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달리스크 (128)화 (128/138)

제 속에 있는 줄도 몰랐던 소유욕이 들불처럼 번져 리브의 전신을 달구었다.

이 욕심은 정당한 것이었다. 디무스가 부추겼으니, 리브는 조금도 죄책감 없이 그를 욕심 내고 원해도 괜찮으리라.

디무스는 대답 대신 흉포하게 입술을 겹쳤다. 잠시나마 여유로웠던 애무가 다급하게 이어졌다. 밀어붙이는 힘에 리브의 몸이 다시 침대 위로 눕혀졌다.

리브가 디무스의 목에 열렬하게 매달리며 입술을 맞대는 사이, 디무스는 헐렁하던 바지를 매끄럽게 벗은 뒤 리브의 다리를 잡아 올려 능숙하게 자리를 잡았다.

탄탄하고 굵은 허벅지가 다리 사이를 점령하자 꺼덕거리는 성기 끝이 자연스럽게 음부에 닿았다.

“다 줄 테니까 잘 받아먹어 봐.”

탐욕스럽게 입술을 빨던 디무스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비스듬하게 웃었다.

“설사 뱉어 내도 다시 박을 테지만.”

애무만으로도 흠뻑 젖어 있던 질구를 팽팽하게 부푼 귀두가 쿡 찔렀다. 다물려 있던 살덩이를 가르며, 굵고 단단한 성기가 단숨에 끝까지 파고들었다.

“아앗!”

“후….”

고환이 퍽, 하고 아래를 때렸다. 뿌리까지 가차 없이 처박은 디무스가 미간을 찡그리며 짧은 숨을 뱉었다. 성기를 따뜻하게 휘감고 조이는 내벽의 움직임이 큰 자극으로 와 닿는 듯했다.

빠듯하게 들어찬 성기로 인해 자극을 받은 건 리브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장 예민하고 깊숙한 지점이 강하게 짓눌리면서 날카로운 쾌감이 머리끝까지 치고 지나갔다. 순간적으로 허벅지가 떨리고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 정도로 강렬한 감각이었다.

“흐으, 으응….”

리브가 할딱거리며 울음 같은 신음을 뱉었다. 순식간에 눈가가 젖어 들어서 시야가 일그러졌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숨을 쉬기 위해 리브가 허리를 뒤틀었다. 그러자 디무스가 손으로 움직이는 허리를 강하게 억누르며 으르렁거리듯 경고했다.

“조르지 마.”

“조른 적 없….”

“이렇게 꽉 물고선 발뺌해 봐야.”

아래를 가득 채우고 있던 기둥이 느리게 물러났다. 내벽을 문지르며 빠져나간 성기의 움직임이 너무도 적나라해서 머릿속에 그 모습을 선명하게 상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설득력 없는데.”

악다문 말과 함께, 디무스가 거의 끝까지 뺐던 성기를 한 번에 찔러 넣었다. 아까 전과 정확히 같은 지점을 자극받은 리브가 눈을 질끈 감았다. 눈꼬리에 맺혀 있던 투명한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디무스는 숨을 고를 여유도 주지 않고 곧장 움직였다. 아래를 때리는 강하고 거친 힘이 온몸을 뒤흔들었다.

“아아, 하아!”

“큭.”

질척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혔다. 아래에서 뜨거운 물이 왈칵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휘몰아치는 쾌감과 허벅지를 적시는 애액의 난잡함에 자꾸만 다리가 오므라들었다. 그러나 활짝 벌어진 다리는 꼼짝도 할 수 없었고, 음부는 날 선 자극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아, 아, 앗!”

“후우.”

높아지는 교성을 참지 못한 리브가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통 숨을 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추삽질에 열중하던 디무스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혀를 빨자, 집요하게 아래를 두드리던 힘이 조금 느슨해졌다.

“흐읍.”

혀뿌리가 아릴 정도로 강하게 빨아들이는 데에 열중하던 디무스가 불현듯 허리 짓을 빨리했다. 내벽을 쾅쾅 내려찍는 힘에 리브의 몸이 옴짝달싹 못 하고 사내의 몸 아래에 파묻혔다. 끊임없이 문질러지는 회음부에서 후끈거리는 열감이 가득 차올랐다.

주체할 수 없는 감각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리브가 무작정 사내의 몸을 끌어안았다. 바짝 힘이 들어간 손끝이 날개뼈 쪽을 긁었다.

“제발, 하, 디무스….”

흐느끼던 리브가 땀에 젖은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었다. 짭조름한 맛과 함께 살짝 비린 맛이 혀끝에 번졌다.

“…빌어먹을, 너….”

디무스가 낮은 욕설과 함께 무어라 중얼거렸으나, 리브는 그의 말을 알아들을 정신이 없었다. 뇌가 쾌감에 흐물흐물 녹아 다른 데 신경 쓸 여유를 잃은 상태였다. 그녀는 분출되지 않는 열기를 어떻게든 해소하고자 입질을 하기 바빴다.

땀에 젖은 등 근육을 필사적으로 끌어안고 매달리던 리브가 문득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배 속을 진창 낼 것처럼 들쑤시고 휘젓던 성기가 내벽 깊숙한 곳에서 꿈틀거리며 움직임을 멈춘 까닭이었다.

곧이어 단단하게 곧추섰던 성기가 꿀렁거리며 뜨거운 정액을 쏟아 냈다. 사출하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뿌리까지 꺼덕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으읏….”

단 한 방울도 바깥에 흘리지 않겠다는 듯, 디무스는 내벽 가장 깊숙한 자리에 파정했다. 사정이 끝나고도 허리를 물리기는커녕, 불긋불긋하게 달아오른 리브의 몸을 꽉 끌어안은 채 온기를 유지하기까지 했다.

