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77 - 525화 - 마왕의 복수는, 음습하고 지독한 것! (2)
조금 어두운 조명으로 긴장되는 분위기가 형성된 페이엔의 연구실.
그 연구실 안에서, 리즈벳과 페이엔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를 마주보고 있다.
그녀들과 내 주위를 감싸듯 둘러싼 연구원 가축들. 그리고, 혹시나 모를 폭발이 있을 경우 바로 날려버리기 위해 대기중인 제네시아.
전원이 상황 파악을 위해 긴급히 투입된, 나를 섬기는 암컷들의 모습이었다.
“확실해. 이 엘프... 아니, 이 ‘인형’은, 누군가가 만든 골렘이야.” “골... 렘?”
조명이 비추고 있는 테이블 위를 가리키며, 페이엔이 확신에 찬 말을 꺼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은, 내 목을 베려고 했던 라피나 라는 이름의 엘프.
구릿빛의 피부를 가진 그 엘프가, 마치 터져버린 시체를 주워 모은 것처럼 복부가 그대로 드러난 채 테이블 위에 누워있었다.
골렘? 골렘이라면... 그, 뭔가 핵 같은걸 넣어서 조종하는 판타지 세상의 로봇 같은 거 맞지?
으음... 확실히 뭔가 기계 파편을 모은 것 같은 모양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골렘이라니...
내장이 좀 독특한 색이나 형태인 것을 제외한다면 영락없는 엘프의 모습인데? 이게 정말 골렘이라는 거야?
“골렘이라... 분명 장난감처럼 조종할 수 있는 그런 거 말하는 거지?” “장난감 이라고 말하기엔 쓰인 기술들이 감탄할만한 수준이지만... 일단은 그래.” “그래? 음... 갑자기 이런 게 튀어나오니 황당한걸. 마법도시에서도 골렘은 못 봤던 것 같은데...” “보통 골렘이란 건 구조는 단순한데 에너지 효율이 나빠서, 딱히 연구하거나 할만한 가치가 없거든. 취미 삼아 만들어본 인간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굳이 선보이려고 하진 않을 거야.”
아하... 에너지 효율인가. 그럼 골렘이란 것도 통신기술처럼, 비효율의 극치를 달리는 그런 기술인 모양이네.
...응? 근데 이 라피나 라는 골렘은...구조도 복잡해 보이고, 내 목에 칼을 박아 넣을 정도의 힘이 있었는데?
목 근육이 어떻게든 칼을 붙잡긴 했지만, 좀 더 좋은 단검을 쓰거나 했으면 정말 위험했을지도 모른다고?
심지어 뭔가 스킬을 쓴 것 같기도 한데... 어라? 단순하다는 골렘이 스킬도 쓴다? 그건 좀 이상하지 않나?
“페이엔. 이 골렘, 나한테 칼 휘두를 때 스킬도 쓴 것 같았거든? 골렘이 그럴 수도 있어?” “안 그래도 그걸 말하려고 하던 참이야. 이 인형. 일단 골렘으로 분류하긴 했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기존의 골렘을 초월... 아니, 그냥 새로운 생명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야.” “...새로운 생명체?”
골렘이라고 했으면서, 마치 이 골렘이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말하는 듯한 페이엔의 이야기.
페이엔은 나의 이해를 돕겠다는 듯이, 테이블에 있는 골렘의 몸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골격, 근육, 기타 다양한 부위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이 골렘의 신체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만들어져 있어. 보통의 골렘은 그냥 핵과 동력계만 있으면 되는데 말이야.” “호오...” “심지어 기계적인 조합을 거치긴 했지만 내장까지 완벽하게 재현해서... 봐. 여기 있는 이거, 골렘에겐 굳이 필요도 없는 자궁이거든?”
이런 세상에. 자궁이라니?
모양을 보고 설마 설마 하고 있었는데. 반질반질한 핑크색을 지닌 저 플라스틱 같은 물건이, 진짜 여자의 그 자궁이란 말이야?
이거 굉장한 구현도네... 이 골렘을 만든 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변태 같은 집착이 담겨있는 것 같은걸.
“심지어 이 머리 쪽엔 뇌를 본뜬 부위도 구현되어 있어. 아마 이 골렘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을 거야.” “굉장하네 그거... 이걸 만든 녀석은 살아있는 골렘을 만들었다는 건가?” “음... 그거랑은 조금 다르긴 해. 여기서부턴 추측의 영역이긴 한데...”
아직 조금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인형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흐리는 페이엔.
그녀와 달리 확신하고 있다는 것처럼, 리즈벳이 앞으로 나와 설명을 이어나갔다..
