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달리스크 (53)화 (53/138)

“야해.”

거친 키스로 인해 살짝 부어오른 붉은 입술이 보였다. 저 입술에 묻은 게 제 침인지, 그녀의 침인지, 아니면 그녀의 애액인지 구별되지 않았다. 아마도 전부겠지.

그게 이렇게 야하게 느껴질 일인가.

“야해, 선생.”

만족스러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헐떡이던 리브가 그런 디무스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눈가와 뺨이 붉게 물들고, 눈동자에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은 까닭일까? 그녀는 마법에 홀린 사람처럼 멍해 보였다.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디무스를 응시하던 리브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당신이야말로….”

끝맺음조차 불분명했으나, 의미를 알아듣기에는 충분했다. 디무스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제 바지 앞섶을 풀었다. 리브의 시선 역시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도 혼몽하던 리브의 눈이 돌연 크게 뜨였다. 놀란 눈으로 굳어 있던 리브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잠깐, 그건, 너무…!”

“하아….”

앞섶을 열기 무섭게 튕기듯 튀어나온 성기가 음부를 때렸다. 굳이 더 만질 필요도 없이 한껏 발기한 그것은 자못 흉흉했다. 기둥을 잡고 귀두 끝으로 질구를 느리게 문지르자, 리브가 허리를 파드득 떨었다.

“못, 못 넣어요!”

경악 어린 리브의 외침에도 디무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버둥거리는 허리를 잡아 단단히 고정한 그가 힐끗, 눈만 굴려 리브와 시선을 마주쳤다.

“넣을 수 있어.”

꾹 다물려 있는 질구를 팽팽하게 부푼 귀두가 천천히 비집고 들어갔다. 여전히 디무스와 리브는 시선을 마주친 상태였다.

“이건 그러라고 있는 구멍이거든.”

콱!

거대한 기둥이 불시에 처박혔다. 조금의 자비심도 없이 단숨에 찔러 들어온 거대한 부피감에 리브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뻐끔거리는 입술은 마른침만 삼키다가 다물렸다. 잦아드는가 싶던 눈물이 다시금 퐁퐁 흘렀다.

작살에 꿰인 물고기가 되어 겨우 숨만 몰아쉬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디무스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녀만큼이나 그 역시, 순간적으로 어마어마한 자극을 받은 탓이었다.

뜨겁고 좁은 속살을 억지로 열고 들어간 까닭에 아래가 잔뜩 조였다. 빠듯하게 좆을 물어 오는 힘이 아프면서도 심하게 자극적이었다.

“후우….”

숨과 함께 흥분감을 토해 낸 디무스가 상체를 수그렸다. 무어라 말도 못 하고 벙긋거리는 입술에 키스하자, 리브가 필사적으로 목에 팔을 감아 왔다. 그녀가 매달리는 것을 순순히 받아 주며 깊이 키스하던 디무스가 그녀의 귓가로 입술을 미끄러뜨렸다.

“힘 빼지 않으면 내 좆이 끊어질 것 같은데, 선생.”

“그, 그게 마음대로 안… 으읏!”

어느 정도 이성을 되찾은 디무스가 엉덩이를 뒤로 스윽 뺐다가 다시 콱, 처박았다. 나름대로 젖어 있던 내부는 긴장 때문인지 뻑뻑하고, 좁기만 했다. 이를 악문 그가 리브의 아랫배를 뭉근하게 문질렀다.

이 작은 배 속에 제 좆이 전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자 고양감이 정수리까지 치솟았다.

한번 자면 나아지겠느냐고?

그는 언젠가 제가 했던 생각이 얼마나 태평하고 한가로운 것인지 깨달았다.

이 짓을 겨우 한 번만?

“기분이 어떤가, 선생?”

“흑….”

“아프기만 한 건 아닐 텐데.”

아랫배가 경련하는 게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우습게도 납작하던 뱃살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느낌이 들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쑤셔 박으면 정말 튀어나올지도 모르지.

“잠시, 잠시만 가만히….”

리브는 헐떡이며 애원했다. 아래를 가득 채운 부피감에 숨 쉬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 긴장 탓에 유독 몸이 더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이대로 모른 척 그녀를 밀어붙일까 고민하던 디무스는, 관대한 마음으로 그녀의 옆구리를 문질렀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진득하게 문지르자, 살결 위로 땀이 번졌다.

“선생.”

“읏.”

“어떤 느낌인지 설명해.”

옆구리를 매만지던 손을 조금씩 뒤로 미끄러뜨렸다. 손바닥 안을 가득 채우는 엉덩잇살을 꽉 움켜쥔 디무스가 낮은 음성으로 빠르게 말했다.

“물러나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리해 줄 테니, 나를 설득해 봐.”

그 말에 리브가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푹 젖은 속눈썹을 깜빡이던 그녀가 힘겹게 숨을 골랐다.

지척에서 내뱉는 그 뜨거운 숨결이 디무스를 더 흥분하게 만든다는 건 조금도 알지 못하는, 순진한 꼴이었다.

“아랫배가, 꽉 차서 숨쉬기가….”

“좁으니 움직여서 넓혀야지.”

“히, 힘이 너무 세셔서 찢어질지도 몰라요.”

“사람 몸은 그리 쉽게 찢어지지 않아. 생각보다 질기거든.”

디무스가 리브의 손을 잡아 그녀의 아랫배에 올렸다. 일부러 아랫배를 덮게 한 뒤 꾹 누르자, 리브의 숨이 다시금 가빠졌다. 헐떡거리던 리브가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후작님도 아프다고 하셨으니까, 좀 더 여유를 두는 게.”

