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51 - 502화 - 마지막 확인! (3)
“아하... 이게, ‘우리 마왕’ 이 부탁했다던 그...”
요염한 느낌으로 다리를 꼰 상태로, 미하일이 가져온 마도구를 살펴보는 페이엔.
곰방대를 들고서 담배 연기를 뿜는 지금의 페이엔은, 그 모습과 행동 하나하나에서 요사스러운 색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 색기 넘치는 암컷의 모습을, 페이엔의 맞은 편에 앉아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인 채 힐끔거리는 미하일.
슬쩍 고개를 들자 보이는 페이엔의 팬티에, 미하일은 얼굴을 붉히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페이엔이 방금, 무어라 중얼거렸는지를 듣지 못한 채.
“...페, 페이엔... 아무리 축제라도, 교수인 네가 그런 복장을 할 필요는...” “...축제?”
마도구의 술식을 살피던 페이엔이, 미하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개를 치켜든다.
그렇게나 만나고 싶었던 스승이 자신을 바라보는데도, 이전과 달라진 요염한 모습에 도저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미하일.
그런 미하일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페이엔은 한 순간 알겠다는 표정을 내비치고는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킥킥...♡ 그래. 맞아♡ 축제인데, 나도 좀 즐겨야 하지 않겠어?” “도대체 무슨 축제길래 그런 복장들을 입는 거야...? 오는 동안 너무 당혹스러웠는데, 페이엔까지 그런 모습일 줄은 몰랐어...” “글쎄~♡ 굳이 말하자면...♡ 마법도시 유르겐이, 세상의 진정한 주인을 맞이하는 축제라고 하면 되겠지?” “...뭐? 세상의 진정한 주인...?”
전혀 알아듣지 못할만한 대답을 하는 페이엔을 향해, 얼굴을 돌린 채 이해 안 된다는 듯이 되묻는 미하일.
하지만 페이엔은 딱히 이해시켜 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키득거리며 다시 마도구의 술식이 적힌 종이에 눈을 돌렸다.
“뭐, 그런 게 있어♡ 대충 누군가를 환영하는 것이라고만 알아둬♡ 네가 너무 늦은 탓에, 이미 마법도시의 암컷들 중 8할 정도는 한참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까♡” “뭐? 환영...? 아니, 그보다 늦었다니... 예정되었던 기간보다 열흘 정도는 더 일찍 끝낸 건데? 정말 여기에만 매달려서 끝낸 거라, 더 일정을 당기는 건...” “킥킥♡ 알았어 알았어♡ 정말 고생 많았어 미하일~♡”
말은 고생 많았다며 칭찬하고 있지만, 어쩐지 페이엔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미하일을 놀리는 것처럼, 묘하게 말과 눈빛에 장난기가 뒤섞여 있는 듯한 페이엔의 모습.
어쩐지 지금 페이엔의 말과 행동은, 웃고는 있지만 너무 늦었다고 구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엇인가, 미하일에게 남은 기회가 사라졌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아무튼... 이 마도구를 세마가 요청한 숫자만큼 양산하는 동안, 이 술식을 폐기해주면 되는 거지?” “응... 내용만 머릿속에 넣어두고, 술식 자체는 양산이 끝나면 남들이 알 수 없도록 확실하게 폐기해 줬으면 좋겠어.” “...후훗. 그러네. 이런 분량과 복잡한 내용, 폐기하게 되면 마도구 분석 만으론 따라 하기 힘들어 보이니... 이런 복잡한 마도구를 완성하다니, 역시 내 수제자라고 할 만 한걸?” “하하... 아니, 뭐...”
스승의 칭찬에, 당혹감과 이상한 긴장을 느끼고 있던 미하일의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연구실에 들어온 이후 단 한번도, 페이엔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질 못하고 있던 미하일.
그것은 지금 페이엔의 모습이, 너무나도 음란하고 외설스럽게 느껴지는 모습인 것 때문이기도 했지만...
