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90 - 537화 - 잘라낸 기억, 새겨지는 욕망! (3)
그리고, 마왕이 마왕성으로 복귀한 날의 밤.
라플라스로부터 마지막 지시를 수신한 라피나는, 다시 암살 준비를 갖춘 후 마왕성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5일 전, 검문소를 통과했을 때처럼, 신체 곳곳에 무기와 도구를 갖춘 완전 무장 상태.
하지만 지금 라피나의 겉모습은, 5일 전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주인을 화나게 한 대가로, 전신에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걷어차인 흔적이 새겨져 있던 라피나의 피부.
하지만 그 구릿빛 피부는 지금, 5일간 이어진 마사지를 통해 기름이 흐르는 듯한 윤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손톱과 발톱은 물론이고 헝클어졌던 붉은 머리카락 역시 한올 한올 세심하게 관리되어, 밤인데도 불구하고 달빛에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라피나의 신체.
심지어 그 피부 위에는, 마치 그녀를 창녀처럼 보이게 만드는 외설적인 느낌의 문신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어깨나 팔은 물론이고, 마치 누군가에게 선보이려는 것처럼 허벅지나 골반에도 퇴폐적으로 보이는 문신을 새겨버린 라피나.
심지어 그 뿐만 아니라, 지금 라피나는 자신의 그런 몸을 노출하려는 것처럼 첫 날에 입던 옷이 아닌 호텔의 직원들이 선물해 준 외설적인 복장을 갖춰 입고 있었다.
‘...어차피, 암살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움직이기 더 편한 느낌이니...’
거의 팬티와도 같은 핫팬츠와, 유두만을 간신히 가리는 것 같은 마이크로 비키니.
주인에게서 지시가 있던 것도 아닌데. 그냥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이런 복장을 갖춰 입고 있었다.
심지어 딱히 필요도 없는 매끈한 스타킹이나 장신구들과 더불어, 암살에 부적합한 하이힐까지 신고 나와버린 라피나.
허리춤에 찬 단검과 몸에 걸친 검은 망토만이, 어떻게든 라피나가 창녀가 아니라 암살자라는 것을 알리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자신도 왜 이런 복장을 선택했는지 의문을 느끼고 있지만, 어차피 신체 제어 때문에 암살에 영향은 없을 거라며 변명하는 듯한 판단을 내리는 사고 유닛.
그 판단에 따라, 라피나는 마왕성 인근의 골목에서 계획해 두었던 마왕 암살 작전을 개시했다.
‘...은신 스킬. 활성. 신체의 생체 반응 비활성화... 마왕성 잠입. 개시합니다.’
은신 스킬을 통해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만든 후, 건물의 보안 마법이 감지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생체 반응을 비활성화하는 인형.
어쩌다 보니 5일씩이나 황송할 정도의 대접을 받기는 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맡은 임무를 해야만 하는 때가 되었다.
5일간 영상에 노이즈가 심하다며 투덜거렸던 주인을 생각하면, 아마 이번에도 시야 공유는 제대로 되지가 않을 터.
어째서인지 그런 사실에 묘한 안도감을 느끼던 라피나는, 부담감이 줄어든 듯한 기분으로 재빠르게 마왕성의 외벽으로 접근했다.
‘...주변의 생체 반응 없음...’
외벽에 붙어 잠시 주변을 살펴본 뒤, 하이힐을 신었는데도 불구하고 재주 좋게 마왕성의 외벽을 수직으로 달리며 올라가는 라피나.
절묘한 힘 조절로 하이힐의 굽 소리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옥상에 도착한 라피나는, 재빠르게 옥탑의 입구에 접근해 손에서 묘한 형태의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 옥탑의 문이... 열려있어...?’
옥탑 입구의 장금장치를 해제하려고 하다가, 열려있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라피나.
아무리 옥상이라고 하지만 너무나도 무방비한 보안에, 라피나는 오히려 모든 센서를 긴장시키며 천천히 옥탑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겁니까...’
