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8 발각
차에서 내리고 여동생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려던 그 순간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도 우리를 발견하시고는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셨다.
"너희 따로 나간거 아니였니? 왜 같이 있니?"
아버지와 마주치자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머리 속은 새하얗개 표백되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여동생과 잡고 있던 손을 황급히 놓았다.
우리가 손잡고 있던 건 보셨을까?
아니면 설마... 그것보다 더 많은걸 보셨을까?
여동생의 입 안에 사정할때즈음엔 주위를 잘 보지 못했는데...
설마 차 안에 있을때부터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었던건 아니였겠지...?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옆을 슬쩍 쳐다보니 여동생은 손을 덜덜 떨면서 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더 의심하기 전에 내가 무언가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차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버스정류소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태워왔어요."
"아... 그러니? 잘했다."
최대한 그럴싸한 변명을 빠르게 만들어내서 입으로 뱉었다.
나름 깔끔하다고 생각한 대답이었는데 아버지의 무언가 의심스럽다는 얼굴을 풀리지 않으셨다.
아무래도 아무 것도 보지 못하신건 아닌것 같았다.
... 의심을 풀 수 없다면 적어도 지금은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했다.
"아버지는 어디갔다가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근처에서 약속이 생겨서 거기 갔다 오느라 좀 늦었다."
"차는 어쩌시구요?"
"집 근처라 그냥 걸어서 나왔지."
최대한 아버지가 우리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게, 대화의 주제를 돌리려 노력했다.
한참동안 다른 주제로 떠들던 그때 아버지의 눈은 여동생을 향했다.
"근데 우리 딸. 왜이렇게 조용해? 무슨 일있니?"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시간이 몇신데. 일단 집으로 가자."
나는 가까스로 한숨을 돌렸다. 일단 지금 추궁을 당하는건 면할 수 있었다.
나와 여동생은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길을 걸어갔다.
여동생은 여전히 말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면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한창 이야기를 하던 중 아버지는 인상을 살짝 내게 다가오면서 물어보셨다.
"근데 아들, 목에 무슨 자국이 있는데?"
앞만 바라보고 걷고있던 여동생이 흠칫하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 아까 차에서 잠깐 남겼던 키스마크.
가끔 어깨에 남기던게 아니라 목에 연하게 남긴에 하필 이때 걸리다니...
나는 급하게 자국을 가리며 아버지에게 변명을 했다.
"오늘 다녀온 곳에 모기가 많더라구요. 목에도 물렸는지 가렵네요."
나는 벌레에 물려서 가렵다는 듯 목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를 긁적이기 시작했다.
특히 목은 상처가 날 듯이 강하게 긁어댔다. 온몸에 긁어서 빨간 자국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잡으며 긁으면 흉지니까 약이나 발라. 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그걸로 빨간 자국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났고 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아버지와 우리 사이엔 기묘한 공기가 흘렀다.
아버지는 어디까지 보신걸까…
그래도 차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시는 것 같았다.
차 안에서 여동생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보셨다면 이렇게 눈치를 보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손을 잡고 있던 걸 보셨을까?
손잡는 것만 보셨다면 괜찮은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같은 차에서 내리며 손을 잡는 모습은 영락없는 연인의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또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 날 이후로 아버지는 우리를 감시라고 말할 것까진 아니지만 우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셨다.
따로 외출을 하고 돌아오거나 해도 어딜 다녀왔냐며 자주 물어보셨다.
한 여름의 더위가 꺾여서 에어컨까지 틀지는 않았지만 덥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문을 살짝 열어둔채로 주무셨다.
아버지의 변화에 여동생과의 관계를 완전히 들킨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날이 불안함만 늘어갔다.
마치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였다.
아니, 사실 이미 깨진 얼음 사이에 빠져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아버지는 모든 걸 다 알고 계시지만 슬쩍 눈치를 주시는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여동생과 한동안 만남을 가지지 못했다.
밤에 방으로 몰래 찾아가는 것은 커녕 밤에 가는 운동도 단둘이서 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느날처럼 운동을 나가려는데 거실에서 티비를 보던 부모님께서 말을 걸어오셨기 때문이었다.
"너희 근데 운동은 어디로 가니?"
"이 근처 공원이나 아니면 조금 더 멀리까지 가요."
"아 그래? 요즘 몸이 둔해진것 같아서 산책이나 가볼까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 싶어서 물어봤다."
"그럼 아마 근처 공원이 더 나을 것 같아요. 거긴 길이 잘되있어서 걷기에 좋더라구요."
"너희도 그럼 공원으로 가니?"
"... 아니요, 길이 좀 좁아서 뛰다가 다른 사람들이랑 부딪힐지도 몰라서 좀 더 멀리까지 가요."
"여보, 우리도 오붓하게 산책이라도 다녀올까?"
"어머.. 항상 피곤하다고 집에만 있고 싶어하더니… 그럼 기왕 나가는거면 가족들끼리 다 같이 나갈까?"
