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12 - 465화 - 마왕의 암컷과 건방진 암컷의 대결! (3)
심사위원을 앞에 서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마법이 무엇인지 잠시 설명을 하던 나탈리아.
설명을 마치고 뒤로 물러나 자리를 잡더니, 나탈리아는 리즈벳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잘 보세요 타니아 리즈벳! 모험가나 하는 당신은 흉내 낼 수조차 없는, 엄청난 마법을 보여줄 테니까!”
거 참 신기한 암컷이네. 암만 알던 사이라지만, 내 음수인 리즈벳에게 저렇게 당당할 수 있다니.
비록 마왕인 나만큼은 아니라지만, 지금 리즈벳도 몸에서 음수들 특유의 사악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말이지.
거부할 수 없는 음란한 욕망과 동시에, 수컷들에겐 위압감을 주고 암컷들에겐 복종하고 싶은 욕구를 이끌어내는 그런 기운인데. 그런걸 못 느끼나?
물론 지금은 최대한 억제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처럼 성물로 감추고 있진 않으니 은근히 흘러나오고 있는 중이거든? 그런데도 어떻게 저런...
분명 뭔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고 있을 텐데... 정말 어지간히도 리즈벳을 의식하고 있는 모양이네. 나탈리아 쟤.
“그래 그래~ 얼른 시작이나 해. 우리 주인님이 지루해 하시잖아?”
앉아있던 내 무릎 위에 올라와, 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며 나탈리아를 돌아보는 리즈벳.
리즈벳은 물론이고 내 음수들을 과시하듯이 주무르고 있는 날 보면서, 나탈리아는 끔찍하다는 듯이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이...! 리즈벳 당신...! 사람들이 이렇게나 모인 곳에서, 그런 몬스터랑...!”
푸흐흐. 딱히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인상을 쓰는 거야. 리즈벳이 부러워? 부러우면 말을 하지~
큭큭... 교수들 쪽도 리즈벳의 행동이 좀 당황스러운 모양인걸. 특히 극혐하는 페이엔의 표정이 볼만하네.
좀 봐줘 페이엔. 슬슬 남들 눈치 보는 것도 짜증나기 시작했거든.
어차피 널 포함해서, 마법도시를 손에 넣을 준비도 얼추 끝난 상태인데. 굳이 여기서 더 눈치 볼 건 없잖아?
교역 같은 게 어찌되냐에 따라서 걸리는 시간만 바뀔 뿐. 가축들이 어느 정도 생긴 이상, 마법도시 유르겐이 마왕을 섬기는 음란한 도시로 바뀌는 건 확정이라고. 큭큭...
“미친... 리즈벳이란 저 여자가 붙어있는 상대, 신수라던 그 몬스터 맞지?” “아무리 신수라지만, 몬스터한테 저리 달라붙다니...” “저거... 아마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거겠... 지?” “씨발... 나도 모험가나 할 걸 그랬나? 몬스터 주제에 어떻게 저런 여자들을...”
그리고 저런 수컷들의 반응도, 지금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반응이겠지.
새끼들... 나중엔 눈도 못 마주치고 벌벌 떨다가, 집에 가서 딸이나 칠 녀석들이...
열등 수컷들이 모험가가 된다고 나처럼 암컷들을 거느릴 수 있을 것 같아? 너희는 애초에 종부터 열등한 것들이라고.
“저렇게 흉칙하게 생긴 몬스터랑... 아니, 체격 차이도 상당한데...” “손도 크고 팔도 엄청 두꺼워... 그런 걸로 여자의 가슴을 저리 거칠게...” “꿀꺽... 앗!? 흐, 흠... 확실히 몸은 좀 봐줄 만 하지만... 그래도 좀 역겹지 않아? ” “그, 그러네~ 모험가라더니 좀 제정신이 아닌가 봐... 근데, 저 근육 만지면 무슨 느낌일까?”
푸흐흐. 역시... 이렇게 과시하기 시작하니, 암컷들 쪽에서도 반응이 오는구만.
