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94화 (594/599)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그새 내 마음이 혹시 변할세라 잽싸게 튀어온 요슈아와 불칸을 거둔 나는 무사히 유니온키네시스(精神體化) ~데모고르곤의 너와 나~를 완성시켰다.

'자 그럼 어디 한번 영력 한계돌파를 시작해보실까?'

마샬아츠 더 비타를 리스크없이 난사하는 것 또한 무척 위력적인 공격수단임에는 분명했지만 카라스 의원의 명줄을 끊기에는 모자란 감이 있었다. 애초에 복어대장군, 꽃게여장군과의 싸움에서 리스크가 정말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는게 드러나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기에 영력랭크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노선을 바꾼 나는 분령(分靈)이 천우용진의 탄생석속에서 습득했었던 경험을 조용히 곱씹었다. 인간의 육체에 체질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인간의 영혼에도 체질이라는게 존재했는데, 탄생석 능력이란 바로 그 영혼의 체질을 개선 아니 개조해서 이뤄낸 성과인듯 싶었다.

이게 무슨 약팔이나 할법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창세신격인 아케인 포스원은 그걸 실제로 해내 엘더 아케인족들이 평범한 인간들의 무리에 섞여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리고 아케인 포스원이 해냈다면 당연히 나도 가능하지는... 않고 다소 무리해서 영압을 끌어올려야만 간신히 탄생석 하나를 주조해낼 수 있을까 말까였다.

영자량은 똑같은데 영압을 올리는 행위는 마치 공기를 압축해 기압을 올리는 것과 같아서 다소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기에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여차하면 요슈아놈을 혹사시켜서라도 영압을 올려야지 뭐 별 수 있겠는가?

-영력이 1상승했습니다.

-영력이 1상승했습니다.

-영력이 1상승했습니다.

-영력이 1상승했습니다.

-영력이 1상승했습니다.

...

[데모고르곤의 상태창]

-옥사건의 상태창을 그대로 계승합니다.

-김사건의 상태창을 그대로 계승합니다.

-동시에 모든 잠재력을 곱절로 증폭합니다.

무력: A(0/512)

마력: A(0/512)

영력: NT3(0/8192)

친화력[暗]: Ex(0/1024)

스텟포인트: 0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주인님 이러다 제 눈깔 터집니다! 영압 좀 그만 올리세요오옷!!'

'시끄러 이 새끼야! 틈만나면 배신할려는 새끼가 이 기회에 충성심을 보여야지 어디서 엄살이야? 닥차고 템포 따라와!!

그렇게 요슈아를 닥달해 영력 랭크 NT3에 도달한 나는 녹는점 1,538도에 도달한 철을 주조하듯 붉게 달아오른 스스로의 혼(魂)에 영혼회로를 새기기 시작했다. 주조 조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일단 조건을 갖추기만 하면 언데드 회로와 크게 다를건 없었기에 나는 탄생석의 정령으로 부터 기술과 경험을 전달받는 아주 기초적인 형태의 영혼회로를 뚝딱 찍어냈다.

이제 남은건 텅 빈 탄생석을 뭔가로 채우는 것 뿐이였으니 이미 탄생석의 정령 후보는 추려놓은 상태였기에 나는 지체없이 인벤토리를 오픈했다. 그리고 오래전 사흉성에서 만난 사흉신교 교주, 혼돈자령이 봉인된 최상급 영혼석을 꺼내들어 영혼회로의 코어에 박아넣었다. 이로서 큰 고비는 넘긴셈이였으나 과연 사흉신교 교주의 장기인 혼돈술법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유효한 변수를 창출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하도 오랫동안 방치해서 아예 나라는 존재를 잊은줄 알았것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어 나를 찾았는가? 죽음의 힘을 다루는 필멸자여.'

'별건 아니고 내가 지금 좀 핀치에 몰려서 말이야. 혼돈술법의 힘을 좀 빌리려고 하니까 협조를 부탁하지. 아니 사실 부탁이라기 보다는 강제로 그 힘을 뽑아먹을 생각이지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예의 영혼석이 아니로군. 여긴... 그대의 영혼안쪽인가. 영혼안에 영혼을 집어넣다니 원래부터 정상이 아닌 필멸자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말도 안돼는 짓을 저질렀군. 이렇게 하면 별다른 수련 과정없이 혼돈술법을 쓸 수 는 있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영혼이 오염될 수 도 있다는걸 모르는 것인가? 그것은 마치 자신의 심장에 맹독기생충을 심는 것과 다를바 없는 행위. 그대의 육체는 불사에 가까울정도로 튼튼하여 심장이 터져도 다시 재생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혼백의 핵이 잘못될 경우 어떻게 손쓸 도리도 없이 영혼 전체가 오염되리라. 그렇게 될 경우 죽어서도 윤회의 길에 들지도 못한채 구천을 떠돌게 될텐데 정말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미 내 정신은 오염될대로 오염되서 더 더러워질 건덕지도 없으니까 그런건 신경끄고 혼돈술법에 관해서나 말해봐. 12 술법계통중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주제에 우주선을 통째로 은신시키질 않나, 검기로도 못뚫는 결계를 만들지 않나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도 겨우 하나 만든 분령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내다니 어떻게 그런게 가능한거지?'

