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76 - 344화 - 탁란!
날 만나러 와서는 내 눈 앞에서, 충격적인 입덧을 보여준 세라.
한동안 그렇게 헛구역질은 하던 세라는, 마지막엔 쓰러지기까지 하면서 의식을 잃어버렸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입덧이 심하면 쓰러지기도 하는 건가?
아니 그전에 입덧? 입덧이라니?
분명 세라의 신체는 나와 하룻밤 보낸 걸로 이미 나 외엔 받아들이지 않게 변했을 텐데...?
그렇다고 내 아이를 임신한 건가 생각하기엔, 분명 내 음수들이 자신 있게 아직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는데...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마왕님♥ 우리 왔어♥” “아, 리즈! 클레아!” “무슨 일 이신가요? 그렇게나 당황하시다니♥”
8층 침실의 넓은 침대 위에서 괴로운 듯이 표정을 찡그리고 있는 세라를 지켜보던 도중, 클레아와 리즈벳이 함께 침실 안으로 들어왔다.
마안을 통해, 세라는 임신은 아니라고 확신하며 단언했던 클레아.
아직도 벌렁거리는 심장 때문에 다리를 후들거리면서, 나는 클레아에게 매달려 이게 어떻게 된 건지에 대해 물었다.
“크, 클레아! 세, 세라가 입덧을 하는데!? 아직 임신은 못한다고 했던 거 아니었어!?” “후훗...♥ 진정하세요 마왕님. 그래도 마왕이 되셨는데 체통을 지키셔야죠.” “앗. 흠흠... 내, 내 음수 클레아.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왜 세라가 입덧을 하다 쓰러진 거야?”
앗. 이런. 너무 당황해서 그만 얼빠진 모습을...
아니, 근데 어쩔 수 없잖아. 난 너희 말만 믿고 아직 아이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고.
암만 마왕이 되었다지만 아이를 가지는 경험은 처음... 심지어 임신하지 않을 거란 강한 확신이 있었는데 임신을 만났으니 놀라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어?
...설마 나랑 하룻밤 보내기 전에 임신한 건가? 이런 씁... 그건 좀...
내가 노리던 암컷이 날 만난 이후에 다른 수컷의 아이를 베다니. 그딴 건 마왕으로서 절대 인정 할 수 없어!
“잠시만요 마왕님. 먼저 살펴보도록 할게요. 어디... 아. 흐응... 과연...”
당황하며 이런저런 추측에 빠진 날 진정시킨 후, 세라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을 살펴보는 클레아.
내 옆에서 리즈벳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이 미소 지으며, 클레아와 세라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때? 임신한 게 맞아? 쓰러지기까지 해서 그냥 몸 상태가 안 좋은 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후훗♥ 이전에 살펴봤을 땐 아직 무리일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확실하네요. 자궁 안쪽에 착상까지 잘 이루어졌어요♥” “뭐, 뭐!? 무슨 소리야!? 진짜 임신이라고!?”
뭐야 그게! 설마 내 음수들이 나한테 거짓말을!?
뭐, 뭐 하는 거야 너희들! 여태까지 뭔가 숨긴 적은 있어도 날 속인 적은 없었잖아!
왜 굳이 인간 모습이 되어야 임신할 수 있다고 말했던 거지!? 이건 굳이 속여야 할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자 마왕님~♥ 조금만 진정해주세요♥ 바로 설명해 드릴 테니까♥” “앗. 어흠... 그래 리즈... 자, 그럼 두 사람. 어디 설명해 봐.”
으음... 그래. 지금은 당황하는 것보다 설명을 듣는 게 먼저지.
으윽. 심장 쫄려. 암만 마왕이 되었다곤 하지만, 첫 아이의 임신 소식을 듣는 건 좀 긴장되는데?
마왕이 되면서 욕망과 사악함이 극대화 되었지만, 그래도 인간이었던 시절의 기억은 어쩔 수가 없네. 내 자식이라고 하니 괜히 두근거려.
“네. 그럼 먼저...♥ 마왕님을 속인 것 같아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주인님의 육체로 임신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진 않았답니다.” “...엥?” “정확히는, 주인님과 저희 암컷들 사이에 자식을 가지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씀 드렸었죠.”
