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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리스크 (111)화 (111/138)

휘청거리며 그를 따라 내린 리브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디무스의 부하들로 추정되는 낯선 사람들 사이로 아돌프와 로만이 보였다.

본능적으로 리브는 코리다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는 게 저 두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아돌프. 기차역에서 코리다를 아무 소란 없이 데려갈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을 쌓은 사람은 아돌프뿐이었다.

“아돌프 씨!”

리브의 부름에 아돌프가 반응하려는 듯 한 걸음 다가왔다. 그러나 그와 대화를 나눌 여유는 없었다. 디무스가 리브를 거침없이 잡아끈 탓이었다. 심지어 그는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제 수하들의 눈빛을 전부 무시한 채, 그저 정면만 바라보며 걸었다.

그 기세가 어찌나 흉흉한지 누구 하나 디무스를 부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후작님, 이거 놔주세요!”

리브의 외침을 귓등으로 흘려들은 디무스가 저택 안쪽에 있던 고용인들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비워.”

저택 입구에서 그들을 맞이한 고용인들이 재빨리 바깥으로 이동했다. 그 움직임이 무척 신속해서, 저택은 순식간에 텅 비었다. 뒤이어 현관문이 굳게 닫혔다. 이제 로비에 울려 퍼지는 건 불안정하게 헐떡이는 리브의 숨소리뿐이었다.

고용인들을 내쫓은 디무스는 리브에게 등을 보인 채 로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불안한 눈으로 그 등을 응시하던 리브가 자신의 팔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를 등진 상태에서도 팔을 잡은 손에는 전혀 힘이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았다.

마치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섣부르게 먼저 입을 열기 어려웠다. 두 사람을 둘러싼 공기는 마치 커다랗게 부풀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풍선과도 같았다.

리브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멋대로 도망친 정부를 괘씸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먼 애들린데까지 직접 쫓아올 정도로 그 분노가 클 줄은 몰랐다.

그의 드높은 자존심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걸까?

이렇게 그에게 잡혔으니, 이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의 분노가 어떤 형태로 표출될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아, 설마 코리다에게 화가 미치진 않겠지?

불현듯 걱정이 떠올랐다. 압박감에 짓눌려 떨어지지 않던 입술이 그 걱정에 떠밀려 스르륵 열렸다.

“심기를 거스른 건 저이니까, 제게 푸세요.”

언제까지고 그녀를 등지고 있을 것 같던 남자가 느리게 뒤를 돌아보았다. 분노한 벽안을 직접 마주하자 심장이 떨렸으나, 리브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코리다는 제발….”

코리다의 이름이 나오자 디무스의 입매가 사납게 뒤틀렸다. 그렇지 않아도 형형하게 빛나던 눈빛이 숫제 불길을 집어삼킨 것처럼 이글거렸다.

팔을 움켜쥐고 있던 그의 손이 리브의 목덜미로 단숨에 자리를 옮겼다. 커다란 손은 그녀의 목을 전부 감쌀 정도로 컸다. 가죽 장갑을 낀 손가락이 목덜미를 잡아 누르는 게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짓눌려 죽을 것 같았다. 두려움이 목 끝까지 차올라, 리브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각오했던 질식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리브의 통각을 날카롭게 자극한 것은, 입술을 물어뜯는 사나운 키스였다.

“……!”

무자비하게 씹힌 입술에서 피가 났는지, 입 안 가득 피비린내가 번졌다. 그것에 자극받은 듯 디무스의 혀가 거침없이 입 안을 헤집었다.

뜻밖의 상황에 놀라 혀의 침입을 받아들이던 리브가 뒤늦게 몸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가 디무스를 밀어내려 하자, 도리어 그는 그녀를 뒤로 떠밀어 버렸다. 등 뒤에서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러나 발밑을 살필 겨를은 없었다.

뭔지 모를 가구에 등이 세게 부딪쳤다. 알싸한 통증을 느낀 리브가 얕은 신음성을 흘렸으나, 그마저 디무스는 전부 집어삼켰다.

뜨거운 혀가 목구멍 깊은 곳까지 찌를 것처럼 탐욕스럽게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목을 조를 것 같던 손길이 사라졌는데 도리어 숨이 막혔다.

리브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어떻게든 입술을 떼어 내려 노력했다. 그러다가 이를 세워 무자비하게 움직이는 혀를 콱 깨물었다. 디무스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뗐다.

난폭하게 맞물려 있던 입술 사이에 비로소 약간의 틈이 생겼다. 리브가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그러나 여유는 잠시였다.

부우욱!

천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상체로 휑한 공기가 파고들었다. 리브가 두 손으로 옷을 추스르려 했으나,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오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찢어졌는지 알 수 없으나, 상의는 순식간에 옷이라고 부르지도 못할 정도로 너덜너덜해졌다.

당연히 그녀가 걸치고 있던 망토는 바닥에 던져져 디무스에게 짓밟힌 지 오래였다.

리브가 경악 어린 눈으로 디무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던 디무스가 피로 물든 새빨간 혀를 내어 제 입술을 축였다.

