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5 - 179화 - 건방진 모녀에겐 폭력 뿐!
셀레스티아의 자신만만한 결투 신청을 받은 후, 나는 마왕성에 돌아와 내 암컷들을 긴급 소집했다.
크윽, 아까의 그 자신만만하던 셀레스티아의 표정... 뭘 어떻게 준비했는진 모르겠지만, 자신 있단 거겠지.
거기다 하필이면 세실리아에게 배빵 날린 직후라서, 날 내쫓을만한 명분을 잡았다는 듯한 표정이었어!
그것만 아니었다면 승부에서 지더라도, 어떻게든 넘길 방법은 많았을 텐데... 하필 타이밍이 이러냐...
어쩌지? 이거 설렁설렁 준비하면 안될 듯한 느낌인데. 뭔가 기똥찬 방법 뭐 없을까?
“...그래! 저주받은 산맥에 다녀오자!”
그렇게 결투를 어찌 준비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불현듯 머릿속에 저주받은 산맥이 떠올라 손바닥을 치며 외쳤다.
그래! 저주받은 산맥! 괴상하게 생긴 마물들이 나오는 기분 나쁜 곳이긴 하지만, 경험치 하난 빵빵 하던 그곳이라면 왕복하는 시간을 빼더라도 1~2 레벨은 올릴 수 있겠지!
1레벨 하나가 아쉬운 지금, 라디아 주변에서 4일을 보내봤자 1레벨 올리는 것도 간당간당 할거야. 그렇지만 경험치 빵빵하던 거기라면...!
“...저주받은 산맥, 말씀이신가요...” “거기는... 으음...”
...얼레? 내 암컷들의 반응이 좀 미묘하네? 왜지?
“어... 그러니까, 거기 경험치가 엄청 빵빵 했거든. 그 왜 리즈는 같이 한 번 가봤었잖아?” “아, 응... 그렇긴 한데...”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주인님? 그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테세르 오염구역이라...”
아, 위험한 걸 걱정하는 건가.
분명 산 위로 올라갈수록 위험한 마물이 나온다 했었지? 흐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쪼렙일 때부터 산 아래 기슭 주변을 돌아다니는 정도는 가능했었는데...?
왜 저리들 불안한 표정이지... 뭔가 걸리는 거라도 있나?
“...셀레스티아는 이미, 주인님을 벗어날 수 없을 텐데요... 그리 걱정 안 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음... 내 생각도 그렇긴 한데, 표정이 너무 자신만만 하더라고. 혹시 모르니까 준비는 철저히 해 놔야겠다 싶어서 말이야. 그리고 레벨을 올려두면 딱히 나쁠 건 없잖아?” “으, 응... 그렇긴 하지... 잠깐만. 주인님.”
불안한 표정을 지은 채 내 얘기를 듣던 리즈벳과 클레아가 서로를 쳐다보더니, 살짝 뒤돌아서 서로 뭔가를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어쩌죠 리즈? 아직 그 곳은...” “으음. 확실히 레벨을 올려두는 건 나쁘진 않긴 한데...“
...무슨 얘기들을 하는 거지. 진짜 거기 뭐라도 있는 건가?
“...주인님. 가더라도 너무 높이 올라가면 안돼. 우리가 그만 가자고 하면 거기서 멈추는 거야?” “저주받은 산맥은 높아질 수록 정말 위험해지는 곳이거든요. 더 가고 싶어지더라도 꼭 멈춰 주셔야 해요?” “으, 응? 어. 뭐, 알겠어. 아무리 결투가 중요하다 해도 일단 목숨이 중요하니까...”
거절하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로 몇 번씩이나 주의를 주는 내 암컷들에게, 나는 조금 당혹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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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마무리야!” “뒤져 이 색햐!!!” “끼야아아아아아악!!!” “...후우우...”
몸에 불이 붙은 채 발광하는 광년이 꽃 업글판에게, 내 말박이를 내려 찍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세상에, 지 몸에 불이 붙었는데도 괴성을 지르며 원투 잽을 날려? 기슭에서 봤던 애랑은 색도 다르고. 대체 뭐지 이 미친 꽃은?
