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9 고민 (2)
주말엔 편입생과 약속을 다시 잡았다.
주말에 선약이 있다고 여동생에게 말하니 이번에도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주말 아침, 나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 여동생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물었다.
"누구 만나러 가?"
편입생과 만난다고 솔직히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왠지 또 여동생과 마주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이번엔 편입생이 동생이 오지 않을 법한 곳에서 보자고 했을 정도니까..
나는 여동생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냥 친구"
"그냥 친구 누구?"
"같은 과 친구들"
"친구들이랑 점심때부터 만나?"
"같이 피시방 가기로 했거든 좀 놀다가 저녁 먹을 것 같아."
"... 그래? 친구들 보는데 그렇게 공들여서 꾸민다고...?"
"그럴 수도 있지 뭐."
여동생은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괜히 더 이야기하다간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여동생의 따가운 눈초리를 뒤로 한 채로
재빨리 집에서 빠져나왔다.
오늘은 여동생의 부담스러운 눈빛에 빨리 나와서 그런지 내가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을 했다.
도착하고 편입생에게 전화를 해보니 자기도 거의 다 왔다는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리서 이쪽으로 다가오며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였다.
편입생은 멀리서 봤을 땐 노출이 좀 덜해 보였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마냥 그렇진 않았다.
커다란 오버 핏의 체크셔츠에다 안쪽에는 흰색의 얇은 나시 하나만을 입고 있었다.
바지는 저번과 비슷한 연청색의 치마에다 약간의 굽이 있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다리가 얇고 길어서 그런지 자신 있게 다리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 확실히 계속해서 시선이 갈 정도로 다리가 예뻐보이긴 했다.
오늘은 1시쯤에 만났기 때문에 곧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번엔 수제버거를 먹으러 갔다. 나는 손으로 집어먹기 힘들어서 잘 먹지 않는 메뉴긴 했지만 오랜만에 먹으니 역시 맛은 있었다.
편입생은 음식 사진을 몇 번 찍더니 곧바로 햄버거를 먹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나선 바로 카페로 이동했다.
편입생은 셀카를 찍으려고 그런건지 인테리어와 조명이 예쁘다는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주문한 커피맛은 뭐.. 그냥 무난했다.
편입생은 한참동안 카메라를 이리저리로 돌리며 최적의 각도를 찾고있었다.
"어디로 찍어도 괜찮아보이는데..."
"아니거든. 조금의 차이가 큰 차이라고!"
편입생은 셀카를 몇 번 찍더니 어떤게 제일 잘 나왔냐고 내게 물어보았다.
자신의 셀카를 보여준다며 굳이 내 옆자리까지 와서 몸을 딱 붙이고 셀카를 보여주었다.
솔직히 다 예뻐 보이긴 했다. 굳이 말하자면 구도의 차이정도..?
나는 희고 가느다란 목선이 잘 보이는 사진으로 대충 골라주었다.
그렇게 셀카를 찍고나서는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번에 술먹은 이야기.. 여동생은 원래 그렇냐는 이야기..
왜 모솔인지 알 것 같다는 이야기.. 여동생이 너무 극성인거 아니냐는 이야기..
살짝 뜨끔한 부분도 있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아 맞다 나 저번에 옷 봐둔거 사야하는데... 같이 좀 가줘."
"여자.. 옷.. 백화점.. PTSD가 올 것 같아..."
"미리 봐둬서 금세 사고 올 거야."
"다들 그렇게 이야기 하더라..."
잠깐 반항을 해보았지만 편입생은 단호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끌고 옷가게로 갔다.
거침없이 가게로 들어가더니 편입생은 여름에는 원피스지~ 라면서 원피스를 몇 개를 집었다.
미리 봐두고 왔다면서 아예 가게를 샅샅히 뒤지고 있었다.
미어캣.. 아니 나는 또 속았습니다.
편입생은 생각보다 노출이 적은 원피스들 위주로 보고 있었다.
조금 하늘하늘하거나.. 기껏해야 조금 달라붙는 정도였다.
"노출이 많은 건 안 고르네?"
"왜? 보고 싶어?"
"아니 저번에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짧은 거 좋아하나 했지."
"평소엔 그렇게 자주는 안 입어. 사람들이 너무 쳐다보더라고."
'... 그럼 오늘은 평소가 아니라는건가?'
혹시.. 나 때문에 그렇게 입은건가 라는 착각에 빠질 뻔 했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긴 하더라. 주로 남자들이."
"지금 질투하는 거야?"
"내가 남친도 아닌데 무슨 질투를 해."
"흐음~ 그렇긴 하지..?"
편입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눈을 마주칠 수 가 없어 나는 애써 다른 옷을 보는 척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편입생은 몇 가지 원피스를 자신에게 대보면서 내게 어떻냐고 물어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다 예뻐보이긴 했지만.. 피부가 밝아서 그런지 밝은 색이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편입생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결국 원피스 3벌을 구매하고 옷가게를 나왔다.
한참동안 옷가게에 있다보니 조금 이르지만 저녁 시간이 되었다.
"조금 이르긴 한데 저녁 먹을래?"
"음.. 그래! 대신 조금 가벼운걸로 먹자."
"매운거 잘먹어? 닭발은 어때?"
"매운거 잘 먹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엄청 좋아해..! 오늘 닭발 다죽었다.."
그렇게 우리는 근처에 있는 닭발집으로 갔다.
