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달리스크 (52)화 (52/138)

“후작님?”

겨우 몇 걸음만으로 단숨에 리브의 앞까지 도달한 그가 허리를 굽혔다.

반쯤 스타킹이 벗겨진 리브의 다리에 그의 손이 닿았다. 허벅지 뒤쪽을 받친 상태로 천천히 살결을 훑으며 내려가던 손이 오금을 쥐었다.

“…다 나았군.”

아마도 이쯤이었던 것 같다. 시퍼런 멍과 피딱지로 얼룩졌던 부분이.

심한 상처는 아니었던지, 흉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움푹 팬 오금에 손가락을 꾹 누르자, 리브가 헛숨을 삼키며 몸을 움츠렸다. 가까이에서 보이는 투명한 솜털이 오스스 일어나는 게 보였다.

차마 대놓고 뿌리치진 못하면서도 바르작거리는 움직임을 보니, 놓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듯했다. 그러나 디무스는 오히려 더 단단하게 다리를 잡아 눌렀다.

“내가 선생에게 발정한다는 걸 알고 있지?”

움찔거리던 몸이 우뚝 굳었다. 디무스가 힐끗 고개를 들어 리브를 보았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길고 가지런한 속눈썹이 유독 도드라지게 잘 보였다. 속눈썹을 팔랑거리며 침묵하던 리브가 천천히 입술을 달싹였다.

“…네.”

“알면서 부추기는 건가?”

“네.”

이번 대답은 조금 더 빠르게 나왔다.

“부추기는 겁니다.”

디무스는 문득 퍽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그간 그의 앞에서 천박하게 교태를 부리던 이들이 어떤 식으로 망신을 당했는지 전혀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제법 결연한 저 눈빛이.

그리고 그간 보아 온 어떤 유혹보다도 서툴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행동에 선뜻 발정하는 제 몸뚱이가.

오금을 놓은 디무스가 몸을 일으켰다. 리브에게 조금 더 다가서자, 둥근 가슴이 디무스의 흉골 아래쪽에 꾹 눌렸다. 생각보다 더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내가 넘어가 주지 않으면?”

그 물음에 리브가 잠깐 침묵했다. 그러나 이내 미미한 반발심을 섞어 대꾸했다.

“그걸 저에게 물으시면 어떡하나요? 후작님의 선택인데.”

디무스는 치미는 웃음을 애써 참지 않았다.

“선생은 참 똑똑해서 마음에 들어.”

리브의 목덜미를 감싸는 손의 움직임은 부드러웠으나, 그의 인내는 딱 거기까지였다.

옷을 전부 갖춰 입은 디무스와 딜리, 리브는 나신이었다. 그래서 살갗의 변화가 더욱 눈에 잘 들어왔다.

그녀는 디무스 역시 옷을 벗길 바라는 눈치였으나, 디무스가 키스를 하며 그녀를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리자 금방 당황했다. 디무스의 옷차림을 생각할 정신은 없어 보였고, 제 몸에 오르는 열감을 추스르는 것도 버거워 보였다. 장갑을 낀 손으로 문지르자, 흰 살결이 쉽게 붉어졌다.

노골적이기까지 한 그 흔적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디무스가 눈매를 가늘게 접었다.

“아픈가?”

“…괜찮습니다.”

긴장해서 그런지, 대답하는 리브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디무스는 더 묻지 않고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긴 손가락으로 톡 튀어나온 유두를 잡아 비틀자 아래에 깔린 리브의 몸이 바짝 움츠러드는 게 느껴졌다. 단단하게 솟은 꼭지를 포도알 굴리듯 문지를수록 들썩거리는 움직임이 커졌다.

저걸 물면 무슨 맛이 날까?

솔직히 디무스는, 어느 순간부터 성행위를 추잡스럽다고 생각해 왔다.