그대로 8층으로 내려와, 가구에 몸을 숨기며 주변을 감지하는 라피나.
하지만 마왕이 거주하는 이 곳에선, 생체 반응은커녕 벌레 한 마리 없는 듯한 고요한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샐리의 안내를 받을 땐 마왕이 없어도 하녀 같은 느낌의 여자들이 몇 명인가 보였었는데. 밤에는 다들 퇴근이라도 하는 것일까?
조용히 마왕의 침실까지 확인한 라피나는, 정말로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서 암살 계획의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플랜 B. 신수가 침실에 없는 없을 때의 계획으로 넘어갑니다.’
주의 깊게 주변을 감지해가면서, 마왕과 음수들의 주거지인 마왕성 8층을 빠져나온 라피나.
천천히 마왕성 직원들의 기숙사라던 7층을 둘러본 후, 거기에도 마왕이 없음을 확인하고 라피나는 7층에 설치된 환풍구에 접근했다.
‘플랜 C... 이 단계에선, 아마 신수가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은 6층의 클럽...’
안쪽을 모두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시각 센서로 감지해 본 환풍구의 모양대로라면 아마 이 환풍구를 타고 6층으로 내려갈 수 있을 터.
7층에서 자고 있는 여자들이 깨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히 움직이면서, 그렇게 라피나는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6층 클럽의 천장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위치를 대조해보면, 아마 지금 위치는 클럽의 입구 근처... 그럼, 이대로 이동하면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몸을 움직일만한 공간이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천천히 하이힐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라피나.
다양한 배관이 설치된 천장의 곳곳에서, 마치 공기 구멍과도 같은 틈새로 달아오른 듯한 클럽 내부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으, 으흑, 아아...! 마, 마틸다 님...! 마틸다님이, 제 실좆을 만져주시다니이...!!” “쿡쿡...♡ 휴스 자작이 관리하는 식량 생산팀에서 생산량이 늘었다면서요? 이건 그 포상이에요♡” “아, 아아아...! 그런 황송한...! 맡겨주십쇼...! 앞으로도, 수컷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잘 관리할테니...!” “아주 좋은 자세에요♡ 앞으로도 그렇게, 수컷들이 죽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열심히 일해주기 바래요♡”
“안드레 남작님~ 슈나, 마왕님을 위해 새로운 장비를 맞출 거라 또 돈이 필요한데~♡” “으, 으하하...! 어, 어쩌지? 이번 달에 받은 1등급 수컷 월급이 이제...” “아직 가지고 있는 가보가 남아있다며~♡ 그걸 나한테 주면 되지~♡” “그, 그건...! 우, 우리 가문의 시조가 남긴 것인데...!” “응~ 그걸 슈나한테 주면, 어쩌면 슈나가 남작님이랑 교미를 해줄지도~♡ 남작님, 슈나랑 교미하고 싶다고 했었지?” “지, 진짜인가 슈나양!? 슈나양이랑 교미를!?”
“루, 루나...! 그, 술 말고 절망 마약은 없어...!? 가지고 있던 걸 모두 써버려서...!” “어머나~♡ 1등급 수컷들에게 배급된 마약을 모두 써버리신 건가요? 그런데 어쩐다~♡ 클럽에서 판매하는 절망 마약은, 순도가 높아서 꽤나 비싼데...♡” “비, 비싸도 좋아...! 가지고 있는 돈은 다 줄 테니, 제발 마약을...! 내 실좆이 발기가 안돼...!!” “아하하핫♡ 그 나이에 발기 부전이라니 정말 꼴사납네요♡ 근데 아시죠? 마음껏 즐기다 세금도 못 낼 지경이 되면, 귀족이어도 수컷 등급이 낮아지는 거♡” “괘, 괜찮아...! 아직, 그 정도의 재산은 가지고 있으니까...!!” “쿡쿡♡ 좋아요♡ 그럼, 루나의 발을 핥으며 부탁해보세요♡ 그러면 팔아드릴 테니까♡”
무엇일까. 아래쪽에서 보이는 저 광경들은.
