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선우매향, 백리몽룡 그러니까 하피뇽, 카라스 이 두년놈들이 처음부터 한패였단 말이야? 나는 백리몽룡이 부청장님의 예비 남자친구로 입후보하니 어째니 하는 얘기를 했을때를 떠올리며 헛구역질을 연발했다. 서로 아는 사이면서 그 따위 짜고치는 연극을 했단 말이야?
"수십년전의 과오라니 그게 무슨소린가요?"
"어라라 정말 모르는건가요 아니면 이 행성의 주민이 있다고해서 모르는척 하는건가요. 그 과오란 다름아닌 인간통합실험을 말하는겁니다. 자신들의 정신을 통합해서 조물주인 에이션트 원을 부활시키겠다는 시도 자체가 코미디 쇼인데, 그 코미디 쇼로 진짜 에이션트 원의 의지가 부활해서 제 하이퍼 아바타가 유체이탈급의 부상을 입게 될줄이야. 과연 창세신격의 힘은 명불허전이더군요. 그저 한줄기 의지만으로 저와 하이퍼 아바타간의 스피릿 링크를 끊어버리는걸로 모잘라서 제게 영혼의 상처까지 입히다니요. 덕분에 한동안 요양하느라 혼났습니다. 아무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위해 제 전속비서인 하피뇽을 오래전 부터 이 땅에 잠입시켜놨으니 이제 남은 방해물은 브리슬콘 당신뿐입니다.
얌전히 제 하이퍼 아바타를 넘기시던지 아니면 본체 아니 본목이 산채로 타오르는 고통에 울부짖던지 알아서 선택하세요!"
"브리슬콘님, 저 자가 하는 소리는 도대체..."
"리더 지금은 그런 얘기를 나눌때가 아닙니다. 나중에 모든 상황이 종료되면 전부 이야기 해줄테니 지금은 일단 이 싸움에 집중해주세요. 아직 카라스 의원은 자신의 힘의 반도 드러내지 않은 상태입니다!"
"반의 반으로 정정해주시겠습니까, 브리슬콘 의원? 저는 상원의원이고 당신은 하원의원이였다는걸 설마 잊은건 아니겠죠?"
휘이이익!
카라스 의원이 휘파람을 불자 이번엔 나무줄기에 포박되어 있던 뇌조, 화조, 빙조가 미친듯이 발광하더니 연기입자가 되어 새장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하지만 이내 연기입자가 되감기하듯 다시 뭉게뭉게 피어나더니 머리가 셋달린 거대한 삼두조(三頭鳥)의 형상을 이루며 좌중을 압도하는 포스를 내뿜었다.
화르륵, 빠지직, 솨아아!
그리고 그 삼두조 녀석은 합체를 이루자마자 화(火), 뇌(雷), 빙(氷) 속성의 브레스를 내뿜기 시작했는데 그 위력이 성체 드래곤에 준하는 아니 그 이상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과연 아나키스트의 리더가 저 파상공세를 예의 탄생석 능력으로 맞대응 할 수 있을지 내가 흥미롭게 지켜보는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한데뭉쳐 짓쳐들어오는 3속성의 브레스가 리더를 덥치기 직전 갑자기 공간왜곡이 일어나더니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브레스가 쏘아진 것이다. 너무 부지부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내가 두눈을 비비고 다시 살피는데 카라스 의원이 뭔가를 눈치챘는지 박장대소를 하며 말했다.
"크하하하하하하!!! 3개 속성의 사이킥 능력을 다루는거야 엘리멘탈 계열의 고위 초능력자에게는 흔하다면 흔한 일이지만 뜬금없이 공간왜곡같은 전이계열의 최고위 초능력자나 쓸법한 기술을 쓰다니요. 이건 너무 노골적이라서 모르는 척하기도 어렵겠군요. 브리슬콘 전 의원 당신 설마 훔쳐간 COT, 사이킥필드를 인간따위에게 내준겁니까? 그거야말로 COT의 힘을 반의 반의 반도 끌어내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위라는걸 당신이 누구보다 잘알텐데요."
"COT의 힘을 다루는데 꼭 적성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힘중 하나를 올바르게 이끌만한 인성도 필요하다고요. 그런 측면에서 리더는 아니 천우용성군은 충분히 COT, 사이킥필드를 다룰 자격이 있는 이입니다."
"또 그런 동화속 용사님이나 할법한 소리를. 저라면 어디서 아케인족이라도 한명 납치해다가 식물성 곰팡이로 뇌를 세뇌시킨 후 COT, 사이킥필드를 사용하게 했을겁니다. 이미 희미해질대로 희미해진 혈계전승이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에이션트 원의 후계자들 아니겠습니까? 고작 인간 따위에게 COT를 쓰게하는 것 보다야 그편이 백배, 천배 나을터. 물론 엘더 아케인족이 있다면 그들에게 COT를 계승하는게 베스트겠지만 애초에 우주 전역을 뒤져도 그들을 찾을 수 없어서 프라임 의회가 COT, 사이킥필드를 방치한거니까요.
뭐 아무튼 도난당한 COT의 위치도 파악했겠다 템포를 한단계 아니 두단계 더 올리겠습니다."
