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달리스크 (85)화 (85/138)

“아, 죄송합니다.”

잠시 느려졌던 손길을 바쁘게 움직이려는데, 후작이 리브의 손목을 잡아 불시에 끌어당겼다. 무방비하게 앉아 있던 리브가 무게 중심을 잃고 순식간에 그의 앞으로 넘어졌다.

풍덩!

커다란 욕조의 물이 출렁거리며 바깥으로 넘쳐 흘렀다. 머리끝까지 흠뻑 물을 뒤집어쓴 채 허우적거리던 리브가 반사적으로 후작의 목에 매달렸다. 후작이 그런 리브의 등을 손으로 받쳐주었다.

“쿨럭, 쿨럭!”

얼굴의 물기를 닦아 내고 시야를 수습하는 사이, 리브는 어느새 후작에게 안기다시피 한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젖은 옷자락 사이로 후작의 단단한 맨살이 닿았다.

“이제 정신이 좀 드나?”

“…굳이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었어요.”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지.”

그는 자신과 함께 있는 리브가 다른 생각에 잠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집요하게 누드 작품만 모아온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그는 집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목욕 시중을 들라고 하셨잖아요.”

“목욕 시중에 재능이 없는 것 같으니, 다른 재능을 발휘해 봐.”

후작의 손이 노골적으로 리브의 옆구리를 훑었다. 옷 위를 더듬는 것인데도 어쩐지 맨살을 만지는 것처럼 자극적이었다. 리브가 깔고 앉은 그의 하체 쪽에서는 이미 단단한 기둥이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목욕 시중은 핑계고, 그는 그냥 이곳에서 그녀를 안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종종 그는 리브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장소에서 관계를 맺고 싶어 할 때가 있으니까.

감정과 별개로 그와의 섹스가 기분 좋은 건 리브 역시 마찬가지였다. 리브가 느끼기에도 그와의 육체적 궁합은 상당히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귀동냥으로 들은 바에 의하면 상대에 따라 쾌감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고 했다. 딱히 비교할 다른 대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리브에게는 이 정도면 넘치도록 만족스러웠다.

푹 젖은 천이 살에 달라 붙어 잘 벗겨지지 않았다. 더디기 짝이 없게 단추를 푸는 리브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후작이 손수 그녀의 옷을 잡아 뜯었다.

그의 손에 의해 찢어지고 있는 천을 힐끗 본 리브가 두 팔에 힘을 주어 몸을 붙였다. 너덜거리는 천 자락 사이로 드러난 축축하고 뜨거운 가슴살이 후작의 가슴에 꾹 눌렸다.

리브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 후작은 귀여운 애완견의 재롱을 관람하듯 손을 놓기 일쑤였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라, 후작은 리브의 맨 등과 허벅지만 슬쩍슬쩍 만지며 가만히 그녀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리브는 흉터 가득한 그의 살갗을 쓸어내리며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촉촉하고 뜨거운 입술이 맞물렸다. 물기에 젖은 입술의 감각이 더욱 예민하게 살아났다. 리브는 벌어진 후작의 입술 사이로 조심스럽게 혀를 넣었다.

그간 휩쓸리듯 나눈 키스라도 경험은 되었던 모양이다. 남의 입 안을 과감하게 휘저을 수 있게 된 걸 보면.

“흐읍….”

타액이 문질러지며 추웁, 하는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뿌연 수증기 가운데라 그런지 소리에도 유독 습기가 가득했다. 두꺼운 혀를 빨아들인 리브가 혀끝으로 입천장을 살살 긁었다. 간지러움 때문인지, 후작이 목구멍에서부터 긁어내는 듯한 짧은 신음성을 뱉었다.

엉덩이 쪽에서 느껴지는 부피감이 더욱 커졌다. 일부러 그 위로 몸 전체를 누르듯 내려앉자 끌어안은 후작의 몸이 뻣뻣하게 긴장하는 게 리브에게 전해졌다. 리브의 옆구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리브는 그동안 후작이 했던 것처럼, 그의 혀를 빨고 입술을 깨물며 깊이 키스했다. 그러면서도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흉터 가득한 살갗을 손톱으로 긁듯 문지르자, 근육이 꿈틀거리며 반응했다. 근육은 팽팽하게 부풀어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이 몸이 뜨거운 건 단순히 그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 열기는 흥분의 증거다.

그리고 리브는 자신의 손길로 인해 그의 몸이 따뜻해지는 게 좋았다.

세상 모두가 함부로 손대지 못한다는 이 완벽한 조각상이 그녀로 인해 살아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서.

마치 신이 제 피조물에 숨을 불어넣듯 그렇게 이 남자를 어루만지게 되었다.

“하아….”

깊이 파고들던 입술을 뗀 리브가 사내의 목덜미로 입술을 옮겼다. 그 움직임에 출렁거리던 물이 욕조 바깥으로 다시 한번 넘쳤다.

후작이 고개를 뒤로 기대며 몸을 나른하게 늘어뜨렸다. 덕분에 굵은 목에 핏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핏대를 따라 입술을 미끄러뜨리자, 목울대가 울렁였다.

리브는 손을 내려 후작의 복부, 그리고 그 아래를 더듬었다. 탄탄한 복근 아래 바짝 성이 난 기둥을 움켜쥐었다. 엄지로 귀두의 갈라진 끝을 비비자, 후작의 입에서 아까보다 더 거친 침음이 흘러나왔다.

리브가 시선을 내렸다. 커다란 기둥을 최대한 손으로 쥐어서 표피를 위아래로 문지르자 복부가 크게 들썩이는 게 보였다. 동시에 후작이 리브의 몸에 남은 천 조각을 사납게 찢어발겼다. 축축한 옷감이 무겁게 말려서 욕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졌다.