입술에 피가 번진 모습으로도 그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차마 부정하지 못할 정도로.

“이게 대체…!”

“심기를 거스른 건 너니까.”

리브의 옷을 북북 찢어 놓은 손이 그녀의 턱을 움켜쥐어 목덜미가 잘 보이도록 비틀었다. 그런 뒤 디무스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피 묻은 입술을 묻었다. 진득한 키스가 귓가에서부터 목덜미로 이어졌다.

“너에게 풀라며.”

“윽!”

다정함을 위장하던 입술이 금세 돌변했다. 세게 깨물린 자리에서 얼얼한 통증이 피어올랐다.

조각난 상의를 손쉽게 헤집고 들어간 손이 맨살을 움켜쥐었다. 아마 손자국이 남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강한 악력이었다.

“해 달라는 대로 해 주는데.”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어 대던 디무스가 리브의 몸을 다시금 강하게 밀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등 뒤의 가구가 들썩거렸다.

“넌 참 불만도 많아.”

하의 역시 제 역할을 못 하긴 마찬가지였다. 허리를 조이던 단추는 손짓 한 번에 떨어져 나가고, 스커트가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다리 사이에 자리한 사내의 존재가 너무도 익숙했다.

이를 악문 리브가 디무스의 가슴을 밀어내려 애썼으나, 거대한 몸은 석벽을 마주한 것 마냥 꿈쩍하지 않았다.

“저질렀으면 감당할 각오도 해야지.”

바둥거리는 손이 거추장스럽다는 듯, 디무스가 한 손으로 리브의 두 손목을 한 번에 잡아 위로 들어 올렸다. 리브가 미약한 신음을 흘리며 디무스를 올려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의 붉은 입술이 비틀린 호선을 그렸다.

“리브.”

그 이름이 꼭 피에 젖은 듯했다.

디무스가 그녀를 안겠다고 작정하면, 리브로서는 막을 도리가 없었다.

단순히 신체적 격차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와 몸을 섞는 모든 과정에 인이 박였기 때문이다. 거대한 성기는 내벽을 짓누르고 문지르며 그녀의 몸을 손쉽게 점령했다. 금세 열이 올라 온몸이 불긋불긋하게 변했다. 이성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그 자리를 차지한 쾌감이 머릿속을 눅진하게 녹였다.

통증인지 쾌감인지 모를 것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사내의 팔과 가슴을 할퀴어 보아야 별다른 소용도 없었다. 오히려 그게 사내를 더 자극한 것 같았다.

“읏, 읏!”

뒤에서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참지 못한 신음성이 잇새로 흘러나왔다. 리브는 탁자의 모서리를 부여잡고 겨우 버텼다.

탁자 위에 올라가 있던 화병은 진즉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난 지 오래였다. 눈물이 맺혀서 일그러진 시야로 흥건한 바닥과 어지럽게 나뒹구는 꽃대가 보였다.

엉덩이에서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몸이 떠밀릴 때마다 적나라하게 찌걱거리는 소리가 신음 사이를 꽉 채웠다. 내벽이 눌릴 때마다 인두로 지지는 것만 같은 뜨거운 자극이 전해졌다.

“크윽….”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기대고 있던 탁자가 크게 밀려났다. 리브는 탁자 모서리를 움켜쥔 채로 뜨거운 숨을 뱉었다. 뿌리 끝까지 처박힌 굵은 성기가 배 속에서 꿈틀거리며 길게 파정하는 순간이었다.

한 것이라고는 그저 탁자 위에 엎드려서 디무스를 받아들인 것밖에 없는데, 마치 오랜 시간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이 찼다. 땀으로 흠뻑 젖은 이마를 탁자에 기댄 리브가 지친 숨을 뱉었다. 오랜만에 휘몰아친 쾌감이 몸에 잔류해 떠나지 않았다.

꽤 길었던 공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너무도 쉽게 흥분했고, 남자는 그런 리브의 상태를 안다는 듯 예민하게 달아오른 몸을 거리낌 없이 몰아붙였다.

눈물에 푹 젖은 속눈썹을 느리게 깜빡이던 리브가 희미한 신음성을 흘렸다. 등 뒤를 짓누르는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성기가 본래의 부피감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척추와 날개뼈 쪽으로는 진득한 키스가 쏟아졌다. 질척하게 살갗을 핥는가 싶던 디무스가 곧 이를 세웠다.

잘근잘근 씹히는 살이 아픈 것 같기도 했고, 자극적이기도 했다. 리브가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보고자 상체를 바르작거렸다.

그러나 뒷덜미를 짓누르는 손길에 의해 옴짝달싹 못 하고 몸이 고정되었다. 곧이어 단단한 성기가 쑥 빠져나갔다가, 빈자리가 채 조여들기도 전에 단숨에 처박혔다.

뱃가죽을 뚫고 나올 기세로 올곧게 찌르는 그 움직임에 리브가 눈을 질끈 감았다. 성기는 일정한 속도로 끝까지 빠져나갔다가 끝까지 처박기를 반복했다.

이대로라면 정말 배가 찢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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