...그게 그거 아냐? 클레아가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내 자식이 아니면, 지금 세라의 뱃속에 있는 건 도대체...?
“처음부터 말씀 드리면... 먼저, 지금 그 육체에서 만드는 주인님의 씨앗... 그러니까 말정자로는 처음부터 저희 난자와 수정이 가능했었어요. 인간이든 짐승이든 간에 말이죠.” “...그래. 그건 몇 번 들었으니 알고 있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수정한 알이 저희 뱃속에 자리잡는 건 불가능했어요. 종으로서의 유전자가 달라, 그 알이 생명을 가질 수가 없었으니까요.”
어떻게 말정자와 난자가 만나긴 하는데, 거기서 세포 분열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단 거겠지.
“그래서 여태까지, 저희의 육체는 주인님의 말정액에 물들긴 해도 딱 거기까지...” “그런데 말야♥ 주인님이 그 육체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말정자가 가진 생명력도 더욱 더 강해져 갔거든?” “마왕이 되시기 직전엔 자궁 안에서 말정자가 헤엄치는 게 느껴질 정도라...♥ 평범한 세포가 가질 수 있는 생명력을 넘어섰었답니다♥” “...그 말은?”
내가 아직 이해 못한 표정은 지으며 두 사람에게 묻자, 싱긋 웃으며 미소를 짓는 리즈벳과 클레아.
클레아는 아직 표정을 찡그린 채 의식이 없는 세라에게 다가가, 그녀의 배를 쓰다듬었다.
“세라 양은 아직 인간의 육체임에도 불구하고, 주인님과 아주 궁합이 잘 맞는 암컷이었어요. 덕분에... 주인님의 생명력 넘치는 말정자가, 억지로 육체를 갖추기 시작한 거랍니다.” “...! 그, 그럼 역시 지금 세라의 뱃속엔 내 아이가...!”
뭐야! 그럼 결국 임신한 것 맞잖아!
으아, 이렇게 첫 아이를 가지게 되다니! 이거 마왕이 된 것보다 더 떨리는데!? 어쩌지!?
“...아뇨. 그건 아니에요 마왕님.” “어? 그게 무슨...” “지금 세라 양의 뱃속에 있는 건, 넘쳐나는 생명력 때문에 억지로 육체를 갖추기 시작한 것 뿐이라서... 여기에, 영혼이 깃들진 않을 거에요.” “...어?” “지금 제게 보이는 걸로 추측해보면... 아마 살아있기는 하지만 영혼이 없는, 주인님의 몬스터 외형과 닮은 무언가가 태어나겠죠. 마치,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테센티아의 생명체들처럼...”
잠깐... 영혼이 없다? 내 말 외형과 닮은 무언가?
여신이 제대로 만들지도 않은, 고깃덩어리들이 제 멋대로 형태를 이루고 있던 테센티아의 생명체들...
그 영혼이 없는 것 같은 생명체들과, 비슷한 게 태어나는 거라고?
“분명 마왕님과 저희의 세포로 만들어지지만... 그래도 이 영혼 없는 존재를, 저희들의 자식이라고 말하긴 좀 어렵네요.” “숨겨서 미안해 마왕님. 기껏 처음 맞이하게 된 암컷의 임신인데, 그 뱃속에 있는 게 영혼 없는 존재라고 말해주긴 좀 어려웠어. 마왕이 되기 전에 주인님의 영혼이 충격 받을까 봐...”
으음... 그렇구나... 확실히...
내 암컷들 중 하나가 임신했다고 좋아하다가, 그 뱃속에 인간도 몬스터도 아닌 무언가가 있을 뿐이라고 들었다면...
확실히 마왕이 되기 전엔 좀 충격이었겠다. 감정이 변한 지금도 엄청 얼떨떨해.
“...사실 이전에 눈치는 챘었지만, 그래도 정말 세라 양의 배에 착상할 줄은 몰랐어요. 세라 양의 육체는 아직 테세르 농도가 낮으니,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곧 배출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래... 그래서 굳이 말 안 했던 건가...” “네. 그리고, 저희가 이 영혼 없는 생명체로 제안 드릴게 마왕이 되시기 전엔 좀 충격이셨을 거라...”