리브의 다리를 벌려 제 앞에 앉힌 후작이 굵은 손가락을 음부로 밀어 넣었다. 물살을 가르며 거침없이 파고든 두 개의 손가락이 단숨에 깊은 안쪽까지 찔렀다.

“흐읏!”

후작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리브가 낮은 신음성을 토했다. 손가락은 순식간에 세 개까지 늘어나 익숙하다는 듯 내벽을 넓혔다.

“물, 물이….”

물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리브는 채 말을 맺지 못했다. 안쪽을 자극하던 손가락이 쑥 빠져나가더니, 커다란 성기가 그 자리를 단숨에 채웠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위로 치받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물속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허벅지 힘에 떠밀려 위로 들썩이려는 리브의 엉덩이를 단단히 움켜쥐고 고정한 후작은 자비 없이 성기를 처박았다. 뿌리까지 삼켜지도록 바짝 맞붙은 하체를 따라, 상체 역시 딱 달라붙었다.

사내의 몸에 매달린 리브가 숨을 헐떡이며 허리를 바르르 떨었다.

“아아….”

아랫배를 가득 채운 부피감에 그녀의 입에서는 저절로 앓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본의 아니게 사내의 귓가에서 소리를 뱉게 되었는데, 그 때문인지 그의 것이 더욱 커지며 내벽이 더욱더 빠듯하게 들어찼다. 뜨거운 꼬챙이가 몸을 관통한 것만 같았다.

찰박, 찰박!

후작이 엉덩이와 허벅지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출렁거리는 물살이 점점 더 거세지고, 아래에서는 뜨겁고 축축한 살결이 연신 엉덩이를 때렸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 힘에 몸이 자꾸 들썩거렸다.

“아, 아앗!”

속 깊은 속에서 단단한 살덩이가 은밀한 지점을 짓누를 때마다 교성을 참을 수 없었다. 문제는 이곳이 작은 소리마저 민망할 정도로 크게 울려 퍼지는 욕실이라는 점이었다.

어금니를 꾹 깨문 리브가 필사적으로 후작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귓불과 목덜미를 깨물며 어떻게든 목소리를 죽이려 노력했으나 소용없었다.

잘근잘근 깨무는 행위는 후작의 흥분만 부추겨서, 아래에서 치받는 움직임을 격렬해지게 만들었다. 덩달아 억누르던 신음성도 흐느낌과 뒤섞여 더욱 커졌다.

“흐윽!”

“…빌어먹을.”

앉은 자세로 허리를 움직이던 후작이 문득 짜증스러운 욕설을 뱉었다. 아무래도 양껏 움직이지 못하는 자세에 신경질이 난 듯했다. 리브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단단하게 받친 그가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촤아악.

맞닿은 몸에 고여 있던 물이 아래로 쏟아졌다. 다행히 욕실은 훈기로 가득 차서 물 밖이 춥지는 않았으나, 젖은 몸에 공기가 닿자 소름이 돋았다. 게다가 물기 때문에 매달린 자세가 불안정하기 그지없었다.

금방이라도 미끄러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리브의 팔에도 힘이 바짝 들어갔다.

아래가 연결된 채로 후작이 성큼성큼 자리를 옮겼다. 욕조 바깥에는 몸을 닦을 때 사용하기 위한 수건이 쌓여 있었는데, 리브가 눕기에도 넉넉했다.

수건 위로 리브를 눕힌 그가 반쯤 빠져나왔던 성기를 콱 찔러넣었다. 훨씬 편해진 자세라서 그런지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허리 짓이 이어졌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허벅지에 맨살이 철썩거리며 부딪쳤다.

“허억, 헉….”

리브가 연신 가쁜 숨을 뱉었다. 후작의 거대한 성기를 받아들이는 데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그녀의 오만한 착각이었나 보다. 추삽질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움직임을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머리가 울릴 정도로 거세게 흔들리는 가운데, 리브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앓는 소리만 냈다. 숨쉬기만도 버거웠다.

찌걱, 찌걱.

외설적인 소리가 욕실 가득 울려 퍼졌다. 하반신을 얼얼하게 때리는 힘에 속절없이 흔들린 지 얼마나 지났을까? 리브를 끌어안은 사내의 몸이 뻣뻣하게 경직되었다.

성기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여운을 만끽하려는 것처럼 두어 번 허리를 밀어 올린 후작이 고개를 수그려 얼굴을 묻었다. 간지러운 숨이 목덜미에 닿았다.

정갈하게 쌓여 있던 수건 더미는 두 사람의 격렬한 움직임에 떠밀려 흐트러진 지 오래였다. 덕분에 누운 자리가 평평하지 않아 영 불편했다.

어느 정도 숨을 고른 리브가 등에서 느껴지는 뻐근함을 어떻게든 해소해 보고자 몸을 뒤틀었다. 그러나 위에서 짓누르고 있는 거대한 몸뚱이 때문에 기껏해야 조금 바르작거리는 정도였다. 게다가 성기는 여전히 그녀의 배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고.

“후작님, 일단 씻고… 으응….”

리브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아래에서 뭉근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리브의 목에 코를 박고 있던 후작은 사정 후 한결 여유로워진 상태가 되어서 느릿느릿 손을 움직였다.

남자의 커다란 손아귀 아래에서 흰 가슴이 크림처럼 뭉개졌다. 아직 힘을 잃지 않고 빳빳하게 곤두선 유두가 그의 손가락 사이에 걸려 비틀렸다. 그는 두툼한 혀로 유두 끝을 쓸어 올리더니, 곧 강하게 빨아들였다.

“흐으, 후작….”

“후작 말고 다른 건 없나?”

“읏, 네?”

“한창 좋을 때 그런 호칭으로 불리니 흥이 식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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