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87화 (587/599)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드래곤을 한마리도 아니고 두마리나 결합한 키메라라니 프란체스카 의원이나 좋아할법한 디자인이로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좀 별로입니다. 날개달린 짐승이라고 해서 전부 사랑해줄 수 는 없는 노릇이지요."

"어떻게 그럴 수 가 있는거지? 딱히 깃털에 방어술법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닌데 내 애시드 블레이드를 상대로 어떻게 흠집 하나 나지 않을 수 있는거냔 말이다!!"

"뭘 그렇게 성을 내고 그러십니까. 그야 당연히 제 날개가 저 디파일러 킹의 것보다 수천, 수만배는 더 단단하기 때문 아닐까요?"

"생명체가 그런 말도 안되는 강도의 신체를 지닌다는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냥 이유를 말하기 싫다면 싫다고 하지 그런 뻔한 거짓말은 집어치워!"

"후후훗. 그러는 아크리퍼 당신이야말로 인간의 범주를 꽤나 아득히 벗어난 신체를 지니고 계신것 같은데요. 이런걸 소위 내로남불이라고 하던가요. 뭐 그리 대단한 비밀도 아니니 설명해드리지요. 제가 날개가 이런 초월적인 강도를 지니게된건 본래 타고난 핏줄탓도 어느정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COT의 힘 덕분이죠. 설마싶지만 제 COT를 단순히 여러종류의 희귀조류를 저장해놓는 커다란 새장쯤으로 여기고 계신건 아니겠지요? 그래서야 이공간 아티팩트랑 다를바가 없을터. COT가 진정 위대한 이유는 바로 그 내부에 저장된 콜렉션들의 힘을 십시일반 모아 콜렉터에게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당신처럼 말로만 죽음의 왕을 자처하는 인간이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1억마리도 넘는 조류들의 힘을 모아 완성된 진정한 새들의 왕의 위광을!"

촤르륵!

카라스 의원이 기지개 피듯 날개를 펼치자 마치 병풍을 펼치듯 끝도 없이 늘어나더니 m단위가 아니라 km단위로 세아려야 하는 수준이 되버렸다. 이 정도면 이 그린 아일랜드의 심처에 자리한 숲을 다 감싸고도 남을 수준이여서 나는 기겁하다 못해 어이를 상실할 정도였다. 프라임 의회에 소속된 놈들은 다 하나같이 이런 괴물들뿐이라는건가?

하원의원, 역병의 구스모토도 강하긴 했지만 이정도 수준은 아니였었는데 말이지. 아마 콜렉션들의 힘을 조금씩 모아 컬렉터에 전해주는 것이 COT(Collection Of Things) 고유의 특성이라면 구스모토 또한 분명 비슷한 힘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천지의 모든 질병을 1억개를 모으든, 10억개를 모으든간에 결국 이미 죽은 자를 감염시킬 수 는 없는 노릇. 결국 용제성에서의 승리는 매치업 상성이 좋았다고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사실 이럴까봐 언데드 부하들을 단 몇명이라도 데려 오고싶었던건데 광룡병(狂龍病)에 걸린 드래곤들을 수습하는 일때문에 도저히 인력을 따로 뺄 수 가 없었다. 아무튼 지금 당장 믿을건 대붕공자 카트랏슈가 빠르게 선우매향 아니 하피뇽측을 처리하고 이쪽을 도와주러 오는 것이였기에 나는 이기는 싸움이 아닌 버티는 싸움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같은 맥락으로 브리슬콘 전 의원 또한 수많은 식물들의 힘을 조금씩 나눠받아 그 어떤 잡초보다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지요. 그래서 사실 저는 이번 기회에 브리슬콘 전 의원을 쓰러트릴 수 있을거라 생각치는 않았습니다. 그저 COT, 사이킥필드를 회수하는 것으로 족하려 했는데 이런이런 제 하이퍼 아바타를 발견한 이상 목표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 밖에요!"

쒜에에에에에에에엑!

카라스 의원이 그 거대한 날개에 어울리지 않는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으로 내게 돌진해온다. 하여 내가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며 애시드 블레이들 곧혀세우는데 그가 나를 지나치더니 브리슬콘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앗차 싶어 내가 뒤돌아서는데 브리슬콘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잠에서 깨어나 가시 돋힌 나무줄기를 무수히 많이 뻗어냈다.

"카라스 의원 당신이 하는 생각을 나라고 못했을것 같습니까? 하이퍼 아바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넘겨주지 않을겁니다!"

"어차피 자신이 쓰지도 못할거면서 참으로 못된 심보로군요."

"그건 카라스 의원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어차피 본인은 쓰지도 못할 COT, 사이킥필드를 되찾겠답시고 이런 변두리 행성까지 몸소 행차하시다니 말이에요. 말로는 프라임 의회의 재산을 되찾겠다느니 어쩌니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이타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단 말입니다!"

