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7 - 124화 - 흑마 탄 용사!
“푸히히이이이이이잉!!!”
던전을 빠져 나온 것과 동시에, 나는 벅차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그저 본능대로 울부짖었다.
머릿속으론 빠져 나왔으니 당장 튀어야겠다 생각되지만, 이상할 정도로 과하게 달아오른 몸이 날뛰고 싶어해서 견딜 수가 없다.
이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세, 세마 씨!?”
저택을 빠져 나오자마자 , 입구 옆에 앉아있던 마르테가 기겁하듯이 놀라는 얼굴이 보인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순간. 바로 말보르기니 폼으로 변한 후, 마르테와 기사들이 당황하는 것을 무시하고 외쳤다.
“야, 타!” “네, 네!? 아니, 거길 어떻게 나오셨...” “됐으니까 얼른 타!”
흥분된 상태로 발을 굴리며 마르테를 째려보자, 내 얼굴을 본 마르테가 새파랗게 질리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세, 세마 씨! 누, 눈이...!” “아 거참! 안타면 난 그냥 이대로 교회로 간다!? 동생 찾기 싫어!?” “...! 으, 윽...!”
주춤거리다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자신의 검을 챙기는 마르테.
거 새끼. 누가 용사주제에 협박이나 당하는 놈 아니랄까 봐. 더럽게 꿈지럭거리네!
빠릿빠릿 움직이란 말이야! 빠릿빠릿!
“아! 내 갑옷이랑 옷! ...기사 분들이 좀 챙겨줘요! 마르테는 내 무기만 챙겨!” “아, 네!”
내 기세에 눌린 마르테가 말박이를 들고 내 등 위에 올라타자마자, 나는 땅을 박차고 저택의 마당을 뛰쳐나갔다.
잽싸게 도시 바깥을 향하면서, 나는 내 등 위에 올라탄 마르테에게 외쳤다.
“탔냐! 이제 간다!” “벌써 출발하셨으면서! 아니,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뭐야 마르테. 그것도 모르냐! 그 정도도 생각을 못하다니, 이거 안되겠구만!
“비보라랑 어디서 보기로 했어!?” “이 도시 근처 미개발 지역 숲이긴 한데...! 지금 거기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멍청아! 수배 당한 범죄자 새끼가 돌아다녀봤자 얼마나 돌아다닐 수 있겠어!? 보나마나 그 약속장소 근처에 은신지가 있겠지!” “무슨, 그건 너무 단순한... 아, 아니. 설령 그렇다 쳐도...! 이 근처가 얼마나 넓은데...!”
넓다? 그런 건 문제가 안되지.
내 마안이라면 비보라가 어디 숨어있든 간파할 수 있을 테니까!
말보르기니 폼의 속도와 마안! 이 두 개의 조합이라면, 도시 주변 전부 뒤져보는데 반나절도 안 걸릴 터!
확신이 든다...! 오늘 비보라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뭘 해도 내 생각대로 흘러갈 것만 같은 확신이!
내 몸에 차오르는 흥분 때문일까!? 아니면 새로 얻은 마안 때문일까!?
정말 뭘 해도 잘 풀릴 것만 같은 기묘한 느낌 때문에, 중2병적인 대사를 내뱉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어!
비보라! 내 마안의 능력에 공포와 전율을 느껴라! 크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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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데 세마 씨... 그 바위를 부수고 나오신 것도 놀랍긴 하지만... 그 눈은 도대체...?” “엉? 눈이 왜?”
마르테와 함께 주변 숲을 뒤지기 시작한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정말 온 힘을 다해 뛰어다닌 덕분에, 이상할 정도로 흥분되던 몸이 어느 정도 진정되어 가기 시작했다.
마르테도 내 등 위에 올라탄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모양인지, 내 등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나에게 질문을 건넸는데... 눈이 뭐 어쨌다고?
“그... 눈이 검어 지셨습니다. 정확히는 흰자위이던 부분이 검게...”
뭐... 라고? 마족눈이 되었다... 이 말인가?