자신이 파티에 참여했던 때와는 달리 수컷들이 손님으로 와있는데. 무엇인가 보여지는 광경들이 이상한 느낌이다.
분명 수컷들을 접대하는 것처럼 암컷들이 달라붙어 있는데. 그런데 접대 받는 수컷들이 오히려 암컷들에게 매달리는 듯한 모습들이라니.
접대는 받는 것이 아니라 접대를 당한다고 표현해야만 할 것 같은 수컷들의 모습에, 라피나는 마왕을 암살하러 가다 말고 한동안 그 신기한 광경을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참으로 한심한 수컷들입니다...’
바보 같은 얼굴로 허덕이는 수컷들의 모습. 그리고, 그런 수컷들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키득거리고 있는 암컷들.
간이고 쓸개고 곁에 있는 암컷들에게 모두 내줄 것 같은 수컷들의 모습에, 라피나는 저 수컷들에게서 한심하다는 감상만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딱히 협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접대나 하반신을 어루만져주고 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나 좋은 걸까?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 앞에 있는 쾌락에만 정신이 팔린 저 수컷들이, 지금 라피나에겐 지능이 떨어지는 저급의 몬스터처럼 보이고 있었다.
‘...저런 수컷들을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임무에 집중을...’
한동안 그런 한심한 수컷들을 구경하다가, 임무 도중이었음을 깨닫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라피나.
무엇인가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더 깊숙하게 들어가고 있는 것을 깨달은 라피나는, 파티에서 자신이 가보지 못한 곳을 향하고 있음을 깨닫고 조금 긴장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건물의 구조 상 아직 더 넓은 공간이... 그럼, 이쪽에 그 지배인실이란게...’
마왕이 있을 거라 예상되는 지배인실로 향하며, 최대한 소음이 나질 않도록 하이힐을 신은 발걸음을 옮기는 라피나.
그러던 중 다시 몇 군데의 틈새에서,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묘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 으헉, 으허억...! 디, 디노양...! 아, 아아...! 굉장...!!” “킥킥...♡ 백작님♡ 디노의 수컷 보지가 그렇게나 좋으신가요~? 디노, 정말 기뻐요♡” “최, 최고야...! 다른 수컷 보지들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이런 것을 알아버리면, 두 번 다시 정상적인 교미를 할 수가 없어...!!” “감사합니다~♡ 디노 같은 가짜 암컷이라도 좋으시다면, 얼마든지 즐겨주세요♡ 마왕님과 암컷님들을 위해 재산을 바치시면서 말이에요♡”
“아하핫♡ 아저씨♡ 아내 분한테 버림받은 거야? 불쌍하네~♡ 의외로 남편을 아예 버리신 암컷님들은 별로 없다고 들었었는데♡” “으, 으흐윽...! 그게...! 내 정액이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기도 싫을 정도로 맛이 없다면서...! 나랑 이혼하고, 새로운 장난감과 결혼하겠다고...! 으흑...!” “그래서 대신 이 실좆을 빨아줄 날 찾아온 거야? 아하핫♡ 좋아♡ 그러면 내가, 아저씨 정액이 얼마나 맛이 없는지 평가해줄게~♡” “으, 으허억...! 수, 수컷 입보지, 빨려 들어간...! 으하악...!!”
