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656화 (657/749)

Chapter 655 - 601화 - 접대 내기! (5)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열심히 술을 퍼마신 나와 요화.

처음에는 그럭저럭 비슷한 속도로 술이 줄어들었지만, 항아리 하나를 비우자 나는 마왕이 된 이후 처음으로 주량의 한계에 도달했다.

“우웁... 미, 미친... 어떻게, 이딴 술을...” “흐음. 뭐냐. 고작 한 항아리로 한계인 거냐? 푸훗. 온갖 대단한 척은 다 하더니, 생각보다 별 것 아닌 수컷이로구나.”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기뻐하는 미소를 지으며, 두 번째 항아리를 붙들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는 요화.

지금 건방지게 반쯤 누워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요화는, 재주라도 부리는 것처럼 9개의 꼬리 위에 술이 채워진 술잔을 들고 있는 상태였다.

잔을 넘기고 나면 꼬리 위에 있는 술잔과 교체하고, 꼬리로는 다시 항아리에서 술을 퍼올리는 시기한 재주를 부리는 여우.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이는 요화의 재주는, 내 상태와는 별개로 요화가 정말 보통이 아닌 술꾼이란 것이 느껴지는 기술이었다.

이런 미친... 요화 이년 진짜 장난 아니네. 이 술을 저리 처마시고도 멀쩡한 모습이라니...

아니, 이거 약주라며? 세상에 무슨 약주가 이렇게 도수가 높아?

아무리 못해도 이거 60도는 넘을 것 같은데? 근데 이딴 걸 항아리 단위로 퍼마실 수 있다고?

와 씨. 저건 진짜배기네. 요화 쟤, 이 마왕과도 비교될만한 엄청난 술꾼이야.

“이... 씨이팔... 내가 배만 좀 덜 찼으면, 이 정도는... 우웁...” “흐응~? 패배자라서 그런지 꼴사납게 구는구나. 꼴을 보니 만전의 상태로 시작했어도 날 이기긴 힘들었을 것 같다만?” “아직 시간 남았어 이년아...! 어디서 다 이긴 척을... 웁...!”

시발. 허세를 부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건 이기기는 힘들겠지.

두 번째 항아리를 반 넘게 비웠는데 저리 여유로운걸 보면, 요화의 말대로 만전의 상태로 붙어도 장담할 수는 없겠는데?

이 마왕이 자존심상하게 암컷에게 주량으로 밀린다니... 이게 말이 되나? 쟤 혹시 나 몰래 술에 물이라도 탄 거 아니야?

이걸 어쩌지? 그냥 미친 척 하고 냅다 항아리째로 뱃속에 들이부어?

쓰읍. 그랬다간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인데... 토하는 게 아니더라도 질질 흘리기라도 하면, 마왕으로서의 위엄이...

“후후. 네 놈이 발악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만족스럽구나. 아무래도 앞으로의 승부는 계속 주량 대결로 해야겠군.”

아니 이 건방진 여우년이...! 붙어보니 수작을 안 부려도 충분히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감히 암컷 주제에 이 마왕을 우습게 봐!? 지금이라도 이 마왕의 간이 얼마나 튼튼한지 알게 해줘!?

...아니지. 아니야. 지금 진다고 해도 어차피 내기 기간이 하루 줄어드는 것뿐인데. 괜히 이 상태에서 무리할 필요는 없지.

오히려 지금은 약한 모습을 보여서, 요화가 방심하도록 만드는 게 더 좋은 선택 아닐까?

굳이 두 달을 꽉 채우지 않더라도, 그 전에 충분히 요화를 음수로 만들 수 있을 테니...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첫 날은 한 번 져주고 요화와 제자들에게 작은 희망을 안겨주는 것도 괜찮겠어.

“우웁...! 제, 제길...! 내가, 겨우 이 정도로...!” “후훗. 약한 수컷이로다. 이제 거의 시간이 다 된 것 같은데 아직도 두 번째 항아리가 가득한 상태라니. 이제 그만 마셔도 내 승리는 확정적인 것 같... 응?”

그렇게 요화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며, 힘겹게 술잔을 넘기는 연극을 이어나가던 도중.

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을 알리듯이, 요화와 내 목에 새겨진 주술의 문양이 빛을 내뿜었다.

“...끝났구나. 후후. 첫 날은 나의 승리로군.” “이런, 제기, 랄...!”

승자가 누구인지를 알리는 것처럼, 내 목에 새겨진 문양의 빛이 꺼지고 요화의 문양에서 빛이 강해진다.

그런 밝은 빛뿐만이 아니라 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요화의 승리를 강조하던 주술의 문양.

