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68 - 614화 - 이해할 수 없는 백선의 의도! (4)
“어딨냐 백서어어어어어어어언!!! 당장 나와서 설명하지 못해!!?” “꺄악!? 마, 마왕...!?”
이 육체엔 절대 없을 줄로만 알았던 발기부전이란 현상에, 한참을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던 나.
아무리 애써도 영 힘을 되찾지 못하는 말자지의 모습에, 나는 절규하듯이 백선을 부르며 그녀가 들어갔다는 별채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런 씨이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 마왕의 말자지가 발기부전이라고? 아니,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지?
성욕이나 감각은 멀쩡한데 발기만 안 된다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란 말이야?
그것도 요화라는 최상의 암컷을 눈 앞에 둔 상황이었는데... 그 무시무시한 폭유를 주물러도 반응을 보이질 않는다니...
크아아아아악!! 말도 안돼! 이 마왕에게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이거 분명 오늘 승부에서 받았던 그 공격 때문이겠지!?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싶었는데 설마 이런걸 노리고 있었을 줄이야...!
가만 안 두겠어 백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암컷이라고 해도 용서는 없을 줄 알아!!
“여기냐 백선!?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을...!!” “흠? 무슨 일이지? 요화와 즐겁게 재미보고 왔을 녀석이, 왜 이리 뿔이 났을꼬?”
별채의 가장 안쪽 방에서, 반쯤 누운 자세로 도도하게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있던 백선.
내가 문을 열자 전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백선은 담배 연기를 뿜으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무슨 일!? 무슨 일이냐고!? 지금 기죽은 내 프렌드가 안보여!?” “다짜고짜 여인에게 성기를 과시하다니... 후후. 참으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내로다.” “그딴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지금 그것보다, 이 녀석이 왜 이러는지 설명해봐! 경우에 따라선 정말 용서하지 않을...! ...응?”
옷을 벗어 던진 알몸인 상태로 달려와, 백선에게 축 늘어진 말자지를 가리키던 도중.
백선의 무심해 보이는 표정에 확 짜증이 나려던 순간, 나는 늘어져 있던 말자지가 어느새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 뭐야...!? 이 자식...! 다시 돌아왔구나!” “후후. 뭐냐. 해결된 것이냐? 별 거 아닌 일로 이리 난리라니. 정말 덩치 값을 못하는 녀석이로다.”
아, 아니... 이렇게 갑자기 정신을 차리다니. 도대체 무슨...
뭔가 낌새라도 있었으면 모르겠지만. 갑자기 이렇게 회복되니 뭔가 어처구니가 없네 이거.
도대체 뭐야? 설마 요화 앞에서만 이런 건가? 공격을 한 건 그 청야란 녀석이었는데?
하아.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돌아와서 다행이긴 하다만. 도대체 왜 이런 건지 알 수 가 없네.
어차피 요화와의 교미 시간은 물 건너 갔으니까. 백선에게 좀 캐물어 봐야겠어.
“하아씨. 놀래라... 얘한테 뭔 일 생긴 줄 알고 식겁했네 진짜... 도대체 나한테 뭘 한 거야 백선?” “...후후. 하도 날 뜨겁게 보길래 다짜고짜 범하려 들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럴 생각은 없는 모양이구나.”
이야기를 하겠다는 듯이 백선을 마주보며 앉자, 뭔가 대견하다는 듯이 부드럽게 날 바라보던 백선.
뭔가 머리맡에 있는 종 같은 것을 울리더니, 백선은 방에 들어온 요화의 제자에게 익숙한 것처럼 주문을 전했다.
“아가. 가서 간단한 안주거리랑 10년쯤 된 요화주를 내오거라. 이 녀석이 제법 잘 마실 것 같으니, 넉넉하게 5병 정도로.” “어, 음... 네. 알겠습니다.”
음... 쟤는 처음 본 손님을 대하는 것처럼 어색한 느낌인데. 백선 얘는 어째 좀 익숙한 느낌이네? 술 이름도 알고?
그러고 보니 여기 들어오는 것도 꽤 익숙한 느낌이었지? 백설도 처음 보는 것 같았는데. 몇 번 와본 적이 있는 건가?
“...어째 주문이 꽤 익숙해 보인다? 자주 와봤던 모양이지?” “후후. 한 3, 400년 전까지는 꽤 자주 찾아왔었지... 오지 않은 지 꽤 오래 됐지만, 그 이후로도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모양이구나.”
3, 400년 전이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지만, 꽤나 까마득하네 그거.
지금 요화 제자들 중에 가장 나이 많을 엘프 암컷이라도 백선을 만난 적이 없다는 얘기잖아.
