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5 시험기간 (2)
둘 밖에 안 남았는데 남은 한명마저 지뢰면 어떡하지..
나는 그런 걱정하면서 마지막 조원인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어쩌다보니 저희 둘이서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러게요.."
"통성명이나 합시다. 그런데 과가 어디에요?"
"전 @@과에요."
"네? 저도 @@과인데..."
여자는 나와 같은 과라고 이야기를 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로 학과생활을 하지 않았다곤 하지만 아예 얼굴을 모르다니..
내가 그렇게까지 아싸였나? 이상한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때에 여자가 마저 말을 이어왔다.
"제가 편입을 해서 처음 보는 걸 수도 있어요."
"아~ 그러시구나. 어쩐지..."
그렇게 우리는 통성명을 했고 같은 과라는 공통점으로 그나마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우리는 스케쥴을 맞추고 비는 시간에 조별과제를 하기 위해 모이게 되었다.
1주차엔 주제선정과 서로 자료조사를 해와서 이야길 나누고
2주차엔 자료분석과 PPT를 제작했다.
인원이 모자라다보니 딱히 역할 분담이랄 것도 없이 모든 일을 같이 하게 되었다.
그렇게 무난하게 3주차에 접어들었다.
뭐지...? 왜 이렇게 순조롭고 잘되는 거지?
여긴 어디지? 꿈인가? 소설 속인가?
이상하네.. 조별과제는 갈등과 배신과 도망과 추적만이 가득할 뿐인데..
... 아 갈등과 도망은 있었구나.
이러한 의심이 들 정도로 준비가 생각보다 깔끔하고 원활하게 되었다.
3주차에 만나 발표대본 및 예상 질문까지 만들며 성공적으로 발표자료를 완성했다.
우리는 성공적인 과제완성을 기념해 잠깐 시간을 내어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편입생을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렇게 조별과제가 클린한건 처음이에요..!"
"저도요."
"둘뿐이라서 많이 걱정했는데.. 조금 힘들지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적어도 훼방놓거나 약속 파토나는 경우는 없어서 좋았네요."
"네!"
마지막으로 발표자를 정해야했지만.. 내가 가위바위보를 지는 바람에 발표는 내가 맡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하며 저녁을 먹었고 서로 시험을 잘 보길 기도해주며 헤어졌다.
편입생과는 시험주간에 들어갔을 때는 만나지 못하다가 발표날이 되어서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곧 저희 차례네요. 후.. 조금 떨리네요."
"열심히 만들었고 잘 만들어진 것 같아요! 힘내요!"
그렇게 응원을 등에 업고 나는 앞으로 나가서 발표를 했다.
... 내가 생각하기엔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친 것 같았다.
발표도 생각보다 떨리지 않고 잘했고, 교수님의 질문도 잘 받아넘기는데 성공했다.
편입생이 집어준 예상질문이 생각보다 잘 적중해서 조금 놀라웠다.
교수님은 인원이 둘밖에 없는데 몇몇 4명인 조보다 더 나은 것 같다는 칭찬을 해주셨다.
우리는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발표가 끝나고 자리에 앉자 편입생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전 이 발표가 마지막인데 그쪽은요?"
"저도 이게 마지막이에요."
"오~ 그럼 쫑파티라도 할까요?"
"음.. 그래요, 뭐먹을까요?"
"고기고기고기고기!"
"넹 알겠으니까 그만.."
그렇게 우리는 성공적인 발표를 축하하며 둘이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러 가게 되었다.
... 삼겹살엔 소주가 빠질 수 없지.
우리는 함께 고기와 함께 술도 마시게 되었다.
술을 마시고 이야길 하다보니 나이 차도 얼마 나지 않기에 말을 놓기로 했다.
편입생은 소주를 한잔 하더니 이제야 편해졌다는 듯 말을 걸어왔다.
"아~ 이제야 좀 편하네."
"뭐야. 그럼 빨리 놓자고 말하지 그랬어."
"처음부터 놓고 싶었는데 내가 더 어리다보니까 말을 못꺼냈지..."
"난 별로 신경 안 쓰는데.."
"그런건 나이 많은 사람쪽에서 먼저 이야기 해줘야하는거라고"
"아 넹"
"하여튼 이번 발표 점수 잘나오겠지?"
