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0 - 137화 - 성녀의 계획! (3)
“푸흐흐, 클레아. 대단했어. 설마 그런걸 준비하다니.” “후훗. 주인님께서 기뻐해주시니, 저도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주인님♡”
성녀 임명이 끝난 후의 저녁.
숙소로 돌아온 성녀복을 입은 클레아를 끌어안아주자, 클레아도 날 끌어안으며 내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이야. 성녀면서 내 길드에 들어와 활동하겠다고 선포한 것도 모자라, 바울까지 그렇게 보내버릴 줄이야.
놀라긴 했지만, 꽤나 즐거운 이벤트였다.
물론 그 뒤에 날 바라보며 말을 거는 시민들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 정도야 웃으며 넘길 수 있지.
“그럼, 이제 라디아에 같이 가도 문제 없는 거야?” “네. 일단 저는 성녀로서 여신교 라디아 지부에 파견되는 형식이에요. 일단 그쪽의 최고 담당자가 되는 셈이라, 관리는 해야겠지만... 그래도 거의 주인님과 함께하게 될 거에요.”
일단 라디아로 가는 거니, 그런 김에 그쪽 대표도 맡으란 건가?
나쁠 건 없지. 내 암컷이 라디아 교회의 대표자라... 아니 이거 교회가 새로운 내 놀이터가 된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날 성녀의 수호자로 임명한다 했었지? 그건 뭐야?” “후후. 제가 임명한 외부인사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사실상 권한 없는 명예직이긴 한데, 그래도 여신교 내부에서 주인님을 우대해 줄 거랍니다. 제가 주인님과 늘 함께하더라도, 제 수호자라고 말하면 의심받을 일은 없죠.”
캬아. 좋다 좋아. 성녀가 된 클레아를 데리고 다녀도 아무 문제 없다니!
리즈벳과 클레아를 내 양 옆에 붙여두고 다닐 생각에 벌써부터 말자지가 불끈거리는 느낌이다.
“단순히 길드에 들어간 것 만으로는, 명분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요. 거기다 주인님의 신분으로도 쓸 수 있으니까...” “잘했어 잘했어. 아주 만족스러워. 클레아.” “황송합니다. 주인님♡”
왕국의 신수 겸 성녀의 수호자라. 제법 맘에 드는 신분이야.
이쯤 되면, 왕국 안에서 날 공격하거나 할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크으. 클레아에게 어떻게 보답해주지 이거?
“...아. 그러고 보니 바울은 어찌 된 거야? 그대로 끝난 거야?”
클레아를 끌어안은 채 생각하다가, 갑작스레 바울이 떠올랐다.
불쌍하게도 버림받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보내져 버린 바울.
아마... 클레아가 뭔가 누명거리를 만들어서, 그대로 보내버린 거겠지.
“후후. 바울은 사실 제가 덮어씌운 죄가 그리 크지 않아요. 왕국에도 그렇게 전달을 했으니, 조사 좀 받다가 풀려나겠죠. 여신교로 복귀하긴 힘들겠지만요.”
으음. 옛 연인을 그렇게 보내버리다니. 클레아. 무서운 아이!
“사실, 바울에게 그렇게 죄를 덮어씌운 건 다른 이유도 있어요. 그렇죠? 리즈?” “전에 말했던 ‘그것’ 말이지? 킥킥♡” “네. 라디아로 떠나기 전에, 주인님께 즐거운 추억을 남겨드려야죠.”
으음? 리즈벳도 뭔가 아는 것 같은데. 미리 말을 해뒀던 건가?
“허어? 뭘 하려고?” “후후... 그건 말이죠...”
클레아와 리즈벳이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키득거리며 자신들이 계획하던 내용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충격적인 계획에, 나는 현기증을 느끼며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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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아니란 말입니다... 제가... 흐흐흑...”
왕국의 작은 감옥 안, 너덜너덜한 누더기를 입은 바울이 감옥의 철창을 잡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운 것일까. 얼굴이 퉁퉁 부은 채, 쉬어버린 목소리로 힘겹게 중얼거리는 바울.
