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95화 (595/599)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자 브리슬콘 지금이다. 카라스 의원은 지금 각종 저주술법에 걸려서 약해진 상태니까 숨겨둔 기술같은게 있다면 지금 바로 써버리라고!"

"확실히 천하의 카라스 의원도 많이 지친 상태인것 같긴 하군요. 그런데 아크리퍼 당신은 왜 그렇게 말을 느리게 하는건가요?"

"내가아아아아아 마아아알을 느으으으리게 하아아안다니 그으으으게 무우으으슨 소오오리야아아?"

나는 뒤늦게 브리슬콘이 지적한대로 내 말하는 속도뿐만 아니라 행동 일거수 일투족 또한 눈에 띄게 느려졌다는걸 깨닫고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 두손에서는 정체불명의 기포가 떠올랐다가 가라앉길 반복하고 있었고 한술 더떠서 점차 눈이 침침해지더니 종국에는 바로 앞에 있는 내 두 손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조차 볼 수 없어졌다.

도대체 뭐야 이건? 설마 카라스 의원에게 상대의 기술을 반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건가? 아니, 아니야. 만약 그랬다면 아케인 포스원과 싸울때 굳이 그 능력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지. 역시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로 좁혀진다. 지금 이 현상은 다름 아닌 사흉신교의 교주이자 사흉수중 한명이였던 혼돈자령이 경고했었던 혼돈술법의 부작용이다.

설마하니 상대에게 사용한 저주가 그대로 술법 시전자에게 전염될줄은 몰랐지만 혼돈술법 특유의 범용성과 편의성을 생각하면 아예 감당못할 리스크는 아니였다. 진짜 문제는 이제 막 눈치챈거지만 체내의 인공마력기관이 조금씩 오염되고 있다는 점이였다. 드래곤 하트를 통채로 가공해 만들어 정순하면서도 농도가 짙은 마력을 보유한 나의 인공마력기관조차 이럴진데 보통의 술법사였다면 진즉에 마력기관이 폭주해 죽고 말았으리라.

아무튼 혼돈술법이 함부로 남용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님을 피부로 체감한 나는 곧바로 요슈아를 호출했다.

'요슈아, 지금부터는 네가 내 눈이 되어주어야 겠다. 지금 전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엣헴, 엣헴! 그러니까 지금 전황으로 말씀드릴것 같으면 브리슬콘이라는 여자가 세계수에 거대한 꽃을 피운채로 막대한 태양에너지를 모으고 있는데... 어라라? 이쪽 라인에 있다가 자칫 잘못하면 저희들까지 태양광선포에 휘말리겠는데요. 빨리 자리를 피하세요, 주인님!'

'이런 씨바아알! 목숨걸고 도와주고 있는데 이 정신나간 나무년이 피아구분도 못하나!!'

욕지거리를 내뱉는 것도 잠시 눈은 보이지 않아도 피부를 벌겋게 데우는 열기는 느껴졌기에 나는 급히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마샬아츠 더 비타까지 활용해 진각을 밟아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배쪽에서 인두로 지진듯한 격통이 밀려왔다. 아니 시발 태양광선포 범위가 얼마나 넓길래 여기까지 덮쳐온거야.

'그, 그런게 아닙니다. 태양광선포는 분명 정확하게 카라스 의원을 노리고 유도로 쫓아갔는데 갑자기 카라스 의원이 주인님 뒤로 순간이동하는 바람에 주인님이 정통으로 얻어맞은겁니다!'

"뭐라고!? 아니 카라스 이 씨방새가 진짜 뒤질려고!!"

"크하하하하하하!! 아크리퍼 그대가 늘상 하는 기만질 아니였던가? 자기가 할때는 그리 재밌어하더니 당할때의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는 이제 알았나 보군. 이 몸을 귀찮게 하던 그 시덥잖은 기술의 이름이 절대고기감옥 어쩌구 였으니 지금건 절대고기방패라고 칭하면 되겠어. 브리슬콘 전 의원의 태양일광포는 하루에 딱 한번만 쓸 수 있지만 그 위력이 무척 위력적이라 걱정했는데 참 잘됐... 아니 이런 바보같은!"

카라스 의원이 바로 내 뒤편에서 광소를 터트리다 급정색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 또한 그가 바라보는 방향을 살펴보니 분명 소멸한줄 알았던 아케인 포스원의 잔영이 다시 부활하고 있었다. 다만 이전처럼 거대한 구름거인의 형상이 아니라 뚜뚜루들만큼이나 작은 구름 소인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별꿈사탕 먹고 싶어, 별꿈사탕 먹고싶어... 커다란 별꿈사탕이 먹고 싶다고오!!!