남에게 흉터 가득한 제 몸을 보여 주는 게 싫은 건 당연할뿐더러, 상대방이 헐떡거리며 내뿜는 체액이나 숨도 더럽게 느껴졌다. 하물며 벌겋게 흥분하며 달려들기라도 하면, 마음이 동하기는커녕 주먹으로 얼굴을 후려갈기고 싶었다.

물론 그라고 아예 성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굳이 그걸 여성과 풀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건 그저, 짧은 시간 내에 적당히 처리하고 끝낼 수 있는 자위행위만으로 해결되었다.

본격적으로 전쟁에 출전하고부터는 섹스보다 살인이 더 자극적이었다.

섹스에 대한 지식이 있고, 들은 게 있는 것도 모자라 한때 난교 파티에 끌려가 흉한 나체들이 엉켜 있는 꼴도 이따금 보았다. 그뿐인가? 전쟁터에서 볼 수 있는 꼴은 상상 이상으로 더 추악한 법이었다.

그 다양한 경험들로 그는 차곡차곡 혐오감을 쌓아 나갔다.

남의 몸에 이렇게까지 흥미를 가지는 건 이례적이었다. 옛날부터 그를 보아 온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놀랄 정도로, 그는 이 순간 눈앞의 여자에게 발정하고 있었다.

‘뭐가 그리 특별해서?’

어울리지도 않는 스트립쇼를 하며 적극적으로 굴었던 게 무색할 만큼 뻣뻣한 목각 인형이 되어 누워 있는 이 여자가 도대체 뭐가 그리도 특별해서?

“…호기심인가?”

“네?”

디무스의 혼잣말에 리브가 파르르 떨며 물었다. 그러나 그는 대답해 주는 대신 가슴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리브가 헛숨을 삼키며 눈을 질끈 감았다.

누가 보아도 이 모든 게 낯선 것이 분명한 여자였다. 아마도 그녀는 남에게 이런 식으로 제 몸을 맡겨 본 적이 없으리라.

이렇게 순종적으로,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비틀어 본 게 처음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기묘한 만족감이 치밀었다. 리브의 나신을 몇 번이나 보았을 화가도 이렇게나 흐트러진 꼴은 모르겠지. 누구의 앞에서도 이 여자의 경계심은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헉!”

리브가 어깨를 부르르 떨며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디무스가 막 그녀의 가슴에 입술을 댄 순간이었다.

고개를 수그리자 체향이 물씬 풍겨 왔다. 냄새는 낯설었으나 어딘가 중독성 있어서, 계속 이렇게 코를 박고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감상이 들었다. 입을 열어 젖꼭지를 혀로 굴리는 순간 다시금 리브의 억눌린 신음이 튀어나왔다.

키스할 때처럼 젖꼭지를 물고 빨자, 끙끙거리던 리브가 디무스의 어깨를 꽉 잡았다. 무의식적으로 그를 밀치려는 듯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당연하게도 디무스의 몸은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오히려 리브의 몸이 침대 깊숙이 파묻혀 갔다.

디무스가 둔부를 움켜쥔 손을 내려 리브의 허벅지를 잡아 단숨에 위로 밀어 올렸다. 어쩔 줄 몰라 앓는 소리만 내던 리브가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

“자, 잠….”

그녀가 무언가 말을 뱉으려 했으나, 디무스는 상체를 일으키며 그녀의 두 다리를 거침없이 밀어 올려 가랑이 사이로 자리를 잡았다. 훤히 드러난 음부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대개 여길 빨아 주면 그렇게나 자지러진다지.

엄지로 음핵이 있는 곳을 꾹 누르자, 들어 올려진 다리가 파들파들 떨리며 경련했다. 아랫배가 눈에 띄게 들썩이고 있었다.

“익숙한 모양이지?”

“아, 아니….”

“그런 것치고 반응이 빠른데.”

냉소적으로 웃자 리브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디무스를 바라보았다. 녹색 눈동자에 묻어나는 옅은 원망을 확인하자, 디무스는 좀 더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부러 모욕을 주고 싶을 정도로.

“처음 보는 사내 앞에서 스스럼없이 옷을 벗던 여자이니, 당연한가?”