“사실 아무리 이렇게 사람을 재현해봤자, 이 골렘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만들 수는 없어. 가장 중요한 영혼이 없거든.” “영혼이라... 뇌나 그런 게 다 구현되어 있는데도 말이야?” “응. 우리가 출산한 음조마들이 예라고 해야하나? 그 아이들도 육체만 존재하고, 영혼은 비어있는 골렘 같은 아이들이거든.”
아. 그러고 보니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나네. 내 음수들 모두 음조마는 자식으로 취급하기엔 애매하다고 했던가?
음조마들이 골렘이라...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니, 그 살아있는 것 같지가 않는 묘한 반응들이 대충 이해되는 느낌인걸.
“음조마들은 영혼이 없는 대신, 개체마다 출산한 암컷과 이어져 있어. 영혼이 없는 그 아이들이 움직이는 건, 정확히 말하면 우리들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뿐이야.”
아하... 그래서 마왕군의 병사들도, 굳이 자기 전용 음조마만 타고 다녔던 거구나?
난 또. 자기가 낳은 음조마라 애착이 있어서 그러는 건 줄 알았지~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음조마는 내 암컷들의 신체부위 같은 느낌이네... 아니, 그렇다기 보단 또 다른 육체라고 하는 쪽이 어울리겠어.
“영혼이 없는 음조마들은 이어져 있는 우리의 의지대로 행동할 뿐인데. 이 골렘은 마치 자신의 의지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지.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말이야.” “흠...” “아마 이 골렘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영혼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파헤치다 보니, 실제로 영혼 제어와 관련된 술식들이 구현된 곳이 있더라고?” “흐음. 흠.” “아마 그게 이 골렘의 핵을 넣는 곳으로 보였는데... 정작 그 핵은 없었지... 근데 거기서, 이 골렘이 원거리 통신이 가능한 모듈을 탑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어.” “호오오... 그건...”
그렇다는 말은, 결국... 이 골렘은...
“페이엔 언니 말대로 추측이긴 하지만. 이 골렘. 아마 어딘가에 영혼이 따로 존재하는 거 아닐까? 영혼을 분리한다는 게 믿기지 않긴 하지만, 그 추측이 맞다면 이런 신체를 그렇게 쉽게 포기한 게 이해가 되거든.” “어차피 몸은 소모품마냥 갈아치울 수 있으니까 말이지? 그거 참 놀라운 이야기인걸.”
이거 참. 얘기만 들으면 무슨 골렘이 아니라 육체를 복제한 클론이라는 느낌인걸.
그런 놀라운 기술을 가진 놈이 있다니. 도대체 이 골렘을 만든 녀석은 뭐 하는 녀석이야?
“...이 추측이 사실이 되려면, 무조건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 두 개가 있어. 첫 번째는,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을 구해야 한다는 것.”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던 페이엔이, 리즈벳의 말을 이어받아 다시 설명을 이어나간다.
“무기물에서 영혼을 만드는 것은 이 우주에서는 불가능해. 적어도 이 골렘을 만든 녀석은, 이 골렘에게 알맞은 엘프의 영혼을 구했을 거야. 그러니 이 골렘이 굳이 엘프의 모습을 갖춘 거지. 아니면 반대로 영혼을 구했기에 이 골렘을 만든 것이거나.” “흐음... 그렇다면 두 번째는?” “두 번째는 이 골렘을 조종하는 사람이, 용사여야 한다는 것. 이 골렘의 활동 자체는 생명체처럼 뭔가를 섭취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통신이나 핵의 컨트롤은 그런 에너지 만으로는 힘들어. 심지어 자폭에 쓰인 에너지도 심상치 않았고 말이야. 하지만, 무한한 에세르를 가진 용사라면...”
여기까지 설명을 들으니, 대충 이 골렘에 대한 정체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라피나 라는 암컷은, 어딘가의 용사가 엘프의 영혼을 핵으로 삼아 만들어낸 골렘.
죽는다고 하더라도 신체는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으니, 안전하게 이 골렘만 혼자 라디아에 투입한 것이다.
날 암살 대상이라고 부른 걸 생각하면... 목적은 이 마왕의 목숨이란 거겠지?
흐음... 어떤 주제도 모르는 개자식일까... 이거 원한을 산 게 너무 많아서 누구인지 모르겠는걸~
“...이 추측이 맞다면, 이 골렘을 만들 수 있을만한 용사는 한 명 뿐이야.” “오? 누구인지 알고 있어?” “응. 아마... 200년 전에 수왕국의 현자라고 불리던 엘프 용사... 지금 생각하기에 히어로 이터라고 생각되는 마물을 퇴치한, 파름헬 라플라스 라는 녀석일거야.”
엘프 용사! 이거 참. 200년이 넘게 산 엘프 용사라니. 대단한 분이 나오셨네 이거.
근데 뭐야. 어째서 200년 넘게 산 틀딱이 날 노리는 거지?
