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달리스크 (68)화 (68/138)

“친밀하지 않습니다.”

“그래? 선생에게 ‘굳이 시간을 내서 단둘이 차를 마시는 상대’가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빨갛게 불이 붙은 시가를 문 후작이 책장에 엉덩이를 걸쳤다. 긴 다리를 대강 구부리고 걸터앉은 자세는 흐트러져 있었으나, 목 끝까지 채운 단추 탓에 전혀 느슨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카밀과 저의 만남을 생각보다 더 상세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놀랍기도 한데, 달리 생각하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후작이 카밀을 주시하고 있었다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이니까.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던 건 맞지만, 생각하시는 친밀함은 아닙니다.”

리브의 대답에 반응한 건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한 로만이었다.

“만약 그자가 저 여성분을 이용하려는 거라면….”

그러나 로만은 말을 다 맺지 못했다.

“로만 경.”

“네!”

후작의 부름에 로만이 말을 하다 말고 재빨리 대답했다. 연기를 뱉은 후작이 시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심드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보고 끝났나?”

“네? 아닙니다, 아직….”

“나머지는 이따 듣지.”

“…네?”

늦은 박자로 부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로만의 되물음에 후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매끈한 미간에 깊은 골이 생겼다.

“그새 귀가 먹었나?”

낮고 차분하지만 어딘가 험악한 어투였다.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로만이 얼른 한 걸음 물러서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대기하겠습니다!”

후작의 성의 없는 손짓을 확인한 로만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얼른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거의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는 꼴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리브가 모호한 눈으로 후작을 보았다.

“급한 일이라 오신 거 아니셨나요?”

“맞아.”

“그런데 이렇게 미루시면….”

후작이 재떨이에 시가 끝을 툭, 털었다.

“괜히 데려왔나 싶기는 한데, 저질렀으니 별수 있나.”

“…….”

리브는 그가 말하는 ‘괜히 데려온 대상’이 자신이라는 걸 쉽게 알아들었다.

“차라리 한번 빼는 게 효율적일 것 같아. 그렇지 않나?”

리브가 무심코 입술을 벌렸다. 리브는 대답을 요구하듯 저를 빤히 응시하는 후작을 멍하게 보다가, 천천히 집무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정말 아주 잘 꾸며진 집무실이었다.

집무실.

그러니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마련된 방 말이다.

“여기서요?”

“책상은 넓어. 선생이 눕기에도 충분한 크기지.”

그녀는 이미 식당에서 일을 치른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남사스럽고 충격적인 경험은 한 번이면 족했다.

하다못해 휴게실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용 목적이 명확한 방에서까지 옷을 벗어 던지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지금 후작은 급하다는 보고를 미루기까지 했다.

장담컨대 여기서 리브가 그와 관계를 맺으면, 로만이라는 남자는 족히 세 시간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것이다. 겨우 한 번으로 끝날 리도 없거니와, 요즘은 전희와 후희의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까.

기다리는 동안 로만이 무슨 생각을 할지야 뻔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만도 온갖 눈빛을 받은 리브는 정말이지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보고가 안 끝나서 대기한다는데,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좋지 않을까요.”

리브가 애써 웃으며 후작을 설득했다. 말을 하면서도 사실 먹힐 거라고 믿지는 않았는데, 놀랍게도 후작의 눈빛이 바뀌었다.

“다른 방법이라.”

손가락 사이로 시가를 굴리며 잠시 뜸을 들이던 후작이 문득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파란 눈동자가 흥미롭게 빛났다.

“간편한 방법이 있긴 해.”

옷을 벗을 필요도 없고, 진득한 전희의 시간을 거칠 필요도 없는 방법.

후작의 말대로였다. 아주 간편하게, 그냥 입으로 해 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의 가랑이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물론 간편하다는 게, 수월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하아….”

혀로 몇 번 핥은 것만으로도 귀두 끝이 팽팽하게 부풀었다. 힘줄이 돋은 성기가 힘을 받아 꺼덕거릴 때마다 끄트머리가 젖어 들었다.

머리 위에서는 사내의 나지막한 침음성이 들렸다. 흥분을 억누르고 있는지, 꽤 묵직했다. 목구멍 안에서 그르렁 울리는 소리가 꼭 짐승의 것 같기도 했다.

성기를 두 손으로 감싸 쥐자 양감이 느껴졌다. 맥박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신기했다. 뜨거운 기둥을 쥔 채로 잠시 그것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리브의 모습에 후작이 헛숨을 내뱉었다.

후작이 리브의 뒤통수를 감싸 제 쪽으로 당겼다. 리브의 코끝으로 짙은 체향이 끼쳤다.

본격적으로 입에 넣으려니 조금 막막한 게 사실이었다.

후작의 성기는 굵고, 크고, 길었다. 이런 게 제 밑을 파고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어떻게 찢어지지 않았던 거지?

“벌려.”

뒤통수를 부드럽게 매만지던 후작이 깊게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리브는 그 목소리에 이끌려 홀린 듯 입술을 뗐다. 뜨거운 성기가 혓바닥을 꾹 누르며 파고들었다.

“입을 좀 더 크게 벌리고, 혀를 써 봐.”

상체를 앞으로 수그린 후작이 속살거리면서 리브의 뒤통수를 살짝 당겼다. 귀두에서 머뭇거리던 고개가 단숨에 전진해 성기를 머금었다.

