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50 - 322화 - 암컷 짐승만이 할 수 있는 사악한 배신! (3)
처음 와본 재판장의 모습은,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결투장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원형의 재판장 양 끝에 커다란 무대가 설치되어, 마치 이곳에 서서 서로 싸우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독특한 재판소의 모습.
이건 가정법 관련 재판장이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재판장들도 이런 식인 걸까?
뭐가 어찌되었든, 이거 꽤 재미있겠는걸. 이렇게 리안나의 참고인 자격으로 와서 반대편을 쳐다보니 정말 무슨 결투를 준비하는 것처럼 느껴져.
“......큭...!”
어이쿠. 이런. 반대편에서 날 째려보는 다리오의 표정이 살벌한걸? 큭큭...
3일 만인가? 특별히 내가 손을 써서 빨리 재판이 진행되도록 해줬는데도, 그새 삐쩍 말랐는걸?
이혼을 하더라도 밥은 잘 먹고 살아야지. 다리오. 그렇게 충격에 빠져 있어서야 되겠어?
뭐, 내가 꾸며준 집에서 살면 딱히 식욕이 나지 않겠지만 말이야.
“킥킥♡ 주인님. 저 병신 표정 좀 봐. 아직도 엄마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푸흐흐. 디노. 그래도 네 생물학적 아비인데 병신이라니. 너무 패륜적인데?” “그치만~. 주인님에 비하면 다른 수컷들은 다 병신이나 마찬가지인걸♡ 열등 종족이잖아♡”
너도 그 열등 종족의 수컷이었거든? 이젠 기억도 안 나는 거야?
큭큭. 나 참. 암만 암컷의 기쁨을 깨닫고 수컷의 기능을 버렸다지만, 내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네. 디노의 변화는.
...근데, 나는 왜 이런 디노와 그 친구 놈들을 놔두고 있는 거지? 어차피 이제 리안나도 내 것이 되었으니, 딱히 필요는 없는데.
네토아레나에서 수컷 접대용도가 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가지고 노는 수준의 의미밖에 없잖아?
굳이 이런 망가진 수컷 녀석들을... 딱히 교미를 즐길 것도 아닌데...
나는 내가 그냥 암컷들을 빼앗고 교미를 즐길 생각으로 가득 찬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어째서, 이 망가진 수컷들이 나중에 써먹을 데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백보 양보해서 디노야 리안나의 아들이었지만... 다른 녀석들은 그런 것도 아닌데.
으음... 모르겠다. 뭐, 그래도 보기만 해도 짜증나는 수컷의 모습은 아니니까. 몇 마리는 이렇게 데리고 있어도 상관없겠지.
“그럼, 모렌 부부의 이혼 소송 및 재산 분할에 관한 재판을 시작하겠소.”
재판장을 울리는 청명한 금속의 소리가,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날 깨웠다.
부인 측. 리안나와 나를 포함해, 내 음수들과 리안나 가게의 점원들. 그리고 아들인 디노.
남편 측. 날 노려보는 다리오와 그의 가게 점원들. 그리고, 내 가축 크리스티.
양 쪽이 카르디 남작의 선언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재판 시작 전의 예를 갖추었다.
“먼저, 모렌 부부의 이혼에 관한 안건부터.”
뭔가 퀭한 눈빛으로 서류를 보면서, 리안나와 다리오를 살펴보는 카르디 남작.
그의 옆에서 카르디 남작을 보조하고 있는 마르셀라와 마르티나가, 나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본래라면 이렇게 카르디 남작이 직접 재판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법관들이 서류만 처리한 후 통보하는 형태로 끝났을 평민의 이혼.
하지만, 오늘 리안나와 다리오의 이혼은 이렇게 재판까지 진행되는 아주 특별한 종류의 이혼이었다.
그것도 나와 내 음수들이 설계한, 아주 특별한 이혼 재판이지. 큭큭...
목숨만 남기고 쪽쪽 빨아먹어 줄게. 다리오.
“남편 모렌 다리오와 아내 모렌 리안나는, 서로 충분히 협의하고 이혼하기로 결정한 것이 틀림없나?” ““네. 틀림없습니다. 재판장 님.”” “그 이혼 사유가, 아내 모렌 리안나의 불륜 때문인 것 역시 틀림없고?” ““네. 맞습니다. 재판장 님.”” “그래. 그럼 이혼에 관해서는 그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하고...”