밤에 단둘이 나가던 운동은 어느새 부모님과 함께 나가는 운동시간으로 바뀌었고 나도 여동생도 손을 잡는다거나
일부러 먼 곳까지 간다거나 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그렇게 나와 여동생의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점점 사라져 가면서 우리의 방학은 끝이났다.
나는 2학기가 되면서 더욱 바빠졌다.
이런저런 설명회를 다니며 주말에도 여동생과 외출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래도 중간중간에 여동생이 시간이 언제 괜찮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안보이는 곳에서 터치를 하며 은근슬쩍 유혹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의 의심을 받고 있는 터라 조금 거리를 두는게 좋겠다고 말하며 여동생의 제안을 거절했다.
여동생에게 차분히 이유를 설명을 하니 여동생도 ... 어쩔 수 없지 라며 수긍하는 말은 했지만 우울한 기색을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한동안 다시 평범한 남매관계로 돌아간 것 같았다.
사실 자주 여동생과 보냈던 시간이 자주 떠오르긴 했다.
여행 갔을때 라던지 함께 손잡고 걷던 기억이라던지…
그것말고도 여동생과 함께 몸을 겹쳤던 기억도 자주 떠올랐다.
향긋한 여동생의 향기와 부드러운 살결.
혼자서 뽑아낼때는 굳이 야동을 보지않고 여동생을 상상하면서 딸을 치기도 했다.
떳떳한 관계는 아니지만 처음으로 생긴 여자친구라 볼 수 있으니까...
추억을 떠올릴때면 가슴 속이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여유로워지거나 집에서 독립하게 된다면 더 가까워질 수 있으려나.
그런 안이한 생각을 하고있었다.
그렇게 한두달이 지나자 조금은 여동생이 없는 일상에 익숙해져갔다.
… 하지만 여동생은 그렇지 못했던 모양이다.
어느새 여동생은 망가져있었다.
여동생이 이상해진걸 깨달은건 이번에도 주말엔 못보겠다며 주말약속을 거절했을때였다.
여동생은 이번에도 괜찮아, 어쩔 수 없지 라는 말을 했다.
미안함에 여동생의 손을 잡아주려고 했지만 여동생의 엄지손톱에서 피가 잔뜩 나있는걸 보았다.
깜짝 놀라서 여동생의 손을 잡았다.
"뭐야 어떻게 된거야? 손톱이 왜 이래?"
"... 괜찮아, 바쁘면 어쩔 수 없지..."
어딘가 섬뜩한 고저 없는 여동생의 대답에 여동생을 바라보자 여동생은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 흐릿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곤 마치 같은 말만 내뱉는 망가진 축음기처럼 그저 괜찮아, 바쁘면 어쩔 수없지 라는 말만 계속 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아직은 괜찮은거라 생각했다.
잠깐 떨어지게 됐지만 의심이 사라지고, 집에서 독립하고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면 다시 그때의 달콤했던 시간들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숨기고 떳떳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어떻게든 되리라.
그런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아차렸을땐 이미 여동생은 많이 망가져있었다.
언제나 당당하고 독립적인 고양이 같았던 하지만 내게 다가올땐 강아지처럼 귀여웠던 여동생은 어느새 시들어있었다.
여동생의 망가진 모습을 보니 예전의 여동생에게 상처를 줬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우연히 처음 여동생의 안에 집어넣었을때 흐린 눈으로 이건 아니야.. 라면서 날 쳐다보던 모습
길에서 친구와 마주하고 뒤로 여동생을 숨기자 우울한 표정을 했던 모습
편입생과 모텔에 갔을때 전화로 어디냐고 울고불며 내게 소리치던 모습
불꺼진 집 안에 들어오니 희미한 불빛 아래 중얼거리고 있던 모습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으며 내게 안기며 내가 더 잘하겠다고 매달리던 모습
밤의 운동을 나갔을때 사람과 마주치고 여동생의 손을 놓았을때 그 슬픈 모습
처음 훔쳐보던 날부터 시작된 여동생의 균열은 나로 인해 생기기 시작해 어느덧 이렇게 커져버렸다.
여동생에게서 달콤함만 취하고 쓴 것은 잊어버리려던 나의 태도가 여동생을 망가뜨려버린 것이다.
여태까지 여동생의 불안정한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했던게 죄책감이 되어 나를 짓눌렀다.
피투성이인 여동생의 손을 잡았다. 여동생의 손은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여동생의 손을 꼭 잡은채로 여동생에게 말을 걸었다.
"주말에 같이 나갈까?"
"...응."
떨리던 손의 진동은 서서히 가라앉았고 여동생의 눈에도 조금이나마 빛이 돌아왔다.
과연 이 잠깐의 나아짐을 치유라고 봐도 되는걸까? 여동생이 망가진 원인은 모두 나 때문인데?
그래도 더 이상 여동생의 상태가 나빠지는걸 지켜볼 수는 없었다.
옆에서 같이 있어주면서 해결책을 찾아야했다.
아직 손에 남아있는 떨림은 여동생의 손의 떨림인지 아니면 내가 손을 떨고 있는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