강렬하던 빛이 사그라들자, 요화의 목에 새겨져 있던 문양에 1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자. 이것으로 내기 기간이 하루 단축되었구나. 마왕이여.” “제길...! 이 내가, 암컷에게 주량으로 밀리다니...!” “후후. 생각보단 별 거 없는 사내로다. 그 정도 수준으로 본녀를 탐할 수나 있겠느냐? 본녀를 네 뒤의 사악한 여인들처럼 만들지 않으면, 그대의 목숨이 위험할 텐데? 쿠후훗.”

첫 승부에서 이긴 것이 그리도 좋은 것일까.

날 놀리는 듯한 약오르는 미소를 선보이며, 요화가 기분 좋은 것처럼 술잔을 내려놓은 꼬리들를 살랑거린다.

이 주량 대결이라면 날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앞으로 패배할 일이 없겠다며 좋아하는 암컷.

그 시건방진 모습을 속으로 비웃으며, 나는 분하다는 듯이 손을 부들거렸다.

“그럼 본녀는 승부에서 이겼으니, 들어가서 축배라도 따로 들도록 하마. 패배자는 가서 얌전히 쉬면서, 그 나약한 간을 회복시키도록 하거라. 쿠후훗.”

살짝 취기가 오른 붉으스름한 얼굴과,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

그렇게 나에게서 멀어질 수 있는 하루의 시간을 번 요화는,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요염하기 그지 없는 자태를 선보이면서.

술독을 붙잡고 있는 나를 내버려 둔 채, 건물의 안쪽으로 사라졌다.

***********************************************************************************************************

“푸하...! 요화 그 년...! 정말 깜찍한 짓을 해줬는데...!”

그렇게 요화와의 첫 승부를 마치고, 비틀거리며 숙소로 돌아온 나와 음수들.

내 음수들이 요화의 제자들에게 받아온 물을 들이킨 후, 나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술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쳇. 조금이라도 휴식한 뒤에 승부했으면, 적어도 이렇게 큰 격차로 지지는 않았을 텐데... 이 몸뚱이는 교미 능력은 무한하면서 왜 다른 건 한계가 있는 거람.

물론 한계는 있어도 금방 회복되는데다 하루 정도야 져줄 수도 있는 거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큰 격차로 져버렸잖아.

제아무리 신수라고 해도 암컷에게 주량으로 밀리다니. 이 무슨 마왕으로서 있을 수 없는 추태를...

이거 달아놨다가 요화를 이긴 후에 아주 톡톡히 보답해 줘야겠어.

“흐음. 그래서 마왕님. 어때? 진심으로 붙으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큭. 눈치챘구나 리즈? 역시 날 가장 오래 본 첫 번째 음수다운걸?” “당연하지~♥ 나뿐만 아니라 우리 음수들은, 마왕님이 진심인지 아닌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걸♥”

푸흐흐. 약한 척을 하면서 조금 장난쳐 볼 생각이었는데. 이거 내 음수들에겐 뭘 숨기지를 못하겠는걸?

어쩐지 내가 지는 걸 보고도 별 걱정 없는 표정들이더니. 다들 내가 중간부터 다음 기회를 노리는 걸 눈치챘었나 보네.

“흐음. 확실히 이번에는 도저히 이길 각이 안보여서, 그냥 몸을 사렸지만... 글쎄. 내가 만전이라고 해도 요화를 이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는걸? 아마 비슷할 것 같은 느낌?” “와. 그 정도야? 마왕님 주량은 우리들 중에서 가장 술이 센 제네시아 언니도 감당 못할 정도인데. 요화 그 언니 정말 엄청난 주당이었네?” “이야. 마왕과 비슷하단 말인가? 그거 꼭 한 번 같이 마셔보고 싶어지는군...”

암컷들뿐만 아니라 수컷들을 포함시켜도,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법한 주량을 지닌 제네시아.

그 정도로 만만치 않은 주당인 제네시아 이지만, 그런 그녀도 나와 비교하면 그냥 잘 마시는 수준이다.

아마 제네시아가 오늘 승부에서 쓰인 술을 마시면, 한 항아리 정도가 한계에 가깝겠지.

현재 내 음수들 중에서 가장 술 잘 마시는 제네시아 이상의 주량이라... 이거 왠지 나와 함께 끝까지 달릴 수 있는 술친구가 생긴 듯한 느낌인데?