“눈동자 색도 노란 금색으로 변하셨는데... 그 눈동자에 동공도 옆으로 긴 모양이라 좀 무서운 얼굴이 되셨습니다만...”
아, 아니 맙소사... 마안에 그런 부작용이?
안 그래도 험악한 내 외형에 마족눈까지 생겨버렸단 말이야?
거기다 눈동자 색도 변했다고... 가로동공인건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짙은 갈색의 눈동자라 형태가 눈에 안 띄어서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마안을 끄면 멀쩡해 지려나? 어찌 생겼는지 궁금한걸.
“...그냥 던전 안에서 발버둥 치다가 깨달음 좀 얻었어. 그 동안 스킬 쓰는 법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 알겠더라.” “깨달음...? 무슨... 아니, 그렇다 쳐도 놀랍습니다. 그 바위, 두껍진 않아도 꽤나 단단한 암석이었는데 세마 씨 레벨에 그걸...”
흐흐. 새끼. 내가 임마 스텟만 보면 어지간한 중견 모험가도 쌈 싸먹어 쨔샤.
“......세마 씨를 믿어도 되겠습니까? 만약 제 동생이 잘못된다면 전...” “새끼. 걱정 마라. 꼭 찾아줄 테니까.” “...네. 감사, 합니다...”
솔직히 날 그렇게 가둔 건 좀 빡쳐서 그냥 무시할까 싶었지만...
그래. 뭐 너도 나름 불쌍한 상황이긴 하고, 어찌 보면 네 덕분에 마안도 얻게 된 셈이니까.
이왕 이리 된 거, 마안 성능 시험 겸 비보라 새끼도 잡을 겸 해서 도와주지. 대가로 내 든든한 빽이 되라고. 용사 양반.
“그나저나, 정말 빠르시군요. 거기다 이렇게 달리고 계신데 지치지도 않으신다니...” “너도 엄청 빠르던데? 이 정도 속도는 충분히 나오지 않냐? 거기다 날아다니기 까지 하면서...” “투기를 써서 순간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긴 하지만, 이렇게 오래 유지하진 못합니다. 순간적으로만 쓰는 투기를 잘 활용한다 쳐도, 30분을 조금 넘기는 정도...”
오호라... 그거 다르게 생각하면, 탑 클래스 용사라고 해도 싸우는 건 30분 정도가 한계란 소리겠네?
하긴... 저번 우로보로스를 잡던 그런 전투를 몇 시간씩 할 수 있으면 사기지 사기.
그래도 놀라운 건 매한가지지만. 애초에 투기 자체가 달리는 용도도 아니잖아.
뭐 그래도... 나도 투기를 익힌다면, 달리는 건 비교가 안되겠지.
투기를 어느 정도 단련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도에 따라서 전투까지도 용사들과 비벼볼 수 있지 않을까.
그 뿐이냐. 마안 덕분에 이제 정말 모든 스킬을 다 써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흐흐. 이제 정말 내 시대가 왔구나! 이제 말 인생에 걱정할 게 없을 것 같아!
“......! 엇...!” “!? 세마 씨!? 갑자기 왜...!” “쉿. 조용.”
마르테와 조금씩 얘기를 나누며 도시 주변을 탐색하던 중.
드디어, 내 마안에 뭔가 사람의 기척이 감지되었다.
조금 거리가 있는 숲 너머. 조금 커다란 에세르와, 미약한 수준으로 작은 에세르가 하나씩.
색으로 보여지는 말하기 어려운 수치를 머릿속으로 가늠해보면서, 나는 속도를 확 죽이고 조용히 그 두 개의 색을 향해 걸었다.
아직 이 마안의 능력은 감각적으로만 느끼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머릿속으로 입력되는 것 같은 색의 느낌은 확실히 알 것 같다.
용사인 마르테는 구멍이 뻥 뚫려있는 듯한, 뭔가 불안감이 느껴지는 기묘한 색. 아마 이건 멸망과 관련된 용사들의 특성이겠지.
