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78화 (578/599)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오브리더란 코드네임의 목사가 진중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목표를 상기시키자 엘화이트 그러니까 하양수란과 쌍둥이로 추측되는 엔화이트가 방실방실 웃으며 전면에 나섰다.

"언니오빠들 나랑같이 공간이동할 준비는 됐어? 혹시나 싶어서 말하지만 손이 메스꺼워도 내쪽에다가 토하면 절대 안돼! 이거 새로산 신상 원피스라 더러워지면 나도 모르게 언니오빠들을 바다 한가운데에 던져버릴지도 모른단 말이야."

"잠깐만! 갈땐 가더라도 어느정도는 전후사정을 설명해줘야 할거 아니야? 바캉스도 아니고 갑자기 그린 아일랜드로 떠난다니 거기가 도대체 어딘데?"

"미래의 왕께서 기거하고 계시는 곳이라고 하면 될려나? 아무튼 이 프록시마 행성이 멸망한다고 해도 그곳만큼은 멀쩡할정도로 안전한 곳이니 믿고 들어가라. 그리고 자세한 내막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리더로부터 듣도록해. 솔직히 말해 나조차 보안문제로 들어가보지 못한 장소를 외부인에게 허락하는 리더의 생각을 이해할 수 가 없군. 나중에 가능하다면 좀비걸Z 네가 직접 리더의 속내를 캐묻고 나한테 좀 알려줘라. 솔직히 말해 좀 섭섭해지려는 참이거든. 그럼 우리는 이곳 교회 아지트를 정리하고 자리를 뜨도록 하지. 피타입 너도 좀 도와라."

"옛썰!"

오브리더가 뜻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더니 성경책을 챙겨 피타입과 함께 지하통로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천우용진과 엔화이트밖에 남지않자 마땅히 고를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걸 깨달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엔화이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오늘 처음 본 주제에 살갑게 양손으로 팔짱을 낀 그녀가 입으로 팡파레!를 외친 순간 눈앞의 시계가 급격하게 뒤집혔다. 이런 종류의 공간이동에는 이골이난데다 애초에 좀비의 몸이라 토를 하고싶어도 못하는 나였지만 천우용진에게는 꽤나 컬쳐쇼크였는지 진주알처럼 반짝이는 모래사장에 오늘먹은 아침식사를 거하게 게워냈다.

내가 그런 그의 등을 두드려주며 사위를 살피니 수왕성 못지않게 에메랄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바다가 잔잔한 파도를 밀어내고 있었다. 여기는 섬인가? 뭐 그린 아일랜드라고 했으니 당연한 얘기지만 도대체 여기에 무슨 미래의 왕의 거주하고 있다는거야. 내가 사람은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는 고즈넉한 풍광에 의문부호를 떠올릴때 바로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엔화이트 VIP 의뢰인과 좀비걸Z를 데려오느라 수고했다. 지금부터는 내가 안내할테니 너는 이만 가봐도 좋아. 한동안 안기청놈들이 눈에 불을 켜라 사방을 들쑤실테니 괜히 쇼핑한다고 나대지 말고 어디 조용한데 숨어 있어."

"흥, 메롱이닷! 이 세상에 우리 자매를 붙잡을 수 있는 존재따위는 없거든요! 리더나 야자수 열매에 머리를 얻어맞고 뇌진탕이나 안걸리게 조심하세욧!"

팟!

엘화이트와는 달리 리더와 격의없는 사이인지 엔화이트가 악담을 퍼부운뒤 다시 공간이동으로 사라져버렸다. 결과적으로 나와 천우용진은 외딴 무인도에 고립된 셈이였으나 나야 사실 영혼 회로의 연구만 진행할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었다. 오히려 이런 한적한 곳이라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고 연구단계를 진척시킬 수 있으리라.

"너희들은 날 따라와라. 앞으로 이곳에서 거주하려면 녹색의 왕을 알현해야하니까."

"자, 잠깐만요! 보아하니 당신이 아나키스트란 테라단체의 리더인듯한데 납치할땐 납치하더라도 이유는 설명해줘야 하는거아니야?"

"이유라... 애초에 납치가 아니라 네놈을 안기청의 마수로부터 보호해주려는 것일 뿐이다. 히어로 놀음에 취해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것이냐? 모든 통합정부 청사가 나쁜놈들인건 아니지만 안기청만큼은 명백한 절대악이다. 그들이 창립이래 저지른 패악질을 정리하자면 오늘 하루를 꼬박새도 모자라겠지. 그러니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우리 아나키스트가 통합정부를 무너트릴때까지 여기서 얌전히 기다려라. 히어로 놀이는 그때 가서 해도 충분하니까."

"히, 히어로 놀이라니 그게 무슨..."

리더가 천우용진의 물을에 더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는지 말없이 뒤돌아서 무인도 안쪽으로 향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리더가 뒤에서는 VIP 의뢰인이니 어쩌니 하면서 앞에서는 의도적으로 천우용진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느낌이였다. 하여 나 또한 히어로 놀이라는 단어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지 부들부들거리는 천우용진을 다독이며 그 뒤를 따랐다.