“뭔가요 이 허접한 발기는. 이런 실좆. 진짜 암컷이 아닌 저희들이라고 해도 기분 나쁠 정도라구요?” “아, 아아아...! 그, 그런...! 그치만, 나 같은 실좆도 여기 오면 분명 교미할 수 있다고...!” “하아. 확실히 저희들은 암컷 분들을 대신해 수컷들과 교미하고 있긴 하지만요... 그치만, 이 정도로 한심한 실좆은 저희들도 취향이 아니거든요? 뭐에요 이게. 흔적만 남은 제 수컷 클리토리스보다 작다니.” “아, 제, 제발 그러지 말고...! 날 장난감으로 평생 키워주겠다던 어머니까지, 이런 실좆과는 교미 못하겠다며 비웃었단 말이야...!” “그야 암컷님들 이시니까요. 여기, 마왕님의 말자지를 본뜬 말자지 딜도 안보여요? 이런 말자지를 알고 계신 암컷 분들은, 설령 사랑하는 친자식이라고 해도 이런 실좆의 아다를 떼주기 싫으실 거라구요. 물론, 매일 이 말자지 딜도를 즐기는 저희 가짜 암컷들도 마찬가지고요.” “아아아...! 그, 그럼 나는, 평생 교미를 못한다는...!?” “하아.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 이용권까지 얻어가며 찾아왔으니까. 스타킹 신은 제 수컷 다리로 만족시켜드릴게요~” “시, 싫어! 제발, 나랑 교미 좀 해주... 응히익!?”
좁은 방 안에서 여자들과 교미하는 듯한, 수컷들의 모습.
누가 봐도 암컷이라고 생각되는 인간들이 열등한 수컷들과 교미하는 모습에, 라피나는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 전에 있던 한심한 수컷들과도 같은 바보 같은 모습의 수컷들. 그런데 이 라디아의 암컷들이, 그런 수컷들과 교미를 한다니?
어째서인지 납득되지 않는 그 광경들을 지켜보다가, 라피나는 저 암컷들에게서 무엇인가 있어선 안 될 것이 달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어째서, 암컷들이 저런 수컷의 생식기를...?’
너무나도 작아서 잘 안보일 정도긴 하지만, 분명 틀림없는 수컷들의 성기.
암컷들에게 그런 것이 달려있다는 것에 당황하던 라피나는, 한동안 저 수컷들의 교미를 지켜보고 나서야 어찌 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가슴이 달려있고 외형은 분명 암컷 같지만, 아무리 봐도 여성기가 보이질 않는 저 젊은 인간들.
어떻게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들이 암컷처럼 변해버린 수컷들이라고 하면 저렇게 교미하고 있는 광경도 이해가 가는 광경들이었다.
저런 열등한 수컷들에게 라디아의 암컷들이 쉽사리 몸을 허용할 리가 없으니, 아마 저 수컷들은 암컷 대신 암컷의 외형을 하고 있는 수컷들과 교미하고 있는 것일 터.
암컷과 교미할 수 없으니 같은 수컷과의 교미를 택한 수컷들의 모습에, 라피나의 감정 유닛에서 혐오감과 함께 표현하기 힘든 묘한 감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겹습니다... 어떻게, 수컷으로서 저렇게나 한심한 짓들을...’
마치 경쟁에서 패배해버린 수컷들의 발악을 보는 것 같은, 묘하기 그지 없는 감정.
그것이 열등한 수컷들에 대한 조롱의 감정이란 것을 깨닫지 못한 채, 라피나는 수컷들에게서 눈을 돌리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쪽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는 수컷들이 아닌 고급스러운 드레스나 비싸 보이는 장신구를 걸친 암컷들이 보이기 시작한 천장의 틈새.
다른 라디아의 암컷들보다 신분이 높아 보이는 그녀들의 모습에, 라피나는 또다시 멈춰 서서 그녀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후후...♡ 저 백작은 오늘도 디노양에게 푹 빠졌네요♡” “아핫♡ 응♡ 아무리 가짜 암컷이라도, 디노양은 꽤나 비싼데 말이죠...♡ 옷♡” “1등급 수컷이라고 해도 이렇게나 자주 찾아오다니♡ 아무래도, 저 백작은 곧 재산이 바닥나서 최하 등급 수컷이 되 버릴 것 같네요♡”
“어머나♡ 그리샤의 아들은 여기서도 교미를 거부당했네요♡ 불쌍해라~♡” “아앙♡ ...아무리 가짜 암컷이라도...♡ 저런 실좆과 교미하긴 싫겠죠♡ 저도 본 순간 아들에 대한 애정이 싹 날아갈 정도였답니다♡” “그리샤 씨는 마왕님의 가축이 되어서도 아들을 엄청 아꼈는데 말이에요♡ 쿡쿡♡ 정말이지, 저런 열등한 실좆 아들을 사랑했다니. 너무 실망스러웠겠어요 그리샤~♡” “정말이에요...♡ 앙♡ 적어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였다면, 그래도 애정이 남아있는 만큼 이 어미가 직접 아다를 떼줬을 텐데♡” “불쌍해라~♡ 하필이면 실좆으로 태어나버려서, 짐승이 된 어미와 근친 교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네요♡ 아하핫♡”
묘한 형태의 테이블에 모여서, 어딘가를 바라보며 허리를 흔들고 있는 여자들.
