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38 - 584화 - 마왕을 답답하게 만드는 수왕국의 맑은 공기!
잠시도 쉬지 않고 교미를 시작한 지, 그럭저럭 3일 가량이 지났다.
내가 본인들을 포함한 수백 명의 암컷들과 교미하는 동안, 수왕국으로 향할 준비를 갖춘 나의 음수들.
마지막으로 음수들과의 격렬한 교미를 즐긴 뒤, 나는 네 마리의 음수를 데리고 수왕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수왕국과 가장 가까운 도시로 넘어간 뒤, 미리 보내두었던 음조마를 타고서 저주받은 산맥 안쪽을 향해 나아가다가...
그렇게 이틀 정도를 달리고 나서, 우리는 마침내 수왕국의 영토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흐음... 뭔가 여기서부터 수왕국이요~ 라는 게 느껴지는걸. 왜지?” “그러네. 거기다 나무들이 갑자기 확 커지고 늘어나다니. 혹시 이거 세계수의 영향 때문일까?” “아마 그럴 겁니다 리즈 언니님. 세계수의 영역 안에서는 에세르 기반 생명체들의 생명력이 증폭되니까요.”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숲 같은데... 왠지 모르게 보기만 해도 답답한 느낌이네.”
내 음수들이 숲을 바라보면서, 기분 나쁘단 듯이 미간을 찌푸린다.
단순히 나무가 좀 커지고 늘어난 것뿐인데. 세실리아의 말대로 무언가 답답함을 느끼는 듯한 내 음수들의 모습.
이건 단순히 늘어난 나무 때문이 아니라, 세계수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에세르 때문이라고 봐야 하는 거... 겠지?
으음... 이제 겨우 수왕국의 국경 라인에 도착했을 뿐인데. 근데 그런 외곽에서도 세계수의 힘을 느낄 수 있을 정도라니...
페이엔이 그럴 거라 얘기는 했었지만. 이거 내가 생각하던 것 이상이라 좀 당혹스러운걸? 도대체 그 세계수라는 건 뭐 하는 나무야?
쓰읍. 내 음수들이야 원래 에세르 기반 생명체 출신인데다가, 테세르와 에세르 두 에너지를 지니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문제는 이거 내 쪽이네. 답답함 정도가 아니라 그냥 숲을 태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불쾌한 느낌이야.
외곽에서부터 이러다니, 이거 세계수 근처로 가게 되면 어찌 될지 모르겠는데?
어쩌면 테세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육체가, 고농도의 에세르를 버티지 못하고 중화되어 버릴지도...
그러면 나 소멸 당하는 건가? 으음... 아무리 그리고 테센티아와 연결되어 있는 이 육체가,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별 수 없지. 일단은 가서 확인해 보는 수 밖에.
“...괜찮으신가요 마왕님? 혹시, 버티기 힘드시다면 그냥...” “아니,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세라. 세계수 근처로 가면 어찌 될진 모르겠지만, 지금은 단순히 몸이 살짝 무거워진 정도?” “외곽부터 그 정도라니. 세계수의 힘이 생각 이상이네... 어쩌면 세계수 주변은, 마왕님 없이 우리끼리 정리해야 될 수도 있겠는걸.” “으음. 세계수는 한 번 보고 싶은데 말이야... 일단 들어가보자. 어찌 할 지는 근처까지 가보고 결정하자고.”
내가 괜찮다고 말하며 다리를 굴리자, 고개를 끄덕이며 날 지키려는 듯이 앞장서는 내 음수들.
나는 곧장 내 음수들의 뒤를 따르며, 몸에 가해지는 압박감을 떨쳐내려는 듯이 가볍게 목을 풀었다.
마치 지하 터널 안으로 들어온듯한 답답함과, 거슬리게 느껴지는 불편한 압박감.
그렇게 나와 음수들은 예상치 못한 세계수의 힘을 느끼며, 첫 목적지인 라플라스의 은신처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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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 불쾌한 짐승의 냄새가 나는구나...”
그렇게 마왕과 음수들이 수왕국에 도착해, 수왕국 외곽에 있는 라플라스의 은신처로 향하던 사이.
수왕국 어딘가에 있는 고요한 숲 속에서, 한 마리의 암컷이 주변의 냄새를 맡으며 불쾌하단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짐승이요? 여긴 요화님의 영역인데. 몬스터라도 지나간 걸까요?”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이건 숲 속에 있는 몬스터가 아니라... 무언가 거슬리는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한 듯한, 그런...”
반짝이는 듯한 긴 금발과, 인간들의 왕국에선 볼 수가 없는 흘러내리는 듯한 의복.
곁에 있는 어린 아이의 두 배는 될듯한 커다란 신장과 풍만한 육체는 누가 봐도 놀랄 정도였지만, 그녀의 외모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니었다.
포근해 보일 정도로 풍성한 꼬리들과, 반짝이는 금발 위로 솟아있는 짐승의 귀.
장식 이라기엔 너무나도 사실감이 느껴지는 신체 부위가, 그녀의 모습을 너무나도 이질적인 존재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있었다.
“...설마... 벌써 와 버리고 만 것인가...” “네? 요화 님... 지금 말씀하시는 것, 혹시...” “그래... 아무래도,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 같구나.”
암컷의 얼굴을 올려다 보면서, 무엇인가 눈치챈 것처럼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는 소년.
