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667화 (668/749)

Chapter 666 - 612화 - 이해할 수 없는 백선의 의도! (2)

...지금 얘가 뭐라고 한 거지? 뭐? 저 놈들이 공격하는 걸 받아보라고...?

그러니까... 뭐 대결이나 그런 게 아니라, 쟤들이 하는 대로 쳐 맞아 보라는 말...?

아니, 그게 무슨... 얘는 그딴 걸 승부라고 제시한 거야 지금?

“너무 어이없는 승부를 제시하는데? 그냥 얌전히 얻어맞아 보라니, 그게 무슨 승부야?” “흠. 싫으냐? 네 녀석이 얼마나 우월한 수컷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크, 크흠... 아, 아니, 뭐 그거야 꼭 보여주고 싶기는 한데...”

허허... 요 암컷 말하는 것 좀 보게... 내가 얼마나 우월한 수컷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그러니까 한 마디로, 내 육체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싶다는 거지? 하하. 이거 참...

그렇게 말하니 살짝 혹하는걸? 그런 무심한 표정으로 날 혹하게 만들다니. 상당히 제법이야 백선?

이렇게 까지 말하는데 그냥 한 번 받아들여 봐? ...아,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이런 조건은 좀 아니지.

나에게 딱히 메리트도 없는데다, 이 녀석들이 뭔가 수작을 부릴지도 모르는 거잖아?

수작을 부려봤자 얼마나 대단한 게 있겠냐만. 그래도 이렇게 당당하게 제안해 오는 걸 보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걸지도...

응? 잠깐... 생각해 보니 그런 자잘한 것 이전에, 이건 애초에 성립이 안 되는 승부잖아?

“잠깐만. 이거 애초에 불가능한 조건 같은데? 공평한 승부여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데. 혹시 요화한테 못 들었어?” “후후... 아무래도 요화가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모양이구나.”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뭔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요화를 힐끔 바라보는 백선.

들켰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돌리는 요화에게, 백선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맹약의 주술을 쓰게 되면 반드시 조심하라 일렀거늘... 잘못됐으면 어쩌려고 그랬던 것이냐?” “아, 아니... 그게... 그 정도로 상세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정말이지... 이번에는 그럭저럭 넘어간 모양이니 다행이다만,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하거라.”

으음... 왠지 모르게 혼나고 있는 듯한 요화의 저 표정...

뭔가 같은 신수인데도, 백선이 요화의 언니나 엄마 같은 느낌인걸? 무슨 관계지 이 둘?

몬스터에서 출발하는 신수인 만큼 부모자식 관계는 아닐 것 같은데... 그럼 뭐 언니 같은 존재라고 봐야 하나?

뭐, 느낌만 봐도 백선이 요화보다 더 오래 산 것 같기는 하니... 아니 그것보다, 혹시 나 사기계약 당했던 거야 이거?

“저기~ 나도 좀 알 수 있게 설명 좀 해줄래? 요화가 뭔가 빼먹기라도 한 거야?” “음. 요화가 하나 빼먹은 게 있구나. 이 주술의 규칙 말이다만... 한 번 맺어지면 수정이 불가능한 규칙이지만, 조건에 따라 살짝 완화시킬 수가 있느니라.”

뭐... 라고? 규칙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게 아니라, 아예 완화를 시킬 수가 있었다고?

요화 요것이... 그런 중요한 걸 말 안하고 그냥 넘어갔었단 말이야?

아무래도 혼 좀 나야겠는데. 오늘 밤 교미에서 아주 제대로 괴롭혀 줘야겠어.

“완화시킨다고? 어떻게?” “양측이 서로 동의를 하고, 그것을 규칙에 적용시키면 되느니라. 예를 들면 그 공평한 승부란 것 말이다만, 내가 제안한 방식을 공평한 것으로 인지하겠다고 너와 요화가 동의하면 되는 것이지.”

아하. 과연. 그런 식으로 조절이 가능한 거였나...

그럼... 내가 제자들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보장하겠다던 규칙... 그거, 요화가 동의만 하면 교미 같은 것도 할 수가 있다는 말이네?

푸핫. 세상에. 그런 중요한 내용을 말 안 해줬었다니. 요화도 참 너무하네 진짜.

어차피 본인이 거절하면 해당이 안 되는 이야기잖아? 뭐가 불안해서 이런 중요한 얘기를 빼먹은 거야?

큭큭. 이거 아무래도, 요화가 내 제안에 동의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교미를 해줘야겠는걸.

“아무튼 그래서. 이렇게 방법이 있으니, 아까 내가 제안했던 대로 승부를 진행하고 싶다만...설마 마왕이라고 칭하고 다니는 사내가, 피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음. 그렇지. 방법이 있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백선이 제안한 승부를 받아들이냐는 또 다른 얘기긴 하지.

은근슬쩍 도발까지 걸어오다니. 백선 얘 확실히 보통 암컷이 아니긴 하네. 큭큭.

하지만 어쩐다~? 이거 나한테는 영 땡기지가 않는 제안인데...

승부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수컷다움을 과시하며 널 유혹할 수 있을 텐데. 뭐 하러 굳이 날 공격하는 기회를 넘겨주겠어?