이혼이야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내 암컷이 된 리안나는 당연한 것이고, 그런 리안나와 나에게 호되게 당한 다리오 역시 이 상황에서 리안나를 붙잡을 생각은 없겠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부터.
다리오가 울고 불며 재판을 원했을 정도의 재산 분할에 관해 진행을 해야지. 큭큭...
“자... 재산 분할에 관해서인데... 으응?”
역시... 카르디 남작. 놀라는 모양새를 보니 내 클럽에 빠져서 서류도 안 봤던 모양이지?
내가 친구의 재판이 있을 거라고 미리 말해줬는데. 귀담아 듣질 않았구나?
괜찮아 괜찮아. 난 딱히 너한테 뭘 기대한 건 아니거든.
너는 그저, 가만히 흐름에 따르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아내 측, 리안나... 그, 재산 분할에 대한 요구가...” “거기 써져 있는 대로입니다. 재판장님.” “...이혼 사유가 그대의 불륜 때문인데... 자택을 제외한 남편의 전 재산과 남편이 경영하는 가게에 대한 소유권을 요구한다는 거지?” “네. 맞습니다.”
암. 암. 건방지게 내 암컷을 잠시나마 품어봤던 수컷이니까.
그 건방짐의 대가로 그 정도 위자료는 받는 게 당연한 거지.
그래도 단순한 평민이라서 목숨은 살려준데다, 내가 꾸며준 집까지 남겨주다니. 이 정도면 아주 자비로운 거 아냐?
“이건 말이 안됩니다 재판장님! 불륜을 저지른 게 본인인데, 오히려 재산을 가져간다니요!! 제가 위자료를 받아도 모자를판에!!” “...크흠. 심정은 이해하지만, 아직 발언을 허락하지 않았네. 잠시 기다리게나.” “크, 흐윽...!!”
이런. 다리오는 이 자비로운 조건이 맘에 안 드는 건가?
푸흐흐. 정말 욕심도 많은 수컷이네. 목숨을 건졌는데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하다니.
덕분에 이렇게 재판까지 열게 됐잖아? 아 물론, 내가 부들대는 널 보고 싶어서 판을 깔긴 했지만 말이야.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뭐, 덕분에 내가 이렇게 즐기고 있는 거지만.
“...이 재산 요구는 내가 봐도 조금 무리한...” “먼저 양 측의 요구를 들어봐야지요. 재판장님.”
카르디 남작의 말을 끊으며, 남편에게 미소를 선보이는 마르셀라.
그러자 카르디 남작은, 헛기침을 하며 아내가 두려운 것처럼 눈을 피했다.
푸흐흐. 좋아. 저쪽 부부, 집 안에서도 아주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네.
“...그럼 먼저, 아내 측이 어째서 이런 재산 분할을 요구했는지에 대해 들어보지.” “네. 재판장님. 먼저 저는, 저 쪽의 남자 다리오에 의해 억압되고 있었습니다. 저 남자 때문에 제 가게를 그만두어야 했었는데...”
리안나가 당당하게, 자신이 어째서 다리오의 재산을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을 도구마냥 자신의 생각대로만 부리려고 한 남편. 그런 남편에 의해, 자신의 가게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했다는 것.
그러다 자신의 재능을 보고 후원을 해준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점. 밤일도 똑바로 못하던 남편보다, 지금의 나 덕분에 더 행복하다는 점 등등...
다리오를 결점투성이의 수컷으로 묘사하면서, 만약 다리오가 아니었다면 모렌가의 의복점 보다 더 큰 가게를 가졌을 거란 내용까지.
그 모든 내용을 부들부들 떨면서 듣고 있는 다리오가, 마치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흠흠. 그렇군...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그대의 생각...” “아내 측 주변인들의 참고 발언도 들어봐야죠. 재판장님?” “...그, 그렇지... 고맙네. 마르셀라 상급 법관. 그럼, 아내인 리안나 부인의 호적에 남기로 한 아들 디노 군부터 부모님에 대한 의견을...” “네! 먼저 제 아버지란 사람은 정말 한심한 사람이라서, 어머니를 늘 슬프게 했었는데...”
디노부터 시작해서 리안나 가게의 가축들과 내 음수들까지. 리안나 주변인들의 의견이 이어진다.