"교수님 말하는거 들었잖아 괜찮게 나올 것 같던데"
"크 나 중간고사 말아먹어서 기말 벼르고 있었는데 조별과제라고 하더라고. 그땐 진짜 정신나갈 뻔했다니까"
"나도 뜬금없이 조별과제라길래 식겁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성공적이였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서서히 사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야 넌 여자친구없냐?"
"뜬금없이 공격하네... 없는데?"
"아.. 그래? 그럼 마지막 연애는 언젠데?"
"... 없는데?"
"뭐?"
"없었다고"
"뭐..? 진짜?"
편입생은 뭐가 그리도 웃긴지 한참동안 테이블을 쾅쾅 쳐가면서까지 웃어댔다.
나는 주위의 시선이 몰리는 걸 느끼고 조금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고 싶었다.
편입녀는 한참동안 웃고나서야 겨우 웃음을 멈추고 다시 내게 질문을 했다.
"야 그럼 너 모쏠이야?"
"... 어"
"와 진짜? 신기하네.."
"왜 모쏠 처음봐서 신기하냐?"
"아니 모쏠을 처음보는건 아닌데.. 다른게 신기하다는거지 뭐.."
편입녀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뭐가 신기하다는 건지는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다.
"왜 없었을까... 너 혹시 성격이 완전 개차반인거 아냐?"
".. 그래보이냐..?"
"음.. 그건 아닌 것 같고.."
편입녀는 곰곰이 내 얼굴을 보면서 고민하더니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라도 들었는지 갑자기 표정이 굳히며 내게 질문을 했다.
"혹시.. 너 남자 좋아하냐..?"
"무게 잡길래 무슨 소리하나 했더니 뭔 개소리야. 여자 좋아하거든"
"아 미안.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
그제서야 편입생은 표정을 풀고 다시 웃음을 지었다.
나는 다시 또 소주를 한잔 마시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얼굴문제 아니였을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편입생은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편입생도 소주 한잔을 마시곤 이야기의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렸다.
"음.. 솔직히 처음봤을땐 좀 무섭다고 해야하나.. 좀 날카로운 인상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무서워보여?"
"그랬었는데.. 모솔이라고 듣고 나니까 그냥 귀여워보이네."
"그믄흐르그..."
편입생은 날 놀리는 게 그렇게도 즐거운 것인지 다시 또 빵 터져서 자신의 배를 잡아가면서 웃었다.
그걸 마지막으로 나에 대한 이야기는 끝났고 다른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동안 술과 고기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늦어 헤어지게 되었다.
헤어질 때 쯤 편입생은 술이 좀 취했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아 재밌었다."
"그래 나도 재밌었다."
"그래? 그럼 주말에 또 볼래?"
"어..?"
자연스럽게 훅 들어오는 편입생의 말에 나는 순간 당황하게 되었다.
순간 여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시험기간엔 못 본다고 했고...
이번 주까지는 시험기간인 거니까...
그렇게 나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나는 편입생과의 약속을 잡았다.
약속을 잡자 편입생은 그제서야 약간 굳어있던 얼굴을 풀고선 활짝 웃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
금요일 밤에는 오랜만에 여동생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시험기간 도중에 시간을 내보려고 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설령 내가 시간이 나더라도 여동생이 바쁜 경우가 빈번했다.
내 시험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여동생도 딱 시험이 끝나며 시간이 맞게 되었다.
여동생과 같이 시간을 보낸 후,여동생은 당연하다는 듯이 같이 놀러가자며 이야기를 꺼내왔다.
"저번에 골목길에 있던 맛집 거기 근처에 새로 생긴 데가 있다던데 가볼래?"
"아... 미안. 주말에 선약이 있어서"
나는 어제 잡은 편입생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여동생과의 주말외출을 거절하였다.
여동생은 나의 반응에 잠깐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하다가 곧바로 시무룩한 얼굴로 변했다.
"아.. 그래,,? 누구랑..?"
"같이 조별과제했던 팀원이랑.."
"응.. 그럼 어쩔 수 없지.."
"미안.."
"아냐,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여동생과의 약속을 거절하고 나는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 마지막으로 본 여동생의 실망으로 가득찬 표정이 잘 잊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