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동생 딸치는거 훔쳐 보다가 걸린 썰 푼다-49화 (49/67)

EP.49 축복 혹은 족쇄 (1)

오빠와의 짧았던 당일치기 여행.

2박3일 여행의 에필로그와도 같았던 짧은 여행이 끝이 났다.

차가 멈추고 내려야할 시간이 다가왔지만.

이대로 돌아가긴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오빠와 시간을 보냈다.

좁은 차 안은 조금 불편했지만 대신 좁은 공간에 소리가 울려서 더 적나라하게 들리는게 좋았다.

오빠의 것을 입 안에 한껏 머금고 혀로 굴려보았다.

머리 속이 온통 오빠의 향으로 가득했다.

냄새를 맡다보니 아랫배가 달아올랐다. 배 안에서 나의 것과 오빠의 것이 섞여 새어나올 것 같았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새어나오지 않게 막았다.

입 안에서 굴리던 오빠의 것을 삼켰다. 오빠는 입을 헹구라며 물을 건네주었다.

남아있던 오빠의 것들을 마저 삼킨 다음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주위에 사람이 없었다.

오빠는 슬쩍 손을 잡아왔다. 나도 오빠의 손을 깍지를 끼고 마주 잡았다.

그러고 집으로 출발하려던 그때, 아빠와 마주쳤다.

오빠는 황급히 내 손을 떨쳐냈다.

아빠는 우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빠에게 걸렸을지도 모른다는게 제일 큰 일일텐데 급하게 뿌리쳐진 손이 왜 더 마음이 쓰이는 걸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사람이 마주서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어릴적부터 나를 지탱해준 아빠.

내가 가장 힘들때 나의 힘이 되어줬던 오빠.

왜 둘은 저렇게 부자연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보아야 하는걸까.

나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걸까? 둘 다 가지는건 내 욕심인걸까?

...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 못된걸까?

더 이상 숨기는 것도 힘이 들고 지쳤다.

불현듯 지금 여기서 오빠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면 아빠는 어떤 얼굴을 할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행동으로 옮기진 못하고 그저 땅만을 바라보며 아빠와 오빠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만 있었다.

아빠는 이혼 후 많이 힘들어했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 아빠가 안정을 찾았는데...

하지만 내가 겨우겨우 찾은 안정을 다시 부숴버린다면... 아빠는 버티실 수 있을까.

더 이상 아빠가 힘들어 하는 걸 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아빠.. 오빠가 없으면 내가 망가져버릴 것 같은걸...

난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아빠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 딸, 왜 이렇게 조용해? 무슨일 있니??"

"아냐.. 그냥 피곤해서..."

우리는 그제서야 집을 향해서 걸어갔다.

묘하게 무거운 공기는 사라지질 않았다.

집으로 가던 길 아빠는 오빠를 쳐다보며 물어보았다.

"근데 아들, 목에 무슨 자국이 있는데?"

... 아까 내가 남겨놓은 키스마크였다.

움찔하고 그 자리에 멈춰섰지만 아빠는 오빠를 보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번에도 오빠는 황급히 자국을 숨기며 변명을 했다.

번화가에서 오빠의 친구와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로부터 시간도 많이 지나고 많은 일이 있었다.

오빠와 더 가까워지고 우리 관계에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남들에게 숨겨야 한다는 것. 가장 중요한 점은 변하지 않았다.

아빠는 그 날부터 우리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내게 때때로 물어보기도 하고 오빠와 단둘이 운동을 가는 것조차 함께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우리 둘만의 시간은 없어져만 갔다.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니 다시 우리 사이가 멀어지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하지만 오빠는 항상 내 곁에 돌아와줬으니까...

그러니까 아직은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오빠는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았다.

조바심에 기다리지 못하고 오빠와 약속을 잡으려고 하거나 유혹도 해봤지만 오빠는 조금 거리를 두는게 좋을 것 같아. 라며 약속을 거절했다.

머리로는 이해를 했지만 마음 속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빠가 싫어할까봐 차마 떼를 쓸 수는 없었다.

응. 그럼 어쩔 수 없지 라고 말을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만 했다.

날이 갈수록 점점 꿈을 꾸는 날이 늘어갔다.

꿈 속의 오빠는 항상 내게 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빠는 마주잡은 내 손을 뿌리치곤 항상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다.

나는 오빠를 잡아보려고 뛰어가보지만 몸은 물먹은 솜 마냥 허우적거리고 오빠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그렇게 나와 멀어진 오빠는 그 년과 만난다. 오빠는 그년과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포옹을 하고 키스를 했다.

그렇게 내가 아닌 그 년과 사랑을 나눈 뒤에 마지막엔 항상 그 년 안에 잔뜩 오빠의 소중한 것을 넣어준다.

얼마나 많이 싼건지 그년의 아래쪽에선 오빠의 것이 줄줄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때마다 그년은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년은 나를 보고 씨익 비웃고는 다시 오빠를 껴안고는 침대 위로 쓰러진다.

꿈 속의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 생겨난 투명한 유리벽에 막혀서 그저 그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소리치고 벽을 부수려고 두드려보아도 오빠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그 모습을 눈도 감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꿈에서 깨어나면 온 몸은 땀에 젖어 축축해져 있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습관적으로 아랫배를 쓰다듬어보지만 따스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악몽을 꾼 날이면 나는 잠시 몸을 웅크리고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내 몸에서 오빠의 흔적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았다.

오빠의 흔적이 점점 사라져가면서 그 곳의 체온을 잃어버리는 것 같았다.

점점 체온이 내려가고 이윽고 그 부위에선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꼬집어 보아도 느껴지는 건 둔한 감각뿐. 껍질만 남고 안쪽은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점점 내 몸이 인형처럼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감각이 둔해지는만큼 움직이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걷다가 휘청거리기도 하며 어딘가에 부딪히는 일이 늘어났다.