자세히 보니 그녀들의 가랑이 사이에선, 무엇인가 기둥 같은 것이 그녀들의 성기에 삽입되어 있었다.
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무리 봐도 믿기지 않는 거대한 물건을 애액을 뿜어대며 즐기고 있는 여자들.
그것이 아까 수컷들의 교미를 지켜보면서 보았던 그 말자지 딜도라는 물건이란 것을 깨닫자, 라피나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당혹감을 내비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저 여자들은, 저런 커다란 물건을 삽입하고 있는 겁니까...?’
무엇인가 가구 같은 물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그게 사람의 몸에 삽입하는 물건이었다니.
저렇게 배가 뒤틀리며 불룩거릴 정도인데. 어째서 아무도 고통스러운 표정을 내비치지 않는 거지?
오히려 기분 좋은 것처럼 황홀한 표정을 내비치는 여자들의 얼굴에, 믿기지 않는 것을 보는 것 마냥 멍하니 그녀들을 지켜보는 라피나.
마왕과의 교미가 기억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라피나의 감정 유닛이 묘한 흥분을 만들어내며 라피나의 성교 유닛에서 미끌거리는 액체를 만들어냈다.
‘무, 무엇입니까...? 어째서, 이런 기분이...?’
어째서일까. 이렇게 자궁 유닛과 성교 유닛에서, 안타까운 느낌이 전해지는 것은.
마치 저 말자지 딜도란 물건을 자신도 삽입하고 싶다는 것처럼, 하반신에서 묘한 꿈틀거리는 감각이 전해지고 있다.
저런 거대한 물건을 삽입했다간, 자신의 신체가 망가질 것이 분명한데.
그런데도 어째선지 저 말자지 딜도를 즐기는 여자들을 본 순간, 라피나의 사고 유닛에선 다시 한번 이라는 알 수 없는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어째서...? 저는, 저런 물건은 처음 보는데...?’
그런 사고 유닛의 요청에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잠시 침을 삼키다 다시 네토아레나의 천장 위를 걸어나가는 라피나.
진정되지 않는 흥분 때문인지, 하이힐을 신은 라피나의 다리에서 또각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머나♡ 혹시...♡” “쿡쿡...♡ 드디어 왔나 보네요♡” “꽤나 늦었네요~♡ 마왕님은 아침부터 기다리셨는데♡”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말들을 하면서, 천장을 올려다보는 암컷들.
하지만 이동하기 시작한 라피나에겐, 그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왕이 있을 지배인실이 어디인지 감지해보면서, 어두운 천장 안쪽을 걸어나가는 인형.
자신이 있는 천장에도 자신의 유닛들을 파고드는 사악한 기운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그렇게 라피나는 마침내 마왕이 있는 지배인실의 천장에 도달했다.
“아하핫♥ 정말~? 그럼, 이제 곧 들어오자 마자 기억을 되찾게 할 수 있겠네?” “맞아~♥ 두 번째 신체가 꽤나 멀쩡해서, 분석하는 데에 엄청 도움이 됐어~♥” “큭큭. 역시 페이엔인걸? 조만간 여기서 직접 그 신체를 제작할 수 있게 되는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지♥ 그건 나중에 거기에 관련된 마도구 같은걸 손에 넣어야 가능할거야♥”
안쪽에서 양 옆에 여자를 끼고 하반신을 드러낸 마왕과, 마왕의 주변을 둘러싸듯 모여있는 8명의 여자들.