부스럭, 부스럭!

그런데 몇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무인도 안쪽의 수풀쪽에서 이상한 기척이 들리더니 각양각색의 동물탈을 착용한 원주민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아니 잠깐만! 자세히 보니까 동물탈이 아니라 진짜 동물 머리같은데? 설마 여기 있는 인원 전부가 신체변화의 탄생석 능력 소유자라는건가? 혹시나 싶어 위'사령안을 발동한 나는 기겁해 소리쳤다.

"뭐야 이 자식들 하나같이 인간이 아니잖아. 이봐 리더 뭔가 설명을 해줘야 할것 같다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인간에게 수인화 탄생석 능력이 있는것 처럼 동식물들에게도 간혹 인간화의 탄생석 능력이 내려지는 것 뿐이니까. 영혼을 소유한 생명체라면 그 누구나 탄생석 능력을 소유할 수 있다는 애니미즘 이론도 못들어봤나? 아 못들어봤을법도 하군. 애초에 좀비걸Z 너는 이 세계의 주민들이 아니니까. 심성이 나쁜자들은 아니니까 괜히 자극하지말고 기다려라."

리더가 잠시 품속에서 뭔가를 뒤적이더니 책갈피로 쓸법한 코딩된 낙엽을 무슨 암행어사 마패처럼 꺼내들며 말했다.

"그린 아일랜드의 주민들이여 보아라! 여기 브리슬콘님에게 받은 증표가 있으니 길을 비켜라. 나는 쓸데없이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

"그르르르르르르! 인간, 건방지다. 브리슬콘님의 총얘를 받는다고하여 이 신성한 땅에 외부인을 한명도 아니고 두명이나 끌고오다니. 나 브리슬콘님의 친위대로서 이러한 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에 관한 문제라면 이미 브리슬콘님과 협의를 마쳤다. 게다가 이들이 그린 아일랜드에 머물지 말지에 관한 최종 결정은 브리슬콘님께서 직접 심사하기로 하셨는데 너희들이 감히 월권을 하기라도 하겠다는거냐?"

"그르르르르르르릉!! 월권, 아니다. 브리슬콘님을 향한 우리들의 충정이다! 모두 돌격!!"

각양각생의 짐승 머리를 한 원주민 수십명이 강렬한 적개심을 내뿜으며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그 힘과 스피드는 B급 신체변화 능력자였던 백리동숙이나 A급 신체강화 능력자와 준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이였기에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수준이였다. 나는 이번 기회에 아나키스트 리더의 실력을 구경할 심산으로 천우용진을 이매망량으로 감아 공중위로 날아올랐다.

사실 평소부터 궁금한 사실이였다. 말로는 통합정부를 무너트리니 마니 하는데 과연 저 재수없는 녀석한테 안기청 부청장 선우매향과 대적할만한 힘이 있을까? 허나 리더는 그러한 내 궁금증을 해결해줄 생각이 없는지 한가롭게 자신의 올백머리나 쓸어올릴뿐이였다.

어이 그러다가 진짜 죽... 나 싶었으나 그건 내 기우에 불과했다. 어느샌가 섬 안쪽에서 나무줄기같은 것이 수십, 수백다발씩 뻗어나와 짐승머리를 한 원주민들을 감싸 올렸던 것이다. 뜻밖의 상황에 당황할법도 한데 리더는 익히 예상했다는듯이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거룩한 녹색의 왕을 뵙습니다."

-모두들 이 섬의 규칙을 잊으셨나요? 이 섬에서는 순수한 대련이라면 모를까 악의를 갖고 상대를 해하려는 싸움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소, 송구합니다. 브리슬콘님."

-자신들의 아집을 충정으로 포장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습니다. 모두들 여기 있는 신 열매라도 먹으면서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하세요.

투두두두둑.

원주민들을 포박했던 나무줄기가 스르륵 풀어지더니 이번엔 스스로의 가지를 흔들어 열매를 떨구기 시작했다. 실로 기이한 장면이였기에 내가 흥미롭게 지켜보는데 리더가 모래사장에 떨어진 붉은 열매 몇알을 주워 챙기더니 이쪽으로 던지며 말했다.

"몸에 아주 좋은 열매니 먹어둬라. 꽤 오랫동안 포만감을 유지해주고 정신까지 맑게 만들어주지."

"약장수들이나 할법한 소리를 하는군. 본녀는 사양하겠다."

나는 붉은 열매를 모조리 천우용진의 호주머니에 소매넣기를 한 뒤 다시 바닥에 착지했다. 열매를 털어낸 나무줄기가 이번엔 길을 터주듯 통로를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과연 녹색의 왕이니 미래의 왕이니 어쩌구 저쩌구했던 이유가 있었군. 짐승 머리를 한 원주민들도 더 이상 우리를 가로막지 않았기에 우리는 나무줄기 무빙워크(?)에 올라 그렇게 섬 깊숙한 곳으로 빨려들어가듯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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