응? 충격? 여기서 뭘... 아.
잠깐 있어 봐. 아까 분명 나와 같은 몬스터의 육체로 완성될 거라고 했지...?
그렇다는 얘기는...
“일단 출산을 해서 확인을 해 봐야 하겠지만... 쓸만할 것 같죠? 마왕님?”
미소 지으며 말하는 내 암컷들에게 감탄이 나온다.
나와 같은 몬스터의 육체. 아마, 말의 모습으로 태어날 저 영혼 없는 생명체.
만약 그 영혼 없는 생명체가, 일단 살아 움직이기는 한다면?
말이란 짐승은 지구에서 조차 전략물자로 취급될 정도로 중요하던 짐승.
헌데 부릴 수 있는 몬스터라곤 어디 쥐뿔도 없는 도마뱀 정도뿐인 에센티아에서, 수많은 말들을 이용할 수 있다?
전쟁, 물자 운송, 이동... 정말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겠는걸. 영혼이 없는 게 얼마나 잘 움직일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건 확실히, 낳아 볼만한 가치가 있겠어.
“푸흐흐. 내 암컷들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나...” “실은 이미 가축들과 음수 모두 출산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하 2층을 개조하고 있었답니다♥ 이 영혼 없는 존재를 임신하는 건, 저희들의 변화보단 주인님의 변화가 중요했으니까요♥” “육체의 궁합이 잘 맞는 세라가 임신했으니, 이제 우리도 ‘이건’ 임신할 수 있을 거야♥” “이거 너무 충격적인 소식이라 벌써부터 흥분되는걸. 큭큭...”
이제 알겠어. 확실히 지금 세라가 임신한 건 내 자식이라고 부르기엔 좀 애매하네.
영혼 없이 육체의 본능대로 움직일 거란 걸 생각하면, 생명체라기 보단 뭔가 입력한 대로 움직이는 고깃덩이 라는 느낌이야.
마왕이 되어서 그런가? 이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뭔가 즐거워지기 시작했어.
얼마나 써먹을 수 있을진 낳아봐야 알겠지만... 과연, 내 암컷들이 낳은 영혼 없는 몬스터란 말이지...
“아. 혹시 그 영혼 없는 짐승들이 내 암컷들과 교미하는 건...? 그건 좀 기분 나쁜데.” “그건 낳아봐야 알겠지만... 지금 제 느낌으론 이 영혼 없는 생명체가 생식을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네요. 뭔가 여러 가지 기능이 빠져있다는 느낌이...” “그렇다면 다행이네. 내가 한번 소유한 암컷들은 나 외엔 건들게 하고 싶지 않거든.” “후훗♥ 역시 우리 마왕님의 욕망은...♥”
암만 내 유전자를 받았다지만, 나중에 태어날 내 후손들도 내 암컷들을 건드린다 생각하면 짜증나는데. 이런 영혼 없는 생명체는 오죽하겠어?
그래도 클레아의 느낌을 믿고, 일단 낳아는 봐야지. 생식기능 없이 길들일 수 있는 말이면 아주 훌륭한 도구가 될 테니까 말이야.
자, 그럼... 뱃속에 든 게 무엇이던 간에, 일단 임신은 임신.
당장은 문제 없겠지만, 이제 배도 부풀어 오를 테고 임신 증상이 계속 나타날 테지.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세라의 약혼자인 데이브가 더 강렬한 절망을 느낄까...
큭큭. 임신이라니. 정말이지 활용도 높은 소재가 손에 들어와서 뭘 하든 즐거울 것 같은걸.
“...다만, 역시 지금 세라 양의 육체론 불안정하긴 한 것 같네요. 이대로는, 제대로 출산하지 못하게 될 거에요. 아마 세라 양이 쓰러진 것도, 그 불안정함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영혼 없는 생명체도 테세르를 가진 생명체 같으니, 잘 자랄 수 있도록 세라의 자궁을 테세르로 가득 채워야 해요. 그렇게 해야 세라 양의 육체도 안정될 거구요.” “과연. 지속적인 교미로 테세르를 유지시켜줘야 한단 얘기지? 어떻게 할까...”