이놈도 그렇지만, 확실히 리즈벳과 클레아가 말했던 것처럼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 별 희한한 놈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어.
클레아의 버프와 리즈벳의 마법 지원이 있는데도, 이제 한 마리 이상 달려들면 좀 힘겹다는 느낌?
특히 준 투기급인 클레아의 버프는, 마물에겐 더더욱 대미지가 잘 들어가게 만든다는데도 제법 버티는 놈들이 나오다니. 무섭네 이거.
다행히 한나절을 돌아다니는데도 3마리 이상의 무리를 만나지 않은 걸 보면 수가 많진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 산 중턱도 안 되는 곳인데 이 정도라니, 도대체 산맥 꼭대기에 올라가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걸까.
“...주인님. 이 이상은...” “아. 그래. 슬슬 빡세지긴 하네. 이쪽 아래로 내려가면서 돌아보자.”
이거 참. 내가 처음 에센티아에 왔을 때 산맥을 빙 돌아왔다는 걸 알고는 완전 바보짓 한 줄 알았는데... 설마 중턱 조금 안되게 올라왔다고 이 정도로 마물의 레벨이 변할 줄이야.
오히려 그렇게 기슭 쪽을 돌아와서 다행이었네. 레벨도 낮고 마인폼도 없던 그 시절에 산을 타서 넘었으면 그대로 끔살 당했겠는걸?
“...여기가 이상규모 던전을 막지 못한 곳이라고 했었지?” “응. 맞아. 몇 번인가 왕국에서 용사들을 모아 클리어 시도를 했었는데, 전부 실패했던 곳이야.” “제때 클리어 하지 못해 터져버린 던전은, 테세르와 마물을 쏟아내는 수준이 달라지니까요.” “보통 던전은 마물 숫자가 고정되어 있는데다, 마물이 빠져 나와도 그 고정된 숫자 안에서 빠져 나오는 건데... 이렇게 터져버리면 정말 끊임없이 나오기 시작해.” “거기다 여긴 몇 번의 시도들이 다 실패할 정도로 마물들도 강해서... 규모를 얕잡아보던 왕국이 제대로 대응을 해보려 했을 땐, 이미 늦어버려서 손 쓸 방도가 없었다고 해요.”
그렇단 말이지. 으음... 안에서 마물이 만들어 지는 건가?
...혹시 어디랑 연결돼서 넘어오기라도 하는 건 아니겠지?
“...어? 잠깐 그럼, 여기도 언젠가 마물이 넘쳐나거나 하는 건...?” “아뇨. 어떻게든 봉인은 가능했었으니까요. 수 많은 사제들과 용사들이 달라붙어서, 산맥 주위의 지맥에 테세르 농도를 제한하는 봉인을 해뒀답니다.” “높아질 수록 봉인이 멀어져서, 테세르 농도와 마물들이 강해지는 거야. 물론 특이한 마물들이 위치와 상관없이 나타나기도 해서, 낮은 기슭 쪽에 있다고 안심할 곳은 아니지만.”
랜덤 출현 마물까지 있단 건가. 경험치는 좋은데 사람들이 오지 않는 이유가 그건가?
내가 정말 운이 좋긴 좋았구나. 어떻게 딱 잡을만한 놈들만 만났었나 보네.
음... 이거 정말 생각보다 위험한 곳인 것 같은데. 오래있는 건 생각을 좀 해봐야...
“...응?”
조금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기 시작하던 도중, 지면에 새겨진 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상당한 크기의 자국이 눈에 띄었다.
이건... 발자국?
사람은 아니고, 처음 보는 괴상한 형태의 발자국인데... 세상에. 이거 내 말발굽 자국보다 2배는 더 크네.
내 말발굽도 평범한 말 이라기엔 상당한 크기인데. 그게 작아 보이는 크기의 발자국이라니.
...거기에 왠지, 저 발자국을 보니 뭔가 묘한 불안감이...
“...안되겠다. 슬슬 내려가자.”
아무리 경험치가 좋아도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는 법.
이 정도면 제법 경험치를 챙기기도 했으니, 남는 시간은 라디아 주변 몬스터로 경험치를 채워도 되겠지.
