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54 - 505화 - 마지막 확인! (6)
“본 게임의 관문들은, 페이엔 님의 마음을 의미하는 만큼 모두 페이엔 님의 의견을 참고하여 준비되었습니다! 과연 페이엔 님의 마음이 어떤 수컷을 원하고 계실지 궁금해지네요~♡”
경기장의 시설들이 가동되자, 사회를 보는 암컷이 관중들과 이야기를 나누듯이 경기장의 정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들려주려는 것처럼, 일부러 단어를 강조해가며 구태여 설명을 하는 사회자 암컷.
그 설명과 동시에, 들려오던 관중들의 환호성에서 누군가를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의 비중이 점점 더 커져나갔다.
그 비웃음의 대상이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은데도 전혀 외면을 할 수가 없는 미하일.
굴욕감에 몸을 떠는 미하일의 옆에서, 마왕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푸는 것처럼 팔을 돌리고 있었다.
“푸흐흐... 우리 페이엔의 마음이, 과연 어떤 수컷을 원하고 있으려나~? 궁금한걸~?”
자신을 비웃는 환호성 속에서, 이성을 유지하려고 마음을 진정시키던 미하일.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즐기는 듯한 마왕의 태도에, 미하일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을 줄 수 밖에 없었다.
페이엔은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소중한 스승이자 사모하는 여인인데.
만난 지 불과 두세 달 가량밖에 되지 않은 몬스터가, 뻔뻔하게 페이엔의 마음을 차지하려고 하다니?
도대체 왜 이렇게 태도가 변한거지? 그 동안 보아왔던 모습은 전부 연극이었나?
그래도 최소한의 상식은 가지고 있는 신수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착각한 것일까?
...아니. 첫만남이 험악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사람들 앞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여자를 범하는 것이 이 몬스터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그 본성을 숨긴 채, 진심도 아니면서 페이엔을 가지고 놀려고 이런 짓을...
그렇게 생각하니, 미하일은 머리에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분노가 마구 샘솟고 있었다.
“...절대, 당신이 페이엔의 마음을 얻을 일은 없을 겁니다.” “...아앙? 뭐라고~?”
하지만 그런 분노에도 불구하고, 저 신수를 지금 당장 어찌할 수는 없다.
자신은 그저 마법에 대한 연구만 하던 학자. 저런 흉악한 육체를 가진 몬스터를 이길 방법이 없다.
하다못해 모험가들처럼 강력한 마법이라도 배웠더라면 모르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마법은 공격용으로 쓰기에 애매한 연구 보조 마법들.
그러니 미하일은 주먹을 움켜쥐고서도, 차마 움직이질 못하고 입만을 움직일 뿐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입니까 당신은! 꼭 필요하다며 의뢰를 맡겨놓고선, 유르겐의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수작이나 부리다니!” “...큭큭. 이거, 너무한걸~ 난 그냥 고지식한 마법도시의 사람들에게 라디아의 재미난 유흥을 가르쳐줬을 뿐인데 말이야~” “이딴 게 무슨 유흥입니까! 이렇게 뻔뻔하다니...! 계약이고 뭐고, 당신 같은 몬스터에게 마도구는 넘기지 못하겠습니다!” “아~ 이거 너무하네~ 이제 와서 그러기야~? 푸흐흐...”
그렇게나 간절하게 부탁했었으면서, 이제 마도구 따위는 별로 상관 없다는 듯이 웃어넘기는 마왕.
그런 마왕의 뻔뻔한 얼굴을 보게 되자, 미하일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마왕에게 손가락질하며 외치기 시작했다.
“마도구 뿐인 줄 아냐!? 페이엔도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게 할거다! 어차피 너 같은 몬스터가 페이엔의 마음을 이해할 리 없으니, 페이엔에게 수작부릴 생각은 접으시지!”
어차피 이 게임이 페이엔의 마음을 얻는 게임이라면, 자신이 이 몬스터에게 질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만만하게 외치자, 마왕뿐만 아니라 미하일을 비웃던 관중들의 웃음소리 마저 조용해졌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한 콜로세움.
그 반응에 미하일이 꺼림칙함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풋’ 하는 사회자의 웃음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커다란 웃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꺄하하하하하핫♡ 뭐래 저 병신은!?” “자신만만하네~♡ 역시 진짜 용사는 뭐가 달라도 다른걸?” “열등한 수컷 주제에, 페이엔 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거야? 꺄하핫♡ 착각도 유분수지~♡”
도대체 저들은 어째서, 저렇게 못 참겠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페이엔과 연인은 아니라지만, 자신 만큼 페이엔을 잘 아는 건 사루앙 학장 정도밖에 없는데.
이 게임이 페이엔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면, 당연히 오랜 기간 함께해온 자신이 유리한 것이 아닌가?
영문을 모르겠단 듯이 암컷들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그래도 굳어버린 미하일.