컬렉션 오브 띵즈(Collection Of Things)
그랜드 컬렉션, 버드케이지(Birdcage) 만개(滿開)
카라스 의원이 손가락 두개를 펴보이자 새장의 환영으 둘로 복제되더니 이내 삼두조를 소환했을때만큼이나 거대한 연기입자가 모여들었다.
"오너라 업화의 피닉스 그리고 단죄의 가루다! 내 눈앞에 적을 단숨에 멸해버리는거다!! 자 보셨습니까, 브리슬콘? 이제 당신도 슬슬 COT, 시크릿 가든에 등록된 고유개체를 꺼내는게 좋을겁니다. 어설프게 시간이나 끌면서 엔도미야의 지원군을 기다렸다간 폐가망신을 면치 못할테니까요."
"시끄럽습니다, 카라스 의원! 당신이야말로 어설프게 주둥아리를 놀려서 저를 도발하려 해봤자 어림없습니다. 이곳은 엄연히 엔도미야의 구역. 당신이 침입했다는 사실을 이미 VOT 단말기를 통해서 전했으니 다른 여신칼날단원을 곧 보내줄겁니다. 결국 시간을 끌면 끌 수 록 불리한건 당신이라구요!"
컬렉션 오브 띵즈(Collection Of Things)
그랜드 컬렉션, 시크릿가든(Secret-garden) 만개(滿開)
온몸이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불새와 붉은 갈기가 인상적인 반인반조를 맞상대하기 위해 브리슬콘이 마침내 칼을 뺴들었다. 새하얀 나무 울타리의 환영을 뚜렷하게 실체화 시키더니 그 안에서 거대한 트렌트 2마리와 수십, 수백마리의 덴드로이드들을 소환한 것이다. 사실 그 두 식물타입의 몬스터들은 VOT 온라인(지구시절)에서도 약체 취급을 받는 놈들이였기에 내가 속으로 불안해 하는데 한술더떠서 녀석들이 싸우진 않고 난데없이 바닥에 씨앗을 뿌리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적을 바로 코앞에 두고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애초에 이 전황의 주도권은 나를 떠난지 오랬기에 잠자코 지켜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브리슬콘이 웬지 모르게 정신이 맑아지는 녹색 입김을 내뿜자 이제 막 땅에 자리잡은 씨앗들에서 싹이 트며 트렌트와 덴드로이드들로 급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매커니즘이 반복되자 병력의 규모가 말도 안되는 속도로 불어나 어느새 사위는 수를 세아릴 수 없을만큼의 나무병사로 가득하게 되었다.
"고유개체를 꺼내라니까 지금 이게 무슨 애들 장난입니까. 피닉스선에서 전부 정리될 불쏘시개들로 도대체 뭘 하려는건지 모르겠군요. 피닉스 어서 너의 업화의 불꽃으로 저 찌끄레기들을 모조리 태워버리거라. 그리고 가루다 너는 저기서 강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는 좀비걸의 목을 가져다 내게 바치거라."
"리더 지금입니다!"
"예, 브리슬콘님!"
우르릉, 쾅쾅!
그린 아일랜드의 심처속 전황이 풍랑을 만난 조각배처럼 급변하기 시작했다. 그 본격적인 전쟁의 서막을 알린것은 바로 피닉스로 끼요오오옷!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하늘 높이 치솟더니 나무군단을 향해 불의 비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리더와 브리슬콘쪽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으니 어느새 피닉스의 바로 위로 삼색의 구름이 모여들어 비, 눈, 우박을 동시에 뿌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리더가 사용한 탄생석 능력만 해도 어마어마한 수준인데 거기에 기후변화계열의 탄생석 능력까지 쓸 수 있게 해주다니 COT(Collection Of Things)라고 하는 아티팩트가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실로 상식을 벗어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 저게 COT의 반의 반의 반의 위력도 내지 못하는거라고?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도 안나오네.
하지만 정말 웃지 못할 상황은 다음에 찾아왔다. 갑작스런 기후변화로 피닉스가 주춤한 사이 비, 눈, 우박을 가르고 반인반조의 가루다가 고공낙하를 통해 나를 노려온 것이다. 아니 백리몽룡 이 새끼가 왜 가만히 있는 나를 괴롭히는건데? 내가 반쯤 누워서 넋놓고 싸움 구경을 하느라 어떻게 피할새도 없이 가루다의 발톱에 꿰뚫리게 생긴 순간 우락부락 바위같은 근육의 소유자가 나타나 팔을 엑스자로 교차해 고기방패가 되주었다. 잠깐, 이 녀석은?
"난공불락의 철벽육체, 티호크님의 등장이시다. 이봐 좀비걸Z 괜찮나? 이걸로 저번에 네 머리통을 뽑아버리려 했던건 쌤쌤이로 치자구. 아 자, 잠깐만 팔뚝에 피가 철철 흐르잖아. 에스파이더 도와줘!"
"아 그러니까 혼자 좀 나대지 말라니까. 딱봐도 전설속에서나 나올법한 괴수한테 무슨 생각으로 그런거야?"
"티호크 저녀석이야 뇌까지 근육으로 가득찬 바보니까 그렇지. 지가 S급이 아니라 SSS급 신체강화 능력자는 되는줄 알아요."
"뭐라고, 아이시클!? 나의 동료를 생각하는 순정을 몰라주는거냐?"
"시끄럽고 이리와서 지혈이나 받아! 자기 팔이 반쯤 잘려서 덜렁거리는거 안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