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167화 (168/749)

Chapter 167 - 153화 - 짐승을 향한 혐오! (3)

“꺄아악! 내려요! 내려 달라구요!” “안되지 그건! 오늘 한번 같이 영주님 찾아서 얘길 해보자고!”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에요! 당장 내려 달라고요!”

영주성을 나와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거칠게 가까운 성문을 향해 달린다.

영주가 밖에 나갔다고 안심한 모양인데... 나에 대해 제대로 조사해두진 않은 모양이네.

내 마안과 속도라면, 굼벵이처럼 움직이고 있을 영주 하나 찾는 건 일도 아니지!

어디 숨어있는 게 아니라, 호위 같은 사람들 데리고 돌아다니고 있을 테니까!

“라디아 밖에 나가셨다니까! 그걸 어떻게 찾겠단 거야 이 몬스터야!” “자. 자. 걱정 마세요. 백작님. 주인님이라면 가능하니까.” “라디아 주변 마을이면 그리 멀진 않은 곳들이니까. 내가 방향을 지시할 테니, 그 방향의 길을 따라 이동하면 돼. 주인님.” “다, 당신들, 진심인가요...!?”

계속 당황하는 셀레스티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금새 성문에 도착했다.

“시, 신수님!? 셀레스티아 님!?”

놀라는 병사들에게 급한 일이 생겨 영주님을 뵙고 오겠다고 말한 후, 확인을 받지도 않고 그대로 다시 달려나간다.

내 모습은 뭐 신분 확인이 필요할 모습도 아니니까. 셀레스티아도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혹시 납치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레벨 52는 납치당할만한 레벨이 아니라고?

“말도 안돼...! 도시 밖에 있는 사람을 혼자 찾겠다니, 그런 게 가능 할 리가...!” “백작님. 주인님 속도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무슨, 조금 빠르다고 해서...! 어...?”

내 등 위에서 부드러운 엉덩이를 들썩이며 흥분하던 셀레스티아가, 리즈벳의 말을 듣더니 조용해졌다.

“...뭐야 이건...”

마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느껴지면서, 셀레스티아의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 말도 안돼... 뭐죠, 이 속도는...? 거, 거기다 이렇게 달리는데, 전혀 흔들리질 않아...!?” “후후, 놀랐어? 백작 님?” “주인님이라면 가능하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세, 세상에... 이런...”

흐흐, 놀라긴. 아직 최대 속도도 아닌데 말이야.

단순히 속도만 빠르다고 넓은 땅덩어리 어딘가에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내 마안은 물론이고 더 뛰어난 마안을 가진 클레아까지 있다.

거기다 숲이나 산에 들어갔다면 모를까, 넓게 펼쳐진 길 어딘가를 이동 중이라면... 그 정도를 찾는 건 가뿐하지.

“...하, 조, 조금 빠르다고 해서 찾을 리가 없잖아요... 아니, 그보다! 전 바쁜 사람입니다! 이런 일에 시간을...!” “아~ 오늘 안에 끝낼 테니까. 좀 참아 주시죠 백작님. 기다릴 순 없다면서요?” “...큭...! 이...! 어, 어디 마음대로 해보세요! 오늘 안에 돌아가지 못하면 당신들은 전부 영주 부인 납치범이 될 테니까!”

참 나. 어이가 없네. 제멋대로인 아줌마 같으니.

그래도 뭐, 반나절이면 주변 둘러보는 덴 충분하겠지.

흐흐. 벌써부터 셀레스티아가 내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모습이 그려지는걸?

설마 찾겠냐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 설마가 사실이 될 거야.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고. 셀레스티아.

“...하아. 그리고 이 짐승 냄새는 도대체... 역겨워... 참기 힘드니, 해 지기 전에 끝내도록 하세요! 어차피 시간 낭비일 테니까!”

잘 씻고 있거든!? 역겹다니, 거 말이 너무 심하네!

하, 그래. 참기 힘들다 이거지? 오냐. 빠르게 찾아서, 널 무릎 꿇게 만들어주마!

그때 돼서 후회하지나 마라, 이 아줌마야!!

***********************************************************************************************************

“맙소사... 그런 일이 있었다니...” “뭔가 착오가 생긴 거라고 생각하곤 있었지만, 영주님이 돌아오시길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쫓아왔습니다. 혹시 민폐였을까요?” “아니, 그럴 리가! 오히려 시간 쓰게 만들어서 미안하네. 세마 군.”

밖을 돌아 다닌 지 2시간 가량. 내 예상대로 영주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내 마안에 걸린 건 아니지만, 나 대신 저 멀리 보이지 않는 영주 일행을 감지해 준 클레아.

클레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조금만 달려보니, 꽤 많은 일행이 사납게 생긴 몬스터가 이끄는 수레차 몇 대를 타고 이동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끽 해봐야 일반인이 타는 생활자전거 수준의 속도밖에 안 나오는, 저 느릿느릿한 몬스터들 따라잡는 건 별거 아니지. 클클...

“...말도 안돼...”

리즈벳과 클레아를 따라 내린 셀레스티아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영주와 이야기를 나누는 날 바라본다.

낄낄. 놀라셨나, 영주 부인? 나란 몬스터를 너무 얕보셨구만 이거.

“...잠시만 기다려주게. 세마 군. 셀레스티아. 잠깐 이야기 좀 하지.” “...아, 알겠어요...”

