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동생 딸치는거 훔쳐 보다가 걸린 썰 푼다-44화 (44/67)

EP.44 여행이 끝나고 (2)

주말, 여동생과의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현관문 앞에 서서 잠깐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문을 열기 전 짧은 포옹과 입맞춤을 나누었다.

짧은 입맞춤이 끝난 뒤, 우린 잠깐 동안 서로의 양 손을 잡은채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동생의 눈에선 열이 있는 듯한, 그리고 어딘가 슬픈 듯한 빛이 감돌았다.

과연 지금 내 얼굴은 어떤걸까? 얼굴을 살짝 쓰다듬어 봤지만 알 수 없었다.

잠깐동안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는 손을 놓고 굳게 닫힌 현관문을 열고서 집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은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었다.

친구와의 약속이 늘 그렇듯 피시방 혹은 당구장을 들렀다가 저녁을 먹었다.

저녁으로는 고기를 구워먹으며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댔다.

주로 이야길 나누는건 과거에 있던건 추억과 서로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다 갑자기 이야기의 주제가 나에 대한 것으로 넘어왔다.

"아 맞다 너 부산여행갔다왔다며?"

"... 저번주에 다녀오긴 했지."

"부산 어땠냐? 해운대는 가봤냐? 부산여자들은 이쁘든?"

"해운대면 부산여자가 아니라 전국에서 모인거 아니냐?"

"야야야야야 헌팅은? 헌팅은 했냐?"

한번에 대답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가지 질문들이 날아왔다.

그리고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해버렸다.

"쟤 여동생이랑 같이 갔잖아."

"아 뭐. 여동생 버려두고 혼자 헌팅하면 되지."

"그럴 놈이였으면 모쏠이 아니였겠지."

"... 그건 맞다."

이야기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부산여행에서 여동생에 대한 것으로 옮겨갔다.

"와 근데 여동생이랑 어떻게 여행을 같이 가냐... 난 집안에서 눈만 마주쳐도 싸우는데. 거의 포켓몬 트레이너라니까?"

"그건 니가 너무 싸가지 없게 굴어서 그런거 아니냐?"

"아아아아아 나도 놀러가고싶다아아아!!!"

"예비대학원생 노예가 어딜 감히 놀러가려고 하냐."

"으아악 도비는 자유의 몸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늘 그러하듯 친구들과의 이야기는 티키타카같은건 없이 그저 자기들 할 말만을 떠들어대고 있었다.

곧 또 다른 주제로 떠들기 시작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고기를 집어먹고 있었다.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에서 지잉 하는 진동이 느껴졌다.

휴대폰을 꺼내보니 여동생에게서 카톡이 와있었다.

[오빠, 오늘 많이 늦어?]

[막차 끊기기 전엔 들어갈 것 같은데?]

[응. 알겠어. 술 너무 많이 마시지말고. 조심해서 들어와.]

여동생과 짧은 카톡을 하고 있으니 옆의 친구가 관심을 가지고 물어봤다.

"누구랑 그렇게 카톡하냐? 혹시 여친생긴거 아냐?"

"아니야 여동생이야. 뭐만하면 설레발을 그렇게 치냐."

"아 요즘 좀 차려입고 다니는거 같기도 하고.. 바쁘다고 얼굴도 보기 힘들고... 진짜 아니냐?"

자기들끼리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던 친구들의 관심이 다시 내게 쏟아졌다.

"아니 뭔 개소리야 아니라고."

나는 무심결에 당황해버린 나머지 얼굴을 굳히곤 강하게 부정을 했다.

"아니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 왜 그렇게 과민반응한데?"

"진짜 몰래 여친 만든거 아냐?"

"드디어 형수님 보냐?"

웅성웅성...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설레발이란 설레발은 다 치고 있었다.

나는 살짝 숨을 들이쉬며 표정관리를 했다.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후... 됐다.

나는 살짝 웃으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아니라고. 내가 만날 사람이 어딨고, 만날 시간이 어딨냐?"

"그건 그렇긴 한데... 맨날 바쁘다고 얼굴보기도 힘들고."

"그래 맨날 여동생이랑 놀러다니고 말이야."

"근데 요즘 여동생이랑 친하게 지내네? 예전엔 데면데면하더만."

"뭐 그냥 가끔 같이 나가는 정도지..."

"여동생은 잘지내냐? 니네 여동생 이쁘잖아. 소개 좀…"

술을 마셔서 그랬던걸까. 머리에 열이 확 올랐다.

참을 수가 없었던 나는 무의식중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때 옆에 있던 친구가 말을 꺼낸 친구의 뒷통수를 때렸다.

"가족 소개해달라는 건 선넘었지 미친놈아."

"아 미안.. 그게 아니라 내가 말을 덜했네. 여동생의 친구 소개좀!"

"아 그건 인정이지. 나도 여동생한테 부탁 좀..."

나는 그렇게 화를 내지도 못하고 다시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그뒤론 술을 아무리 마셔도 술에 취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소주를 먹어봐도, 맥주를 마셔봐도, 소맥을 타먹어봐도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밍숭맹숭한 맛만이 느껴졌다.

그 와중에 떠오르는건 부산 여행 중 여동생과 마셨던 맥주 한캔이었다.

도수가 낮아서 음료수 같았던, 끝에 약간 쓴 맛이 도는 평범한 맥주의 맛이 떠올랐다.