리안나의 남편 다리오가 얼마나 한심한 남자였는지. 리안나가 그런 남편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심지어 가축들이 리안나 가게의 매출 증가폭에 대해 이야기하며, 얼마나 리안나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까지.
...물론, 리안나 가게는 재료비 때문에 순이익이 적고 내 옷과 관련된 금액은 자기 주머니에서 꺼내서 다시 집어넣은 셈이지만.
그래도 뭐 잔뜩 뻥튀기 시켜 놨으니, 매출만 보면 리안나의 가게가 어마어마하게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겠지.
뭐, 어차피 곧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게 잘나갈 테니까. 아주 틀린 건 아니거든? 큭큭...
“그래... 알겠네. 그럼 이제, 남편 측의...” “거짓말입니다! 저건 다 거짓말입니다!! 저는, 단 한번도 남편의 역할에 소홀했던 적이 없습니다!!!” “자. 자. 진정하게. 먼저, 자네의 재산 분할 요구부터 보도록 하지. 재산 분할은 없으며, 위자료로 금화 1000닢을 요구한다. 이게 맞는가?” “그렇습니다! 저 몬스터, 가게를 잔뜩 가지고 있으니 그 정도 요구는 문제없을 테죠!” “그래... 평민간의 이혼에서 금화 1000닢이 위자료라...”
이야. 금화 1000닢? 꽤나 막 던지네?
분명, 평민 가족이 한 달간 굶진 않을 정도의 생활비가 은화 4~50닢 아니었나?
대충 여태까지 내가 파악한 평민들 월급이, 은화 20닢 정도부터 시작해서 잘나가면 금화 1~4닢 정도가 되었었는데...
근데 그걸 1000닢이라... 큭큭. 인생 역전 수준의 금액이네? 다리오?
근데 이걸 어쩌나? 너는 오늘, 오히려 재산을 죄다 리안나에게 넘기게 될 거거든?
“...그럼, 그 요구에 대한 남편의 의견을 들어보지.” “네! 저는 먼저, 아내를 속박할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으며, 이 모든 것은 저 몬스터가...”
누구? 저요?
이런 다리오 씨. 왜 본인 잘못을 저 보고 뭐라 하십니까? 저는 그저, 제 암컷을 만족시켜 줬을 뿐이라구요?
원망하시려면, 아내를 만족시켜주지 못한 본인의 열등함을 탓하셔야죠. 큭큭...
뭐,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다만, 그건 모두 의미가 없어. 다리오.
이미 이 재판장 안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넌 이미 짐승들 소굴로 들어온 것이거든.
“그래. 그렇다면 다음은, 남편 측 참고인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먼저, 다리오 측이 데려온 크리스티 부인부터...” “네! 크리스티 양. 부탁합니...” “재판장님. 부인 측의 요구는 합당한 요구입니다.” “...하? 크리스티 양...?”
큭큭큭. 그래. 시작하도록 해. 크리스티.
다리오에게 건네주는, 마지막 절망을 말이야.
“저는 불륜 조사 탐정으로서, 남편 다리오의 의뢰를 받아 부인과 신수 님의 관계에 대해 조사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조사 과정 중에서, 오히려 부인이 얼마나 남편과의 관계에서 고통 받았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 잠깐! 크리스티 양!? 지금 무슨 말을!?” “신수 님과의 관계는, 오히려 부인의 상처를 위로해 주는 아름다운 관계였지요... 네. 불륜이라고 말했지만, 그 관계는 오히려 아주 당연한 것이었답니다♡”
큭큭. 다리오. 크리스티가 네 편인 줄 알았냐? 그거 참 유감입니다~.
이 재판장에서, 너의 편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단다. 푸흐흐.
여기 모인 이들은, 그저 널 뜯어먹기 위해 모인 나의 짐승들이거든.
뼈만 남기고 다 발라먹어 줄게. 자,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나와 내 암컷들을 더 즐겁게 만들어 달라고.
“남편 다리오는, 오히려 자택만은 남겨둔 신수 님의 자비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그런가... 그럼...” “이봐아!! 당신,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야아!!” “어허. 남편 측. 진정하시오! 아직 참고인 의견이 끝나지 않았소!” “큭, 으그으윽...!! 훅, 후욱...! 다, 당신, 나중에 봅시다...”
