 지나가면서 나는 이 향기.. 루아네가 향수를 잘 전달해준듯하다.
"그럼 필리아 잘까? 아 자기전에 샤워하는 스타일? 씻고올래?"
"뒤져 쓰레기.."
"배려해줘도 지랄이야."
매력은 개뿔 그냥 씹년이다 참교육이 필요해.. 존나 크고 커다란 참교육이..
-털썩
필리아가 옷도 벗지않고 그대로 침대에 눕는다.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는건가? 안저래도 안건드릴건데 말이야.
나도 필리아의 옆으로 가서 누웠다.
내가 옆에 누우니까 휙 반대로 돌려눕는 필리아.
그렇게 나오면 다 생각이있거든?
필리아의 얇은 허리를 한손으로 감싸서 꼭붙어서 안는다.
"이.. 씨발.. 야한짓은 안한다고.."
"야한짓이 아니야 필리아, 내가 말했잖아 꼭 붙어잔다고."
"그저 너를 꼭 껴안고 자는거일뿐이야."
"크윽... 개새끼.."
필리아가 나를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한번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어떻게든 무시하고 잠들기 위해서 힘쓰나보다.
-킁킁
"이 냄새...?"
"왜그래 필리아?"
"...아무것도아니야.. 말걸지마.."
아마 루아네한테 건네받은 향수냄새 때문에 그런거겠지 나한테서도 똑같은 냄새가 나니까.
내 마법으로 만든 나의 냄새가나는 향수로 인해서 아침부터 오후까지 내 냄새를 맡으면서 밤에는 또 자면서 내 냄새를 맡는다.
24시간동안 내 냄새에 절여지는 필리아.. 호감도가 낮더라도 과연 중독성있는 체취로 인해서 어떻게 될까?
나는 내 냄새로 변화가 생길 필리아를 생각하며 내 옆에 누워있는 필리아를 꼬옥 껴안고 잠에들었다.
지금 필리아와 나의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연인처럼 보이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