“흐음. 술을 마시면서도 해독이 되는 마왕의 주량과 비슷하다라... 확실하게 이기려면 약이라도 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음~ 적당한 수준이라면 사전 준비로 취급될 테지만, 너무 과하면 규칙에 걸릴걸? 오늘 요화가 한 짓은 내가 주의했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이라 규칙에 걸리지 않은 걸 거야.” “승부와 관계없는 수작은 허용되지만, 승부 그 자체를 조작하려 들면 안 된다는 말이지? 흐음. 조금 성가신걸...”

주술은 그리 접하지 못했다던 페이엔이, 흥미롭게 내 목에 새겨진 문양을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지금 어느 정도로 내게 도움을 줘도 괜찮을지 가늠해 보는 중이겠지. 정말이지 든든하다니까 우리 로리 엘프님은.

근데 뭐, 주술의 규칙이란 게 은근히 까다로운 느낌이라서... 도움을 받아도 어디까지 받을 수 있을지 조금 의문인데...

괜히 무리한 짓을 해서 규칙을 어기는 것보다, 계획을 잘 세워서 당당하게 승리하는 쪽이 더 낫겠지?

“...아마 요화는 오늘 내 연기를 완전히 믿고 있지는 않을 거야. 아마 내일 다시 주량 승부를 꺼내서 확실하게 가늠해 보려고 하겠지.” “그렇겠죠? 다른 승부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지만, 만약 만전인 마왕님에게 승리한다면 그걸로 계속 승부를 걸면 될 테니까요.” “그래 세레스. 그러니 여기선, 조금만 더 연기를 이어나가도록 하지.”

나도 듣고서야 아차 싶었던, 중복된 종목을 제한하지 않은 요화와의 승부.

그러니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는 종목을 알게 된다면, 요화는 그때부터 안심하고 나와의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원래 내가 바라던 것은 하루 하루 승부 종목을 고심하며 나의 것이 되어가는 요화였는데. 오히려 거기서 안심을 하게 되다니?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잠깐의 희망을 줬다가 뺏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앞으로 두 번. 세 번째 승부까지 져주고, 지내는 것도 최대한 조용히 지낼 거야.” “그 동안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요화랑 다른 암컷들을 안심시키자는 말이지?” “그래. 아무래도 요화의 제자들이 수컷 마네킹 장면에 큰 충격을 받았잖아? 내 생각보다도 더 겁에 질린 모양새라서, 조금 안도시켜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래도 난생 처음으로 우월한 수컷을 목격했으니, 조금쯤은 호감을 보이는 암컷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호감은커녕 두려워서 어쩔 줄을 몰라 하던 요화의 제자들.

오늘 요화의 승리가 확정된 순간 구원이라도 받은 것처럼 안도하던 모습들을 생각해 보면, 요화가 3번 연달아 승리할 경우 나에 대한 공포가 확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이틀이 날아가는 건 좀 아깝기는 하지만. 어차피 내 즐거움 때문에 넉넉한 기간을 잡았을 뿐, 요화를 음수로 만드는 것 자체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을 일이니...

그러니 잠시 희망이나 좀 느끼게 해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할 준비를 해두는 게 낫겠지.

“다들 아쉽겠지만 난 여기서 나갈 수도 없으니, 이틀 동안은 교미도 좀 참자. 각자 틈틈이 라디아에 가서 말자지 딜도로 즐기고 오도록 해.” “교미까지!? 하아. 너무해 오빠~” “그건 좀 괴롭겠네요. 라디아에 있던 저희들은 이야기를 듣고서 여길 말정액으로 뒤덮는 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푸흐흐. 교미의 흔적이 보이면 우리 시중을 드는 제자들의 반응이 달라질 테니까. 지루하겠지만 요화가 방심하도록, 최대한 얌전하게 지내주자고.”

희망이란 건 좀 키워주고 나서 꺾어야 제 맛인 법.

요화가 나를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기게 되어야, 내가 승리했을 때 속았다는 것을 안 요화가 더욱 저항할 의지를 잃게 될 것이다.

요화에게 확실한 패배감을 새겨주기 위한, 일시적인 후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나와 교미하게 되면, 제아무리 신수라고 해도 내 말정액에 빠져들게 되겠지.

큭큭. 요화.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교미하고서도 제법 멀쩡했지?

이번엔 절대 저항할 수 없도록, 그 몸과 마음에 확실하게 말정액을 새겨줄 테니까.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럼 내 음수들. 각자 뭘 해야 하는 지는 알겠지? 4일차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 테니, 잠시 얌전히 지내면서 그 준비를 하도록 해.” ““네에... 알겠습니다아~””

교미를 못한다는 것 때문인지 아쉽다는 표정을 보이며,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답하는 내 음수들.

하지만 그녀들의 눈동자에서는,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순간을 기대하는 듯한 사악함이 반짝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