그리고 그런 미하일의 앞에서, 마왕 역시 입을 틀어막으며 미하일을 비웃듯이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푸, 푸흐흐흐...! 뭐야? 자신감 쩌네? 내가 페이엔에 대해 너보다도 모른다는 거야?” “다, 당연한 소릴...! 나는, 어릴 적부터 페이엔과 함께 해왔어! 고작 두세 달 같이 지낸 너 따위가 어떻게 페이엔의 마음을 얻는다는...” “푸하하하핫! 이거, 아다 새끼의 생각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만! 푸하핫!”
마왕이 배를 잡으며, 못 참겠다는 듯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고작 생각한 게 그거냔 듯이, 미하일을 손가락질 하며 웃음을 이어가는 마왕.
그렇게 웃던 마왕이 잠시 숨을 고르고선, 마왕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미하일을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란 말도 못 들어봤냐? 같이 오래 지낸 걸로 암컷의 마음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아?” “뭐, 뭐...?” “자신의 본능이 원하는 우월한 수컷을 만나면 하루만으로도 마음을 여는 게 암컷인데. 결혼은커녕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니면서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래? 큭큭...”
마왕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오랫동안 함께해온 미하일과 페이엔의 관계를 별거 아니라는 듯이 웃어넘긴다.
마치 자신이 페이엔의 마음을 얻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마왕의 모습.
그 모습은, 분명 자신이 이길 거라 생각하던 미하일조차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헛소리 하지 마시지. 하루 만에 마음을 연다니. 여자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페이엔이 너 같은 몬스터를 우월한 수컷으로 생각할 리가...” “큭큭. 나 참. 이래서 아다새끼들은... 아까 나탈리아를 봤으면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무언가를 강조하는 것처럼, 하반신에 두른 고급스러운 천을 툭툭 치며 입꼬리를 올리는 마왕.
그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게 되자, 게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미하일의 안에서 묘한 패배감이 솟아오른다.
멀리서 보았는데도 그 크기와 느껴질 정도로, 자신의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흉악한 물건을 가진 이 몬스터.
수컷으로서의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마왕의 모습에, 분노로 끓어오르던 미하일의 머리가 싸늘하게 식기 시작했다.
“...그, 그런 들어가지도 않을 것 같은 물건을, 페이엔이 원할 것 같아? 체격차이를 생각하시지?” “...큭큭. 글쎄~ 내 생각엔 멀쩡할 것 같은데... 뭐, 교미해보면 알게 되겠지. 페이엔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이제 잡담은 그만하고 슬슬 시작하자고.”
마왕이 더 말해봤자 의미 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정면에 있는 커다란 문을 향해 다가간다.
잠시 멍하니 자리에 굳어있다가, 허겁지겁 정신을 차린 것처럼 마왕을 뒤따르는 미하일.
두 수컷이 묘하게 생긴 문 앞에 도착하자, 문에서는 묘한 구동음과 함께 영상이 떠오르듯이 글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네~♡ 용사의 대담한 포부가 끝나고, 드디어 마왕님과 용사의 대결이 시작되었습니다! 제 1 관문! 아무래도 이건 퀴즈인 것 같네요! 위에서 살펴보니 아무래도 앞쪽에선 퀴즈가 이어지는 모양인데요~?”
사회를 보는 암컷이 용사에 대한 비웃음을 멈추고, 다시 용사와 마왕의 승부를 중계하기 시작한다.
마왕과 용사의 주변을 날아다니며, 관중에 있는 암컷들에게 두 수컷의 승부를 자세하게 볼 수 있도록 송출하고 있는 마도구들.
드론 같은 이 마도구들은 에센티아에선 최신의 기술인, 단거리 영상 송출용 마도구들 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저 마도구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콜로세움에 준비된 설비들은 아는 사람이 본다면 까무러칠 정도의 최신의 기술들이 적용된 설비들.
그런 것들을 고작 유희를 위해 쓰고 있단 것은, 지금 마법도시가 얼마나 마왕의 손에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전혀 모른 채, 페이엔을 구하기 위해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는 미하일.
그런 미하일의 눈 앞에 나온 퀴즈는, 각오를 다진 미하일을 미소 짓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어디 보자... 페이엔이 가장 흥미를 가지고 있는 연구 분야? ...푸흐흐. 이거 이거, 페이엔이 이런 퀴즈를...?” “...훗. 역시... 페이엔의 마음을 얻는다는 건, 얼마나 그녀를 잘 이해하고 있냐는 것인가 보군... 넌 답이 무엇인지 전혀 상상도 안되겠지?” “...큭큭. 나 무시하냐? 주관식도 아니고 객관식인데? ...당연히 화학 분야 아니야?” “하! 화학이라고!? 하핫!”
문 중앙에 나타난 퀴즈의 내용과, 그 아래에 선택하란 듯이 떠올라 있는 5개의 선택지들.