저쪽의 작은 에세르는 일단 제외하더라도, 커다란 에세르는 기사단 보다도 조금 크게 느껴지는 제법 규모가 있는 색이다. 이쪽이 비보라겠지.
사실 이걸 색으로 표현하는 게 맞나 싶지만... 보이는 게 아니라 불명확한 수치가 머릿속에 입력되는 느낌이라 달리 표현이 되질 않는다.
아직 마안이 익숙하지 않아서 이 불명확한 수치를 자세히 가늠하려 하면 머리가 아프긴 한데, 이 정도의 크기 차이가 두 개라면 분명...
“......찾았다.” “......!”
발소리를 죽이고 살며시 풀숲을 헤치며 저 멀리 떨어진 숲 안쪽을 살펴보자, 목재 문이 비스듬하게 달린 기울어진 구덩이와, 그 옆에 작은 텐트를 치고 앉아있는 비보라가 보인다.
뭔가 토굴 비슷한 느낌으로 목재 문이 열려있는 구덩이.
그 구덩이 안에, 사람의 머리 같은 게 히끗하게 보이는데... 너무 멀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혹시 저게?
“...동생 맞아?” “......! 맞습니다! 지금 당...!” “쉿, 쉿. 조용. 생각은 하고 나가야지. 어차피 이제 다 잡은 거나 마찬가지야. 진정해.” “윽...! 크윽... 네.”
검을 뽑으며 뛰쳐나가려던 마르테를 말린 후, 나는 조용히 마르테를 내려주면서 속삭였다.
“아직 내가 비보라와 싸울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안 서. 비보라는 네가 맡고, 나는 네 동생을 구하기로 하자.” “알겠습니다. 인질만 없으면, 비보라는 제 상대가 아닙니다.” “그래. 비보라 도적 출신이랬지? 귀도 좋을 것 같은데... 그냥 여기서 동시에 달리자. 우리 속도면 비보라가 뭔가 하기 전에 제압할 수 있겠지.“ “네. 그럼 세마 씨의 무기는...” “아 그게 있었네. 일단 내가 지금 인간형이 되면 알몸이니까. 그냥 여기 놔둬.”
일단 무기는 있어야겠다 싶어서 챙겼지만, 흥분이 가라앉은 지금 생각해보니 어차피 쓸 수가 없겠구나.
알몸으로 흉악한 말불알을 덜렁거리면서, 말박이만 들고 있는 마인폼의 나... 그건 쪼끔...
...그러고 보니 내 말불알 생각을 못하고 마르테를 태웠네. 허겁지겁 태우느라 못 본 것 같긴 하지만... 돌아갈 때 신경 써서 안 보이도록 해야겠어.
“...바로 죽일 거냐?” “아뇨. 체포해야 합니다. 거의 사형이나 다름없는 짓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정당한 절차는 걸쳐야 하니까요.” “그래? 뭐 네가 괜찮다면, 그렇게 해.”
에이, 힘 빠지게. 범죄자 인간을 왜 살려둬.
온 김에 시체처리도 도와줄까 싶었는데... 뭐, 본인이 괜찮다니까...
...어라. 왜 이렇게 아쉽지?
내가 이렇게 가차없는 성격이었나...?
묘한 아쉬움에 순간 고개를 갸웃하다가, 비보라가 자세를 바꿔 앉는 것을 보고 고개를 내저었다.
일단, 지금은 다른 것보다 비보라부터...
“그럼... 준비 됐지?”
마르테와 시선을 교환하며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다리에 힘을 준 뒤, 비보라쪽을 바라보다가... 비보라가 반대편으로 고개를 살짝 돌린 순간.
“...지금!”
나와 마르테는 커다란 굉음을 내며 땅을 박차고는, 그대로 비보라를 향해 돌진했다.
“비보라!!!” “뭐, 뭐야...!? 크헉!!!!”
내가 목재 문이 달린 구덩이 앞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마르테는 비보라의 머리를 낚아채듯이 붙잡았다.
동시에 비보라의 몸이 마르테의 손에 이끌려가면서, 그대로 땅에 균열을 내며 쳐박힌다.
말 그대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제압당한 비보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