마왕을 암살하기에 영 좋지 않은 배치였지만, 지금 라피나는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을 할 수가 없었다.
“...하아... 하아...”
자신의 곁에 있는 성녀와 디자이너의 가슴을 주무르며, 다리를 과하게 벌리고 있는 마왕.
그 마왕의 아래쪽에선, 알몸의 여자들이 마치 짐승처럼 엎드린 채 마왕의 하반신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머리 사이에서 솟아올라 있는, 방금 전 보았던 말자지 딜도와 똑같은 모양을 지닌 거대한 기둥.
마왕의 진짜 말자지를 본 순간, 라피나의 사고 유닛이 생각을 멈추고 라피나가 그것만을 바라보게 만들고 있었다.
“...어머♥ 마왕님...♥ 기다리시던 ‘그녀’ 가 왔네요♥” “큭큭. 그래? 내 마안엔 감지되지 않는데. 뭔가 준비라도 하고 온 건가?” “아마 그런 모양이에요♥ 저도 외형만 보이고 있는 상태네요♥” “그렇단 말이지... 큭큭. 그럼 페이엔. 바로 시작해 줘.” “알았어~♥”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세실리아와 함께 물정액 담배를 피우고 있던 페이엔에게 눈빛을 보내는 마왕.
그러자 걸치고 있던 백의에서 리모콘 같은 것을 꺼낸 페이엔이,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 리모콘의 스위치를 조작했다.
“에잇♥” “......흣...!!?”
그렇게 스위치를 누르자, 갑작스럽게 유닛들에서 저릿하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감각을 전해받은 라피나.
마치 자신의 유닛들을 강제로 파고드는 것처럼,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신호가 라피나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마치 강제로 주인에게서 지시가 전달되는 것처럼, 사고 유닛에 새겨지는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기억들.
그것은 라피나가 딜레이 때문에 동기화하지 못했던, 마왕과 교미를 했던 한 시간 가량의 기억들이었다.
“아, 아아아아악...!!!”
사고 유닛에서 두통과도 같은 격렬한 통증을 느끼며, 강제로 유닛에 기억이 새겨지는 감각에 비명을 내지르는 라피나.
그렇게 라피나가 머리를 붙잡으며 비틀거린 순간, 힘 조절에 실패한 하이힐이 천장에 충격을 주며 그대로 천장을 무너지게 만들었다.
“큭, 으학...! 으, 으윽...!!?”
정상적인 방식이 아닌, 억지로 유닛들을 헤집어진 듯한 고통스러운 감각.
바닥에 떨어진 것보다 그 감각에 신음하던 라피나가, 머리를 짚고서 비틀거리며 일어선 순간.
마왕과 8마리의 짐승들이, 사악한 미소를 내비치며 라피나를 맞이했다.
“큭큭... 또 몸이 바뀌다니. 이거 처음 뵙겠습니다 라고 해야 하나?”
이미 자신에 대한 것을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말자지를 과시하듯이 세우는 마왕.
“뭐... 그래도 이제 기억은 돌아왔지? 잘 왔어. 라피나.” “아, 아아...”
자신이 망가져가며 교미했던 저 말자지에 대한 기억을 되찾은 라피나는, 암살 대상인 마왕을 눈 앞에 두고도 아무런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어디, 이번 신체는 얼마나 잘 만들어서 왔는지. 확인해 보자고. 큭큭...”
모든 유닛들이 심각한 에러를 내면서 망가질 정도로, 강렬하기 그지 없었던 마왕과의 교미.
이번에도 그 교미를 경험하게 될 거란 것을 깨달은 순간, 라피나의 사고 유닛에선 마왕의 암살에 대한 임무 내용을 그대로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다.
자신이 직접 조정한 신체의 내구도가, 이번에는 과연 버틸 수 있을지 만을 계산하면서.
그렇게 라피나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왕을 향해 슬며시 미소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