그 중 화학 분야를 말한 마왕을 향해, 미하일은 비웃듯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니 뭐니 하더니... 역시 페이엔에 대해 전혀 모르네. 뭘 믿고 그리 자신만만했어?” “푸흐흐. 그럼 넌 뭐라고 생각하는데?” “답은 에세르 성질 연구 분야다! 페이엔이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은 화학 분야지만, 흥미롭게 즐기는 분야는 바로 이쪽이지!”
미하일이 자신만만하게 안경을 고치며, 벽에 다가가 떠올라 있는 선택지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피식 웃으며 자신이 고른 화학 분야라는 답에 손을 가져다 대는 마왕.
두 수컷이 답을 고르자, 관문에서 빛이 번쩍거리며 용사의 승리를 알리는 화면이 떠올랐다.
“세상에 이럴 수가~? 첫 관문의 승자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용사! 용사가 공주님의 마음을 10점 획득했습니다!”
용사에게 더해진 점수를 보여주고는, 커다란 소리를 내며 열리는 관문.
새로운 길이 나타난 것을 보며 미하일은, 마왕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봤냐!? 이게 오랫동안 함께해온 페이엔과 나의 관계다!” “...큭큭... 이거 호락호락하지 않네 페이엔이~ 이런 문제를 내면 당연히 내가 불리하지~” “이번뿐만이 아니야! 앞으로 너에겐, 페이엔의 마음은 단 1점 조차 주지 않겠어!”
마치 그새 게임에 흠뻑 빠진 것처럼, 너무나도 기뻐하며 좋아하는 미하일.
마왕은 그런 미하일을 보면서, 묘하기 그지 없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첫 퀴즈를 맞춘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는지, 이번에는 자신이 앞장 서서 두 번째 관문에 먼저 도착한 미하일.
두 번째 관문에서 수 년 전의 과거에 대한 퀴즈가 나오자, 이번에도 미하일은 자신만만하게 답을 고르며 10점치의 페이엔의 마음을 획득했다.
“하! 역시 페이엔이야! 너 같은 몬스터가 맞출만한 퀴즈를 낼 리가 없지!” “큭큭. 페이엔도 좀 너무하네~ 수 년 전의 일을 가지고 퀴즈를 내면 내가 어떻게 맞춰~” “그게 바로 오랜 기간을 함께하지 못한 네 한계다! 이제 그만 페이엔에 대한 수작질은 포기하고, 체포될 준비나 하시지! 이 게임이 끝나면 바로 사루앙 학장님을 통해 왕도에 너에 대한 만행을 전할거니까!” “이거 스승뿐만 아니라 제자 쪽도 너무한걸? 내가 뭘 했다고 왕도에 신고를 한대~”
묘하게 여유로운 듯한 모습을 보이며, 미하일에게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리는 마왕.
두 개의 관문을 승리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는지, 미하일은 마왕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고도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이 미소를 내비쳤다.
퀴즈로 준비한 것들이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퀴즈가 아닌 관문이 나오더라도 얼마든지 자신이 승리할 수 있을 터.
이왕 이런 게임에 참가하게 된 김에 페이엔의 마음을 모두 얻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미하일은 세 번째 관문을 향해 당당하게 나아갔다.
“...이번 문제는...” “어디보자아... 어이쿠. 이번 문제에 걸린 페이엔의 마음이 50점 이라고? 이거 한 방에 뒤집을 수 있겠는걸?” “...훗. 앞의 두 문제도 엉뚱한 답을 고른 네가 가능할 것 같아? 페이엔의 마음은 단 1점이라도 넘겨주지 않겠어.”
두 수컷에게 점수 배점에 대한 알림을 전하고, 떠오른 글자들이 갱신되는 관문.
자신만만하게 코웃음을 치면서, 미하일은 새롭게 떠오른 퀴즈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자! 그럼 이번 퀴즈는...... 어...?” “...푸흐흐. 이거 참...”
고배점 이란 것을 알리고 나타난, 세 번째 관문의 중요한 퀴즈.
홀로그램처럼 세 번째 퀴즈가 나타나자, 용사와 마왕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며 그 퀴즈를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처럼,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 그 자리에 굳어버린 용사.
그 용사의 옆에서 마왕은, 퀴즈의 내용을 바라보며 예상대로라는 듯이 사악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세 번째 퀴즈는...! 꺄아♡ 세상에나♡ 페이엔님의 항문보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맞추는 퀴즈입니다!”
페이엔의 항문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묻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세 번째 퀴즈.
그 아래에 나타난 선택지에서는, 항문이 나오도록 찍은 여자들의 엉덩이들이 홀로그램처럼 떠올라 있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것인데. 아예 사진으로 예시를 보여주며 답을 고르라고 하고 있는 외설적인 퀴즈.
이제 시작이나 다름 없는 세 번째 관문에서, 미하일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며 멍하니 나타난 여자들의 엉덩이를 바라 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