“끊어질 것 같지만 아프진 않은데.”

꾸역꾸역 말을 뱉던 리브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디무스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말을 하든 디무스가 물러나지 않으리라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디무스는 그런 그녀를 향해 눈매를 접어 웃어 주었다. 그 미소에 리브가 순간적으로 긴장을 풀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찰나를 놓치지 않고, 디무스가 허리를 움직였다. 뒤로 물러나면서 쭉 빠져나갔던 흉흉한 성기가 말릴 사이도 없이 내부를 쿵, 치고 들어갔다. 질벽이 그의 성기를 뜨겁게 휘감고 경련했다.

반사적으로 디무스의 목을 끌어안고 있던 리브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연이어 거센 허리 짓이 이어지고, 짓눌린 리브의 몸이 위로 조금씩 밀려났다.

“흐읏, 응!”

디무스는 밀려나는 리브의 어깨를 잡고 허리를 단단히 고정한 채로 몸을 움직였다. 위로 떠밀리며 은근슬쩍 디무스를 밀어내던 리브는 속절없이 그를 받아 내야 했다.

낯부끄러운 마음에 입술만 깨물던 그녀는 마침내 울음 같은 신음을 참지 못했다. 날카로운 교성에는 온갖 감정이 뒤섞였다.

전쟁터에서 울려 퍼지던 비명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아읏, 천천히, 후작님, 제발!”

짧게 끊어지는 목소리에 애원이 가득했다. 그러나 디무스는 대꾸 없이 허리를 움직이는 데에 집중했다. 어느새 백금발을 흠뻑 적시며 맺혀 있던 땀방울이 발갛게 달아오른 여체 위로 툭, 떨어졌다.

부질없이 디무스의 옷깃을 잡아당기던 리브의 허리가 어느 순간 경련했다. 기어이 성기의 뿌리까지 짓이기듯 욱여넣은 순간이었다. 디무스는 본능적으로 그 반응을 쫓아 추삽질을 했다.

디무스가 깊은 곳까지 성기를 짓누를 때마다 그녀는 전기에 감전된 사람처럼 펄떡거리며 다리를 떨었다. 이젠 디무스가 잡아 올리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두 다리로 디무스의 허리를 감았다.

뻑뻑하다고 느껴지던 질벽이 더욱 매끄러워졌다.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흥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애액이 나오자 성기를 움직이기 수월해졌다. 찌걱대는 소리와 살갗 부딪치는 소리가 숨소리와 뒤섞였다.

“하악!”

짧은 비명과 함께 리브가 입을 크게 벌렸다. 치켜든 고개를 따라 곧게 뻗은 목선에 땀방울이 흘렀다. 흥분으로 인해 빨갛게 물든 목선을, 디무스가 콱 깨물었다. 맥박이 빠르게 뛰는 게 입술로 느껴졌다.

“애초에 내 좆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아.”

이처럼 꼭 맞고, 기분 좋은 공간이라니.

당장이라도 숨통을 끊을 것처럼 잘근잘근 목덜미를 물고 있는데, 리브가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 그런 말은.”

“너무 적나라하다고?”

디무스는 목덜미에 입술을 댄 채 웃음을 흘렸다. 그는 리브가 얼마나 거대한 흥분에 휩싸이든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은 채 흉포한 움직임을 이어 갔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귓가에 뱉는 목소리는 명료하고 이성적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뜨거운 숨에 흥분감이 묻어나기는 했으나, 디무스는 확실히 이성적이었다. 이성적으로 자신이 느끼는 욕정을 마주했다.

“사실인데.”

그리하여 이성적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이 생각보다 더 커다란 성욕을 이 여자에게 느낀다는 사실을.

언젠가 그의 아버지는 말했다. ‘신께서 너를 내게 내려 주셨음이 틀림없다.’라고.

디무스는 살면서 그처럼 비웃은 말이 없었다. 성직자이니 모든 상황을 그리 속 편한 방향으로 받아들인다고 여기고 넘어갔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지금 그는 제 아비가 어째서 그런 허황한 소리를 했는지 이해했다. 이토록 적합한 순간에, 적합한 자리에 앉힐 사람을 만나게 되니 알 수밖에 없었다.

“아아, 후작님, 이상한 느낌, 아앗!”

지금 이 순간 이 여자에게는 자신이 전부였다. 자신이 이 여자의 신이고, 이 여자가 기댈 유일한 존재였다.

“좆을 처박으라고 만든 구멍에 좆을 처박아 주었으니, 기분 좋은 게 당연하지.”

“하아, 하아….”

“그러니 지금 이 느낌을 잘 기억하게. 즐겨도 좋고. 쾌감은 수치스러운 게 아니거든.”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리브가 디무스의 뺨에 제 입술을 비볐다. 디무스는 마치 어리고 순진한 이에게 가르침을 내리듯, 관대하게 속삭였다.

“몰랐다면 이제 배우면 돼.”

피가 몰려 붉게 부푼 성기 끝으로 사정감이 치솟았다. 디무스는 리브의 어깨를 세게 물며 몸을 완전히 겹쳤다.

신탁을 받는다면 바로 이런 기분이 아닐까. 머릿속으로 새하얀 벼락이 내려치는 기분이었다. 그는 어느 때보다 확고한 확신에 사로잡혔다.

신께서 이 여자를 내게 내려 주셨음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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