세라와 교미하는 것 자체는 문제없지만, 그래도 아직 계획의 1단계가 끝나기 전엔 최대한 조용히 진행하고 싶은데.
라디아의 암컷들을 모두 지배하고 수컷들이 거역하지 못하도록 절망시켜두지 않으면, 어디서 소문이 흘러서 우릴 노리는 적들이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용사 같은 녀석들은, 최대한 절망시켜 주는 쪽이 재미있잖아?
“흐음. 데이브의 의심을 사지 않고, 지속적으로 계속 세라와의 교미를 이어가려면...” “...마왕님. 이 사악한 음수에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오... 우리 리즈가 말이지? 그래. 그럼 무슨 아이디어가 있는지 들어볼까?” “응♥ 먼저, 지금 클레아의 위치를 이용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단 듯이, 사악하게 키득거리면서 말하는 리즈벳.
그 사악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여 내 음수의 계획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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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여긴...” “일어나셨나요? 세라 양?” “어때? 몸은 좀 괜찮아 세라?” “어...? 리즈벳 씨...? 성녀 님...?”
눈을 뜨니, 저는 뭔가 기억에 있는 넓은 침대 위에 누워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옆에서는, 미소를 지으며 절 내려다보는 리즈벳 씨와 성녀님이...
어째서 두 분이... 저는 분명, 세마 씨에게 저주받은 산맥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보고서를 받으려고...
“힘들면 일어나지 말아요 세라 양. 이제 홑몸도 아니니 조심해야 하니까요♥” “...네?” “...어머? 모르셨나요? 지금 세라 양. 임신했는데...♥”
어라? 제가... 임신...?
이, 이게 무슨 소리죠? 제가 임신했다뇨!?
분명, 엊그제부터 몸 상태가 이상하긴 했는데...! 아, 서, 설마...!?
...잠깐, 그럼... 상대는 누구...
“이건 제가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세라 양. 아무래도, 세라 양의 뱃속엔 지금 주인님의 아이가 있는 것 같아요.” “...세마, 씨의...” “느껴지는 기운이 아무리 봐도 주인님의 기운이랍니다. 그땐 분명 괜찮았는데. 아무래도 주인님의 정자가 뒤늦게 수정된 모양이에요.”
그, 그런... 이걸 어쩌죠...
하룻밤 실수 때문에, 연인도 아닌 세마 씨의 아이를 임신하다니...
설마 성녀님께서 제대로 확인을 못하셨을 줄은... 읏, 확실히, 그 날 뭔가 뱃속에 남아있는 느낌이 하루 종일 이어지긴 했는데...
어, 어떡하지 이거... 데이브에겐, 뭐라고 말해야...
...아, 아니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면 분명...!
“...후후. 세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긴 한데... 그게, 최선일까?” “네, 네!? 리즈벳 씨!?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일단 들어봐요. 세라 씨. 일단 지금 임신했다는 건, 세라 양 배에 있는 아기는 신수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거랍니다.”
인간. 세마 씨는 몬스터의 모습인데. 그런데도 인간을 임신했단 건가요...
...하긴.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임신할 수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요. 종이 다르면 아예 임신이 불가능한걸요.
“다만... 주인님이 신수셔서 그런지, 조금 특별한 힘이 느껴져요. 이 아이를 낳으려면, 자궁 안에 주인님의 힘이 담긴 정액을 계속 채워줘야 할거랍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이 아이는 얼마 못 가서 떨어지게 될 거야~♥” “...그런, 가요...”
세마 씨는 신수여서 그런지, 아이를 낳는 것조차 뭔가 특별한 힘이 필요한 모양이네요.
...계속, 정액을 채워야 한다니... 세마 씨의, 그 농후한 정액을...
...으응, 아니. 저한테는 상관 없는 이야기네요. 데이브의 아이도 아니니까...
