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을 마치고도 성기는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절정에 다다랐음에도 물렁해지기는커녕, 여전한 경도로 내벽을 꽉 채우고 있었다. 후작의 얼굴을 응시하던 리브가 제 뱃가죽을 더듬었다. 끈적거리는 살결 아래가 단단했다.
그녀의 움직임을 눈치챈 후작이 눈을 가늘게 떴다. 식탁을 짚고 있던 손을 들어 리브의 턱과 입술을 매만지던 그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이 입에서 말테 공작 영애는 어쩌다 튀어나온 거지?”
탁한 음성에는 조금 전의 절정감이 남아 있었다.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와 빠져나가지 않은 성기, 그리고 붉은 기가 남아 있는 사내의 눈가. 모든 게 리브의 흥분을 부추기는 요인이었다. 그래서 의식하지 않아도 자꾸 내벽에 힘이 들어갔다.
그럴 때마다, 성기는 조금씩 더 단단해져 갔다. 착각이 아니었다.
“대답.”
후작이 엄지를 그녀의 입술 사이로 밀어 넣으며 나지막하게 답을 종용했다. 혀끝에 닿는 살갗에 살짝 어깨를 움츠린 리브가 얼른 목소리를 냈다.
“미, 밀리언이 했던 말을 무심코… 으응.”
리브는 말을 잇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부피감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성기가 느리게 물러났기 때문이다.
그대로 완전히 빠져나가는가 싶던 성기는 귀두 끝을 살짝 걸쳤다가, 단숨에 다시 뿌리 끝까지 밀고 들어왔다.
퍽!
“흡!”
“학생의 검증되지 않은 말을 너무 쉽게 믿는 거 아닌가?”
냉소적인 음성과 달리 후작의 하반신은 너무도 뜨겁게 파고들었다.
“미, 믿은 게 아니라!”
“그도 모자라 사람 뒷조사를 하는 인간과 어울리기까지. 친구를 단속해 줘야 할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아니, 그건… 아앗! 앗!”
마치 혼을 내듯, 성기가 내벽을 꽝꽝 때렸다. 식을 새도 없이 달아오르는 땀이 이마를 지나 눈가로 흘러내렸다.
따가운 느낌에 살짝 눈살을 찡그린 리브가 울음 같은 신음을 흘렸다. 후작이 그런 그녀의 눈가를 가볍게 쓸어 내 땀을 닦아 주었다.
진득한 손길만큼이나 추삽질도 무겁고 느릿했다.
“그런데 선생, 주는 대로 받겠다는 것치고 관심이 꽤 적극적으로 바뀐 모양이야.”
늘어진 리브의 허리 뒤로 단단한 팔뚝이 파고들었다. 허리를 감고 등을 받친 후작이 리브의 상체를 단숨에 끌어 올렸다.
축 늘어져 있던 그녀의 몸이 번쩍 들리며, 리브가 식탁에 엉덩이를 걸친 자세로 후작에게 안겼다. 물론 여전히 성기에 꿰뚫린 채였다.
“…이것저것 주워듣고 오는 게 늘어난 걸 보면.”
우습다는 듯 중얼거린 후작이 리브의 엉덩이를 잡았다. 기운 없이 그에게 몸을 맡기고 있던 리브가 화들짝 놀라서 눈앞의 목에 매달렸다. 그러자 후작이 기다렸다는 듯 그녀를 들어 올렸다. 몸이 붕 뜨자 리브가 허겁지겁 두 팔에 힘을 주었다.
“으응!”
불안정한 자세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자연히 아랫배를 조이게 되자, 성기의 존재감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삽입이었다.
“잠, 잠깐, 떨어질지도 몰라요!”
“잡은 걸 놓아주는 일은 없어.”
필사적으로 저에게 매달리는 리브가 우스웠는지, 후작이 제법 친절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마도 질렸기 때문이겠지.”
리브의 등줄기로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미끄러울 게 분명한 리브의 몸을 단단하게 틀어잡은 후작이 긴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그런데 내 좆질은 이제 겨우 두 번째잖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엉겨 붙은 리브의 목덜미로 후작의 숨이 닿았다.
“질리기에는 아쉬운 시간이거든.”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허리 짓이 느리게 시작되었다. 리브의 머릿속도 아득하게 점멸되었다.
***
두 번째라고 해서 무언가 나아진 건 없었다.
오히려 첫 섹스 때보다 더한 격통과 뻐근함에 온몸이 삐걱거렸다. 역시 식탁에서 일을 치른 게 문제였던 것 같았다. 게다가 불안정하게 매달린 자세로도….
섹스라면 그저 침대에 누워서 하는 관계나 막연하게 상상했던 리브로서는 그야말로 까무러칠 만큼 충격적인 시간이었다. 자세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감각 또한 그녀를 기겁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나중에는 한쪽 다리를 잡힌 채 한 다리로 아슬아슬하게 서서 그를 받아들여야 했다. 키 차이 때문에 발꿈치를 한껏 들고 버티느라 어찌나 몸이 후들거렸는지 모른다.
