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88화 (588/599)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뭐 심연의 크라켄이건, 옥토퍼스건, 쭈구미건 아무래도 좋아. 지금이야말로 카라스 의원에게 한방 먹일 절호의 기회라는게 중요하지.'

나는 천우용진을 헌신짝처럼 찬바닥에 내팽겨친 후 전열을 가다듬었다. 노력이 가상하기는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천우용진을 되살린다고 해서 딱히 전력이 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은 하이퍼 아바타(Hyper Avatar), 삼족오를 리타이어 시키는 것에만을 집중해야할 때였다.

카라스 의원은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 2.0의 최종보스인 심연의 대마왕이 8개의 촉수를 꽈배기처럼 휘감아 자신의 하이퍼 아바타를 집어삼키려하자 가만히 눈뜨고 코베일 수 는 없었는지 나를 무시한채 공간균열이 있는 곳으로 전력비행했다. 물론 그걸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내가 아니였으니 나 또한 드래곤의 날개를 펼쳐 전력비행해 카라스 의원을 뒤에서 껴안았다.

남자따위를 백허그하는 취미는 없었지만 지금 시전하려는 기술이야 말로 하원의원, 역병의 구스모토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린 절대인간감옥, 플레쉬 메이든(Flesh Maiden)이였으니 카라스 의원이라고 해서 쉽게 벗어날 수 는 없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등뒤에 귀찮은게 달라붙었다는걸 깨달은 카라스 의원이 강철보다 날카로운 깃털표창을 무수히 많이 날려보냈지만 쌍두용왕의 육체는 녹색피를 흘릴뿐 쉽사리 격추되지 않았다.

"이 거머리같은 자식이 떨어지지 못해! 나는 저 뒤틀린 피조물로부터 내 하이퍼 아바타를 구해야한단 말이다!!"

"이거이거 그 어떤 상황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으시던 천하의 카라스 의원님께서 조급해하는걸 보아하니 지금 상황이 많이 안좋긴 한가봐? 그런데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너희 프라임 의회놈들이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떤 적들보다 강한거 인정. 그러니까 내가 더럽고 치사한 짓이란 짓은 다 동원해서 너희들을 엿먹여주겠다고 말이야."

"헛소리! 너따위가 나를 잠시라도 붙잡아둘 수 있을것 같으냐!"

카라스 이원의 거대한 날개가 팔(八)자 모양으로 좁혀지더니 그대로 내 가슴을 꿰뚫었다. 그러자 쌍두용왕의 육체가 포크에 찔린 스테이크마냥 녹색 육즙을 철철 흘렸는데 이런 구도야말로 내가 원했던 것이였기에 나는 쾌재를 내질렀다. 그리고 그 즉시 슈퍼 젤라틴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울트라 젤라틴화를 시전해 카라스 의원의 날개에 스며든 녹색피를 급격히 응고시켰다.

울트라 젤라틴화는 기존의 슈퍼 젤라틴화에서 분자 구조를 개선(김여령 여사의 조언을 일부 받아)하고 변이 마력의 응집도를 곱절로 올려 근력 스텟 랭크가 Ex인 즉 반신급 힘의 소유자라고 해도 쉽게 떼어낼 수 없게 만든 극강의 끈끈이였는데 이는 절대인간감옥, 플레쉬 메이든의 서막에 불과했다.

기왕 가슴이 뚫린김에 언옥타늄(Unobtanum)을 골자로한 갈비뼈를 갈퀴처럼 반으로 나누어 카라스 의원을 포박하니 그야말로 인간 감옥이란 말이 절로 어울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거기다 혹시나 일전에 보여주었던 비상의 표식과 같은 기술로 탈출할 것을 대비해 네크로필리아에게서 영감을 얻은 영혼의 실타래로 카라스 의원과 나를 연결하는 치밀함까지 더했으니, 이로서 카라스 의원은 한동안 무슨 수를 써도 내품을 빠져나갈 수 없으리라.

"추잡하다 못해 역겹기까지한 기술이로군요. 그렇게 죽지못해 안달난 상태라면 소원대로 해드리지요."

"에붸베베베베!"

카라스 의원이 평정심을 잃을 수 록 유리한건 나였기에 내가 쉽고 단순하면서도 도발적인 언사를 이어가는데 갑자기 그의 거대한 날개의 깃털이 가을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까마귀 깃털이 온사방에 휘날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계절이 겨울로 변한듯 매서운 깃털 눈보라가 불어왔다.

그중에는 물리적인 공격을 가하는 깃털도 있었지만 때때로 기습적인 정신공격을 가하는 신기루 깃털도 섞여 있었기에 나는 사서 고문을 당하는 형국이였다. 하지만 울트라 젤라틴화에 언옥타늄까지 써가며 카라스를 포박한 상황에서 옴짝달싹 할 수 없는건 나도 마찬가지였기에 그저 인내심을 갖고 견뎌낼 수 밖에 없었다.

육체적 데미지야 깃털이 스치고 지나가자마자 곧 바로 재생되는 수준이라 크게 상관없었지만 예의 전두엽을 송곳으로 긁는듯한 정신공격에 슬슬 부아가 치밀때쯤 갑자기 봄이 오기라도 한듯 모든 깃털 폭풍이 멈추었다. 대신 깃털이 한데 모여 다시 거대한 까마귀 날개 형상을 이루더니 이번엔 역팔(八)자를 이루며 심연의 옥토퍼스를 공격해 들어갔다.