그런 소년의 어깨를 가볍게 쓸어 내리며, 요화라 불린 암컷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가서 청야와 호월에게 소식을 전하거라. 나는 돌아가서 대비하고 있을 테니.” “네 요화 님!”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마치 요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믿기지 않는 도약력으로 숲 안쪽으로 달려가는 소년.
그 소년의 등을 바라보던 암컷은, 소매에서 부적을 꺼내 근처에 있던 커다란 나무에 붙이며 중얼거렸다.
“...내 소중한 아이들은, 절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할 것이네. 여신이여.”
여우의 신수가, 누군가에게 선언하듯이 굳은 표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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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라플라스 이 새끼, 뭐 이딴 성가신 것들을...”
수왕국 외곽에서 살짝 안쪽에 있던 라플라스의 은신처로 가서, 그 곳을 임시 거처를 삼고 라플라스의 연구물들을 털어가려 했던 나와 음수들.
라피나가 있기에 별 걱정을 안하고 있었건만. 동굴 같은 입구 안으로 들어간 순간, 무언가 로봇 같은 거대한 골렘들이 움직이며 우리를 공격해왔다.
라피나의 말로는 몬스터 등을 내쫓는 자동 방어 시스템 이라고 하던데... 이런 게 있다고 이야기는 들었었지만, 그래도 라피나가 있는데 우릴 공격할 줄은...
아무래도 라피나의 영혼석과 더불어 신체가 짐승제로 바뀐 것 때문에, 무언가 제대로 인식이 되질 않은 모양이었다.
나와 음수들이 상대하기엔 그리 어려운 놈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그 라플라스의 골렘이기 때문인지, 40~50레벨 대의 모험가 수준은 상대할 수 있을만한 수준이었던 골렘들.
마신구현화로 가볍게 박살내긴 했지만, 어쩐지 감기 기운이라도 있는 것처럼 신체에서 찌뿌둥함이 사라지지 않아 불쾌하기 그지 없는 느낌이었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설마 제 인증키를 제대로 인식 못할 줄은...” “음~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이 이후로는 별 문제 없는 거지?” “그렇습니다. 제 신체 생산 시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패스워드 입력 정도라 통과하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어째 몸이 영 찌뿌둥해서, 전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질 않았거든.
그리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는 있는 놈들이었지만, 이 수왕국에 퍼진 기운 때문에 몸이 무거워서 영 기분이 나쁘단 말이야?
뭐라고 할까, 힘을 쓰는데 평소보다 한 2할 정도 더 힘이 들어가는 그런 느낌?
아직 외곽일 뿐인데 이 정도라니. 앞으로 이 압박감이 두 세배 이상 늘어나는 것도 각오해야 하겠는걸.
하 짜증나네... 뭔가 기분도 영 우울한데다, 골렘을 이렇게 박살 냈는데도 시원한 느낌보단 뭔가 거슬리는 게 남아 있는 듯한 이 불쾌함...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네. 마치 무엇인가가 내 감정에 접근해, 억지로 밝은 감정을 밀어 넣고 있는 듯한 그런 불쾌함이야.
으으 찝찝해. 얼른 이 은신처 좀 정리한 후에, 내 음수들과 교미나 좀 해야겠어.
“그럼, 열겠습니다 마스터.” “그래. 부탁해 라피나.”
동굴의 안쪽에 있던, RPG의 던전 같은 느낌을 주는 커다란 문.
라피나가 그 문 앞에 있던 석판 같은 무언가를 조작하자, 이윽고 그 커다란 문이 커다란 소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 이거 생각보다 제법...” “헤에... 은신처라기에 우중충한 곳을 상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깔끔하네 오빠?” “그러네. 어쩐지 마법도시가 생각나는걸... 거기다 1년 가까이 비웠는데도 먼지 하나 없다니. 자동으로 청소하는 골렘이라도 있는 건가?” “거기다 상당히 넓은 곳이네요. 이 정도면 저희끼리만 있을 게 아니라 가축들을 데려와야겠는걸요? 음. 말 나온 김에 위치를 저장하고 가축들을 불러야겠네요.”
이거 정말 괜찮은걸. 그 멍청한 놈이 숨어 지내던 은신처라기에 어디 퀴퀴한 골방 같은 곳을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마법도시의 첨단 건물 급이잖아?
수백 년간 동굴을 개조해가며 지낼만한 곳으로 만들었다더니... 으음. 이 정도면 수왕국에 있는 동안은 충분히 지낼 만 하겠어.
“흐음. 일단 음조마는 동굴 밖에 놔두기로 하고... 예정했던 대로, 여기 있던 설비나 연구물부터 정리하자. 당분간 지낼 곳인데, 열등한 수컷의 흔적은 싹 치워버려야지.” “응. 그렇지. 열등한 수컷이 흔적이 남아 있으면 불쾌하니까... 세라 언니. 바로 가서 가축들 좀 데려와 줘~” “후후. 알았어 세실리아. 그럼 마왕님.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라피나. 그 새끼 연구기록이 있는 곳은 어디야? 이 정도면 옮기는 것도 일이니까. 쓸만한 것만 챙기고 나머진 폐기해야겠어.” “네. 이쪽입니다 리즈 언니님.”
넓은 중앙 홀 한 켠에 짐들을 놔둔 후, 마음에 들질 않는 수컷의 은신처를 정리하기 위해 움직이는 내 음수들.
잠시 그녀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켠 나는, 찌뿌둥한 몸을 움직이며 내 음수들과 함께 은신처의 정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