팔이나 정강이에 점점 빨갛고 파란 멍이 늘어났다.

나는 이렇게 점점 망가져 가는데 오빠는 멀쩡해보였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흔들리지 않고 곧게 나아가는 것 같았다.

휘청거리고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는 나와는 달랐다.

그렇게 오빠와 내 사이가 점점 멀어져가는 것 같았다.

손톱을 뜯는 버릇이 다시 생겨버렸다.

손톱을 깨물때마다 흉해지면 오빠가 싫어할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손톱이 너무 짧아져 피가 나도, 위에 딱지가 내려앉아도 계속해서 뜯어내게 되었다.

어느날 평소와는 다른 꿈을 꾸었다.

꿈 속의 나는 새까맣고 끈적한 것들을 상자에 집어넣고 있었다.

혹시라도 상자가 열리지 않게 꼼꼼히 상자를 밀봉하고 있었다.

그리곤 아무도 볼 수 없게 내 방 침대 아래에 숨겼다.

하지만 새까만 것들은 점점 불어나 상자의 이음매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결국 상자는 부서지고 그 속에선 검고 끈적한 액체들이 뿜어져나왔다.

바닥은 온통 젖어버리고 액체들은 내 발에 달라붙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혹여나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방 문을 닫았다.

그러자 그것들은 내 방 안에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발바닥을 적시던 것들은 어느새 턱 밑까지 차올랐다.

발 끝을 들고 목이 잠기지 않게 들어봤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나는 결국 새까맣고 끈적한 것들에 머리 끝까지 잠겨버렸다.

꿈 속의 나는 숨을 쉬지 못하고 그렇게 점점 정신을 잃어갔다.

삐리리릭... 삐리리릭....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나는 온 몸이 빰에 흠뻑 젖은 채로 잠에서 깨어났다.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조금 진정이 된 후에 알람을 확인해보니 약을 먹을 시간이였다.

항상 챙겨 먹고있던 피임약을 먹을 시간이었다.

오빠가 언제 안에 잔뜩 넣어줘도 문제가 없도록 꼬박꼬박 약을 챙겨먹고 있었다.

비록 오빠가 마지막으로 안에 넣어준지 한참이 지났지만... 그래도 잊지않고 챙겨먹고 있었다.

부엌으로 가서 물을 떠왔다. 한 손에는 약을 들고 한 손에는 물컵을 쥐었다.

약을 먹으려고 하던 그때 움찔하고 손이 멈추었다.

... 만약 약을 먹지 않는다면

그대로 위험한 날에 오빠의 것을 안에 받아낸다면...

우리의 아기가 생긴다면 마음 약한 오빠는 내게서 멀어지지 않을텐데.

그러면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오빠가 되어줄텐데.

비록 오빠가 조금 상처받고 망가질지도 모르지만...

나는 오빠가 어떻게 되어도 오빠를 사랑 해줄 수 있는걸...?

그럼 괜찮은 거 아닐까...?

나는 고개를 흔들어 이상한 생각을 떨쳐냈다.

아기는 사랑의 상징이니까.

나중에 오빠의 웃는 모습과 함께 축복을 받으면서 태어나야할 아가야.

그것을 오빠를 옭아매는 족쇄나 목줄처럼 쓰면 안돼.

오직 사랑으로 소중하게 가꾸고 보듬어 줘야하는 거야.

... 그때, 꿈 속의 장면이 떠올랐다.

오빠가 나를 두고 다른 년과 함께 하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보던 나의 모습.

아무리 소리치고 벽을 두들겨보아도 매정하게 떠나버린 오빠의 모습

어쩌지도 못하고 그저 주저앉아 눈물만 흘리던 무력한 내 모습

눈을 감아도 마치 각막에 새겨진 것처럼 그 장면이 사라지지 않았다.

약을 쳐다봤다. 연한 핑크색의 알약.

나와 오빠의 사랑도 저런 풋풋하고 아름다운 색이였을까.

그럼 지금은 어떤 색인걸까?

... 적어도 저런 아름다운 색은 아닐꺼야.

사랑은 두려운 게 아니야

피하는 것도 아니고, 숨기는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이건 필요 없는거야.

입 안에 가득한 물을 삼켰다.

예쁜 연분홍색의 알약은 손 위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제 우리의 사랑을 가꿔낼 때였다.

오빠를 찾아가 주말에 시간을 내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도 오빠는 바빠서, 가야할 곳이 있어서 힘들 것 같다며 거절을 했다.

나도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괜찮아. 바쁘면 어쩔 수 없지 라는 말을 하며 손톱을 깨물었다.

새빨간 딱지가 진지 얼마 안된 엄지손톱에선 또다시 피가 흘렀다.

그 뒤로도 오빠가 뭐라고 말을 한 것 같았지만 제대로 듣지 못했다.

나는 또 괜찮아, 바쁘면 어쩔 수 없지 라고 말을 했다.

갑자기 오빠는 평소와는 다르게 내 손을 잡아주었다

아... 오빠 손에 피가 묻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오빠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손을 꼭 쥐어주었다.

고개를 들자 오빠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주말에 같이 나갈까?"

"...응."

오빠가 손을 잡아주니 조금이나마 흐릿한 머리 속이 맑아진 것 같았다.

오빠의 울 것 같은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피로 더러워진 내 손이 오빠의 얼굴에 닿으면 더러워질까봐 그저 멍하니 오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는 나를 꼭 껴안으면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미안해."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어 오빠... 그래도 오빠가 안아주니까 좋아."

"...미안해."

나는 눈은 감은채로 오랜만에 오빠의 품 속을 파고 들어 따스한 체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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