뭐, 나보다 약한 놈들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뿐이니 그리 위험하지도 않고 빠르게 끝나서 좋기야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마왕이 얻어맞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영 내키질 않는데...

흐음. 어쩔까... 표정을 보아하니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묻는다고 해서 말해줄 것 같지는 않고...

일단 제안을 해온 건 저쪽이니까. 살짝 추가 조건을 걸어볼까?

“요화나 너라면 몰라도, 저 수컷 새끼들한테 얌전히 얻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 나쁜걸? 무슨 공격이든 받는 대신, 쟤들한테 완력만 써서 죽빵 한 대 갈겨도 될까?” “그건 좀 그렇구나. 일단 내 동생 같은 아이들인데. 그런 아이들이 얻어맞는 꼴을 보게 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아니, 제가 얻어 맞는 건 괜찮구요? 암만 처음 보는 사이라지만, 이거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이쪽은 완력만 써서 때린다는 조건인데 그게 안 된다니. 그럼 이거 진짜 얌전히 샌드백이나 되어달란 이야기 아냐?

암만 내 육체가 강하더라도 신수들인 만큼, 완력만 쓴 주먹질이라면 그리 위험하지도 않을 텐데 말이지.

받아들이면 그래도 기분 전환은 될 것 같아서 해볼까 싶었더니. 이거 어째 흥미가 확 사라지는걸.

“으음~ 그게 싫다면 영 내키지가 않는데... 아무리 그래도 마왕씩이나 되어서 그냥 얻어맞는 건 좀...” “흐음. 의외로구나. 마왕이라고 떠드는 녀석인 만큼, 이 녀석들의 공격 따윈 별거 아니라고 그냥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말이다.” “나한테 전혀 메리트가 없잖아. 암만 별거 아닌 공격이라고 해도 샌드백처럼 얻어맞아 주는 건데. 뭔가 보상이 있어야 기분이 덜 나쁘지 않겠어?” “흐음. 과연. 보상이라... 뭔가 대가를 내놓으란 거로구나...”

고럼. 제안을 하려면 뭔가 대가를 제시해 줘야지. 그 정도는 말 안 해도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그냥 받아들일 줄 알았다니. 백선 얘도 좀 특이한 녀석이네.

뭔가 내 힘을 믿은 것 같기도 하고, 날 무시한 거 같기도 하고... 어째 표정이 영 읽히지가 않아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이거.

외모만 봐선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성격이 좀 독특한 암컷인가? 으음...

뭐 아무튼. 날 무시한 것 같아서 살짝 거슬리는걸.

백선. 이젠 단순히 수컷놈들에게 죽빵을 넣는 정도가 아니라, 널 따먹을 기회라도 받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거든?

뭘 제시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기분 나빠졌으니까. 어정쩡한 걸로는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없을...

“그럼, 대가로 본녀는 어떻느냐?” “에헤이. 기왕 쓰는 거 좀 더 쓰시... 에? 뭐라구요?”

뭐, 뭐야? 백선 얘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아니, 지금 얘... 승부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자기를 주겠다고 말한 거야 지금?

“네 녀석은 암컷을 원하지 않느냐? 본녀도 일단은 암컷인데, 원하지 않는 것이냐?” “에...? 아, 아니, 어? 혼또...?”

설마 백선의 입에서 직접 나올 줄은 몰랐던, 본인을 대가로 제시한 백선의 제안.

그 제안에 백선의 뒤에 있던 신수들이, 기겁하는 표정을 지으며 백선을 바라보았다.

신수들뿐만 아니라 내 뒤에 있던 음수들 역시, 쟤 뭐야 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당혹해 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나 또한 전혀 예상 못했던 백선의 제안에, 할 말을 잃고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뭐, 뭐야 얘... 아니, 분명 본인이라도 제시하라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는데...

백선 너 이미 내가 어떠한 존재인지 알고 있잖아? 거기다 너는 나름 신성한 존재로 취급 받는 신수잖아?

근데 그런 네가 나에게 본인을 바친다고? 그것도 요화와의 승부 조건을 제시하기 위해서?

어... 내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평범한 암컷도, 첫 만남부터 이리 대놓고 들이대는 암컷은 거의 없었는데...?

아니지. 이거... 내가 마왕으로 각성한 이후론 처음 있는 일 아닌가? 각성한 이후론 기운이 워낙 거세져서, 처음부터 발정하는 케이스는 아예 없었잖아.

근데 평범한 암컷도 아닌 신성한 신수 님이, 처음 만난 이 마왕에게 자기를 바쳐...?

어... 얘 설마,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배, 백선! 무슨 소릴 하는 것이냐!? 아무리 그래도 그럴 것 까진 없다만!?” “야! 너 미쳤어!? 저 놈이 어떤 녀석인지 말해 줬잖아!?” “하아... 백선... 결국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냐? 갑자기 이 무슨...”

으음... 저 신수 새끼들도 놀란 걸 보면, 미리 계획했던 일이 아니란 건데...

뭐야 그럼? 설마 얘. 진짜 내 암컷이 되고 싶어서...?

