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페이크 월드인가. 인형의 집을 짓고있는건 다름 아닌 작은 파랑새 너로구나. 적어도 프록시마는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인 것을. 이런 세계따위 유리구슬처럼 박살내주마!
쩌저적!
내가 몸속의 장기들이 피부밖으로 뛰쳐 날아오르려는걸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그때 드디어 에이션트 원이 나섰다. 양손을 깍지낀채로 합장한 다음 망치삼아 허공을 내려친 것이다. 그러자 놀랍게도 공기팡을 할줄 알았던 주먹이 공간 그 자체를 깨부시더니 미세한 실금을 만들었다.
"시끄럽다! 이곳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내가 원한다면 뭐든 날개를 달 수 있지. 심지어는 상상속의 존재라고 해도 말이야!! 이것에서만큼은 바로 내가 진정한 날짐승들의 신이란 말이닷!!!"
이대로 자신의 심상세계가 파괴되는걸 원치 않았는지 카라스 의원이 모래바닥을 내려쳐 특이한 형태의 술법원진을 생성했다. 일종의 소환진으로 추정되는 그 술법원진이 발동되자 날짐승 대찬치라도 열린듯 날개달린 호랑이, 날개달린 말인 페가수스 그리고 독수리의 얼굴에 사자의 몸을 한 그리핀이 뛰쳐나왔다.
하나같이 피닉스나 가루다 못지않은 강력한 환상종이였기에 에이션트 원이라고 해서 마냥 무시할 순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에이션트 원이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봤을뿐인데 갑자기 블랙홀이 생성되더니 비호, 그리핀, 페가수스를 모조리 빨아들여 깡통처럼 우그러트린 것이다.
본래 진짜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닌탓인지 피와 살점이 튀는 일은 없었지만 끔찍한 장면임에는 분명했다. 카라스 의원도 정신망으로 연결된 소환수가 파괴됨가 동시에 심상세계 자체가 파괴되려하자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말했다.
"아으읔, 제기랄! 상원의원인 내가 프록시마같은 변두리 행성에서 이런 수모를 당해야하다니!! 하이퍼 아바타만 되찾았어도 이런 개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이제와서 후회해봐야 늦었다. 이 페이크 월드를 부수고 난 다음에는 작은 까마귀 바로 너다! 나의 의지가 닿는한까지 이 프록시마를 수호해내리라!!
와장창창창!
에이션트 원이 눈빛만으로 블랙홀을 생성하고는 숨돌릴틈새도 없이 주먹 망치질을 이어나갔다. 그러자 얼마안가 카라스 의원의 심상세계, 갈라파고스 제도 전체가 거미줄처럼 갈라지더니 이내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그린 아일랜드 심처로 되돌아온 난 바로 브리슬콘의 상태부터 살폈다.
연달아 두번이나 항성간 워프를 사용한 덕분에 막대한 생명 에너지를 소모한 브리슬콘은 모든 전투를 COT(Collection Of Things), 시크릿가든에 귀속된 괴식물들에게만 맡긴채 얌전히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모양이였다. 보통 사람같았으면 뭐하는 짓이냐고 손가락질했겠지만 광합성=에너지충전인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회복할 기회를 준다면 카라스 의원에게 결정타를 먹일때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것도 어디까지나 카라스 의원이 에이션트 원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을때의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에이션트 원이 자신이 했던말을 곧장 실현시킬 셈인지 이번엔 엑스자로 손바닥을 교차해 움켜쥐어 무형의 힘을 발했다. 그러자 카라스 의원이 주저앉은 자리에 일순 통상의 수십, 수백배에 달하는 중력장이 몰아닥쳤다.
절대인간감옥, 플레쉬 메이든(Flesh Maiden)유지하고 있던 나 또한 졸지에 그 중력장에 휘말려 전신의 살점이 짓물리기 시작했다. 이 빌어먹을 에이션트 원 새끼가 피아구분도 못해?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 올랐지만 지금 당장은 일단 탈출하는게 우선이였다. 12개의 드래곤 하트를 총동원해 변이 에너지를 추출한 뒤 울트라 젤라틴화를 해제한 나는 십만 이매망량까지 동원해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 중력장의 진원지로부터 멀어져갔다.
-이걸로 끝이다, 작은 까마귀여!!! 흐으읍!
그렇게 간신히 중력장 영역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려는데 예상치 못한 이변이 발생했다. 에이션트 원이 날개로 자신의 몸을 둥글게 감싼 카라스 의원을 끝장 내려는 순간 구름 거인의 형상이 마쉬멜로우처럼 녹아내리며 그의 의지를 현계에 강림시킨 매개체인 COT, 사이킥필드 석판만이 홀로 허공에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날개로 만들어진 고치가 벌어지며 카라스 의원이 파안대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역시 이렇게 될줄 알았지. 제 아무리 COT를 매개체로 사용했다고 한들 보통 신격도 아니고 창세신격을 현계에 강림시킬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는법. 지금까지 유지된 것만해도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지. 설마 이 몸이 정말 아무런 대응책이 없어서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고 생각한건 아니겠지? 세상에서 가장 질긴 거머리 양반. 어디 한번 그 잘난 주둥아리로 또 뭐라고 지꺼릴지 궁금해지는군. 내가 에이션트 원의 손에 산산조각나길 기대했나?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미안하게 됐어!"