아직 내가 건드린 엘프는 페이엔이랑 캬시아 일행 정도인데? 혹시 그 중에 자기 손녀라도 있는 건가?
“그리고 그 용사의 또 다른 이름은, 대역죄인 라플라스. 지금은 수왕국에 현상금도 걸린 그런 인물이지.” “...엥? 히어로 이터를 퇴치한 현자가, 현상금이 걸렸다고?” “응. 내가 태어나기 전 일이긴 하지만. 엘프들 사이에선 워낙 유명한 일이거든.”
성가시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더니, 가만히 인형의 머리를 바라보는 페이엔.
그렇게 한동안 인형을 바라보더니, 페이엔은 그 라플라스 라는 녀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200년 전에 수왕국의 중심에서,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 마물이 나타나서 난리가 났었대. 원래 세계수가 있는 수왕국의 중심에는 마물이 나타나 봤자 바로 소멸해야 정상이거든.” “아마 히어로 이터겠구만 그거... 그래서? 그 히어로 이터를 제압한 게 그 녀석이다?” “응. 수백의 골렘을 조종하면서 여왕과 엘프들을 구했다나? 그 이후로 현자라고 불리면서 영웅 취급 받았다고 하더라고.”
수백의 골렘을 조종하는 용사라니. 그거 참 듣기만 해도 성가신 느낌이네.
그런데 그런 영웅님께서 왜 현상금까지 걸리셨대?
“근데 당시 여왕에겐 딸이 한 명 있었는데... 그 딸이, 엘프들 중 재상인지 뭔지 모를 방계 왕족이랑 결혼하게 됐었거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왕족을 죽이고, 그대로 공주를 납치해 도망쳤다고 하더라고.” “어이쿠 세상에. 용사란 놈이 그런 짓을...” “뭐, 엘프들 사이에서 여왕을 빼면 왕족은 그리 중요하진 않지만 말이야. 그래도 수왕국을 이끌어나가는 고위층을 죽인데다, 공주마저 납치했으니까. 엘프 여왕은 실신하고 신수들도 시끄럽고. 그렇게 난리가 났었대.”
허... 몰래 엘프 공주를 좋아하기라도 했던 건가? 그 라플라스 라는 녀석?
그렇다고 해도 엘프들 사이에서 영웅이 된 놈이 살인에 납치라니. 어째 얘기만 들으면 제정신이 아닌 놈 같은데...
“현상금도 걸고 신수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해가며 추적했지만, 결국 그 뒤로 소식이 끊겨서... 아마 그 용사 덕분에 목숨을 건진 엘프들이 몰래 돕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있더라고.” “하긴. 왕족이 중요하지 않다면 자기들을 구해준 용사가 더 고마울 테니...” “응. 그리고 원래 엘프 여왕은 그 공주에게 여왕자리를 물려줄 예정이었는데. 덕분에 아직까지도 여왕 자리를 맡고 있는 중이야. 그 이후로 세계수에 선택 받은 엘프가 없었거든.”
그럼 지금 엘프 여왕은, 딸도 잃고 은퇴도 못하고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인가?
수 백 년을 지낸 엘프 여왕이라니. 만나보진 못했지만 엄청나게 숙성된 암컷이겠어.
“인형술사 라고도 불리던 그 용사라면, 확실히 골렘에 관해서는 전 세계에서 최고라고 봐도 무방해. 아마 이 골렘은, 그때 납치한 공주의 영혼을 써서 만든 게 아닐까 싶은데...”
아마 좋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자를 납치해, 언제든 새로운 몸으로 바꿀 수 있는 골렘으로 만든다라...
미친놈인가 그거? 완전 소름 끼치는 변태잖아?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그건? 자기만 바라보는 안드로이드라도 만들 생각이었나?
와... 열등한 수컷들이 한심하게 노는 꼴은 많이 봤지만. 설마 여자를 납치해 자길 고분고분히 따르는 골렘으로 만드는 놈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그러고 보니 이거 자궁까지 구현되어 있었다며. 아니, 그럼 그 미친놈은 이 골렘이랑...
캬. 소름끼친다 소름끼쳐. 용사들이 쓰레기 란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용사들과도 비교가 안 되는 최고의 쓰레기야!
“...근데. 그런 놈이 마왕에겐 무슨 원한이 있어서 온 거지? 얘기만 들으면 마왕과는 딱히 상관없는 인물 같은데?” “글쎄? 아마 누군가 의뢰라도 맡긴 게 아닐까? 슬슬 마왕님의 소문이 퍼져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잖아.”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제네시아가, 손을 들고 나도 느끼던 의문을 물었다.
그 의문에 본인도 궁금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누군가 의뢰를 맡긴게 아니냐고 추측을 하는 리즈벳.
음... 그렇지. 슬슬, 어딘가의 수컷이 우리들의 눈을 피해 복수를 꾸미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지...