“저는 그런… 흐윽!”

벌겋게 물든 얼굴로 반박하려던 리브가 울음 같은 신음성을 뱉었다. 디무스가 음핵을 강하게 문지른 탓이었다. 자비 없는 손길에 벌어져 있던 두 다리가 자꾸만 가운데로 오므라들었다.

굳이 입으로 빨아 주고 싶진 않지만, 이곳을 자극할수록 벌벌 떨리는 반응이 꽤 흡족했다.

“흐으, 거긴 그만…!”

“나를 즐겁게 해 보라고 했더니, 혼자만 즐거워하는군.”

기어이 리브의 눈꼬리에 반짝이는 눈물이 맺혔다. 뻐끔거리는 입술이 뜨거운 숨과 미약한 신음을 흘렸고, 둘 곳을 찾지 못한 손이 애꿎은 디무스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다소 배려 없고, 어쩌면 무신경할 손길이었다. 그럼에도 리브는 착실하게 반응했고, 그녀의 음부가 점점 더 젖어 갔다.

“괘씸하게도.”

심술궂게 중얼거린 디무스가 제 허리를 바짝 가져다 붙였다. 바지 안의 성기는 이미 팽팽하게 부푼 상태라, 겉으로도 눈에 띄게 표가 날 정도였다. 툭 튀어나온 성기 부분을 음부에 꾹 누르며 문지르자, 애액이 바지에 묻어났다.

묵직하게 하반신을 짓누르는 존재감을 리브 역시 깨달은 듯했다.

핀셋에 꽂힌 나비처럼 부르르 떨기 바쁘던 리브가 힘겹게 눈을 깜빡였다. 눈물에 흠뻑 젖은 눈꺼풀이 유난히 무겁게 움직였다.

“절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느리게 말문을 연 리브가 한숨처럼 말을 이었다.

“충분히 즐거워 보이시는데요.”

숫처녀라 이 모든 행위를 따라오기만도 급급해 보이더니, 앙큼한 말을 할 줄도 안다.

디무스가 손을 뻗어 리브의 턱을 움켜쥐었다. 그러다 문득, 제 장갑이 꽤 축축해졌음을 깨닫고 그것이 퍽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잡아 뜯듯 장갑을 벗어 침대 밖으로 던진 디무스가 리브의 턱을 움켜쥐고 입술을 벌렸다. 저항 없이 열린 입 안으로 혀를 집어넣자, 갈 곳을 잃은 신음성이 그의 목구멍으로 들어왔다. 혀를 빨고, 입술을 집어삼키는 거친 키스였다.

“흡!”

입술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축축하게 젖은 질 입구로 미끄러지듯 내려간 중지가 불시에 여린 살을 파고들었다.

주름진 내벽이 낯선 침입자에 놀라 바짝 조여들었다. 손가락 세 마디가 들어가도록 깊숙이 넣었다가 빼자, 중지가 질척하게 젖었다.

“흐읏, 흣!”

손가락은 두 개로, 세 개로 늘어났다. 거침없이 아래를 쑤시는 움직임에 맞댄 입술 너머로는 이제 흐느낌에 가까운 신음만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전부 먹어 치울 것처럼 깊이 키스한 디무스가 뜨거운 숨을 뱉으며 입술을 뗐다.

“겨우 이런 걸 괴롭힌다고 표현하면 곤란한데.”

바지가 터질 것 같았다. 성기로 피가 몰려서, 당장 어디에든 처박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타액으로 번들번들해진 제 입술을 혀로 훑은 디무스가 조금 전까지 리브의 내벽을 쑤셨던 손을 가져와 리브의 아랫입술을 더듬었다. 키스 후 벌어져 있던 입술에 애액을 문지르자, 리브가 입술을 달싹였다. 뜨거운 숨과 함께 붉은 혀끝이 살짝살짝 모습을 보였다.

과거에 디무스는 분명, 이 모든 짓을 추잡하다고 생각했다.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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