여태까진 거리를 돌아다녀도, 겁먹거나 깔보는 눈빛으로 힐끔거릴 뿐이었는데 말이야.
내가 음수들을 쓰다듬는걸 보게 되니, 이 흉악한 몸뚱이로 암컷들을 어찌 다룰지 상상이 되는 모양이지?
큭큭... 부럽겠지만 조금만 참으라고 암컷들. 적절히 준비만 갖추면, 너희도 다 한번쯤은 즐길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큭...! 저질스럽긴...! 당신이 내 하녀가 되면, 모험가를 하면서 배워온 그 저질스러움부터 고쳐야겠네요!” “아, 그래~? 그럼 나는, 너한테 우월한 수컷에게 아양부리는 법을 교육시켜 줄게♥ 기껏 반반한 암컷으로 태어났는데, 그런 열등한 수컷 정도에 만족해버리면 너무 불쌍하잖아♥” “바, 반반!? 당신 갑자기 무슨...! 아니, 그보다! 알레한드로는 열등한 수컷이 아니거든!? 모험가 따위는 감히 넘볼 수도 없는 남자라고!” “그래~? 딱 봐도 볼품없이 비실비실한 게, 암컷을 만족시킬 수나 있을지 걱정되는데. 아. 혹시 생긴 것과는 달리 바지 속에 대단한 거라도 숨기고 있는 건가?” “이익! 또 그런 천박한...! 내 마법을 보고도 그리 허세부릴 수 있을지 보자고! 리즈벳!!”
내 무릎 위에서 키득거리는 리즈벳과,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던 나탈리아.
얼굴을 붉히며 짜증을 내던 그녀는, 뒤돌아 서자 마자 표정을 싹 바꾸며 부드러운 미소를 내보였다.
와...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표정을 확 바꿀 수가 있지? 좀 놀라운데?
“벨로 파빌라!!!”
손을 뻗어 자신이 만들어 온 마법을 외치자, 나탈리아의 발 밑에 화려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탈리아의 주변에서는, 반짝이는 듯한 불씨들이 그녀를 꾸며주는 것처럼 아름답게 퍼져나갔다.
그 한가운데서 가볍게 몸을 돌리며, 미소 지은 채 춤을 추기 시작한 나탈리아.
주변에 퍼진 불씨들이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함께 춤을 추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오... 뭐야. 불씨가 몸이나 옷에 닿는데도 멀쩡한데? 마법으로 저런 것도 가능해?” “뭐 그렇지. 다른 스킬들과는 다르게, 마법은 활용법이 무궁무진 하거든. 그걸 위해 에너지를 마나로 변환하고 술식을 만드는 거니까.”
호오오... 일반적인 스킬은 아무리 대단한 스킬 이어도 신체를 강화하거나 무기를 다루는 정도인데. 마법은 머리만 좋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건가.
내가 생각하던 마법이랑은 좀 다르지만... 그래도 뭔가 눈이 즐거워지는 화려함이라, 제법 봐줄만하네.
이제 보니 저 드레스도 저렇게 춤을 추려고 입고 온 모양이지? 그냥 귀족 영애가 마음껏 꾸미고 온 건 줄 알았는데 말이야.
흐으음. 사용하는 것 만으로 이렇게 기대감을 키워주다니. 과연 어떤 효과가 나오는 걸지 궁금해지는데...
...근데 좀 길다? 언제 끝나는 거야 저 춤은?
“...후훗. 여기까지 입니다. 봐 주셔서 감사해요. 여러분.”
...엥? 뭐야. 방금 그걸로 끝이야?
뭔가 대단한 걸 발동시키기 위해 영창 하는 것처럼 춤추는 거 아니었어? 설마, 그냥 춤 추는게 목적이었다고?
“...하아. 쟨 여전하네. 그냥 복잡하기만 하고, 쓸모라곤 없는 마법이라니...” “뭐? 그럼 진짜 저게 끝? 다른 효과 같은 건 없어?” “없을걸? 쟤, 졸업 실습 때도 저렇게 보기만 좋은 쓸모 없는 스킬을 만들었었거든. 딱히 별 효과는 없을 거야.”