카라스 의원이 그간 쌓인게 많았는지 핏발이 가득선 눈길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중력장때문에 다소 찌그러진 날개뼈를 우드득! 소리를 내며 자력으로 끼워맞추기 무섭게 내 양 폐부를 꿰뚫을듯 매섭게 찔러왔다. 하지만 코앞까지 다가온 날개는 역팔(八)자 상태로 고정된채 꿈적도 안하더니 이내 역재생이라도 한듯 다시 되돌아갔다. 아, 조금만 더 들어왔으면 됐는데 아까워 죽겠네!
"똑같은 수에 또 당해줄 수 는 없지. 아크리퍼 네놈은 COT, 사이킥필드를 되찾은 후에 천천히 요리해주마."
일전에 울트라 젤라틴화때문에 고생했던 건이 생각놨는지 카라스 의원이 목표를 바꾸어 무주공산이 된 COT, 사이킥필드를 노렸다. 하지만 카라스 의원보다 선수를 치는 손길이 있었으니 바로 쥐죽은줄 잠들어 있는줄 알았던 브리슬콘이 나무줄기를 전개해 그보다 한발 앞서 석판을 회수한 것이다. 나이스 캐치!
"브리슬콘 전 의원 끝까지를 나를 방해할셈입니까!!"
"그건 제가 할말입니다. 프라임 의회의 헌역의원으로서 이렇게까지 수모를 당한적이 없을텐데 아직도 야심을 내려놓지 못한것입니까, 카라스 의원?"
"말 한번 잘하셨습니다. 프라임 의회의 상원의원인 제가 오늘처럼 스타일을 구긴 날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렇기에 더더욱 제가 원하던 바를 이뤄야겠습니다. 이봐요 브리슬콘 전 의원 저랑 거래 하나 할까요? 프록시마를 멸망시키겠다는 발언은 취소하겠습니다. 대신 이 행성에 기생충처럼 달라붙어 사는 인간들만 넘겨주세요. 그러면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발해온 식물들의 낙원이 완성되는 것 아닙니까?"
"닥치세요! 사람들에게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으면서도 프록시마를 지키기 위해 하릴없이 스러져간 아나키스트 멤버들을 위해서라도 저는 끝까지 당신을 막아설겁니다. 게다가 애초에 저는 프록시마를 수호하기 위해 지정된 여신칼날단원입니다. 인류를 내주고 행성을 지키는 말같지도 않은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습니까?"
"실로 어리석은 선택이로군요. 엔도미야가 보낸 지원군의 꼬라지만 봐도 그녀가 프록시마라는 행성을 어찌 생각하는지는 뻔한 것인데. 뭐 전관예우도 이젠 끝입니다. 부디 제 손속이 과하다고 원망하지 마세요!"
카라스 의원이 브리슬콘의 본체 아니 본목이라 할 수 있는 세계수를 향해 직접적인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깃털 표창과 나뭇잎 표창이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가운데 세계수의 나무껍질에 조금씩 상처가 늘어갔고 내 자존심에도 약간의 스크래치가 생겼다.
뭐 지원군의 꼬라지만 봐도 엔도미야가 프록시마를 어찌 생각하는지 뻔히 보인다고?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진에게 쳐맞는 찐따새끼마냥 쭈구려 앉아 있던 주제에 말같지도 않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프록시마의 지원군으로 찾아왔다는 사실이 네놈에게 천추의 한으로 남게 해주마!
유니온키네시스(精神體化) ~데모고르곤의 너와 나~
나는 쌍두용왕 모드를 해제한 후 인벤토리에 고이 보관된 관짝을 꺼내들었다. 그 관짝에는 다름 아닌 내 본체 '김사건'의 몸이 들어 있었으니 카라스 의원이 브리슬콘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아바타와 본체의 합일을 이룰 생각이였다. 그런데 그 순간 심상세계(心想世界), 갈라파고스 제도가 붕괴되 날개를 잃은 요슈아가 불칸의 등에 업혀 헐레벌떡 뛰어오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실로 얄밉기 그지없는 놈들이였으나 유니온키네시스로 영압과 육체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선 그 둘이 필수적이였기에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급히 그들을 거두었다.
'주인님 이 미천한종이 잠깐 어떻게 됐었나 봅니다. 부디 그간의 공을 생각해서 순간의 실수정도는 용서해주셨으면...'
'시끄럽고 빨리 튀어와 이 새끼야! 지금 당장은 요슈아 너보다 저 버릇없는 까마귀놈을 혼구녕 내줘야하니까.'
[작품후기]
vol.9 Oxogan The Twin Head and Twin Soul편에서 아케인족과 엘더 아케인족의 조상으로 나온 아케인 포스원이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편서부터 에이션트 원으로 표기되는 오류가 있었습니다. 혼선을 드려죄송합니다. 차차 시간을 갖고 일괄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는 아케인 포스원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