'정신이 오염되는 것과 혼백이 오염되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만 그렇게 알고 싶다면 몇가지 조언을 해주지. 혼돈술법은 이론상 12 술법계통을 전부 모사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만능술법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부작용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 부작용은 직접 몸으로 체험하되 한가지는 기억해 둬라.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 볼때 심연 또한 그대를 들여다 본다는 것을.'

'오호라 완벽하게 이해했어는 개뿔! 그딴 뜬구름 잡는 소리나 지꺼릴거면 그냥 꺼져!!'

라는 말을 들고 빈정이 상한건지 아니면 정말 이제 할말이 없는건지 혼돈자령은 탄생석 내부에 깃들어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 또한 이 이상 조언을 들어봤자 뜻모를 영양가가 없을듯 하였기에 그의 말마따라 직접 혼돈술법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씨부럴 부작용이고 나발이고 일단 지금은 카라스 의원을 쓰러트리고 봐야하지 않겠어?

그렇게 내가 혼돈술법으로 사용하기로 마음 먹은 순간 번개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바로 원소계열의 공격술법이 아닌 저주술법을 모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였다. 흑마술사 길드의 전직NPC중 한명인 린다가 전담하는 저주술법은 상대의 신체가 아무리 단단해도 별개의 항마력이 없다면 막을 수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조류계열의 신수를 다수 거느리고 있는 카라스 의원이라면 약간의 항마력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았지만 드래곤의 비늘 보다 단단한 깃털을 지니고 있는 그를 공략하려면 정공법보다는 꼼수를 찾아야만했다. 그러면 일단 가볍게 블라인드 저주부터 한번 써보실까.

"까마귀야 장님이 되어라 얍! 얍! 얍! 얍! 얍! 얍! 얍! 얍! 얍! 얍!"

실로 어처구니 없는 주문 영창이였지만 혼돈술법이란게 원래 그랬다. 주문 영창을 아무리 엉터리로 해도 모사하고자 하는 술법의 술법형질만 정확히 연상하면 알아서 술법이 발동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카라스 의원은 항마력 또한 만만치 않은 수준인지 한두번의 저주술법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블라인드 저주술법을 10번이나 맞고나서야 눈이 침침해졌는지 자신의 두눈을 비빈 카라스 의원이 브리슬콘과 싸우다말고 이쪽을 향해 말했다.

"이 거머리 자식이 이번엔 또 무슨 개수작을 부린 것이냐!"

"개수작이라니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그냥 우리 카라스 의원님께서 나이가 있다보니 노안이 온게 아닐까?"

"말도 안되는 소리를! 수십km밖에 위치한 물고기의 비늘 개수도 셀 수 있는게 내 시력이다. 노안따윈 어불성설이지. 뭐 그렇게 먼저 죽고 싶은게 소원이라면 원대로 해주마!! 크하아아아압!!!"

카라스 의원이 까마귀처럼 변한 자신의 두상을 한껏 부풀리더니 귀가 멀듯한 함성을 내질렀다. 그것은 일전에 내 분령이 마주쳤던 백리동숙이란 자의 하울링과 동일한 기술인듯 했지만 그 위력은 천양지차였다. 일단 무슨 소닉붐마냥 충격파가 발생해 카라스 의원의 빈틈을 노리려던 브리슬콘의 나무줄기를 터쳐버리고 그 기세를 이어 말그대로 음속의 스피드로 나를 덮쳐 고막이 나가버렸다.

이런 젠장할! 카라스 의원을 장님으로 만들려다가 내가 귀머거리가 되게 생겼네. 무시무시한 하울링의 위력에 내가 움찔하는 것도 잠시 카라스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부리를 앞세워 내게 돌진해오는 모습을 목격한 나는 다시한번 혼돈술법을 발동했다. 이번에는 블라인드 저주만큼이나 흔한 저주술법인 둔화의 저주였다.

"까마귀야 굼벵이가 되어라 얍! 얍! 얍! 얍! 얍! 얍! 얍! 얍! 얍! 얍!"

이번에도 저주가 일부나마 통한 덕분인지 나는 가까스로 카라스 의원의 육탄돌격을 정타로 얻어맞는것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대신 고막이 나가다 못해 왼쪽귀가 고흐마냥 찢겨져 나갔지만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닌 내게 이 정도 상처는 상처축에도 끼지 못했다.

아무튼 100% 효력은 아니더라 저주술법이 통하긴 통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나는 그 후 카라스 의원을 대상으로 별의별 저주를 다 걸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저주술사 전직NPC 린다가 시범용으로 사용한걸 어깨너머로 구경만 했을뿐이였지만 사령안은 그 술법형질들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전부 다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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