미친. 마법이라며?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마법이 그냥 반짝이는 게 끝이라니.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저런 쓸모라곤 없는 마법을 만들고 뭐 저리 의기양양한 표정이야? 진짜 그런 마법으로 이길 생각이라고? 리얼?
...아니, 근데... 주변 놈들 반응이...
“역시 나탈리아야. 완성도가 굉장한걸?” “전혀 끊기는 곳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다니. 술식의 안정성에 꽤나 신경 쓴 모양인데.” “저렇게 고수준의 마법이라니... 이래서야 결과는 뻔한 거 아니야? 끽해봐야 모험가잖아.”
이 새끼들 뭐지? 아니, 진심으로 저런 마법에 감탄하고 있는거야?
“호오오... 과연 나탈리아는 우수하군요. 속성을 3개씩이나 융합시켰어요.” “불을 메인으로, 빛과 얼음입니까... 상반되는 속성들을 잘도 저리 안정시켰네요.” “술식이 이렇게나 복잡한데도, 배치도 적절하게 구성되어있고... 아, 이 부분은 마드리안 교수님의 마나 상호작용 이론을 참고한 것 같군요.” “거기다 움직임에 맞춰 자동으로 움직이도록 맞추었지 않나. 젊은 나이에 이런 술식을 짜낼 수 있다니.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성적순으로 데려갔으면서 뭔 소릴 하는 거야? ...뭐, 확실히 괜찮긴 하네. 어딘가에 적용할만한 실용성이 부족하단 게 약간의 흠이지만...”
아니, 심사위원인 교수들도 감탄한다고? 심지어 페이엔 너까지?
실용적이지 못한 게 약간의 흠? 아니, 마법인데 보기만 좋고 쓸 데가 없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야?
미리 제출한 술식을 보면서 평가한다는 얘긴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쓸모가 없으면 술식 보는 의미가 없지 않나? 왜 다들 감탄하면서 술식을 보고 있어?
“...마법학교의 마법들은, 대충 90% 정도는 저런 쓸모 없는 것들이야.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법의 효과가 아니라, 그 마법의 구성과 완성도니까 말이야.” “그게 뭔... 저런 배경효과나 주는 마법을, 복잡하게 만들어졌다고 고평가한다니...” “공부만 하는 마법사들이 그렇지 뭐. 그래도 걱정 마 마왕님. 저런 어렵기만 한 마법 따위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내가 만든 마법이 더 굉장하니까♥”
내 무릎 위에서 폴짝 뛰어내리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내비치는 리즈벳.
중앙으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나탈리아를 쳐다보더니, 리즈벳은 씨익 웃으며 지팡이를 높게 치켜들었다.
“이클립스 플레어!!!”
외침과 함께 리즈벳 아래에 나타난, 불길한 느낌의 보라색 마법진.
그리고 커다란 굉음과 함께, 자리잡은 광장에 뜨거운 열기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뭐, 뭐야!?” “꺄악! 이건...!?”
주변이 밝아진 것일까. 아니면 어두워진 것일까.
분명 눈부실 정도의 빛이 생겨났는데, 그 빛을 선글라스를 끼고 보는 듯한 이상한 느낌.
이게 도대체 무슨 빛인가 싶어 리즈벳의 위를 쳐다보자, 그 곳에는...
외부로 강렬한 빛을 내뿜고 있는, 검은 태양이 떠 있었다.
“오오... 저건...” “세상에, 어떻게 저런...?”
방금 전까지 나탈리아의 마법에 감탄하던 이들이, 검은 태양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아가씨 같은 웃음소리를 내면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던 나탈리아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놀라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지금 이 곳에 모인 마법사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불길한 소음을 내며 일렁거리는 검은 태양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저런 에너지 양을...” “단순히 열을 압축한 건가? 그런데 어째서 저런 어두운 색인거지?” “뭔가 불길한 태양 같은 느낌이... 도대체 술식을 어떻게 구성했길래...” “확실히 이 열기는 작은 태양 같은 느낌인데... 그런데도 눈으로 응시할 수 있다고?” “다른 것보다 저게 유지되고 있다는 게 놀라운걸... 저 정도 크기와 에너지면, 아무리 안정시키려고 해도 안정되지 않을 것 같은데...”