닭발 2인분에 주먹밥과 쿨피스, 그리고 닭발하면 빠질 수 없는 소주를 시켰다.
편입생은 매워하면서도 닭발을 잘 먹고 있었다. 물론 옆구리에 쿨피스를 한 통 끼고 먹었다.
안주가 맛있어서 그런 건지 이번에도 소주는 잘 넘어갔다.
한참 닭발과 소주를 먹고 있다보니 저번에 술집에 갔을 때가 생각이 났다.
"아 맞다. 너 저번에 보니까 술 잘먹더라."
편입생은 몸을 움찔하더니 내 말을 부정을 했다.
"아니야, 나 주량 얼마 안돼..."
"저번에 맥주잔 엄청 쌓여있던데"
"엄청은 무슨.. 과장하는거봐."
"아니면 소주는 금세 취하지만 맥주는 괜찮은가봐?"
"아~ 맥주는 좀 괜찮더라구.."
"그럼 오늘 소주말고 맥주로 바꿀까?"
"아니 닭발에는 소주지! 대신 2차에 맥주먹으러 가자."
"음.. 그래, 저번에 약속했으니 저녁은 내가 살게."
"오~ 많이 먹어야지! 저기요~ 여기 주먹밥이랑 쿨피스 추가해주세요."
"주먹밥이랑 쿨피스면 소소한거 아니야?"
"닭발집에서 이거랑 소주말고 더 시킬게 뭐있겠어..."
"그렇긴 하지."
그렇게 우리는 한참동안 떠들며 닭발을 먹고 가게에서 나왔다.
편입생은 소주 좀 마셨더니 얼굴에 홍조 살짝 돌아있었다. 볼이 살짝 빨개진 게 화장처럼 자연스러웠다. 마치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힌 것처럼 보여서 귀여워 보였다.
"하.. 매워서 쿨피스 너무 많이 먹었나봐.. 엄청 배부르다.."
"너 혼자 쿨피스 거의 두 통먹었으니까 그럴만도 하지."
"진짜? 내가 그렇게나 먹었다고? 쿨피스 칼로리 높은데. 어떡해.. 살 엄청찌겠다..."
"넌 좀 쪄도 괜찮을 거 같은데?"
"아니야.. 뱃살 나온다고.."
편입생은 슬쩍 나시를 들어서 자신의 배를 보여주었다.
나는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행히도 주위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야 여기서 배를 까면 어떡하냐.."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그랬지."
"아무리 그래도..."
"조선시대 선비냐구..아무튼 봤어? 뱃살 좀 나온거 같지..?"
... 뱃살은 없어보였다. 옅은 11자의 복근이 보였다. 아랫배가 살짝 튀어나왔지만..
그 점이 더 야해보였다. 쏙 들어간 허리와 반대로 튀어나온 골반이 더 돋보여서 섹시했다.
얼굴에 피가 쏠리고 귀가 뜨거워지는게 느껴졌다.
"안 나왔어. 빨리 2차나 가자."
나는 빨개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몸을 돌리고 술집을 향해 걸어갔다.
편입생은 급하게 나를 따라와 내 옆에 서서 함께 걸어갔다.
"아.. 오랜만에 높은 구두를 신어서 그런가.. 좀 서있기가 힘드네.."
잠시 같이 걷던 편입생은 그 말과 함께 슬쩍 손을 집어넣어 팔짱을 껴왔다.
"넘어질 것 같아서 그런데.. 괜찮지? 나 반바지라 넘어지면 쓸린단 말이야.."
"... 알겠어."
편입생은 안에는 얇은 흰색의 나시만을 입어서 그런지 마치 속옷만 입고 있는것 처럼 느껴졌다.
저번보다 더 말랑한 가슴의 감촉이 느껴졌다. 옆을 힐끔 보니 가슴골도 적나라하게 보였다.
나는 애써 옆을 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내가 앞에서 걷긴 했지만 결국 술집은 편입생이 가자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일반 술집이 아니라 바에 가까워 보이는 형태였다.
"나 칵테일 먹어보고 싶었거든~ 친구가 여기가 괜찮다고 하더라."
"어.. 근데 칵테일은 좀 비싼 거 아냐?"
"여긴 그나마 싸다고 하더라! 같이 가보자."
나는 그렇게 술집 안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었다.
가격표를 보니 조금 비싸긴 했지만.. 엄청 부담스러운 가격까진 아니였다.
편입생은 한참동안 메뉴를 보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 또한 아는 게 없어서 한참동안 메뉴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난 잘 모르는데.."
"음.. 단거는 좋아해?"
"아니 단건 너무 입에 달라붙어서 별로."
"알겠어."
편입생은 내게 간단히 질문을 하더니 알아서 두 잔을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칵테일이 나왔고 마셔보니 생각보다 맛있었다.
칵테일을 홀짝거리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편입생은 머리를 살짝 휘청이기 시작했다.
"아.. 칵테일은 맛있긴 한데 너무 빨리 취하는 것 같아..."
편입생은 마시던 잔을 내려놓고 팔로 턱을 기대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술에 취해서인지 옷이 살짝 흐트러져 체크난방에 벗겨지고 어깨가 드러나 있었다.
단발 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목선과 이어지는 어깨와 쇄골.
은은한 조명 아래 살짝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살짝 힘이 풀린 듯한 나른한 눈빛.
편입생의 모습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여동생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편입생의 새하얀 목을 보고 있으니..
왠지 깨물어서 새빨간 흔적을 남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