심지어 한번은 마시지도 못하고 그대로 숙소 냉장고 속에 그대로 남겨두고 왔던 그 한 캔의 맥주가 마시고 싶었다.

... 사실 그리웠던건 그날의 맥주의 맛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까부터 계속해서 무언가를 마시고 있지만 계속해서 갈증이 더해져만갔다.

자리에 앉아 있을수록 점점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온 몸이 물 속에 잠긴 듯한 기분에 점점 숨을 쉬기가 힘들어졌다.

나는 화장실을 다녀온다는 말과 함께 잠깐 가게의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와 멍하니 서서 거리를 바라보니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커플들이 보였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짓고 거리를 걸어가는 커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도 부산에서 함께 다닐때 다른사람들의 눈에는 저렇게 보였던 걸까.

갑자기 전역 후 끊었던 담배가 피우고 싶었다.

주머니를 뒤져봤지만 끊은지 벌써 몇 년이 된 담배가 있을리가 없었다.

담배 대신 한숨을 쉬고 나는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친구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돌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고 나서도 가슴의 답답함은 사라지질 않았다.

막차를 타고 돌아온 집 안은 불이 꺼져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거실 소파에선 희미한 빛이 나고 있었다. 여동생이었다.

"어휴, 술냄새... 얼마나 마신거야."

"..."

여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내게서 술냄새가 많이 나는 것인지 살짝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나는 다가온 여동생을 껴안고 그대로 키스를 했다.

여동생은 움찔거리며 나를 살짝 밀어냈지만 이내 포기하곤 달콤하고 부드럽게 받아들여주었다.

쯔읍...츄릅......쭈웁... 쪽...

끈적한 소리와 함께 얽혀있던 혀가 풀리고 서로의 입술이 떨어졌다.

여동생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채로 내게 물어보았다.

"갑자기 왜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그저 술김에, 조금 참기 힘들어져서 그런거야. 나는 작게 혼잣말을 하곤 다시 여동생을 껴안았다.

따뜻한 여동생의 체온이 느껴졌다.

여동생은 부드럽게 내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우린 어두운 곳,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야 이렇게 있을 수 있는거구나.

우린 잠깐동안 그렇게 현관에서 서있었다.

다음날 저녁, 여동생과 함께 운동을 나왔다.

멀리 더 멀리.

아무도 오지 않는 곳까지.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곳까지.

오롯이 우리 둘만이 있을 수 있는 곳까지.

마치 집으로부터 도망치듯.

베로나를 떠나 도망치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그렇게 서둘러 멀어져갔다.

우리는 평소보다 더 멀리까지 나왔다. 주위에 사람은 커녕 조명조차 없어 주위는 어두웠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는 벤치에 앉아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이

고요한 침묵 속에서 그저 손만을 잡고 있었다.

******

오빠와의 여행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정말.. 그렇게까지 행복했던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것 같다.

뭐 좋은 일만 있었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아니였지만...

화장실을 다녀오던 사이에 오빠에게 꼬리를 치던 두 년들을 봤을 땐 좀 어이가 없었다.

보통은 내가 헌팅을 당하고 오빠가 질투해야 하는거 아니야? 참...

그래도 '그 년'과는 달리 경우가 있는 모양인지 내가 오빠의 팔짱을 끼는걸 보더니 서둘러 물러났다.

그건 좀 다행이라 생각했다. 괜히 드잡이질을 했으면 기분만 더 잡칠뻔했다.

오빠와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던 것도 즐거웠지만... 역시 오빠와 단둘이 있는 숙소 안에서 시간을 보낼때가 제일 행복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선 오빠와의 첫 키스를 하게 되었다.

비록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오빠에게 요구해버린거지만...

처음이 어려운거였지. 그 뒤론 오빠가 먼저 입을 맞추어주었다.

너무 너무 좋아... 오빠는 은연중에 입을 맞추는 것만큼은 피하고 있었는데...

이제 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 졌다는 증거인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다.

특히 오빠가 아침에 나를 입맞춤으로 깨워줄때는 그... 마치... 우리가 신혼부부... 인것같아서 너무 행복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걸 막을 수가 없었다. 막고 싶지도 않았지만...

나는 여행 내내 오빠의 것을 안에 담고서 다녔다.

조금씩 새어나오는 바람에 저녁이 되면 다시 안은 텅 비어버렸지만, 저녁이 되면 오빠는 다시 안쪽을 새것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약간 배 안쪽이 출렁이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오빠는 너무 과장하는거 아니냐고 말하긴 했지만... 진짜인걸 어떡해.

배 안쪽에선 따스함이 느껴졌다. 괜히 자꾸만 손으로 아랫배를 쓰다듬게 되었다.

아랫배에서 퍼지는 따스함은 곧 온 몸으로 퍼져 행복함,충족감,만족감 따위의 것들로 가득해졌다.

하지만 2박 3일은 참 짧은 시간이었다.

어느덧 오빠와의 여행도 마지막 날이 다가와버렸다.

나는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에 오빠의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싫다.. 며칠만 더 있으면 안돼?"

"그래도 집에 가야지..."

"힝.. 집에 가면 이렇게 같이 못자잖아..."

오빠를 꼬옥 껴안았다. 오빠는 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주었다.

"... 근데 부모님은 여행가셨잖아."

눈이 번쩍 뜨였다. 끝난줄 알았던 행복한 시간이 더 늘어났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오빠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 수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