"큭큭킄. 그럼 뭐 쌤쌤이라고 해둘까요? 물론 우리의 힘은 결코 쌤샘이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브리슬콘 전 의원 당신은 정말 실수한거에요. 물론 의도한건 아니겠지만 본인의 생명 에너지까지 써가며 고작 디파일러 킹따위를 소환하다니요. 디파일러? 파멸하는 자? 그건 인간들따위에게나 통용되는 말일뿐. 우리 프라임 의회 입장에서 보자면 그들은 그저 모르모트 생쥐랑 다를바가 없단 말입니다!"

카라스 의원의 거대한 까마귀 날개와 브리슬콘 의원의 가시 돋힌 나무줄기가 서로 얽히고 섥혀 백중세를 이루는가 싶더니 이내 나무줄기가 찢겨나가며 까마귀 날개가 세계수의 밑둥으로 파고들었다. 그렇게 무슨 고고학 유물을 발굴하듯 꺼내올려진 하이퍼 아바타(Hyper Avatar), 삼족오의 위용을 두눈으로 확인하니 내가 이전에 보았던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걸 깨달을 수 있었다.

씨발 지금도 빡센데 저 딴게 부활하면 나보고 어쩌라는거야? 절망감을 느낀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였는지 브리슬콘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자포자기 하듯 가시 덤불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뭔가 결심한듯 단호한 표정을 짓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아크리퍼군,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탈출 수단을 모두 동원해서 이 프록시마 행성으로부터 도망치세요. 카라스 의원에게 하이퍼 아바타가 넘어간 이상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합니다. 부외자에게 괜한 폐를 끼치고 싶진 않으니 제가 시간을 벌어줄때 어서요!"

"엔도미야에게 도움을 요청할땐 언제고 이제와서? 그리고 그런 말을 해버리면 나는 진짜로 도망쳐 버린다고. 괜한 공명심에 목숨을 낭비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말이지."

"시시한 말싸움을 하고 계시는군요. 제가 언제 당신들을 그냥 보내준다고 말이나 했습니까?"

펄럭펄럭!

두 날개로 하이퍼 아바타를 땅바닥에 내려놓은 카라스 의원이 이번엔 날개를 펄럭여 보랏빛 바람을 일으키더니 죽은듯이 잠들어 있던 삼족오의 두눈을 일깨웠다. 하이퍼 아바타란게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알고 있는 아바타와 비슷한 매커니즘이라면 카라스 의원의 영혼이 하이퍼 아바타에 링크되는 순간 본체는 빈틈 투성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걸 노리고 오른쪽 삼지족에는 쉐도우 블레이드를, 왼쪽 삼지족에는 애시드 블레이드를 뽑아 올리는데 카라스 의원이 비웃으며 중얼거렸다.

"쓸데없는 짓은 하지않는게 좋을텐데요. 제 하이퍼 아바타, 삼족오의 첫 희생량이 되고 싶은게 아니라면 말이죠."

"어이, 잠깐만! 그 자리 조금 위험해보이는데?"

"이제와서 그런 고전적인 수법은 통하지 않습니다. 하이퍼 아바타가 온전히 제 기능을 되찾으면 당신들따위는 프록시마 행성채로 박살내 드리지요. 으음!? 뭐야 이 공간파동은..."

쩌어어어어어어어억!

내가 전했던 위험신호가 거짓말이 아니라는걸 눈치챈 카라스 의원이 보라색 바람을 일으키다 말고 급히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하이퍼 아바타, 삼족오는 눈만 희번뜩하게 뜬채로 그대로였는데, 바로 그 위로 공간이 지퍼처럼 갈라지며 누군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무의식적으로 이매망량을 부려 그 곤두박질 치는 대상을 받아낸 나는 그 존재가 하반신이 반쯤 짤린 천우용진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조, 좀비걸 나 해냈어! 네가 말한대로 VOT 온라인 게임의 세계에 있는 최종보스, 심연의 대마왕을 프록시마 행성으로 유인하는데 성공... 쿨럭쿨럭!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바보같이 다리가 잘려나갔지 뭐야. 기껏 플레인즈워커같은 사기 탄생석 능력을 손에 넣었는데 사용자가 이래서야. 아무래도 게임에서처럼 다시 부활하는건 힘들겠지? 결국 나 히어로 만화의 데드마스크처럼 강해지진 못했지만 나름 용기를 내서 희생정신을 발휘했으니까 조금은 진짜 히어로에 가까워진 것일... 우웨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

라는 말을 끝으로 천우용진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마음같아선 야 천우용진, 너 히어로 만화 너무 많이 봤어 이 중2병 말기 새끼야! 라고 맞받아치고 싶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가 않았다. 어느샌가 지퍼처럼 갈라진 공간에서 사이한 기운을 내뿜는 8개의 촉수가 빠져나와 하이퍼 아바타, 삼족오를 휘감기 시작한 것이다.

잠깐 저 촉수는 설마 심연의 크라켄? 아니, 아니지. 심연의 크라켄은 다리가 10개였으니까 저건 심연의 옥토퍼스쯤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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