카라스 의원이 나를 단기간내에 떨궈낼 수 없을것 같자 하이퍼 아바타를 보호하는 쪽으로 완전히 노선을 우회한듯 싶었다. 그의 날개가 지닌 강도는 익히 체감한 바, 심연의 옥토퍼스의 촉수들이 회칼로 썬듯 썰려나가도 나는 크게 위화감을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행위는 악수가 되었으니 잘려나간 촉수가 활어처럼 펄떡거리더니 이내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처럼 하이퍼 아바타에 달라붙어 체액을 빨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거머리를 연상캐하는 장면이였다.

"엔도미야 이 위선자같은년! 앞에서는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해놓고 뒤에선 저런 어비스월드의 찌꺼기들이나 배양하고 있다니. 만약 이 우주가 멸망하게 된다면 그 단초는 우리 프라임 의회가 아니라 엔도미야 네년으로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다!!"

"천하의 카라스 의원이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100% 승리를 장담한땐 언제고 벌써부터 후달리기 시작했나?"

"닥쳐라!!! 모르모트 주제에 왕을 자처하는 저 디파일러 놈부터 처리한 다음에 아크리퍼 네놈을 천천히 요리할 것이다. 죽어도 죽은게 아니고 살아도 산게 아닌 상태로 1000년간 아니 10000년간 식인까마귀들에게 살점을 뜯어먹히게 해주마!"

"오호라 그러면 식인까마귀들이 아주 대식아여야할거야. 왜냐면 내가 재생력이 워낙 좋아서 살점이 뜯겨나가는대로 바로 새살이 돋아날거거든."

"큭!"

분명 전력상 압도적 우위를 지니고 있음에도 상황이 마음먹은데로 흘러가지 않자 짜증이 났는지 카라스 의원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반대로 내게는 전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 생긴셈이였기에 내색하진 않아도 속으론 쾌재를 내질렀다.

"하피뇽 그녀석에게서 떨어져라!"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카라스님. 약간의 시간만 더 있으면 이 디파일러 킹의 목을 다른 꽃다발과 함께 진상할 수..."

"비키라고 하지 않았느냐! 내 명을 거역할 셈인가?"

"아, 아닙니다."

컬렉션 오브 띵즈(Collection Of Things)

그랜드 컬렉션, 버드케이지(Birdcage) 흡(吸)

나와 카라스 의원이 내가 생각해도 참 괴상한 싸움을 하고 있었을때 대붕공자, 카트랏슈와 하피뇽은 아주 정석적인 힘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근접했을때는 육탄전을 마다하지 않고 원거리에서는 각자의 특기를 발휘해 견제구를 날리는 싸움다운 싸움말이다. 게다가 서로의 전투력도 꽤나 비슷한 수준이였는지 주변 자연환경은 조금 망가졌어도 둘은 상처 하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카라스 의원이 끼어들면서 그 싸움의 균형은 순식간에 기울고 말았다. 카라스 의원이 예의 새장 환영을 불러낸 다음 손가락을 튕기자 카트랏슈가 이렇다할 저항도 해보지 못한채 새장속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아무리 디파일러라고 해도 본질은 조류의 그것에 가까웠기에 생긴 현상인듯 싶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내가 당황하는 것도 잠시 카라스 의원이 카타랏슈가 떨군 것으로 추정되는 손거울 집어들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몽환경의 레플리카인가. 흥! 야미도엔, 전부 다 지켜보고 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빨리 튀어나와라. 엔도미야처럼 나중에 뒤통수를 칠 생각이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거울을 박살내버리겠다."

-킥킥킥킥킥킥킼! 그냥 조용히 구경만 할 생각이였는데 그렇게 내가 보고싶다면 어쩔 수 없지. 그 재수없는 쌍판데기는 여전하네, 카라스. 그런데 등뒤에 그건 도대체 뭐야? 평소에 하도 여기저기 원한을 쌓고 다녀서 어부바 귀신이라도 달라붙은건가?

"시덥잖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내가 묻는 말에나 답해라. 너는 엔도미야가 어비스월드의 피조물들을 데려다가 키우는걸 알고 있었나?"

-뭐 대충은. 정말 언니는 재주도 좋아. 나도 한번 키워보려고 했었지만 번번히 폐사했던건 어떻게 저정도 크기까지 키웠으려나. 나중에 만나면 한마리쯤 분양을 받아봐야겠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마력을 오염시키는 저 저주받은 피조물들이야 말로 이 혼돈의 주인 야미도엔님에게 딱 어울리는 펫 아니겠어?

"도대체 내 하이퍼 아바타가 심연에 침식되기라도 하면 뒷수습을 어떻게 할려고 이런 개수작을...!"

-뭐 엔도미야 언니라고 해서 일부러 저걸 풀어놓은건 아닐껄? 아마도 예상치 못한 버그가 생긴 모양인데 뭐 내 알바아니고 그보다 카라스 네 새장쪽을 걱정하는게 어떨까? 조금 소란스러워 보이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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