자신감이 느껴지던 고압적인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마치 혼날 예정의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영주를 따라 비어있는 수레차 안으로 들어가는 셀레스티아.

흐흐. 남편한테 잔뜩 욕 좀 먹어봐라. 셀레스티아. 영주 아저씨. 마누라 좀 확실하게 교육시켜 주라고.

“......으음...” “음? 클레아. 왜 그래?” “...아뇨. 뭔가 보이는 게 이상해서... 나중에 다시 말씀드릴께요.”

내 옆에서 영주와 셀레스티아가 들어간 수레차를 바라보던 클레아가, 이상하단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보이는 게 이상하다고...? 마안에 뭔가 걸리기라도 한 건가?

...혹시 욕 좀 먹는 수준이 아니라 막 패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한동안, 영주를 호위하는 병사들과 모험가들의 시선을 받으며 잠시 기다리니... 씁쓸한 표정을 짓는 영주와 잔뜩 우울한 느낌으로 표정을 구긴 셀레스티아가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때리진 않은 모양이네. 아무리 그래도 여자를 때리는 걸 보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

그래도, 저 시무룩한 표정을 보니 제법 기분이 유쾌해 지는걸?

“...정말 미안하네. 세마 군. 아내가 개인적인 이유로 공사를 혼돈했군. 이 일은 내 단단히 일러두고, 그에 맞는 징계도 내릴 테니... 모쪼록 용서해 주게.” “용서라뇨. 오해가 풀렸다면 괜찮습니다. 하하.” “으음, 고맙네... 아무래도 이거 시찰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군. 다들 모여보게!”

그렇게 외치곤 병사들과 모험가들에게 다가가, 무어라 얘길 나누던 영주.

그리고 곧 다시 나에게 다가와, 정말 미안하단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다시 한번 사과하겠네. 세마 군. 정말 면목이 없군...” “괜찮습니다. 이렇게 해프닝으로 끝났으면 된 거죠.” “아니,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될 것 같네. 그래서 말인데... 성녀님. 혹시 아직 성녀 부임 발표를 미루실 생각입니까?” “아뇨. 곧 발표할 생각이었는데... 왜 그러시죠?” “음... 그러시다면, 이번 일을 사죄도 할 겸, 영주성에서 파티를 열어 초대하고 싶군요. 물론 세마 군과 동료들 모두 같이. 어떠십니까?”

호오, 파티라... 나쁘진 않은걸. 무려 영주가 여는 파티잖아?

에센티아의 귀족 파티가 어떤 건지 살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건 받아도 되겠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날 바라보던 클레아가 미소를 지으며 영주에게 고개를 숙였다.

“...네. 감사합니다. 영주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성녀님께서 라디아에 거주하시는데, 그냥 넘어갈 순 없지요. 세마 군. 오늘 사죄도 할 겸, 호화롭게 준비해 둘 테니 꼭 같이 와서 즐겨주게.” “하하. 알겠습니다. 영주님.”

귀족이 준비한 호화로운 파티라. 과연 뭐가 나올까...

“그럼... 미안하지만, 셀레스티아를 데리고 먼저 라디아에 복귀해 주겠나? 압류 명령은 돌아가자마자 취소하라고 말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걸세. 나도 바로 라디아로 돌아갈 생각이니, 걱정하지 말고 그렇게 해 주겠나?” “그 정도야 괜찮습니다. 그리고 걱정이라뇨. 영주님을 믿으니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고맙네... 그럼, 셀레스티아.” “...알겠습니다. 영주님...”

영주가 부르자, 완전히 풀이 죽은 셀레스티아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흐흐. 이 년. 완전 넋이 나갔잖아? 그러게 깝치긴 왜 깝친거야.

앞으론 상대를 보고 깝치라고. 건방진 귀족 아줌마야.

“...영주님. 가기 전에 한가지 묻게 싶은 게 있는데요.” “응? 무엇입니까. 성녀님.”

내 등 위에 다들 올라탄 상태에서, 클레아가 영주를 바라보며 질문을 건넸다.

영주를 만나고 난 후로 뭔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클레아였는데, 왜 그러는 걸까?

“...혹시, 저쪽의 청년과 영주님은... 용사 이신가요?”

...뭐... 라고...?

“아, 아시는군요.”

...리얼? 혼또? 진짜야?

“지금은 너무 오래돼서 의미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20년쯤 전까지, 용사로 활동하긴 했었지요.”

...허어... 그냥 아저씨인줄 알았는데...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저쪽의 레오 군은 라디아 병사들 중 유일하게 용사인 청년입니다. 모험가가 아니라 병사를 선택해 준, 저로서는 고마운 청년이지요.”

영주가 바라보는 곳을 쳐다보자,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 병사가 한 명 눈에 띈다.

...영주를 만난다고 마안을 꺼놓고 있는 게 아쉽네. 한번 제대로 살펴보고 싶은데.

“제 딸의 약혼자 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후훗. 아니에요. 문득 궁금해져서. 대답해주셔 감사합니다. 영주님.”

클레아가 영주를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게 이거 때문이었나.

영주가 용사였다니... 그럼... 지금 내 등 위에 올라타고 있는 건...

...왠지, 내 말자지가 불끈거리기 시작한 느낌인데. 흐으으음...

그렇게 놀라운 사실들을 전해들은 후, 나는 내 암컷들과 셀레스티아를 태워 라디아로 돌아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