그럼 우리 클레아를 다치게 한 복수를 해야 하는 대상은, 그 엘프 용사와 의뢰자인가?
감히 내 소중한 부인을 다치게 만들다니. 그 새끼들에게 어찌 복수해야 통쾌할까... 흠...
“......”
아직 얼굴을 모르는 복수의 대상들을 떠올리며, 나는 가만히 상체가 너덜너덜해진 골렘을 내려다 보았다.
은회색에 가까운 반짝이는 하얀 머리카락. 그리고, 제법 까칠할 것 같은 인상이면서도 살짝 귀여움을 가지고 있는 암컷의 얼굴.
구릿빛의 피부가 이 색기 넘치는 암컷의 얼굴을, 마치 중동의 미녀 같은 인상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흠... 엘프들 중에선 구릿빛 피부는 있을 수 없다고 했었지... 그럼 이건, 이 골렘을 만들 때 따로 색이 들어간 건가?
라플라스인지 뭔지 그 새끼... 공주를 납치해놓고 완전 자기 취향으로 만든 모양이구만. 푸흐흐... 뭐, 취향 하나는 꽤 괜찮네.
아깝다 아까워. 외모만 보면 오랜만에 내 욕정을 자극하는 괜찮은 암컷이었는데. 근데 하필이면 골렘이라니...
...응? 잠깐만 있어봐. 어차피 이 골렘. 자궁도 구현되어 있다며?
그 말은... 결국, 이 골렘도 교미할 수 있는 암컷이란 얘기 아닌가?
심지어 신체만 놓고 보면 진짜 살아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했으니... 만약, 이 골렘이 내 말자지로 타락할 수 있다면?
어... 잠깐.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영혼이 분리되어 있는데. 그래도 짐승으로 만들 수 있는 건가?
“...페이엔. 만약, 내가 이 골렘이랑 교미하면 어떻게 돼?” “응? 아... 잠깐. 어차피 신체 자체는 잘 구현되어 있으니, 교미 자체는 문제 없을 거고... 흠...”
내 질문에 가능성을 검토해 보는 것처럼, 턱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고민을 하던 페이엔.
잠시 눈을 감고서 생각해 보던 페이엔은, 무엇인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될 것 같은데? 분리되어 있긴 하지만, 결국 이 인형과 영혼이 이어져 있는 건 마찬가지거든. 우리 마왕님의 말자지는 암컷의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타락시키는 흉악한 녀석이니까. 암컷의 영혼이 자극된다면 분명...” “...푸흐흐. 그래? 그렇다는 말이지?” “...아니, 잠깐! 잠깐 있어봐. 이 골렘, 원거리 통신으로 뭔가를 전송하던 것 같았거든? 어디로 보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원거리 통신은 분명 딜레이가 있을 거란 말이야. 근데 뇌는 여기 있다는 걸 생각하면...”
내가 기대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짓자, 그 기대감을 만족시켜주고 싶은 것인지 칠판으로 가서 무언가를 써내려 가는 페이엔.
리즈벳과 가축들도 껴서 한참을 무엇인가 계산하더니, 페이엔은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하핫♥ 뭐야 이거♥ 마왕님♥ 아마 아주 재미있는 게 가능할 것 같은데?” “큭큭. 그래? 아주 재미있을 거란 말이지?” “응♥ 검증은 필요하겠지만, 이 가설이 맞다면 클레아의 복수도 하면서 마왕님도 즐길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이 골렘이 음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이런 안드로이드 같은 골렘이 음수가 된다니. 그건 또 여태까지 없던 암컷인데.
새로운 암컷이 내 음수 콜렉션에 추가된다고 생각하자, 어쩐지 내 가슴이 음수를 만들 때처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마법도시에서 온 연구원 가축들! 다들 모여! 여기 가설을 보면서, 이 골렘을 조작할 수 있을지 방법을 고려해 봐!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전부 활용해서 말이야!” “제네시아 언니는 마왕군을 써서 도시의 치안을 부탁해♥ 어쩌면 이 골렘이 몰래 침입할 수도 있으니까♥ 가축들에겐 처음 보는 암컷이 있으면 꼼꼼히 체크하라고 전해줘♥” “맡겨둬라. 후후...♥ 골렘을 부리는 엘프 용사라니. 이거 과연 어떤 얼굴로 절망할지 기대되는군...♥”
갑자기 분위기를 타면서 떠들썩해진, 페이엔의 연구실.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한 내 암컷들의 모습을 보자, 만족스러운 감정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테이블 위에 산산조각 나듯이 분리된 골렘의 시체. 그나마 멀쩡한, 그 골렘의 마음에 드는 얼굴을 바라보면서.
암컷을 범하고 싶은 말자지의 꿈틀거림을 느끼며, 나는 가볍게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