셀레스티아가 얼마나 강해졌을지는 모르지만, 고작 일주일 조금 넘게 수련했을 뿐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 며칠 사이에 전성기 시절 수준으로 되돌아가진 않았을 테니까.
여차하면 풍둔 주둥아리술로 나와의 교미를 상기시켜서 어떻게든 넘겨 봐야지. 음. 그래...
일단 지금은, 저 묘하게 불안한 발자국에서 멀어지는 게 먼저야. 절대 쫀 거 아니라고.
커다란 발자국을 본 순간 묘하게 울렁거리는 기분을 느끼면서, 나는 내 암컷들과 함께 마물 몇 마리를 더 잡으며 저주받은 산맥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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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도망치지 않고 나오다니. 기특하네요.” “하하. 도망이라뇨.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시간을 준 건 재산 처분을 하고 도망갈 시간을 준 건데 말이죠.”
첫 결투보다 더 단단히 준비를 마친 후 영주성에 왔더니,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셀레스티아가 나에게 저런 건방진 말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와... 도대체 폐관 수련을 뭘 어찌 했길래, 고작 일주일 좀 넘긴 걸로 저리 자신만만한 거지?
너무 건방져서, 그 싸가지 없던 자기 딸 수준으로 건방져진 것 같은데?
“자신만만 하시네요. 폐관 수련이 그렇게나 만족스러우셨나 보죠?” “물론이에요. 내가 생각해도 놀랄 정도였답니다. 오랜만에 옛날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후훗...”
옛날 기억이라니, 혹시 전성기 시절 수준으로...?
...푸, 풍둔 주둥아리술을 미리 생각해 놔야 하는 건가 이거?
“당신도 도망치지 않고 나온걸 보면, 뭔가 준비는 한 모양이죠?” “네. 무서워서 레벨도 올리고 착실히 준비해 왔습니다. 생각만큼 쉽지 않으실걸요?” “풋. 고작 그 며칠 동안 레벨 좀 올렸다고... 쿡쿡.”
...만약 셀레스티아가 그리 강해진 게 아니라면, 오늘 내 말자지로 아주 제대로 죽여놔야겠네.
너무 건방지잖아 이거?
셀레스티아. 내가 발자국에 쫄아서 저주받은 산맥에선 하루 좀 안되게 있다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경험치는 제대로 먹고 왔거든? 24레벨을 26으로 만들었다고?
그 덕분에, 오늘 아침 길드관리소에 들려서 갱신하고 온 모험자 카드가...
############################################################ 이름 : 정세마 소속 길드 : 짐승의 낙원 레벨 : 26 에세르 보유량 : 586700 스테미너 : 1032 / 근력 : 483/ 마력 : 55 / 민첩 : 411 보유 스킬 : [뒷발차기] [파쇄격] 특이사항 및 업적 : 신수 히어로 이터 퇴치 길드 – 짐승의 낙원 길드장 ############################################################
이렇단 말이지.
스테미너는 1000을 넘기고, 근력은 500대에 가까워졌어.
카드에 등록된 스킬은 파쇄격 정도지만, 그래도 나름 스킬 몇 개는 기억해 두고 있기도 하고 말이야.
거기다 더 강화시킨 빙결 내성 아이템들까지 갖춰뒀으니, 날 이기는 건 쉽지 않을걸?
“뭐, 좋아요. 그럼 가볼까요? 탈 테니 자세를 낮춰봐요.” “...그러시죠. 셀레스티아 님.”
속으로 이를 가는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리낌없이 나에게 다가와 자세를 낮추라고 지시하는 셀레스티아.
조용히 있던 내 암컷들이 뒤로 조금 움직이자, 곧 유부녀의 커다랗고 푹신한 엉덩이가 내 허리 위에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거참. 저번 결투 때는 타는 것도 싫다는 듯이 표정을 찡그리더니, 오늘은 얼른 결투하러 가고 싶다는 것처럼 거침이 없네.
...별로 안 세졌기만 해봐라. 오늘 이 엉덩이를 한동안 앉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릴 거야.
그렇게 셀레스티아의 실력에 대한 약간의 불안감을 가진 채, 나는 다시 한번 3명의 여자들을 태운 채 결투를 하기 위한 장소에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