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68화 (568/599)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지금부터 감히 겁대가리도없이 아나키스트의 아지트에 침투한 외부제의 심문은 내가 진행한다. 일단 아이시클 저 여자를 전에 본적이 있나?"

"글쎄. 그 질문을 하기전에 일단 저 여자의 마스크부터 벗겨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전에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게 있는데 에스파이더의 스파이더 센스가 가끔씩 인간의 오감을 벗어난 육감의 영역을 감지해낸다는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희끄무레한 뭔가가 내 등에 달라붙어 있다니 그거 완전 귀신 얘기잖아! 제이토크가 말한대로 드라마랑 현실을 너무 혼동하는거 아니야?"

"뭐 그게 정말 귀신인지 아니면 모종의 탄생석 능력인지는 지금부터 확인해보면 될일이지. 이봐 스스로 복면을 벗을 생각이 없다면 이쪽에서 강제로 벗길 수 밖에 없다만? 흐으음... 이제와서 입 꾹 다물고 있으면 우리가 널 마네킹이라고 착각하기라도 할줄 알았나? 네녀석이 기괴한 사족보행으로 이 야산을 오를때부터 우리는 널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다. 이봐 티호크 가서 저 건방진 녀석의 복면을 벗겨버려."

"아앙 내가? 리더 좀 봐달라고. 내가 복면을 벗겼다가 괜히 얼굴거죽까지 같이 벗겨지면 곤란한데."

그렇게 내가 본의 아니게 묵언수행을 진행하고 있을때 팔뚝 굵기가 실사이즈로 여성체 몸통의 곱절로 두꺼운 2m신장의 거한의 그림자가 내 머리위로 드리워졌다. 나는 그 순간까지도 도망쳐야할지 아니면 정령왕급은 아니더라도 정령왕자쯤은 되는 소정령의 힘을 믿고 맞대응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기에, 그 거한이 천우용진이 애지중지하던 한정판 마스크를 휴지조각처럼 찢어발기는걸 마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얼마나 잘난 얼굴이기에 가리고 있었는지 한번 볼... 으허어어어어어어어억! 어엄마야!!!"

"티호크 무슨 일이냐! 그렇게 멍하니 서있지만 말고 빨리 보고해!!"

"이, 이 여자 얼굴을 보니까 지, 진짜 귀신일지도..."

나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다가왔다가 화상과 자상으로 얼욱진 임시육체의 얼굴을 보곤 뒷걸음질 치는 티호크란 호칭의 거한을 보곤 코웃음쳤다. 이런 겁쟁이를 상대로 지금껏 햄릿이라도 된것 마냥 죽느냐 사느냐를 고민한 내가 우습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도망치기 보다는 일단 사태를 관망하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쪽으로 급격하게 무게추가 기우는 가운데 리더로 추측되는 올백머리남이 소리쳤다.

"정신차려, 티호크! S급 신체강화 능력자의 이름이 부끄럽지도 않나? 해병 시절에 맨손으로 백상아리도 때려잡았다던 놈이 도대체 뭐가 그렇게 겁이 많아!"

"차, 차라리 백상아리떼한테 둘러 쌓이는게 낫지. 난 이런쪽은 내성이 없단 말이야! 리더 좀 봐달라고..."

"하아! 에스파이더 네가 보기엔 어떻지? 네 스파이더 센스상에서도 저 흉측한 몰골의 여자가 귀신으로 잡히나?"

"아니 저 여자만 놓고 보면 분명 실제하는 사람이 맞아. 다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면 아까부터 저 여자의 심장이 조금도 뛰지않고 있다는 점이랄까."

"역시 귀신 맞잖아! 누, 누구 나한테 십자가 목걸이 좀 잠깐 빌려줄 사람?"

"시끄러워, 티호크! 에스파이더 저 여자가 실제하는 사람이 맞다면 지금 당장 네 스파이더 웹으로 포박해서 내 앞에 데려와."

"옛썰!"

우두둑, 투둑!

올백머리남의 지시에 천진난만한 개구쟁이상인줄로만 알았던 20대 청년 에스파이더의 얼굴이 갑자기 역변했다. 그 결과 4쌍이나 되는 육각타일 모양의 눈동자가 유독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거미얼굴이 등장하더니 시커먼 입구멍에서 보기만해도 걸죽해보이는 회백색의 거미줄을 내뱉었다.

졸지에 그 기분 나쁜 거미줄을 뒤집어쓴 나는 상대가 곤충계열의 신체변화 능력자라는걸 채 인식하기도전에 대걸레마냥 바닥위로 질질 끌려나갔다. 상당히 기분 나쁜 처사였으나 애초에 성인 여성만도 못한 전투력을 지닌 이 임시육체에는 이렇다할 미련이 없는 나였기에 올백머리남의 발밑에 도착할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이 치욕을 갚아줄 기회는 앞으로 얼마든지 있을터. 가장 중요한건 이 아나키스트란 단체가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뽑아내는 것이였다. 그렇게 이 단체의 리더로 추측되는 올백머리남과 1:1로 마주하게된 나는 그가 멀리서 볼때보다 훨씬 잘생겼다는걸 파악하곤 기분이 퍽 나빠지고 말았다. 뭘 꼬라보는거야 이 짜식이 그냥 확씨!

