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달리스크 (136)화 (136/138)

귀두 끝이 질구를 뭉근하게 문질렀다. 뜨거운 열기가 예민한 곳에 닿자마자 리브의 입술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흐읏….”

마음 같아서야 단숨에 찔러 넣고 싶었지만, 디무스는 번들거리는 귀두 끝을 입구 쪽에 느리게 걸쳤다. 성기 끝이 살짝 조여드는 감촉만으로도 강렬한 쾌감이 느껴졌다.

오랜만의 관계라서일까. 성질대로 하면 처박자마자 사정할 것만 같았다. 지금도 핏줄이 두드러질 정도로 잔뜩 들어간 힘을 억누르기 어려웠다. 이를 악문 그가 성기 끄트머리를 걸친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이 의아했던지, 곧 닥쳐올 빠듯한 부피감을 상상하며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리브가 파르르 떨리는 음성으로 디무스를 불렀다.

“디무스?”

반사적으로 디무스의 이마에 깊은 골이 생겼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가냘픈 목소리만으로 꼴사나운 절정에 이를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우 사정을 참아 낸 디무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리브가 두 다리를 모으며 사내를 끌어당겼다.

“디무스….”

어서 박아 달라고 조르듯 허리가 들썩이고, 끈적거리는 두 다리가 디무스의 허리를 휘감았다. 일그러진 눈으로 리브를 내려다보던 디무스가 결국 사나운 움직임으로 몸을 수그렸다.

불끈거리는 상체가 가느다란 몸을 완전히 뒤덮어 가렸다. 동시에 사내의 허리가 아래를 거세게 치받았다. 자신이 끌어당기고도 지레 그 움직임에 놀란 리브가 다급하게 디무스의 목을 끌어안으며 어깨를 움츠렸다.

좁고 질척한 내벽이 성기를 촘촘하게 휘감았다. 단숨에 가장 깊은 곳을 짓누른 성기 끝에서 뜨거운 정액이 쏟아졌다. 머릿속을 뜨겁게 달구는 쾌감에 이성이 마비되었다.

그 뒤로 남은 것은 오직 본능이었다. 채 다 쏟아 내지도 못한 정액이 질질 늘어지는 와중, 허리 짓이 거칠게 시작되었다. 맨살이 철썩철썩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누구 것인지 모를 체액이 온몸을 절였다.

힘이 너무 강한 탓에 리브의 몸이 자꾸만 위로 밀려났다. 그것을 꾸역꾸역 품에 가두고 움켜쥔 디무스가 리브의 목덜미에 이를 세웠다.

여린 살결에 흔적을 남기기란 너무 쉬웠다. 디무스는 정원의 바닥에 점점이 뿌려져 있던 장미 꽃잎만큼 리브의 몸을 울긋불긋하게 만들 기세였다. 살결을 빨아들일 때마다 품에서 바둥거리며 바들바들 떠는 움직임이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입술로 무엇을 하든 아래에서는 착실하게 추삽질이 이어졌다. 마찰하는 접합부에서는 흰 체액이 거품처럼 일어나며 난잡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크읏….”

헐떡거리던 숨소리가 거칠어지더니, 마침내 흥분감이 최고점에 다다랐다. 팽팽하게 부푼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며 미친 듯이 움직이던 허리가 잔 경련을 일으키며 멈추었다.

디무스는 이미 한 차례 가득 채웠던 내부에 꾸역꾸역 제 정액을 다시 욱여넣었다. 단 한 방울도 밖에 흘리지 않겠다는 듯, 가장 깊숙한 곳에서 파정이 끝날 때까지 성기를 빼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절정에 다다랐던 리브는 거대한 몸에 짓눌려 겨우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뻐끔거리는 입술은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미약한 숨소리만 겨우 뱉었다. 디무스가 그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넣었다.

길고 질척한 키스를 마치고서야 꿈틀거리던 성기가 겨우 진정되었다. 겹쳐져 있던 몸을 천천히 떼어 내자 불투명한 체액으로 뒤덮인 성기가 뿌리부터 천천히 빠져나왔다. 내벽을 긁으며 빠져나가는 성기의 부피감에 리브가 허리를 떨었다.

벌어진 질구에서 흰 점액이 흘러내렸다. 상체를 일으켜 그것을 확인한 디무스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하아, 뭐 하시는….”

“뭐 하긴.”

굵은 엄지로 자신이 싸지른 정액을 안쪽으로 밀어 넣은 디무스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있어야 할 자리에 넣어 주고 있지.”

절정의 여파일까? 늘 예리하게 벼린 칼날 같던 그의 목소리가 느른했다.

격렬한 행위에 휩쓸리느라 눈물이 가득 맺혀 있던 리브가 홀린 듯 디무스를 응시했다. 쾌감이 아직 가시지 않아 벌겋게 달아오른 그녀의 눈이 유난히 반짝였다.

“…아세요?”

“뭘?”

“당신이 무척 아름답다는 거요.”

단지 잠시간의 흥분과 고양감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뱉는 말이 아니었다.