그 동안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이 곳을 대단하다 해야 할지... 아니면 그리 오래됐는데도 익숙하게 행동하는 백선 얘를 대단하다 해야 할지...
나이가 천 살이니 몇 살이니 하는 게 영 와 닿지 않았었는데. 이거 갑자기 요화나 백선 나이가 아득하게 느껴지는걸.
“...여기, 가져왔습니다.” “음. 그래. 이제 밤이 늦었으니 다들 들어가 쉬도록 하거라.” “아... 네. 네에. 알겠습니다...”
음~ 알몸으로 앉아있어서 그런가. 어째 술상 놓는 위치가 나한테서 좀 먼데?
날 제대로 보지 않고 잽싸게 나가버리는 것도 그렇고... 백설이랑은 꽤 친해졌지만, 다른 암컷들은 아직 갈 길이 멀구만.
“자. 마셔보거라. 요화가 만든 술 중에서 가장 편하게 즐길만한 녀석이니.” “음. 그래? 어디...”
에휴. 이렇게 같이 술 마시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원래라면 요화에 이어서 냅다 교미를 즐겼을 텐데...
워낙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게 되니, 이거 마이 프렌드가 다시 돌아왔는데도 교미할만한 기분이 아니네 이거.
어쩔 수 없지. 이런 상태로 교미해봤자 찝찝할 뿐이니...
일단 장단 좀 맞춰주면서, 도대체 뭘 한 건지 이야기나 좀 들어봐야겠어.
“...오. 괜찮은걸? 요화랑 술 대결 할 때 마신 술은 그냥 술이란 느낌이었는데. 이건 꽤 깊은 맛이 나잖아?” “후후. 요화가 술 만드는 실력 하난 탁월해서 말이다... 특히 이 요화주는 오래될 수록 일품인 녀석이지. 항아리째로 퍼 마시는 승부에 쓰기엔 좀 아까웠을 게다. 네 녀석에게 좋은 술을 주기 싫기도 했을 거고...”
뭐어. 그랬겠지. 나 같아도 그렇게 퍼 마시는 승부를 한다고 하면, 암만 술이 넘쳐난다 해도 그냥 싸구려 술을 가져다 쓸 테니...
이런 향기롭고 고급진 술은 마실 자세를 갖추고 마셔야 하는 법이라고. 뭐, 비록 지금은 알몸으로 자세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푸흐흐.
그나저나 이거 정말 괜찮은데. 내가 라디아에서 마시는 술들과 비교해봐도 꽤 괜찮은 수준이잖아.
내가 마왕이 된 이후론 내 가축들이 엄격하게 골라온 최상품 술만 즐기는 나인데... 고작 10년 정도 묵힌 술이 이 정도라고?
이거 더 오래된 술은 어떤 맛이 날지... 요화가 직접 따라주는 그 날이 기대되는걸. 큭큭.
“...그리고 요화가 이렇게 좋은 술을 만들 줄 아는 것은, 지구에서 경험해 봤던 것이기 때문이겠지.” “컥!? 쿨럭! 쿨럭! 뭐, 뭐라고? 지금, 어디라고...?”
저녁도 먹질 않아서 안주들을 마구 즐기며, 향기로운 술을 들이키던 와중.
백선이 조용히 내뱉은 단어에 놀란 나는, 마시던 술을 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옆쪽에 내뿜어 버렸다.
아, 아니... 지금 얘, 뭐라고 한 거야?
지구...? 백선 얘가 어떻게 거길 알고 있는 거지? 분명 지구에서 넘어온 건 나랑 히어로 이터들 뿐일텐데?
아니 그 전에. 요화가 지구에서 술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고...? 지금 그 말은...
“후후. 뭘 그리 놀라느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냐?” “아, 아니, 그게... 지금 지구라고 한 거지? 네가 어떻게 거길 알고 있어?” “흐응. 조금 의심 정도는 해보지 않았을까 했더니... 아무래도 전혀 모르고 있던 모양이구나.”
손에 쥔 술잔을 흔들면서, 무언가 생각에 잠긴 것처럼 밝은 황색 빛의 술을 바라보던 백선.
백선은 가볍게 그 술잔을 비우더니, 옆에 있던 곰방대에 불을 붙이며 옆에 있던 팔걸이에 몸을 붙였다.
“에센티아의 몬스터이냐 테센티아의 미완성 생명체이냐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대와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신수가 아니더냐. 그러니 그 영혼 역시 같은 곳에서 왔을 수도 있지.” “어, 어어... 그 말은... 너희들 역시, 나처럼 지구에서 온 영혼이라는 말...?” “바로 그거다. 뭐어, 여신에게 직접 선택된 그대와 달리, 우리들은 어쩌다가 이끌린 것에 가깝지만 말이다.”