“웁.”

“이 세우지 말고.”

생전 이런 걸 해 본 적이 없으니, 요령이라는 걸 알 턱이 없었다. 인상을 찡그린 리브가 최대한 입을 벌렸다.

제 딴에는 한껏 크게 벌렸다고 생각했는데, 성기는 입 안 둘레를 빈틈없이 메꿀 정도로 굵기만 했다. 당연하게도 숨을 쉴 틈 같은 건 없었다.

숨이 통하지 않아서 그런지 머릿속이 아찔해지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숨이 막혀서 감각이 더 극대화되었다. 건드리지도 않은 유두에 힘이 들어가 옷감에 쓸리는 게 느껴질 정도로.

“코로 숨 쉬어야지.”

리브의 구겨진 미간을 엄지로 살살 눌러서 펴 주던 후작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혼잣말을 뱉었다.

“얕아.”

입 안은 이미 가득 찼는데, 손으로 만져지는 기둥은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이마를 지나 눈가로, 그리고 뺨으로, 점차 아래로 후작의 손이 이동했다. 제 성기를 문 입 주변의 타액을 문지르던 후작이 턱 아래를 잡았다.

“반도 안 들어갔는데, 선생. 이래서야 호기롭게 나선 보람이 없잖나.”

“컥….”

다른 손이 리브의 뒤통수를 받쳤다. 더 들어올 곳이 없는 성기가 입 안도 모자라 목젖을 찔렀다. 더 들어올까 봐 덜컥 겁을 먹은 리브가 후작의 허벅지를 짚었다. 다행히도 그는 그쯤에서 포기한 듯했다.

언제까지고 전진할 줄 알았던 성기가 느리게 물러났다. 혀 위로 단단한 기둥이 묵직하게 쓸렸다.

혀를 통해 느끼는 감각은 고스란히 리브를 관통했다. 음부에 처박겠다고 예고하듯 통통한 질구를 문지르던 성기의 움직임이 저절로 연상되었다.

“그런데 선생.”

귀두만 남기고 빠져나갔던 기둥이 다시 입 안을 파고들었다. 천천히, 하지만 착실한 움직임이었다. 리브는 벌어진 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힘들었다. 턱이 얼얼한 와중 깊이 치고 들어오는 성기의 움직임에 자꾸 구역질이 났다.

이런 와중에도 머리 위에서는 후작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같은 마차를 타고, 함께 케이크점에 들르고, 집 근처까지 에스코트해 주겠다고 따라붙는데….”

어느 순간부터 리브는 그저 후작의 손에 제 고갯짓을 맡겼다. 직접 움직이기에는 요령도, 재주도 없는 까닭이었다.

“친밀하지 않아?”

“으읍!”

겨우 익숙해져 가고 있던 차에, 갑작스럽게 성기가 목구멍을 찔렀다. 리브의 눈가에 생리적인 눈물이 맺혔다.

“하아…. 그 새끼는 선생에게서 눈을 못 떼는 것 같던데.”

움직임이 거칠어졌다. 평온하게 느껴졌던 후작의 숨도 조금씩 가쁘게 변해 갔다.

“이런, 더 크게 벌려야지.”

한층 빠르게 거칠게 입 안을 헤집을 때마다, 기둥이 이에 긁혔다. 틀림없이 아플 텐데, 성기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후작의 허벅지를 움켜쥔 리브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고 보면 이전에도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종종 본 것 같아.”

성기가 빠져나갈 때 딸려 나간 타액이 턱 아래로 흘러내렸다. 거칠게 쓸리고 있는 입술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추삽질을 따라가지 못한 리브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걸 견디지 못하고 혀로 성기를 밀어냈다. 그것이 도리어 후작에게는 자극적으로 작용한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선생의 인기를 확인하게 될 줄이야.”

입 안을 꽉 채우던 큰 살덩이가 단숨에 빠져나갔다. 귀두 끝에서부터 이어진 타액이 입술까지 긴 줄을 그리며 늘어졌다.

눈물과 타액으로 엉망진창이 된 제 얼굴을 내려다보는 후작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나 리브는 당장 모자란 숨을 채우기만도 급급했다.

헐떡거리던 리브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후작을 올려다보았다.

“허억, 허억…. 그런 게… 흡!”

말을 뱉기 위해 벌린 입술 사이로 흉흉하게 곧추선 성기가 파고들었다. 리브가 반사적으로 그것을 피하려 했으나, 후작에게 턱을 잡혀 있는 터라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은근슬쩍 피하면 곤란하지. 이래서야 그냥 눕히고 처박는 게 더 빠르겠어.”

꺼덕거리던 성기가 입천장을 때렸다.

“그리고 그 친구는 하루빨리 정리하게. 남의 뒷조사나 하고 다니는 하이에나와 어울려서 무얼 배우려고.”

목구멍까지 푹푹 찌르는 성기에 정신없이 휘둘리는 와중에도 유난히 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리브는 그제야 후작이 이 집무실에 굳이 리브를 데려와 대화를 듣게 만든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카밀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 주고, 그와의 관계를 끊으라는 무언의 명령을 내린 것이다.

“매번 느끼는 건데 선생은, 영 사람 보는 눈이 없군.”

입 안의 성기가 더 커진 것 같다.

찢어진 것인지, 양쪽 입꼬리에서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소소한 통증 따위는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성기가 거칠게 목구멍을 찔러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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