하지만 그것보다도, 연구실에 가득한 담배 연기가 미하일의 마음을 짓밟는 것처럼 그에게 묘한 긴장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페이엔의 복장에 대해 잔소리는 물론, 감상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미하일이라는 수컷.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비로소 수컷은, 암컷의 변화한 모습에 대해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저... 페이엔. 그런데, 다른 여자들도 그랬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모습, 너무 과감한 것 아니야...?” “...후훗. 왜? 마음에 안 들어? 기껏 머리도 다듬고, 화장도 했는데~♡ 아무래도 미하일은 예뻐진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네?” “아니! 예뻐! 정말 예쁜데...! 그런데, 그... 옷이 너무...”
화장이나 헤어 스타일의 변화. 그것뿐이었다면, 미하일은 분명 얼굴을 붉히며 그녀의 변화를 반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페이엔의 옷차림은, 아예 팬티를 가리는 것이 없는 너무나도 과감한 복장.
거의 끈과 같은 형태로 음부만을 간신히 가리고 있는 팬티와 더불어, 밀착되어 페이엔의 몸매를 드러낸 저 드레스는 도저히 남들에게 보일만한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에게도 과시해선 안될 것 같은 외설스럽기 그지 없는 옷차림.
광택이 느껴지는 매끈한 장갑과 스타킹과 더불어, 마치 수컷을 유혹하는 창녀가 된듯한 음란함이 넘쳐 흐르는 복장이었다.
사모하고 있는 암컷이 그런 복장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예쁘다는 말로 포장만 해주고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어떻게든 페이엔의 복장에 대해 말을 꺼내본 미하일이었지만, 페이엔은 그런 미하일에게 귀엽다는 듯이 웃음을 내비칠 뿐이었다.
“쿡쿡...♡ 누가 아다새끼 아니랄까 봐...♡ 알몸인 것도 아닌데 너무 부끄러워 하는 거 아니야? 귀엽네 우리 미하일~♡” “윽... 아, 아니... 어찌 보면 지금 복장이 알몸보다 더 부끄러워 보이는데...” “그래? 뭐, 난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 자♡ 전혀 부끄럽지 않으니까~♡” “으아앗! 페, 페이엔! 그렇게 다리를 벌리면...!!”
미하일의 반응을 확인하듯이, 다리를 활짝 펼쳐 매끈한 보지 형태가 선명하게 보이는 하반신을 과시하는 페이엔.
동시에 손을 머리 뒤에 붙이면서, 페이엔은 자신의 맨들맨들한 겨드랑이를 하반신과 함께 드러내었다.
무엇인가 체온 자체가 높아진 것처럼, 후끈후끈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암컷의 하반신과 겨드랑이.
하지만 그런 것들을 확인하기도 전에, 미하일은 눈을 가리며 페이엔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날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미하일이니, 당연히 이런 옷차림도 마음에 들겠지? 어때 미하일~? 두근거려~? 음란한 내 모습에, 좆이 막 불끈거리는 거지~?” “페, 페이엔! 부끄러우니 이제 그만...!”
자신을 유혹하듯이 몸을 드러내는 페이엔을, 도저히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린 미하일.
키득거리며 미하일을 유혹하던 페이엔은, 그런 미하일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자 웃음을 멈추고 표정을 바꾸었다.
마치 원하는 반응이 아니라는 것처럼, 싸늘하기 그지 없는 암컷의 표정.
지금 눈을 감은 자신의 행동이 페이엔의 마음을 불쾌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아직 눈을 감고 있는 미하일은 알 수가 없었다.
“...흐응. 역시 그런가... 대놓고 유혹하고 있는데도 이런 한심한 모습을 보인단 말이지...” “뭐, 뭐라고 페이엔? 으앗, 페이엔. 제발 뭐라도 걸치는 게...” “...됐어. 그만 놀릴 테니 고개 들어.”
고개를 들라는 페이엔의 말에, 다시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는 미하일.
키득거리던 페이엔은 마치 흥미가 사라진 것처럼, 몸을 돌린 채 무표정하게 무엇인가를 작은 쪽지에 써내려가고 있었다.