이 시발...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신수들은 그냥 오래 산 몬스터가 자아를 갖게 된 거라고 했었잖아? 그래서 당연히 그 영혼도 몬스터일 적의 영혼 그대로 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백선의 말은 그러니까... 오래 산 몬스터에게, 지구의 영혼이 깃들었다는 얘기... 지?
“어느 시간대에서 이끌린 것이냐는 다들 다르지만... 에센티아의 모든 신수들은, 본래 지구에서 살던 지구인들이다. 다들 죽음을 맞이한 그 순간에, 영혼이 이끌려와서 몬스터에게 깃들었지.” “...으, 으음... 이런 미친... 그런 거, 마왕이 되면서 본 우주의 정보엔 없었는데...” “그 우주의 정보 역시 여신이 준비한 것이니 말이다. 그대를 본인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려고, 불필요한 정보는 주지 않은 것이겠지.”
이 망할 여신이... 아니 숨길게 따로 있지, 이런 중요한 정보를 숨겼었다고?
내가 마왕이 된 순간 느꼈던 그 감각은 뭐였어 그럼? 마치 이 우주의 삼라만상을 모두 깨우친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것도 꾸며낸 거였나?
아니 잠깐. 그럼 지금 이 정보를 인식했으니까. 백선의 상태창에도 표시가 되려나? 어디...
====================================================================== 이름 : 백선 종족 : 신수 레벨 : 81 ( 628400 / 2480000) 칭호 : 감정이 무뎌져버린 암컷 신수. 나이 : 6121세 특이 사항 : 1592년 태생 / 중국 명나라 출신 / 추락사 / 기혼 ... ======================================================================
“...6121세...” “호오. 상대방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냐? 우주와 연결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인데. 여신이 그 육체엔 꽤나 공을 들인 모양이구나.”
와, 와아... 요화가 천 살이라고 할 때도 그리 와 닿진 않았었는데... 6000살이 넘었다는 걸 보게 되니 이거 정말 아득해지네...
지구 출신이란 것도 놀랍지만 저 나이도 참... 그럼 대충 16~17세기 사람이 넘어와서 600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얘기잖아.
이 무슨 아찔한... 아니, 신수들은 수명 같은 것도 따로 없는거야 이거?
“아무튼. 이제 나와 신수들이 지구에서 왔다는 것이 좀 믿기느냐?” “으, 음... 그, 그래. 다들 고향 사람들이었단 말이지...” “후후. 그래도 같은 지구 출신이란 걸 알게 되니 긴장되는 모양이구나. 아까까진 교미가 어쩌니 하던 녀석이...”
그야... 여태까지 에센티아의 인간들은, 뭔가 같은 인간이라고 느껴지질 않았다고 해야 하나...
뭐랄까 나보다 열등한 하등 종족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라. 도저히 같은 지성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고.
물론 내 암컷이 된 여자들에게선 같은 종족이라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 외에는 전부 게임의 npc 들을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그랬는데 걔들 중에 몇 명이 나랑 같은 지구 출신이라잖아. 당연히 이건 놀랄 수 밖에...
아니 진짜 얼탱이가 없어서... 여신 걔는 날 무슨 특별한 존재라고 인식되게 만들더니... 도대체 이 무슨...
“으음... 그래. 같은 지구 출신이다 이거지... 이거 참...” “기분이 복잡한 모양이구나. 후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음? 아 그래... 확실히, 중요한 건 아니지만...”
으음~ 고향 사람들이란 걸 알긴 했지만... 그렇다고, 신수들이 나랑 크게 접점이 있는 건 아니지?
지역만 달라도 느낌이 확 달라지는데. 출신 나라도 다른데다 시대까지 전혀 다른 시대에서 왔다잖아?
그렇다면 뭐... 에센티아에서 마왕으로 활동할 나에게, 크게 상관 있는 얘기는 아니긴 하지...
암만 같은 고향 출신이라고 해도 수컷들은 여전히 실좆 새끼들인데다, 암컷들은 우월한 수컷을 모르는 불쌍한 암컷들이잖아?
애초에 다들 육체까지 달라진 상태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만한 이야기 일지도...
“흐음. 그래서...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같은 고향 출신이니 날 설득해 보려는 거야?” “후후. 글쎄? 요화나 다른 녀석들은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만, 나는 조금 다르지.” “그건 또 뭔... 으음. 도대체 네가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는데... 차근차근 이야기 좀 해주겠어?”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니라. 내가 널 찾아온 게 바로 그것 때문이니...”
느긋한 표정으로 곰방대를 입에 물고서, 향기가 약한 평범한 담배의 연기를 내뿜는 백선.
마치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는 것처럼, 백선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