용사에 주교라는 직책이지만, 그가 성녀 시험을 통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려고 했다는 증거를 본 기사들은 그의 말을 전혀 들어주질 않았다.
차갑게 째려보면서 감옥에 가둔 후, 그의 외침을 무시하며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을 뿐.
다른 자들에 비해 죄가 가벼운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용사이면서 여신교의 주교쯤 되는 인물이 죄를 지었다는 것은 기사들에게 바울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렇게 감옥 안에서 울던 와중,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바울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수 바울! 일어나라.” “누, 누명이 밝혀진 겁니까!?”
감옥 안에서 기사를 향해 다가가는 바울이지만, 기사는 코웃음을 치며 바울을 내려다 보았다.
“누명? 하... 아직 정신 못 차렸군... 준비해라! 성녀님께서 네 마지막 변명을 듣고자 하신다.” “크, 클레아가!” “그래도 알던 사이라고, 그대로 처벌하기엔 마음이 아프신 것 같으시더군.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들어보고 싶다고 하신다.”
클레아가 자신을 찾는다. 그 말에, 바울은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무언가의 오해다. 잘 설명한다면, 자신의 연인인 클레아라면, 자신의 누명을 알아줄 터.
그런 희망을 가진 채, 기사가 자신에게 수갑을 채우고 눈을 가리는 것을 가만히 따르는 바울.
기사가 이끄는 대로 어디론가 한참을 따라가자, 곧 어디선가 자신이 아는 목소리가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들렸다.
“그럼, 잘 부탁 드립니다.” “네에. 문제 생기면 바로 나와서 말씀드릴께요.”
곧, 어디론가 다시 이끌려가던 바울은... 햇빛이 느껴지지 않는 건물 안으로 들어와, 누군가의 손길에 눈을 가린 천을 벗었다.
눈을 가리던 천을 벗자마자, 바울의 눈 앞에 보인 것은...
“리즈벳 씨!!!”
클레아의 친구이자 신수 세마의 연인으로 보이던 여자. 리즈벳이였다.
“후후♡ 안녕. 범죄자 바울 씨.” “리, 리즈벳 씨! 전 결백합니다!!”
손과 발에 사슬이 달린 수갑을 찬 채, 리즈벳에게 눈물 흘리며 외치는 바울.
그런 바울을 바라보며, 리즈벳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많이 억울한가 봐?” “저, 정말입니다! 저는 절대 그런 짓을...!” “킥킥...♡ 일단 따라와.”
그렇게 말하며 뒤돌아 걷는 리즈벳을 따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건물 안을 걸어나가는 바울.
아니, 이 건물은... 여신교 교회의 건물 중 하나...?
어째서 이곳에...
“클레아가 바울이 죄를 지었단 것이 많이 충격이었나 봐~” “저, 저는 죄를...!” “그래서, 바울이 무슨 생각으로 죄를 지은 건지, 고해성사로 들어보고 싶대.” “아, 아니, 저는...” “원래라면 죄인인 바울을 단 둘이서 만나는 건 안될 일이지만... 성녀인 클레아가 간곡히 부탁해서, 바울과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을 아는 왕국이 허가해 줬어.” “......그렇, 습니까...” “단 둘이 아니면 못할 얘기도 있다고. 꼭 단 둘이 얘기하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고해성사를 한단 명분으로 만나기로 한 거야.” “......” “물론 밖에서 기사 분들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날뛰거나 하면 안되겠지? 후훗...♡ 자. 다 왔어. 성녀님에게 바울의 죄를 고백하도록 해♡”
그렇게 말하면서, 리즈벳은 바울을 문 두 개가 보이는 넓은 방으로 안내했다.
...이런 고해실이 있었던가...?
왕도 교회가 워낙 넓고 건물이 많은 탓에, 주교인 바울도 처음 와보는 고해실.
낯선 공간을 보고 있는 동안, 리즈벳이 한쪽 문으로 다가가 노크를 한 후 방 안에 말했다.
“주인님~♡ 죄인이 도착했습니다♡”
...주인님? 리즈벳 씨가 무슨 말을...