간단한 글귀를 적고 나서, 펜을 닫으며 벨처럼 생긴 마도구를 가볍게 두드리는 페이엔.
그러는 동안 페이엔은, 고개를 든 미하일을 한 번도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저... 페이엔...?” “부르셨나요 페이엔 님♡”
갑작스럽게 조용해진 분위기에, 무엇인가 말을 꺼내보려고 하던 미하일.
하지만 미하일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구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 다, 당신은 캬시아 씨...!?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어머. 미하일... 후훗♡ 당연히 페이엔 님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서죠♡ 뭘 그리 놀라시나요?” “에!? 뭐!? 심부름...!? 아니, 그게 당신은... 엘프... 인데...? 지금 무슨 말을...” “같은 엘프니 페이엔 님을 도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별 것도 아닌 일인데. 너무 놀라시네요. 쿡쿡...♡”
다른 여자들처럼 과감한 옷차림을 한 채로, 미하일을 향해 웃음을 짓는 캬시아.
엘프인 그녀가 자신에게 미소를 보인다는 것도 놀랍지만, 지금 미하일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엘프들 사이에서 차별을 받고 있던 페이엔. 그 차별과 더불어, 엘프들은 인간들이 사는 곳에는 오는 것도 싫어하고 있었을 텐데.
그런데 지금 저 캬시아는, 바로 근처에 있었다는 것처럼 찾아와 페이엔의 심부름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분명 저 여자가 인상을 쓰면서 페이엔에게 모욕스러운 말을 내뱉는 것을 보았었는데. 그런데, 마치 페이엔을 윗사람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미하일 이었지만, 그런 미하일은 상관없다는 듯이 페이엔이 손을 흔들며 캬시아를 불렀다.
“그런 건 됐고. 캬시아. 마왕에게 이 쪽지를 전해주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페이엔 님♡ ...이제 ‘정리’ 를 하려고 그러시는 거죠?” “맞아. 이쪽은 마음의 준비가 됐으니, 가서 자리만 만들어달라고 해... 그리고, 자리의 분위기는 ‘축제’ 답게 만들어달라는 말도 같이 전하고.” “아하...♡ 과연. 축제인가요...♡”
미하일에 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말들을 나누는 페이엔과 캬시아.
캬시아에게 지시를 내리는 페이엔의 모습은, 마치 캬시아가 자신을 따르는 게 당연하고 말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미하일을 비웃듯이 힐끔거리며, 그런 페이엔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캬시아.
이내 쪽지를 받아 든 캬시아가 페이엔에게 고개를 숙인 후, 미하일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페이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 여자가 너한테...”
믿기지 않는 것을 본 것 마냥 굳어있다가, 페이엔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미하일.
미하일에겐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손가락을 비비던 페이엔은, 먼지를 털어내듯 훅 불고선 다시 곰방대를 잡으며 서랍에서 담뱃잎을 꺼냈다.
말없이 곰방대에 불을 붙인 후, 그 곰방대를 편안한 표정으로 깊이 빨아들이던 페이엔.
진하기 그지 없는 연기를 내뱉으면서, 페이엔은 미하일을 향해 사악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미하일. 어려운 일도 끝냈으니, 이제 좀 놀아야겠지?” “어? 그야... 그렇지? 한동안 푹 쉬려고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쿡쿡...♡ 쉬기만 해서 되겠어? 마침 타이밍 좋게 축제중인데. 놀기도 제대로 놀아야지.”
무엇인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묘한 웃음을 흘리며, 작은 몸을 꼬듯이 책상에 엉덩이를 걸치는 페이엔.
색기 넘치는 모습으로 다리를 꼬면서, 페이엔은 다시 한번 진한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무엇인가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한, 묘한 향기와 사악한 기운을 풍기면서.
“오랜만에 같이 데이트나 하자. 아주 재미있는 경험을 시켜줄 테니까♡”
미하일을 평가하듯이, 페이엔은 키득거리며 오싹한 눈빛을 내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