크하핫. 표정 좀 봐. 아주 죽으려고 하네. 눈물까지 글썽이다니.
내 음수들도 네 꼴이 만족스러운 모양이야. 다리오. 아주 즐거워들 하는걸?
근데, 아직 끝나지 않았거든? 너의 절망은?
“그럼, 참고인 자격으로 나온 모렌 양복점의 직원들. 한 명씩 의견을...” “후욱, 후우...! 너, 너희들... 부탁한...” “네! 저희 역시, 리안나 씨가 저희 양복점의 소유권을 가지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리오 사장은, 한심한 옷이나 만들면서 놀고먹는 사람이라서... 이대로 가다간 가게가 망할 거에요...” “거기다 저희가 봐도 리안나 씨가 얼마나 불쌍하던지... 가게나 재산 정도는 챙기시는 게 당연합니다!” “...!? 뭐, 뭐야!? 너희들!?”
큭큭큭. 내가 그 동안, 리안나랑만 놀았을까 봐?
이 때를 위해서, 너희 가게 직원들도 모두 내 가축으로 만들어 뒀었어~.
물론 남자 직원들도 있긴 했지만, 옷을 만드는 직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여직원이 상당하더라고? 큭큭.
그렇게 내 가축이 된 암컷들이, 수컷들이 나서지 못하게 막고 이렇게 나서서 참고인으로 와준 거야. 고맙지 다리오?
자. 더 절망해. 더 울부짖어.
내게 암컷을 빼앗긴 수컷이 절망하는 모습은, 내게 너무나도 기쁘고 즐거운 모습이니까.
“이, 이건 뭔가 이상합니다 재판장님! 혹시 저 신수가, 제 참고인들에게 뭔가 뇌물 같은걸...!!” “아~ 꼴사나워라~♡” “열등 수컷은 이렇게 인정을 못한다니까♡ 킥킥♡” “잘못을 했으면, 당연히 대가를 내놔야지. 왜 저렇게 추잡할까?” “저희 참고인들 의견은 여기까지입니다 재판장님♡” “아, 아아아아아아!! 너희드으으을!!!”
머리를 감싸 쥐고 절규하면서, 책상에 머리를 박는 다리오.
그 불쌍하고 한심한 꼴이, 이상할 정도로 너무나도 즐겁다.
마치, 짜증나던 벌레가 괴로움에 죽어가는 꼴을 보는 듯한 이 즐거움.
...그래. 더, 더... 수컷 인간들에게, 더욱 절망을...
“으음... 그래... 그럼 슬슬 판결을 내리겠는데, 내 생각엔 아무리 그래도 대대로 이어진 가게를 귀책 사유가 있는 아내 쪽이 가지는 것은 조금...” “...재판장.” “아, 아니... 그래. 다른 두 법관의 생각은...” “당연히, 부인이 요청한 재산 분할을 그대로 적용해야겠죠?” “볼 것도 없네요. 부인의 불륜은, 오히려 정당하니까요♡” “...그, 그렇군...”
지금 남작의 저 힘없는 태도는, 남작의 몸에 밴 나의 독 때문일까. 아니면, 집 안에서 남작을 괴롭히고 있을 두 가축 때문일까.
무엇이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작은 두 가축에게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어쩔 수 없단 듯이 법봉을 들었다.
“...그, 그럼, 모렌 부부의 이혼과 함께, 부인이 요청한 재산 분할을 적용하는 것으로 판결을 내리겠소.”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
다리오의 비명이, 법봉 아래의 돌판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재판장 안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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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웠던 재판이 끝나고, 내 암컷들과 함께 마왕성으로 돌아오는 길.
이번 주역인 리안나를 내 품에 끌어안은 채,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리안나의 가슴을 주물렀다.
“큭큭. 어때. 그 녀석 표정, 만족스러웠어? 리안나?” “후후♡ 너무 만족스러워서 젖어버릴 정도였어♡ 주인님♡” “그렇게 만족해주니 판을 깐 보람이 있네. 큭큭...”
이제 드디어, 완전히 나의 음수가 되어버린 리안나.
리안나는 이제, 더 이상 옛 남편의 흔적 따윈 남아있지 않은 깨끗한 나의 음수가 되었다.