“...후후♡ 자. 이쪽이야. 바울 씨.”
리즈벳의 안내를 따라 다른 문으로 들어가자, 제법 넓은 공간 가운데에 의자 하나가 놓여있는 고해실의 모습이 보였다.
...고해실 이라기엔 너무 넓은 것 같은데...
아니, 고해실 이라기엔... 저 가림막 같은 천은...?
그리고 뭔가, 기묘한 냄새가...
방 안을 살펴보던 도중, 생각할 겨를도 없이 리즈벳이 자신을 이끌어 의자에 앉힌 후 말했다.
“자. 날뛰면 안되니까. 이쪽 의자의 족쇄도 채울게. 기사 분들이랑 그러기로 했거든.” “아, 네. 네에...”
바닥과 이어진 철제 의자. 그 의자에 달린 족쇄를 가리키며, 리즈벳이 어서 앉으라는 듯이 바울을 재촉한다.
조금 당황하며 바울이 의자에 앉자, 그런 바울을 보고 빙긋 웃는 리즈벳.
그리고 리즈벳이 손가락을 까딱 거리자...
“...어?”
의자에 달린 족쇄가, 바울의 다리와 손에 채워진 수갑 위쪽에 덧씌워졌다.
“이, 이렇게까진 안 하셔도... 아니, 그보다 방금 그건...?” “후후. 몰라도 돼♡ 자 그럼...♡”
그렇게 말하면서, 리즈벳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며 바울에게 손을 흔들었다.
“자신의 죄를 잘 고백해 봐♡ 바.울♡”
문이 닫히고 리즈벳의 얼굴이 사라지자, 바울은 멍하니 그 문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리즈벳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째서... 리즈벳 씨라면, 자신이 죄를 지었을 리 없다는 것을 알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 쉰 후, 주변을 둘러보는 바울.
...왜 고해실에 칸막이 벽이 아니라 저런 가림막이...
임시로 급조한 고해실인가...?
거기다 뭔가... 가림막 너머에서 이상한 기척이...
그렇게 생각하며 가림막을 바라보던 바울에게, 애타게 그리워하던 목소리가 들렸다.
“쿡...♡ 죄를 지은... 어린양...♡ 읏...♡ 바울...♡” “크, 클레아!!!!”
방금 전에 족쇄를 찼음에도 그것을 잊고, 족쇄를 덜컹거리며 가림막 너머 클레아의 목소리를 향해 외치는 바울.
“나, 난 아니야! 클레아! 믿어줘! 난 결백해!!!” “아니요...♡ 쿡쿡...♡ 앙...♡ 바울. 당신은...♡ 죄를 지었습니다...♡” “아, 아니, 나는...!!!”
리즈벳이 나간 순간부터, 무언가 이상한 기척이 느껴진다.
무언가 작게, 질척이는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무슨... 소리지? 고해실에서 왜 이런 소리가...
아니, 그것보다... 지금은 클레아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인님의 암컷인...♡ 저의 연인 행세를 한...♡ 앙...♡ 용서 받지 못할 죄를...♡” “아, 아니...! ...어? 클레아, 방금 무슨 말을...” “후후후훗...♡”
어쩐지 클레아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오싹하게 들린다.
어째서 저렇게 웃는 거지? 방금 클레아가 무슨 말을 한 거지?
혼란스러움에 어지러운 바울의 귀에, 더욱 더 오싹해지는 클레아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주인님의 암컷인 저에게 역겨운 욕망을 품고, 저를 자신의 연인처럼 취급한 대역죄인. 바울.”
그리고... 바울의 앞을 가리고 있던 가림막이 움직여 열리면서, 바울의 눈에...
“주인님과...♡ 주인님의 암컷 성녀인 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세요...♡”
네 발 달린 기괴한 짐승과, 그 짐승 아래에 네 발을 짚은 채 웃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커다란 짐승 아래에서,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배가 보이는, 금발의 여자.
알몸에 이상한 초커를 달고 있는, 자신의 연인이자, 여신교의 성녀.
클레아가, 바울을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