"손님 대접이 다소 거칠었다면 사과하지. 하지만 아까부터 아무런 반응도 없이 고장난 장남감처럼 굴뿐이니 우리도 장난감 취급을 할 수 밖에 없지 않겠어? 앞서 말했지만 우리는 초소형 감시카메라로 네녀석이 살아움직이는걸 똑똑히 목격했다. 그러니까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고개라도 까딱거려 보란 말이닷! 네녀석이 아이시클에게 수상한 허깨비를 붙인 장본인인가? 만약 이번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기대해도 좋다. 버려진 장난감이 성난 들개들 사이에 떨어지면 어떤 취급을 받게되는지 제대로 보여주지."

"큭큭큭큭큭... 성난... 들개들이라... 본녀가 볼때는... 그저 주인 잃은 강아지들끼리 소꿉장난을 하는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만?"

"드디어 그 무거운 입을 여셨는가. 그런데 설마 그런 싸구려 도발이 우리들에게 통할거라고 생각한건 아니겠지?"

"큭큭큭큭큭... 도발이라고 생각했다면... 미안하지만... 그건 그저 본녀의 순수한 감상에 불과할뿐... 사실 그렇지 아니한가. 인간은 태생적으로 서로 편을 갈라 싸우기를 좋아하는 족속들. 그런 족속들을 한데모아 하나의 세력으로 규합해낸 것만으로도 이 세계의 정부는 존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아나키스트, 무정부주의를 주창하다니 목숨걸고 밥그릇 투쟁을 해본적 없는 어린 아이가 밥투정을 하는 꼴이지."

"마치 자기는 이 세계의 주민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군."

"뭐 그런 셈이지."

"아까부터 듣자듣자하니까 정말 못참겠네. 통합정부 녀석들이 뒤에선 얼마나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지 네가 알기나해? 단순히 세력을 규합할뿐이라면 우리도 정부해체까지 주장하진 않아. 녀석들의 문제점은 단순히 정치인 비리가 어쩌구 저쩌구하는 수준이 아니란 말이야!"

꽈아아아아아악!

거미줄로 나를 속박하고 있던 에스파이더란 호칭의 반인반충(半人半蟲)이 화가 잔뜩 났는지 추가로 거미줄을 분사해 속박의 수위를 최대로 높혀왔다. 그러자 전신 코르셋을 두른듯 임시육체가 급격히 쪼그라들었으니 만약 진짜 살아있는 인간의 몸이였다면 피가 통하지 않아 세포괴사로 죽고 말았을 것이다.

"콜록콜록! 통합정부가 뒤에서 끔찍한 만행울 저지르고 있다라.... 그건 처음 듣는 정보로군. 괜찮다면 그 만행이 무엇인지 자세히 말해주겠나? 상황에 따라선 정중한 사과와 함께 본녀의 힘을 빌려주도록 하지. 보기완 달리 본녀는 인간을 아주 좋아하니까 말이야."

"내가 이 두눈 아니 여덟개의 눈으로 똑똑히 봤어. 통합정부놈들은 단순히 행정자치구뿐만 아니라 인간 개개인을..."

"에스파이더, 상대의 페이스에 넘어가지마라! 티호크, 불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지. 저 여자의 육체를 네 특기인 레슬링 기술로 우그러트려서 한줌 핏물로 만들어버려라. 아직도 귀신이 어쨌니 저쨌니같은 소리를 늘어놓을 셈은 아니겠지? 설사 상대가 진짜 귀신이라고 해도 물리력이 통한다면 두려워할 이유따윈 없는거다!"

"으윽, 꼭 내가 나서야하는거야? 나 말고 다른 애들 시키면 안돼? 괜히 내가 근접기술을 사용했다가 저 여자의 피가 묻으면 이상한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도..."

"어서!!"

다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올백머리남때문에 부아가 치민 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티호크란 호칭의 거한이 다가오는걸 지켜보았다. 아 조금만 더 있었으면 고급 정보를 꽁으로 받아먹을 수 있었는데 아깝다, 아까워!

"딱히 원한은 없지만 리더의 명령은 절대적이니까. 부디 다음생에서는 좀 더 살가운 생김새로 태어나길..."

"조, 조심해 리더! 저녀석이랑 싸우다가 우리 아나키스트 멤버 3분의 1이 전멸했어!"

그렇게 티호크란 호칭의 거한에 의해 목뼈가 척추채로 뽑히려던 그 순간 갑자기 난데없이 구석에서 새된 비명이 들려왔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지금까지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 알아보지 못했지만 다소 낯이 익은 미소녀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헛소리냐, 엘화이트? 아나키스트 멤버 3분의 1이 전멸하다니? 설마 너 시간회귀의 탄생석 능력을 사용한건 아니겠지?"

"그말대로야. 나도 웬만해선 쓰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 많은 멤버가 당하는 바람에 어쩔 수 가 없었어. 길게는 말 안할테니까 잘 기억해둬. 티호크가 저 미친 여자의 머리통을 뽑은 순간 뭔가 기분 나쁜 검은 그림자가 빠져나왔고, 그 후부터 우리는 보이지 않는 불특정 다수의 적들과 싸움을 해야만 했어. 그러니까 다시 싸우게 된다면 에스파이더를 잘 엄호해서 그의 스파이더 센스에 의존하던가 아니면 차라리 저 여자와 협상해서 싸움 자체를 피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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