종아리며 허벅지며 얼얼하기 그지없어서, 리브는 집안일을 하다가도 틈틈이 앉아 제 몸을 주물렀다. 시간이 지나면 어련히 나아질 근육통이기는 했으나, 언젠가 후작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도는 까닭이었다.
“다음에도 회복할 시간을 이렇게 넉넉하게 줄 수 있을지 모르겠거든.”
그는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물론 지나가듯 한 소리이니 벌써 잊었을 수도 있고, 욕구를 실컷… 해소한 것 같으니 당분간 부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니까.’
그냥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리브의 예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아서, 이틀 뒤 그녀는 자신을 데리러 온 마차를 마주해야 했다. 근육통이 다 가시지 않은 몸으로 다시 후작을 받아 내느라 두 번째 섹스 때보다 후폭풍이 더 심하기도 했다.
문제는 사흘 뒤 또 마차가 왔다는 점이었다. 그 이후 추가 근무의 주기는 퍽 잦아졌다.
후작은 참지 않았다. 그는 바랄 때 손을 뻗었고, 스스럼없이 고개를 묻었다. 리브도 그를 거절하지 않았기에, 추가 근무의 내용이 변질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루쯤은 관계를 맺지 않는 날도 있으리라 생각했던 리브는 겨우 몇 주 만에 저택으로 불려 갈 때마다 후작과의 잠자리를 자연스럽게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체력적으로는 너무 힘든 나날이었다.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로이데스 양.”
축축 늘어지는 몸을 기계적으로 움직이던 리브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저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필립과 눈이 마주치자, 리브는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그가 제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오늘도 그녀는 베리워스 저택에 와 있었다.
다만 오늘은 추가 근무가 아니라, 코리다의 진료 때문에 방문한 참이었다. 코리다의 치료는 무척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그에 맞춰 약을 새롭게 바꾸었다. 티에리는 코리다가 그동안 체력 관리를 잘 해 온 덕분에 치료에서도 빠른 진전을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티에리의 칭찬에 기운을 얻은 것인지, 코리다는 제법 의욕적으로 회복에 전념했다. 오늘도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은 뒤 아돌프와 서재로 향했고 말이다. 미리 약속해 둔 것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오늘은 무려 세 시간은 족히 서재에 있을 예정이라고 미리 엄포를 놓기도 했다.
아돌프에게 들어 보니, 괜찮은 독서 친구를 소개해 주기로 했다는 모양이었다. 리브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하여 리브는 오늘도 덩그러니 코리다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리고 마치 그녀의 처지를 안다는 듯, 후작이 필립을 통해 그녀를 호출했다.
“아직 거트루드 박사가 저택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진찰을 받아 보시겠습니까?”
“아니요, 괜찮아요.”
리브가 얼굴을 붉히며 얼른 손사래를 쳤다.
“억지로 주인님의 부름에 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몸이 안 좋으시다고 전해 드리겠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그냥… 잠을 충분하게 자지 못했나 봐요.”
차마 댁의 주인과 뒹구느라 체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저런, 그렇군요.”
“정말 괜찮아요. 큰 문제는 아니니까.”
극구 진찰을 사양하는 리브의 모습에 필립도 더는 권유를 해 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짐짓 밝은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
“사냥터 근방이 말을 타고 돌기에 좋습니다. 마침 꽃이 예쁘게 펴서 눈요기에도 좋고요.”
“그렇군요.”
승마라고 하니, 자연스레 한번 따라갔던 사냥터가 떠올랐다.
오늘도 사냥을 나가려는 걸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말에 오르는 건 좀 불안했다. 허리도 아프고, 허벅지도 아프고, 무엇보다 사타구니 쪽이 불편했다.
그러지 않아도 승마 실력이 모자라는데 이런 몸으로 말에 올랐다가는 도리어 떨어지기나 하겠지. 리브는 눈치를 봐서 제 사정을 후작에게 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녀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필립이 먼저 넌지시 리브의 몸이 안 좋다고 후작에게 귀띔해 준 덕분이었다. 두루뭉술한 말이었으나 후작은 곧장 승마 준비를 철회하라고 명령했다. 그런 뒤 유리 온실이나 둘러보자며 먼저 걸음을 옮겼다.
“승마를 하지 않으셔도 괜찮으신가요?”
앞서 걷는 후작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던 리브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 물음에 후작이 반쯤 고개를 돌려 리브에게 시선을 던졌다.
“몸이 안 좋다며.”
“안 좋다기보다는….”
우물거리며 말끝을 흐리던 리브가 슬쩍 시선을 내리깔았다.
“사냥을 나가시려던 건가요?”
“선생의 형편없는 체력을 조금이나마 길러 주려던 참이네. 사냥이 아니어도 저택 주변에는 말을 타고 거닐 만한 곳이 많거든.”
후작은 리브의 몸이 안 좋은 연유를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제 잘못도 아닌데 괜스레 민망한 마음이 들어, 리브가 헛기침을 했다. 그런 리브의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후작이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사냥을 하러 가는 게 대부분이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