세레스처럼 배출해 낸 남편에게 더럽혀졌던 흔적. 그리고, 나에게 맞춰 다시 태어난 육체.
이제 옛 남편의 성인 모렌의 성을 버리고, 다시 결혼 전의 성을 되찾은 그녀는 이제...
“씨익...! 씨익...! 이, 이 개자식들...!”
아니 어떤 놈이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데 방해질을? 죽고 싶은... 어, 뭐야. 다리오네?
“어, 어, 어떻게 리안나 네가, 우리 집안의 가게를...! 그딴 몬스터한테 빠져서...!” “...하아... 드디어 해방되었다고, 아주 기분 좋았었는데...” “용서 못해...! 용서 못해...!! 내 가게는, 절대로 못 줘...!!!”
뭐야 이 놈... 절망에 빠져서 덜덜 떨고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보다 먼저 마왕성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거야?
그것도 저런 칼까지 들고... 큭큭. 나 참...
이거 참. 내 몸에 그딴 식칼이 박히겠어? 그리고 내 음수들 역시, 너 같은 평범한 열등 수컷은 가볍게 막아낼 수 있거든?
아~. 그냥 살려주려고 했는데... 이거, 어찌 해야 하나...
다행히 주변에 시선은 없지만... 그래도 낮에 뭔가 하길 좀 그런데...
리즈벳이나 세레스한테 제압하라고 할까? 아니면 그냥, 사람도 없는데 콱 죽여버려?
“주, 주, 주,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린다고!! 날 배신한 너도!! 그리고, 저 몬스터도!!! 죽어어어어어!!” “아 거 새끼. 기껏 살려줬더... 응? 리안나?”
나와 내 음수들에게, 자신에게 맡기란 것처럼 손짓하며 내 품에서 빠져나간 리안나.
식칼을 든 다리오는, 앞으로 나온 리안나를 향해 식칼을 든 손을 치켜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리안나아아아아아아!!”
그런 다리오를 향해, 마치 쓰다듬어 주려는 것처럼 손을 뻗는 리안나.
리안나의 손이, 다리오의 머리에 닿은 순간...
“꺽!? 으어...!?”
달려들던 다리오의 몸이 멈추고, 발 끝에서부터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으어허어어억!? 뭐, 뭐야아아!?” “하아... 기껏 살려줬더니... 감히 내 주인님을 향해 이를 드러내?”
식칼을 떨구고 몸을 뒤틀며, 무언가 괴로운 것 마냥 고통스러워 하던 다리오.
그런 다리오의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석화가 시작되었다.
“으아, 으아아!? 리안, 나...!!” “이젠 역겨울 뿐이지만, 그래도 한 때의 정으로 그 얼마 안 남은 목숨은 남겨주려고 했는데... 그냥, 치워버려야겠어.”
아니, 저걸 석화라고 볼 수 있는 걸까?
석화라기엔 뭔가 새하얀 대리석 같은 색이, 다리오의 몸을 천천히 뒤덮어간다.
“억, 어허억...! 꺼...!” “잘 가. 열등하면서 속 좁았던 수컷. 앞으로 널 기억할 일은 없을 거야.” “너, 너어...! ......!”
단순히 몸이 변해갈 뿐만 아니라, 무언가 하반신부터 상체까지 석화에 맞추어 자세를 잡는 것처럼 몸이 뒤틀리는 다리오.
그렇게 한동안 몸을 뒤틀다가, 어느새 머리 끝까지 새하얗게 변한 다리오는...
겉으로 보기엔, 마네킹 같은 자세를 취한 새하얀 조각이 되어있었다.
그것도 팔 다리가 분리가 가능한 선이 보이는, 진짜 마네킹 같은 형태로.
“후훗. 기껏 살려줬는데. 참 멍청한 수컷이네. 그렇지 주인님?” “큭큭. 그렇네. 수고했어 리안나... 기분은 어때?”
나를 향해 뒤돌아서면서, 상쾌한 듯한 미소를 짓는 리안나.
그런 리안나를, 내 음수들과 가축들이 기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내게 다가와, 내 목에 팔을 두르며 사랑이 담긴 시선을 보내는 나의 새로운 음수.
“주인님의 음수가 되어서, 너무나도 행복해♡”
나를 사랑스럽단 듯이 바라보는 리안나의 눈동자에, 사악한 색이 감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