“대가를 원한다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암컷 이외엔 딱히 원하는 것도 없어 보이니, 나라도 제시하는 수 밖에.” “아, 아니, 그렇다고 굳이...!? 백선, 그럴 바엔 차라리 평범한 승부를...!” “흐음. 너야말로 이 녀석을 상대하고 있으면서. 너무 호들갑을 떠는구나. 요화. 널 보니 저항하려고 하면 그럭저럭 저항할 수 있을 것 같다만?” “나, 나야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 뿐이다! 그리고 지금도 저 녀석의 더러운 기운이 들러붙어 있는 것 같아 기분 나쁘거늘, 이런걸 굳이 경험하겠다고...!?” “후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느니라. 잠깐 있어 보거라.”

뭔가 요화와 두 신수에게 안심하란 것처럼, 손을 흔들며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주던 백선.

동생들을 조용히 시킨 백선은 날 올려다 보더니,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리 큰 흥미는 없다만... 본녀는 네 녀석과 이야기를 좀 나눠보고 싶어서 말이다.” “뭐...? 그게 무슨...?”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나한테 흥미는 없는데, 이야기는 나눠보고 싶다니?

도저히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는데... 혹시 백선 얘, 어딘가 아픈 애라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어차피 그대와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직접 그대를 체험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 아.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내가 제시한 승부 역시 그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허어. 그렇게나 나에 대해 알고 싶다고? 흥미는 없으면서?” “후후.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만... 나와 대화를 나눠보면 어째서 그런지 알 수 있을 테지. 제안을 받아들여 주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알려주도록 하마.”

이것 봐라...? 어쩐지 내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 확신한 것 같은 느낌인데?

궁금하면 제안을 승낙해라? 내가 암컷인 본인을 거절할 리가 없다는 거지 이거?

하하. 이거 참... 날 처음 만난 암컷이, 이렇게 날 잘 아는 것처럼 행동하다니...

조금 어이가 없지만... 그거, 정답이야 백선.

“큭큭... 이거 참. 내가 네 외모에 군침 흘리고 있던 건 또 어찌 알고...” “그리 질척한 눈빛으로 바라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느니라. 후후... 그래서, 어찌하겠느냐? 받아들일 테냐?” “콜! 당연하지. 암컷이 스스로 이 마왕과 교미해 보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겠어?”

처음부터 이러는 암컷은 또 처음이지만. 뭐, 이런 암컷을 즐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어째 정신 쪽이 살짝 아픈 게 아닌가 걱정되지만. 승낙하면 왜 그런 건지 이야기해 주겠다잖아?

뭐 사실 진짜 살짝 맛이 간 암컷이라고 해도 외모가 이 정도인데. 완전히 광년이 아닌 이상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지.

큭큭. 이렇게 간단히 또 다른 신수를 맛 볼 기회가 오다니. 이거 또 즐길거리가 하나 늘어난 느낌이네.

“후후...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대가 요화와의 승부에게 이겼을 때의 이야기다. 승부에서 이기는 조건은, 그대가 저 아이들의 공격을 받고서 기절하거나 쓰러지지 않는 것이고 말이야.” “푸핫. 그 정도야 껌이지. 이 마왕이 저런 비실비실한 놈들 공격 따위에 쓰러질 것 같아?” “글쎄. 아마 꽤나 고통스러울 거라 생각된다만... 후후. 어디 한 번 지켜보기로 하지.”

내가 쓰러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미소를 짓던 백선은, 내 앞에서 몸을 돌리며 자신의 동생인 신수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승부에서 이기면 요화를 두 시간 동안 자유롭게 사용하는 조건이라지? 그러면 나는 한 시간, 승부에서 이겼을 경우 너에게 시간을 내주도록 하마.” “호오. 한 시간 이라...? 어쩐지 좀 아쉬운데~? 좀 더 쓰면 안될까?” “후후. 걱정 말거라. 한 시간은 어디까지나, 그대를 오래 보기 위해서 설정한 것뿐이니까.”

오호라. 이제 보니 승부를 단판으로 끝낼 생각도 없는 거야?

오늘 내가 버티게 되면 이후로도 쭉 버티게 될 텐데... 도대체 이건 무슨 생각이지?

설마 오늘 공격 한 번에 내가 쓰러질 거라 생각하는 건가? 큭큭. 그건 너무 날 무시하는 것 같은데...

뭐, 무슨 생각인지는 차근차근 물어보면 되겠지. 까짓거, 어차피 이 마왕의 육체엔 쥐뿔도 안 통할 테니 말이야.

설마 내가 쓰러질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길 바래 백선. 만약 그렇다면, 너도 요화처럼 처음부터 봐주지 않고 진심으로 교미해 버릴 거거든. 큭큭.

“자. 그럼 더 늦으면 완전히 어두워 질 것 같으니... 얼른 시작하자꾸나.”

떠있던 해가 모습을 감추고, 햇빛의 흔적만이 남아있는 푸르스름한 저녁 시간.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한 마리의 암컷 신수의 말에, 이 자리에 있던 짐승들이 떨떠름하게 승부의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