이전부터 리브는 종종 디무스를 멍하게 바라보곤 했다. 그녀의 시선을 진즉 알고 있었던 디무스에게는 딱히 놀라울 것 없는 말이었으나, 이렇게 노골적으로 감탄하는 걸 보니 새삼스러운 기분이었다. 디무스가 입매를 비스듬히 끌어 올렸다.

쾌락에 젖어 있느라 혈색이 도는 그의 얼굴은 미소마저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 냈다. 평소였다면 냉담하고 차가운 비웃음이었을 텐데, 지금은 그저 여성의 마음을 술렁거리게 만드는 유혹적인 미소가 되었다. 리브의 뺨에 짙은 홍조가 서렸다.

리브가 손을 뻗었다. 식지 않은 땀으로 인해 반질거리는 흉근과 복근, 허리께를 어루만지는 그녀의 손길에 명백한 의도가 묻어났다.

디무스는 기꺼이 그녀의 유혹에 응했다.

***

실컷 뒹굴고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였다.

오랜만에 너무 격렬하게 움직였더니 온몸이 삐걱댔다. 그러나 전신의 둔통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허기였다. 오죽하면 꼬르륵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을까.

“간단하게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했으니 조금만 참아.”

디무스는 리브가 저택으로 돌아가서 저녁 식사를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거라고 판단한 듯했다. 리브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항변하려 했으나,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시금 메아리치는 꼬르륵 소리에 그냥 포기했다.

배가 고픈 건 사실이고, 이미 고용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는데 굳이 번복해 봐야 모두가 수고스럽기나 하겠지.

고용인들이 가져올 식사를 기다리며, 리브가 뒤늦게 별장 내부를 구경했다.

정확히는 별장 자체보다는 이곳에서 디무스가 하고 있던 것들을 구경하는 것에 가까웠다. 디무스는 느슨한 자세로 누워 턱을 괸 채 리브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딱히 그녀를 제지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작은 별장도 나쁘지 않군.”

아까 디무스가 앉아서 작업하던 공간을 알짱거리던 리브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대가 어디에 있든 시야에 들어오니, 어떤 면에서는 훨씬 나아.”

분명 이 별장의 용도는 다른 것이었을 텐데, 아무래도 디무스의 머릿속에서 이곳의 용도가 새롭게 정립된 듯했다. 흡족해하는 디무스의 모습에 헛웃음을 짓던 리브가 잠깐 멈추었던 구경을 다시 이어 나갔다.

“오늘 시작하신 게 아니군요?”

화구의 상태나 구석에 쌓인 종이들만 보아도 디무스의 그림 수업이 처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리브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도대체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선이 한가득 그려진 종이 뭉텅이를 한 장, 한 장 넘겼다.

한 장만 놓고 보면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 여러 개의 결과물을 나란히 비교하자 이 선들이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는 게 느껴졌다.

그림 실력을 쌓기 위한 기초 선 그리기가 아니라, 어떤 완성된 형태를 바라는 그런 의도 말이다.

“대체 뭘 그리시려는 거예요?”

“너.”

부끄러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당당한 대답이었다.

리브는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종이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저요?”

“그래.”

그러니까 이… ‘동그라미와 네모와 구불구불하고 여기저기 뻗어 있는 선들의 조합’이 자신이라는 건가.

그림에 조예가 없는 리브가 보기에도 이 그림은 너무 난해하고… 난해했다.

차마 무언가 더 말을 이어 가지 못하는 리브의 모습에, 디무스가 냉소적으로 중얼거렸다.

“형편없다는 건 알고 있네. 원인을 파악하는 중이야.”

원인이라니, 그런 거창한 과정을 거쳐야 하나? 그냥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워낙 잘나게 살아서 ‘재능이 없다’라는 말의 개념을 모르는 걸까?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한 말을 되삼킨 리브가 어색하게 웃으며 종이를 내려놓았다.

비록 이 그림… 이 자신이라는 건 믿기지 않았지만, 그와 별개로 디무스가 이런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할 정도로 자신에게 열렬한 마음을 품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진지하게 그림을 못 그리는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 저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냥 실력 좋은 화가에게 맡기셔도 되잖아요.”

“앞으로 다시는, 누구라도 감히 그대의 누드화를 그리지 못해. 나를 제외하고는.”

단호한 디무스의 말에 리브가 결국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누드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조차 마냥 귀엽기만 하니, 자신도 어지간히 중증인 모양이었다.

“저도 이 수업을 함께해도 될까요?”

“뭐?”

“가지고 싶은 그림이 있는데, 당신 말을 들어 보니 다른 이의 손에 맡기는 것보다 제가 직접 그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내의 벽안에 빛이 돌았다. 그녀가 말하는 그림이 무엇인지 그도 알아들은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는 더 정확하게 설명하라는 듯, 리브를 빤히 응시했다. 종종 리브의 우회적인 말들을 직설적인 표현으로 정정해 달라고 요구해 올 때처럼.

“제 모델이 되어 주실 거죠?”

“…그대라면 누드화를 허락하지.”

허락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그려 달라는 부탁에 가까워 보였다. 다시 치솟은 열기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난 디무스가 리브를 지분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허기도 잊고 다시 뒹구느라 고용인이 가져온 음식은 싸늘하게 식어 버렸지만, 당연하게도 누구 하나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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