푸흐흐. 새끼들. 놀라는 표정들이 꽤나 볼만하구만.
아니 근데, 이건 나도 좀 놀랍긴 하네. 뭐야 저게.
다른 놈들은 모르겠지만, 마안으로 살펴보니 저 검은 태양 안에서 에너지가 움직이는 게 보이거든?
아마 내 눈에 보이는 대로라면... 불로 바꾼 테세르를, 약간의 에세르를 먹이로 주면서 거기에 모이도록 압축한 것 같은데...
에세르를 집어삼킨 테세르의 불이 마구 터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저거 맞으면 누구나 훅 갈 것 같은 느낌인걸? 그러면서 외부에선 테세르가 안 느껴지는 게 참 신기하네.
큭큭. 훌륭해 리즈벳. 저런 대단한 스킬을 만들다니. 히어로 이터든 인간들이든 다 쓸어버릴 수 있겠어.
“...으음. 굉장하군요... 근데, 도대체 이 술식은 도대체...?” “구성이 조금 이해가 안 되는데... 여기 이 부분은 도대체 왜 이렇게 되는 거랍니까?” “이런다고 저런 태양이 만들어지나? 으음... 뭔가 다른 요소가 없으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데...”
큭큭. 제 아무리 똑똑한 교수님들이라고 해도, 지금 리즈벳의 마법은 이해가 안되겠지.
아무리 대단하신 교수님이라고 해도, 단순한 계산식이나 마찬가지인 술식만으로 이해가 되겠어?
백날 술식을 들여다봐봤자, 저 마법에 테세르가 쓰이고 있다는 걸 모르면 의미가 없지.
열심히들 고민해 보라고. 그러다 보면, 이 세상에 마왕이 나타났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 말이야. 큭큭...
“...어떻게, 개인이 저런 에너지 양을...? 흐음... 그리고 이 느낌은...”
어이쿠. 우리 학장님은 뭔가 다른가? 왠지 진지한 눈으로 리즈벳의 마법을 보고 계신걸?
흐음... 뭐, 어차피 외부로 테세르가 방출되진 않으니까. 직접 맞아보는 게 아닌 이상, 테세르를 눈치채진 못하겠지.
혹시 눈치채더라도 괜찮아 사루앙~ 그땐, 널 죽이거나 대충 둘러댈 거거든.
지금 리즈벳의 테세르가 어디서 나왔는지 아는 건 페이엔 뿐이니까. 마물이 나타났다고 오버하지 않는 이상, 대충 둘러대는 걸로 충분하지 않겠어?
푸흐흐. 마음껏 봐두라고 다들. 저게 바로 너희 인간들에겐 불가능한, 테세르와 에세르의 융합이니까.
“...페이엔. 어떻게 생각... 음?” “......”
자신의 옆에 앉은 페이엔에게 고개를 돌리며, 무언가 물어보려던 사루앙.
하지만 페이엔은 테이블 위에 놓인 술식을 바라보면서, 새파래진 얼굴로 자신의 배를 문지르고 있었다.
그런 페이엔의 표정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사루앙은 묘한 표정으로 페이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괜찮으냐? 페이엔?” “으, 응? 아... 괘, 괜찮아. 응...” “...몸 상태가 안 좋은 모양이구나. 이따가 잠시 이야기 좀 하자꾸나.” “...응...”
묘하게 생각이 많아진 듯한 표정으로, 페이엔을 걱정하며 부드럽게 말하는 사루앙.
페이엔은 그런 사루앙과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을 뿐이었다.
걱정하는 것이라고 보기엔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그렇게 한동안 작은 엘프를 바라보던 백발의 노인.
그 노인이, 잠깐이지만 나를 힐끗 쳐다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