“여기서 궁금한 건데... 혹시, 주인님과 관계를 가진 후 약혼자의 정액을 받은 적이 있나요?” “네, 네!? 그건 왜...!?” “후훗♥ 있는 모양이네♥ 하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약혼자를 속일 필요가 있었을 테니...♥” “속이다뇨! 저, 저는 그런 게 아니라...!!” “괜찮답니다 세라 양♥ 저희는 세라 양을 책망하려는 게 아니라, 제안하려는 것뿐이거든요♥” “제안... 이요?”
제안이라니... 도대체, 두 분은 이 상황에서 무슨 제안을...
“...뱃속의 아이, 세라 양과 약혼자 사이의 아이로 키워볼 생각은 없나요?” “...네?”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세마 씨와 저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데이브와, 저의 아이로 키운다...?
“실은 말이죠...♥ 주인님의 아이는,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우리도 주인님과 엄청 즐겼지만, 아이는 아직이거든♥” “그렇게 귀한 아이이니, 이대로 없애기엔 조금 아쉬워서 말이에요...♥”
이게 도대체... 무슨 제안일까요?
귀한 아이? 없애기는 아쉽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이해를 못하는 저에게, 리즈벳 씨와 성녀 님이 양 옆에 붙어 속삭이기 시작했습니다.
“의심 못하도록 날짜는 맞췄고...♥ 평범하지 않은 신수의 아이잖아? 분명, 대단한 아이가 될 텐데...♥” “세라 양만 괜찮다면, 주인님의 아이를 꼭 낳아줬으면 하거든요♥ 거기에 저는 성녀기도 해서 생명을 낙태하는 건 권장하기가 어려워서요♥” “어때? 들키지 않도록, 성녀인 클레아가 확실하게 보증해 줄 거야♥” “뱃속의 아이에게 죄는 없잖아요? 제 모든 권한을 발휘해 당신과 데이브의 아이로 만들어 줄테니까...♥ 어때요?”
이런,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고 있는데...
이런 모욕적이기 까지 한 제안은, 당연히 거절을 해야 되는 건데...
어째서일까요? 저는, 제게 속삭이는 두 분에게 바로 거절하는 말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 어떤 수컷의 자식보다, 특별하기 그지 없는 신수의 아이...♥ 한 번, 가져보고 싶지 않아?” “용사의 아이 같은 것보다 더 특별한 아이라구요? 세라 양은, 자식이 특별한 존재가 되길 원하지 않나요?”
확실히, 세마 씨의 자식이라면...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 무언가 훌륭한 재능을 가진 특별한 아이가 태어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인도 아닌 세마씨의 아이를... 이런 식으로...
마치, 탁란하는 몬스터마냥...
그런 건... 도저히...
“우리가 약혼자를 속일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까...♥” “세라 양은 그저, 가끔씩 찾아와 주인님의 정액을 받아들이면 된답니다...♥” “...그, 그건...”
세마 씨의 정액을...
그건, 즉 또 세마 씨와... 몸을... 섞는다는...
...꿀꺽...
“변명거리가 걱정이라면, 뱃속의 아이가 약해서 교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된답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구? 자기 씨앗인지 아닌지, 수컷인 약혼자가 어떻게 알겠어♥ 오히려 임신했다고 알리면 당장 결혼하자고 말할지도 몰라♥”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저흰 그저, 주인님의 아이를 이대로 없애기엔 아이가 불쌍하고 아쉬울 뿐이니까♥” “부담되면 거절해도 괜찮아♥ 이런 건 보통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니까♥ 세라의 선택을 존중할게♥”
성녀 님께서 도와주신다... 그리고, 데이브는 절대 알 수 없다...
...세마 씨의 아이를, 이대로 없애기엔... 불쌍하고, 아쉽다...
어째서일까요. 분명, 이런 제안은 말도 안 되는 것인데... 그런데도, 저는...
“마음이 가는 대로 말해줘 세라♥ 어떻게 하고 싶어?” “연인이 아닌 상대의 아이를 가지긴 좀 그런가요? 아니면...♥” “...저는...♡”
자궁이 욱신거림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이끌리듯이 내뱉어버린 대답.
그 대답을 들은 리즈벳 씨와 성녀 님의 눈동자가, 무언가 불길한 색으로 빛나며 눈웃음을 짓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