그런데 크기가 줄어들면서 뇌까지 쪼그라들었는지 아케인 포스원은 갑자기 유아퇴행적인 언행을 보이며 날뛰기 시작했다. 마치 슈퍼구울, 베히모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에 안좋은 예감이 든 나는 급히 자리를 피했지만 아직 둔화와 장님 저주의 여파가 남아있는 카라스 의원은 한발 늦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태양일광포가 내 배를 꿰뚫으면서 저주까지 소멸시켰다는걸 깨달았다. 본래 고대로부터 태양이란 항성은 부정한 것들을 정화하고 마(魔)의 존재들과는 상극인 측면이 있었다. 그런 상징성을 고려하면 태양에너지가 밀집된 브레스를 얻어맞고 저주가 풀린 것도 아주 이해못할 현상은 아니였다.

결과적으로 카라스 의원 대신 태양광선포를 얻어맞은게 전화위복이 된 셈이였지만, 이는 복부에 맨홀만한 구멍이 생겨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나 성립하는 이야기라 브리슬콘에게 고맙다는 생각은 일체 들지 않았다. 아무튼 이번엔 구름거인이 아니라 구름소인이된 아케인 포스원에게 일격을 허용한 카라스 의원은 실로 치명적인 상처를 허용하고 말았다.

아케인 포스원이 카라스 의원의 날개에 달라붙어 푸른 숨결을 내뱉은 순간 갑자기 그의 날개가 무슨 과자마냥 바스라진 것이다. 지금까지 그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깃털 하나 상하지 않았던 까마귀 날개의 몰락에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물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패닉에 빠진건 다름 아닌 카라스 의원 본인으로 불안정한 한쪽 날개에 의지해 급히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네놈은 아케인 포스원의 의지중에서도 본능에 충실한 타입인 모양이로군. 하필이면 이런 때에... 크윽! 두고보자 이 빌어먹을 여신칼날단놈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후에 다시 프록시마를 방문해주마. 그때는 이런 드잡이질을 할 것 없이 프라임 함대를 끌고와서 행성채로 박살내주마!!!"

카라스 의원이 3류 악당이나 내뱉을만한 대사를 읊더니 날개가 하나뿐이라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재빠른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뒤를 추적해서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고 싶었던 나였지만 그런 나를 막아선건 아케인 포스원이였다. 카라스 의원을 도망치게 만든 장본인이 정작 추적을 방해하니 짜증지수가 확 치솟았지만 나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예의주시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잠깐 사이에 까마귀 날개를 다 먹어 치웠는지 공허해 보이는 입을 쩝쩝거리며 그가 말했다.

-별꿈사탕 더 먹고 싶어... 너 더 가진거 없어?

"하.하.하! 그, 그러니까 별꿈사탕 말이지?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친구."

역시나 대뜸 별꿈사탕부터 찾고보는 아케인 포스원때문에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사위를 살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이 무적의 재생력을 지니고 있다곤 하지만 저 푸른 숨결에 닿을 경우 결과가 어찌될 것인가는 미지수였기에 다른 희생양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때마침 주인을 잃은 하피 한마리가 최상급 어둠의 정령 두명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나는 바로 그녀의 배후로 은밀히 접근해 들어갔다.

"이 버러지같은 년들이 쌍으로 성가시게 굴기는!"

"나는 에녹한테 기사간의 결투는 1:1이 원칙이라고 배웠어. 하지만 사악한 악마따위에게 기사도를 지킬 필요는 없겠지."

"키키키키키키킼! 버러지같은 년이라고요? 그래도 우리가 주인에게 버림받은 새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주인에게 버림받은 새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개소리... 커어어어엌!"

셰오 더 큐피트와 아발란체 더 쉐도우와 싸우느라 정신이 팔린 하피뇽의 뒤를 덮친 나는 부분변이를 진행한 드래곤의 삼지족으로 그녀를 움켜쥐었다. 제법 저항이 거셌지만 이매망량의 손길까지 동원해 이중으로 손발을 묶어버리니 제 아무리 뿔 다섯개의 악마라도 무력하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피뇽을 포박해 아케인 포스원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나는 대놓고 그녀의 뿔과 날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 이걸 별꿈사탕으로 바꿔서 먹어라. 카라스 의원의 날개만큼 아니더라도 나름 먹을만 할거야."

-별꿈사탕, 별꿈사탕... 별꿈사탕 맛있어!!

어딘가 모자라보이는 아케인 포스원이 허겁지겁 하피뇽의 날개를 과자로 바꿔 뜯어먹자 하이톤의 비명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러나 나는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으니 좀비걸 시절 선우매향에게 괴롭힘 당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런데 날개론 모잘라서 뿔까지 먹어치운 아케인 포스원이 난데없이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게 아닌가? 아니 이 새끼 왜 이렇게 정신이 오락가락하는거야.

-흑흑흑흑... 너무나 굴곡진 인생을 살아왔구나 악마의 혼혈아여. 어찌 이리 짠맛 나는 꿈별사탕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너무나도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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