그 거대하고 단단한 몸에 깔려 속절없이 모든 것을 받아 낸 리브는 색색대며 사지를 늘어뜨렸다. 팔다리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 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아.”

언제까지고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디무스가 상체를 일으켰다. 덩달아 굵은 성기가 빠져나가며, 그가 싸지른 희뿌연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리브는 여전히 기운 없이 누워 숨만 쉬고 있었다. 땀에 전 하얀 뱃가죽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던 디무스가 시선을 내렸다. 그의 성기는 진하게 쏟아 낸 직후라 힘을 약간 잃기는 했으나 여전히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며 핏줄을 세우고 있었다.

번들거리는 귀두와 기둥 표면에는 애액과 정액이 뒤섞인 흔적이 적나라하게 묻어난 상태였다.

혀로 아랫입술을 축이며 제 성기를 확인한 디무스가 아직 채 닫히지 못하고 뻐끔거리는 리브의 음부로 시선을 옮겼다. 그가 방금 사정한 것들이 벌건 질구 주변에 엉겨 흐르고 있었다.

조금이나마 돌아왔던 이성을 도로 휘발시키기에 충분한 광경이었다.

“…무슨?”

절정의 여운에 젖어 있던 리브가 아래로 시선을 옮겼다. 다리 사이로 디무스의 손이 축축한 음핵과 음부를 문지르는 게 보였다.

“다 달라더니, 이렇게 뱉으면 곤란하지.”

“이건.”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

바깥으로 새어 나온 체액을 문질러 바른 디무스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미 잔뜩 들쑤셔진 질구는 사내의 성기를 매끄럽게 받아들였다.

“다시 채우면 되니까.”

골반을 틀어쥔 디무스가 허리 짓을 시작했다. 곧 들끓는 열락이 침실을 온통 휘감았다.

***

누운 자리는 축축하고 몸은 끈적거렸다.

애들린데의 저택에서 온 집기를 부수며 뒹굴었던 것과 비교하면 얌전한 축에 속했으나, 그곳과 달리 이곳은 숙박업소였다. 고용인이 아닌, 업소 직원들에게 뒷정리를 맡겨야 하는데 이런 난잡함이라니.

뒹구는 동안 리브는 몇 번이나 까무러칠 듯 절정에 올랐고, 급기야는 다리 사이로 투명한 액체를 줄줄 흘려 대기까지 했다. 허리를 들썩이며 쏟아 낸 뜨겁고 투명한 물줄기에 디무스는 더욱 눈이 돌아갔다. 그러곤 다시 쑤시고, 싸고, 다시 쑤시고, 싸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오죽하면 속이 더부룩하기까지 했을까.

게다가 내내 숨을 쉰답시고, 신음을 내지른답시고 입을 벌리느라 입술과 입천장은 바짝 말라 있었다.

처음 디무스의 등이며 목에 상처를 낼 정도로 흥분했던 게 다 먼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진이 다 빠져서, 리브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문제는 진이 빠진 게 리브뿐이라는 사실이었다.

“튀어나온 것 같은데.”

수차례 파정을 한 덕분인지, 디무스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묻어났다. 그가 리브의 아랫배를 손바닥으로 지그시 누르자 그러지 않아도 가득 찬 내벽이 더욱 촘촘하게 조여들었다. 반사적으로 희미한 신음을 흘린 리브가 제 배 위를 더듬었다.

그것은 디무스의 손을 밀어내기 위한 노력이었는데, 도리어 디무스는 리브의 손을 잡아 조금 전 자신이 눌렀던 자리로 가져다 댔다.

“여기, 그렇지?”

“도대체 왜….”

왜 살갗 아래가 이토록 단단한 거지?

복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리브의 아랫배는 평소 말랑말랑한 편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 미묘한 굴곡은 아마도….

“…안 피곤하세요?”

“내 체력은 애들린데에서 이미 확인하지 않았나?”

그때야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감정에 휩쓸려서 밤이고 낮이고 붙어먹었던 그 당시와 지금은 사정이 좀 다르지 않나?

할 말은 많은데 늘어놓을 기운이 없었다. 리브는 결국 지친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런 리브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디무스가 땀에 젖은 리브의 몸 구석구석을 매만졌다.

그의 손이 스칠 때마다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힘은 없는데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감각 탓에 흥분을 참을 수도 없었다.

“그곳에서처럼 오래 뒹굴지는 못해. 재판 일정 때문에.”

그러니까 지금 더 끈질기게 달려드는 거라고, 얼핏 그런 설명을 하는 것 같았다. 비록 리브가 듣기에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지만.

아무튼 그를 말리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리브는 차라리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목말라요.”

너무 작은 목소리라 들릴까 싶었는데, 디무스가 곧장 그 말에 반응했다.

뱃가죽을 찢을 것처럼 흉흉하게 박아 넣고 있던 성기를 주저 없이 뺀 그가 침대 밖으로 내려섰다. 직접 물을 가져다주려는 기색이었다.

그래, 사람이 양심이 있으면 그 정도는 해 줘야지.

잠깐 얻게 된 휴식을 달갑게 맞이한 리브가 누운 채로 고개만 디무스 쪽으로 돌렸다. 흉터 가득한 사내의 등 위로 조금 전 만들어졌을 붉은 생채기들이 여러 개 보였다.

저게 전부 제 흔적이라고 생각하니, 민망하면서도 희한한 만족감이 피어올랐다. 슬며시 몸을 일으켜 앉은 리브의 뺨에 홍조가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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